두 개의 달 위를 걷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3
샤론 크리치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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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를 시작으로 오하이오를 거쳐 아이다호까지의 여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13살 소녀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로인해 내 마음을 확 사로잡은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그의 모카신을 신고 두 개의 달 위를 걸어 볼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하지 마세요> (본문 86페이지)
상대방의 신발, 그러니까 남의 입장과 처지에 있어 보지 않고 상대방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주인공 샐이 이 책속에서 엮어가는 이야기를 함축한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샐은 자신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이야기 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책 제목처럼 샐은 그 여정을 통해서 두 개의 달 위를 걷게 되고, 그 여정은 샐에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된다.

이 책 속에는 샐의 가족이 외에도 서로 다른 두가족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가족과 만나면서, 그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통해서 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새로운 여자친구,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를 통해 힘들어하던 샐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자동차로 3,00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여정은 엄마가 샐을 떠나 거쳐갔던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였다.

그 여정을 가는 동안, 샐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피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비는 상상력이 지나칠 정도로 넘치고, 피비네 가족은 품위를 우선시 하는 가정이다. 피비의 아버지는 권위의식을 가진 듯 보이고, 피비의 엄마는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에 우울해 보이는 듯 하다.
허나, 아무도 피비의 엄마에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피비네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메리네 가족이 소개된다. 메리의 남동생과 뒷마당에서 축구를 하고, 학교 운동회에서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아이들을 응원한다. 샐은 이 가족을 통해서 엄마와 함께 살았던 예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엄마를 더욱 그리워하며, 이 여정이 엄마의 생일에 맞추어 엄마에게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엄마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피비 엄마의 가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신의 처지와 닮아 있는 피비의 모습을 이해하고, 또한 그것을 통해서 자신과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떠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혼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던 샐은 조금씩 마음속 짐을 덜어 놓게 된다.
자신의 삶과 엄마의 삶은 별개이며, 엄마의 삶을 구속할 수 없다는 것도 피비를 통해서 깨달아 간다.


나이라는 것은 그냥 세월이 흘러서 단순히 한살두살 먹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머리가 히끗히끗해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둘 생기는 것은 주름과 흰머리만큼 생겨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요, 세월이 가져다 준 경륜일 것이다.
엄마와의 이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샐의 상처를 할아버지, 할머니는 치유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말이다.


샐은 여행 중 할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새끼를 낳아 누구 데리고 가려고 하면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강아지들을 핥아주며 보살피던 부디 블루가 강아지들이 태어난 지 여섯 주 정도 지나자 새끼들한테 신경을 쓰지 않고 아예 밀쳐 버리기까지 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 무비 블루가 자기 새끼들을 싫어하나 봐요."
"새끼들도 독립적이 돼야지. 무디 블루한테 무슨 변이라고 생기면 어떡하니? 그럼 새끼들은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잖아."
(출처: 본문 412p)

엄마를 찾아 루이스턴 시로 여행을 갔던 것이 자신을 위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여행을 통해서 엄마의 모카신을 신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샐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도약하고 있었다.

샐의 마지막 여행에서 일어난 반전에는 이 책속에서 주는 감동의 절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족’’사랑’아픔’’희망’’슬픔’ 등이 모두 담겨진 이 책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샐의 할머니처럼 말하고 싶다.
"좋구나, 좋아"

책 표지를 펼치는 순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잔잔하게 나를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가는 샐의 마음 변화를 읽어가면서, 내가 샐의 엄마인 양 격려하고, 토닥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찐한 사랑에 가슴 뭉클해지는 책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그 감동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겨져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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