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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읽으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책인데, 그 책 역시 저자가 의사였다. 죽음을 몇달 남겨두지 않은 환자들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읽으면서 하루하루를 허투로 보내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책이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를 읽으면서 나는 문득 그 책을 떠올렸고,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나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했다.
"삶의 한순간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착한 사람들 그리고 희망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록"
책 표지에 담긴 글은 나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한 문구이며,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대변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 이웃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냥 무심코 지나쳐버린 우리 이웃들의 모습 속에서 ’인생’’삶’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
그들이 많이 배워서가 아니라,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는 ’착한 인생’ 을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우리에게 배움과 깨달음을 전해준다.
감동의 눈물과 기쁨의 웃음이, 슬픔의 눈물이 연거푸 흘러내리게 하는 내용들은 우리네 삶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여지는....그들의 고단하고 슬픈 삶이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착한 인생’ 속에서 배우고 느낀 ’삶의 깨달음’ 때문일 것이다.
"엄마, 잘 가요. 엄마, 참 애썼어요. 우리도 이만큼 컸으니 이제 아빠 보살펴드리러 가세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사랑해요." 27p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다 이제 그 아이들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엄마를 조용히 품에 안고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아이.
이 책속에는 가족을 위해서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와 아빠가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몇해전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떠올렸고, 지금은 불편한 몸이 되어 일을 하지 못한 채 쓸쓸히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빠를 떠올렸다.
내 부모 역시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착하게 사셨다. 많이 배우지 못한 탓에 어렵고 고단하게 자식을 위해서 힘겨운 삶을 사신 두분은 책 속의 인물 못지 않으신 분들이다. 그들의 삶을 아름답다고 해드리지 못했던가? 안타까움에 눈물이 흐른다.
삶은 가혹하다. 운명은 주인의 삶을 따로 살피지 않는다. 운명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았건, 그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증오했건, 그가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가졌건,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운명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 저절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68p
삶은 참 가혹하다. ’쿠싱 증후군’ 에 걸린 4살 현정이에게도, 철이 채 들지 못한 다 큰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임분 할머니에게도, 남편의 구타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당부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경옥씨에게도,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옥선 씨에게도....그들은 착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된 전쟁(?)을 치룬다.
그러나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고된 삶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그들은 한가닥 희망을 놓치 않는다.
나는 그들처럼 고단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요,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는데 부족함이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적으로도 더 풍요로워야 하고 지금보다 몇배는 더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만족보다는 불만족스러워하며 살아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나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깨달아 갔다.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지 못하며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못하며 살아온 듯 싶다.
내 울타리만 챙기기에 급급했던 나는 주위를 한번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무관심에 머리를 조아려본다. 좀더 착하게 살아가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본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맞추어 살아가고픈 욕심때문에 착하게 살기보다는 과욕을 부리며 살아갔던 나에게 그들은 ’진정한 삶’ 이 무엇인가를 깨달게 해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마치 밤에 노적가리를 옮기는 동화 속의 형제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산다. 그런 그들을 이요하고, 덤터기를 씌우려는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도 그들은 자기들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살아간다. 때로는 바보처럼, 때로는 천사처럼, 누가 뭐라고 해도 입이 귀에 걸린 큰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다. 155p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아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에 기뻐할 줄 아는 마음,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오늘 선물 받았다. 가진 것 없이도 성실히 착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