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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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무언가 보이는 결실은 없는 것 같고, 무언가를 빼놓은 듯 마음 한구석은 헛헛하고, 그러다보면 내가 잘 못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에 가끔은 급격히 우울해지곤 한다. 내가 꿈꾸었던 삶이 이런 것이었나 싶을 때도 있고, 내가 원하던 내 모습이 지금의 이 모습이었나 싶을 때도 있다. 가끔은 이런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던 중 날 위로해주는 듯한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분홍색 표지가 예쁜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가 바로 그것이다. 책을 받아보니 책 제목과 더불어 부제도 마음에 든다. 결혼 전에는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삶이 바로 내 삶이 될 거라는 환상에 빠졌었다. 그 환상과 현실이 마주했을 때 오는 괴리감은 컸으며, 내가 꾸었던 꿈이나 나라는 존재는 그렇게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래서일까?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라는 부제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현실도 그만큼 멋진 인생이라는 것을 얘기해주는 듯 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서부터 더 간절히 '내 곁에 절대적인 어른이 있다면' 하고 바랐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버려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말과 행동과 인생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다. 어른이 될수록 나는 외로웠다. 가족에게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로 무시되거나, 의지가 되어줘야 하는 무거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친구나 동료도 나와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나는 독립적이었으나 외로웠고,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따뜻한 위안을 필요요로 했다. 여자로 살아가는 유쾌함, 진지함, 사랑스러움을 배우고 따라할만한 아름다운 어른이 있기를 바랐던 내 마음이 티아 할머니와 만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본문 11p)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는 '티아하우스'라는 가공된 공간을 배경으로 주인공 서울이 티아하우스에 머물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생의 제 2라운드를 살아가게 될 그리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는 위로와 공감 그리고 인생에서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발견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티아 할머니가 있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필요로했던 아름다운 어른이 바로 이 책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위로였고 단단하고 부드러운 멘토였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 언제나 완벽한 정찬은 없었다. 언제나 인스턴트처럼 살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했다. 내 존재의 원형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렵다기보다는 두려웠다. 그러니 그 뼈대 위에 나만의 맛을 가져본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다. 나는 늘 어정쩡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의미를 몰랐고, 사랑을 했지만 그 속에서 온전하게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없었다. 티아하우스에서는 모든 여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모든 여자가 생활인이자 예술가라고 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본문 105p)

 

티아하우스에는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브릿지 타임'이 있다. 이번 주제는 시간이었고 부제는 마흔이었다. 재이가 웨딩드레스를 맞추고 들러리와 함께하는 파티를 열면서 티아하우스에 처음 갔던 서울이는 파혼한 재이가 마치 가야한다는 통보처럼 5년이나 남은 마흔을 끄집어내며 티아하우스로 서울이는 이끌었다. 그렇게 티아하우스에 가게 된 서울이는 티아 할머니로부터 한 달에 한 번 브릿지 타임을 사진으로 기록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 곳을 찾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자들로부터 마흔, 여자의 자리, 생활을 기술, 맛, 말, 인생, 매듭, 삶의 멋, 몸과 마음, 감정, 터닝 포인트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은 자신의 삶을 들춰내고 마주하게 된다. 서울은 바로 우리 독자들인 셈이다.

 

여자의 멋은 완벽주의자가 아닌 경험주의자가 되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시간을 경험하고, 공간을 경험하고, 사람을 경험한다. 느끼고, 먹고, 맡고, 눈으로 보고 만져본다.

우리 모두 조금은 멋진 여자가 되고 있는 거야. 긍정주의자 빛자루 아줌마의 말을 오늘은 그냥 믿어버리고 싶은 밤이다. 나도…… 어쩌면 멋진 여자로 성장 중인지도 모른다. (본문 189p)

 

우리는 열심히 살았고, 아름다웠고, 앞으로도 치열하고 아름답고 싶다.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기를, 결혼을 했던, 안 했든, 패션을 하든 음악을 하든, 회사의 임원을 꿈꾸든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를 꿈꾸든, 우리는 모두 근사한 여자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우리에게 아직 설렘이 있듯이 어린 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우아함이 있다고, 티아하우스의 브릿지타임은 매번 우리의 귀와 가슴을 두드렸다. 아주 낮은 울림이지만, 매번 가슴이 설렜다. (본문 271,272p)

 

 

 

우리는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해서나 또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혹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 등을 통해 인생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된다. 소설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초라하고, 더 이상 청춘이 아닌 듯하여 우울해하곤 했지만, 사실은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더 아름답고 우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아름답고 우아하고 근사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헛헛했던 마음이 채워지면서 위로받게 된다. 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질 수 있다는 생각, 상황을 이겨내거나 주저앉지 않을 때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충만해진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열심히 살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내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사람의 몸과 마음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존중하고 존중받을 때 아름답잖아요. 내가 나를 맨 먼저 아껴야겠다고 생각하죠. 내 몸에 예를 다할 때,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됩니다. (본문 201p)

 

힘들고 지칠 때, 지금 내 삶이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 더 잘하라는 칭찬을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먼저 찾게 될 거 같다. 티아하우스를 찾는 여자들이 티아 할머니에게 위로받고 든든함을 느끼는 것처럼 나에게는 이 책이 티아 할머니가 되어줄 듯 싶다. 서울이가 그러했듯, 여자로 사는 게 꽤 멋진 인생이라는 걸 가르쳐 준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는 나의 첫 어른이었다.

 

(이미지출처: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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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미안해 -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 (아동학대.가정폭력)
고주애 지음, 최혜선 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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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신체적·성적·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아동학대, 가족 구성원이나 다른 동거인이 어린이·어른·배우자 등을 학대하는 가정폭력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며 세상 어느 곳보다도 편안하고 행복해야 하는 집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은 한 가정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무서운 범죄입니다! (표지 中)

 

불과 며칠 전, 친부모가 3살된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이르게까지한 새엄마의 폭행, 새아빠의 성폭력 등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무서운 범죄인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추천도서인 <<아빠가 미안해>>에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현실적으로 담아냄으로써 그 해결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행복했던 한 가족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그리고 그 비극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인 아홉 살의 주안이입니다. 주안이는 아빠, 엄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빠는 다른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할아버지를 많이 무서워하고, 엄마는 아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며 친절해 사람들이 좋아하지요. 여섯 살인 여동생 주은이는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요. 주안이네는 부자입니다. 할아버지는 큰 건물이 다섯 개나 있는 부자여서 사 달라고 하면 다 사주셔서 친구들이 부러워합니다. 할아버지 댁에는 새 할머니가 계신데, 새 할머니에게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주안이네 집은 부자였습니다. 예전에는 말이죠.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입양해서 30년 동안 키운 할아버지로부터 파양을 당했고 주안이네는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술만 드셨고, 엄마는 어린이집에 일하러 다니시게 되었습니다. 주안이는 이제 학원도 다닐 수 없었고, 엄마가 늦게 오시는 날이면 주안이는 주은이와 함께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해야했습니다.

 

 

반찬 투정을 하는 주은이를 달래 저녁을 먹인 주안이는 심심한 주은이를 위해 숨기 놀이를 했습니다. 그때 아래층 공포 할머니가 시끄럽다고 올라오셔서 잔뜩 화가 난 듯 투덜거리며 내려가셨어요. 하지만 문제는 며칠째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아빠가 마치 겨울잠을 자고 나온 곰처럼 큰 손을 쳐들고 씩씩거리며 성큼성큼 다가왔고, 큰 형아들이 싸우는 것을 보았을 때 들었던 욕설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죠. 주은이와 주안이는 겁에 질려 얼어 버렸습니다. 아빠의 손이 그렇게 큰지, 그렇게 아픈지 처음 알았지요. 아빠의 손이 닿을 때마다 아팠고, 주은이도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마침 퇴근한 엄마가 아이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성난 곰은 엄마도 때렸습니다. 성난 곰이 된 아빠는 모든 것을 주은이 탓이라 했습니다. 주인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안 좋은 일이 생겨났다고 하셨지요. 그 소리를 들은 주은이는 겁먹은 얼굴이었고, 얼음 땡 놀이 때보다 더 움직임이 없이 서 있었습니다. 경찰차가 왔고, 엄마와 주은이는 엄마들을 보호해 주는 집으로, 주안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졌습니다.

 

 

 

"엄마는 아빠를 얼마나 미워할까? 주은이가 다시는 아빠를 안 본다고 하면 어떡하지? 주은이가 말 못하는 건 다 내 탓이야."

"잘못했으면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하면 돼. 그리고 다시 안 그러려고 노력하면 돼." (본문 85p)

 

다시는 엄마와 아이들을 때리지 않겠다는 아빠의 약속으로 모두 집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예전과 같지 않았고, 삐쳐도 말을 안 하고는 1초도 못 견디던 주은이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안이 역시 그날 아빠의 차가운 눈빛, 큰 소리로 외치던 목소리가 무서운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문득문득 떠올랐지요. 주은이가 '선택적 함묵증' 진단을 받게 되자, 엄마는 주은이와 친정에 가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주안이는 아빠에게 맡겨졌습니다. 다행이 아빠는 큰 마트에서 일하게 되었다며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고,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주안이에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아빠는 달라졌고 엄마와 주은이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주은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어요. 걱정이 된 주안이는 사회복지사인 위층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했고, 주은이를 많이 웃게 해 주라고 하시네요. 주안이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주안이를 웃게 하기 위해 노래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지요. 그리고 주은이가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주안이네는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진~짜 부자가 되었습니다.

 

 

 

<<아빠가 미안해>>에서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제시합니다. 입양과 파양, 실직,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등의 문제를 주안이네 가족을 통해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행복했던 주안이네 가족이 파괴되고, 그 비극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한 가정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졌지요. 파양과 실직으로 인한 절망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가족이 파괴될 상황이었지만 아빠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었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아빠를 가족은 믿고 따라주었지요. 서로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서로 믿고 의지한다면 행복은 다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잘 묘사된 이야기탓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는지 주안이네 가족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지요. 다행이 진~짜 부자가 된 주안이네 모습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네요. 주안이네 가족이 행복을 찾았듯이 많은 가족들이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사과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빠는 정말 용기 있는 분이구나. 맞아. 어른의 진심 어린사과가 가장 큰 치료약이지!" (본문 98p)

 

주안이 아빠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 역시도 가끔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할 때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권위로 제 잘못은 덮어두기만 했지요. 그로인해 아이들 마음에는 상처가 생겼을 것입니다. 이도 폭력이라 할 수 있을 겝니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잘못을 했을 때는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서로를 더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지요. <<아빠가 미안해>>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입니다. 많은 가족들이 이 책을 함께 읽고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는 가족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미지출처: '아빠가 미안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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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오늘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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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출근, 퇴근하면 서둘러 집안 일을 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나면 또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출근하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하루하루가 무의미해진다. 열심히 맡은 바 일을 하고, 열심히 집안을 돌보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감에도 뭔지 모를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는 부족한 느낌이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행복하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그리고 1년 전에도 열심히 살아왔건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5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의 변화도 없이 또 달리기만 한다. 언제쯤이면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를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사실 그 문제가 내가 가진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라 그 욕심에 대한 댓가로 나는 무료하고 지루한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하루가 눈부시기를 바란다. 그런 탓에 눈부신 오늘을 살게 해 주는 법상 스님의 이야기를 담은 <<눈부신 오늘>>을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어떤 상태로 있는가?

 

지금 되어 있는 그 '있음'의 상태가 당신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된다. 언제나 삶의 모든 해결책과 지혜는 우리 내면에 구족되어 있다. 답을 얻기 위해 어디로 달려가거나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매 순간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된다. (본문 26p)

 

 

생각해보면 오늘 하루는 딱 지금 이 순간뿐이다.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오늘이다. 스님은 묻는다. 매 순간의 삶에 어떻게 있을 것인지를. 우리는 더 많이 갖기 위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하지만 스님은 삶이란 얼마나 많이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순간순간 어떻게 존재하고 있느냐로 결정된다고 말씀하신다. 적게 소유하고도 풍요로울 수 있고, 많이 소유하고도 부족할 수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많이 소유하고도 부족함을 느낀다. 이것이 우리는 무작정 달리게 하고, 그것이 소중한 오늘을, 풍요로운 오늘을 느끼지 못한 채 보내는 이유인 것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뿐, 부족은 없다.

 

구하는 자가 되지 말고, 누리는 자가 되어라.

구하는 자는 만족이 없고, 계속해서 구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에너지는 고갈되고 힘은 점점 빠져간다. 반면에 누리는 자는 이미 있는 것을 그저 누릴 뿐이다. 누리려면 이미 그것이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이미 모든 것이 주어져 있다. 없다는 생각만 없으면 모든 것은 이미 완전하다. 우리 사람에 더 이상 구해야 할 것은 없다. 그런 생각이 있을 뿐. 매 순간에 주어진 것이야말로 진리가 그대를 구워키 위해 보내준 최상의 선물이다. (본문 81p)

 

 

욕심은 경제적으로 더 많이 갖는 것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자녀에 대한 욕심 또한 내가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욕심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는 사랑이 아니고 애착이고 욕망이다. 스님은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애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신다. 자식을 위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자식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한 것 뿐이라고. 사랑에는 조건이 붙지 않으며, 존재 자체야 말로 사랑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이며,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쭉~ 목표가 있든 없든 열심히 달리는 것 외에는 할 줄 모르는 내가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오늘 하루는 소중하게,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일까? 스님은 삶의 여정은 생각보다 그리 멀거나 험난하지 않으며, 머리에서 출발하여 가슴으로 도착하는 단순한 여정이라 말씀하신다. 삶은 언제가 가볍고 자유롭기에 그저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 뿐, 더는 할 일이 없다 하신다.

 

 

 

주어진 삶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지 않고 허용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삶을 사랑하고 허용하며 받아들일 때, 우리는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경험할 뿐, 괴로움과 역경을 끌어당기지 않게 된다. (본문 223p)

 

삶의 속도전을 멈추라.

 

죽을힘을 다해 경쟁에서 이기려고 아무리 달려갈지라도 도착지에 도착하는 순간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았음을.

당신은 이미 도착해 있기 때문이다. 삶의 유일한 종착지는 오직 '지금 이 순간'일 뿐이다. (본문 194,195p)

 

행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어떤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스님의 말씀을 통해 조금씩 깨달아간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그 무엇을 얻을 필요가 없고, 그 어떤 존재가 될 필요도 없기에 행복을 찾아 어디로도 갈 필요가 없었던 게다. 참된 행복은 모든 바람과 원함을 내려놓고 언제나 여기 있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때 드러나는 것이었다. 소중한 오늘을 보내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려놓음에 있었다.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것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저 허용하고 인정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도 충분했던 것임에도 참 많은 것을 원하고 바랐나보다.

 

 

 

당신은 이대로 완전하다. 어디로도 갈 필요가 없다. 그저 멈춰 서기만 하면 모든 것이 이미 충분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특별한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다만 지금 여기 있는 자기 자신이 되라. (본문 291p)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더 나은 다음 순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라는 목적을 위해 지금 여기를 허비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그저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바로 그 '더 나은 때'임을 알고 당장에 '그 꿈의 순간'을 생생하게 살아갈 것인가!

현재는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닌 원하는 모든 것이 어루어진 바로 그 순간이다.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다. (본문 308p)

 

[1장 나를 바라보다, 2장 당신을 받아들이다, 3장 삶을 내려놓다, 4장 고통을 벗어나다, 5장 행복에 도착하다]로 구성된 법상 스님의 말씀은 나, 당신, 삶, 고통 그리고 행복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를 통해 눈부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말씀들이 너무도 많아서 한 줄 한 줄 읽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3년 안에 지금보다 더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바둥거리고, 지금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좋은 대학, 남들보다 조금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을 바란다. 매일을 욕심을 채워나가기 위해 달리다보니 하루하루가 의미가 없어지고, 목표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니 조급해지고, 내 욕심을 못 채우니 행복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원하는 것이 있을지언정 집착하지 않으면 두려움도 없고, 이래도 저래도 좋을 수 있음을 스님을 일깨운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으려한다. 지금의 나는 부족함이 없으며,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 아이의 존재 자체가 감사함을, 그래서 오늘 나의 하루는 눈부실 수 있음을 깨닫는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어떤 특정한 조건 속에서만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완전한 환상일 뿐이다. 지금 이대로 행복하다. '행복하기 위한 특정한 조건'은 없다. (본문 311p)

 

(이미지출처: '눈부신 오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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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비뚤어지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7
진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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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주목할 시선상' 수상작 <<좀 삐둘어지다>>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조금 비뚤어진 소재로 '지극히 당연한' 스토리의 청소년 문학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책 표지도 그렇고, 책 제목의 '좀 비'를 두각시킨 점도 그렇고 단순한 청소년 문학이 아님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저자의 이름이 '진저'라는 점, 소재가 좀비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히 외국문학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순수한 한국 문학이다. 청소년 문학이 폭넓은 소재로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이 기뻤으며, 자의든 타의든 책과 멀어지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흥미로운 소재로 인해 책과 다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레였다. 흥미로운 책 제목과 표지삽화가 한번 더 눈길을 끌게하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은 굉장히 흥미롭고, 잔인하다. 그렇다고해서 단순한 흥미 위주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가족,세상과 단절되었던 청소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모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소재, 놀라운 흡입력, 빠른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인기 중년 여배우, 연해린이 '하이'라는 약을 먹고 자신의 펜트하우스 7층에서 추락한 후 좀비가 되었다. 유명 여배우의 추락과 부활 그리고 살육의 광기는 2015년의 한반도를 핏빛 바다로 몰아넣은 시발점이 되었다. 이날 이후 세상은 발칵 뒤집혔고 천지개벽을 해버렸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죽어나갔다가 되살아났고, 되살아난 이들은 이내 인육을 탐하는 괴물로 재탄생했다. 세상은 그들을 '부활자' 혹은 '좀비'라고 불렀으며, 세상은 급속하게 추락하였고 그야말로 무법지대, 바야흐로 '좀비 시대가' 열려 버렸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주목할 만한 정보는 연해린이 몸을 던지기 직전 '하이'라는 흥분제를 50정 이상 입에 털어 넣었다는 사실이었고, '하이'는 자살과 육식 행위를 중동시키는 물질로 변질되었다가 두 알을 연속해서 복용하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키울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변해버렸다.

 

24시간 내내 화재, 사이렌 소리, 사람들과 짐승들의 끊임없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도심 한복판에서 총포가 울리는 비틀어진 세상에서 가출팸 무리의 아이들이 가족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어른들은 죄다 죽거나 도망갔기에 아이들 밖에 눈에 띄지 않는 동네를 '19금 구역'이라 부르는 팔정동에 사는 문어파, 상용동 옥탑방에 사는 여섯 아이들이 가족이 된 대장파가 바로 그들이다.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는 말없이 사라져버린 탓에 옥탑방은 오롯이 대장의 소유가 되었고, 대장은 집 나간 아버지 대신 가출한 십대들을 불러들여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었다. 대장의 따까리 노릇을 하는 참모, 지능이 한 스푼 모자란 탓에 분도, 초등학생 여자아이인 열두 살의 레몬 그리고 현웅과 대장이 살뜰이 챙기는 미강이다. 좀비들이 업그레이드 된 핑크는 아이들의 숨통을 점점 죄었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은 핑크와 사투를 벌이며 삶과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로인해 이들은 현웅을 잃고 연해린의 아들 룩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다. 이런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삶 속에서 가출팸 아이들은 자신들이 떠나온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룩의 도움으로 구한 하이는 좀비에 대한 면역을 키워주지 못했고, 이제 미강, 레몬, 룩만이 남아 서로를 보듬으며 옥탑방을 지키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과 세상과 단절했던 이들은 이제 지쳐서 엎드려버린 세상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일상. 그들은 이제 폐허의 도시에서 좀비와, 핑크와, 공생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뜨겁게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 현재는 그것만이 중요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몇 분 뒤에 저 세상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기에. 물론, 똥줄 빠지게 발악하며 살아갈 각오는 필요했다. 그렇기에 좀비 교과서도 열심히 보고, 새로운 무기도 열심히 찾아다녀야 한다. 대장의 말대로 자살하면 지는 거니까. 지는 건 죽기보다 더 싫으니까. 어쨌든 살아야 한다. 비뚤어져도 살아야 한다.

미강은 끈질기게 외쳐대었다.

"안녀엉!"

그녀는 금빛 테두리를 두른 태양을 향해 마음껏 웃었다. 말을 걸었다.

지쳐서 엎드려버린 세상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볼 때였다. (본문 248,249p)

 

<<좀 비뚤어지다>>는 스스로 가족과 단절한 가출 청소년들이 살아남기 위한 아이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좀비와의 사투 속에서 보여지는 스펙타클한 묘사들이 흥미로운 작품 속에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 아이들의 모습은 희망 또한 담아내고 있다. 너무도 흔한 주제인 '희망'이 좀비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희망의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만나왔던 청소년 문학의 공통된 소재와 주제들에 식상한 느낌이 들던 찰나에, 오랜만에 흥미로운 소재의 청소년 문학과 만나게 된 듯하여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조금 잔인한 면이 있었지만. 이렇듯 다양한 소재의 청소년 문학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진저 정선영 작가가 현재 네이버 웹소설 코너에서 판타지 좀비 소설인 <스니커즈를 신은 소녀>를 연재하고 있다고 하니, 얼른 달려가봐야겠다. 또다른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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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첫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6.1~20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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