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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매일매일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무언가 보이는 결실은 없는 것 같고, 무언가를 빼놓은 듯 마음 한구석은 헛헛하고, 그러다보면 내가 잘 못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에 가끔은 급격히 우울해지곤 한다. 내가 꿈꾸었던 삶이 이런 것이었나 싶을 때도 있고, 내가 원하던 내 모습이 지금의 이 모습이었나 싶을 때도 있다. 가끔은 이런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던 중 날 위로해주는 듯한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분홍색 표지가 예쁜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가 바로 그것이다. 책을 받아보니 책 제목과 더불어 부제도 마음에 든다. 결혼 전에는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삶이 바로 내 삶이 될 거라는 환상에 빠졌었다. 그 환상과 현실이 마주했을 때 오는 괴리감은 컸으며, 내가 꾸었던 꿈이나 나라는 존재는 그렇게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래서일까?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라는 부제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현실도 그만큼 멋진 인생이라는 것을 얘기해주는 듯 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서부터 더 간절히 '내 곁에 절대적인 어른이 있다면' 하고 바랐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버려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말과 행동과 인생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다. 어른이 될수록 나는 외로웠다. 가족에게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로 무시되거나, 의지가 되어줘야 하는 무거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친구나 동료도 나와 다를 바 없는 연약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나는 독립적이었으나 외로웠고,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따뜻한 위안을 필요요로 했다. 여자로 살아가는 유쾌함, 진지함, 사랑스러움을 배우고 따라할만한 아름다운 어른이 있기를 바랐던 내 마음이 티아 할머니와 만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본문 11p)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는 '티아하우스'라는 가공된 공간을 배경으로 주인공 서울이 티아하우스에 머물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생의 제 2라운드를 살아가게 될 그리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는 위로와 공감 그리고 인생에서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발견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티아 할머니가 있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필요로했던 아름다운 어른이 바로 이 책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위로였고 단단하고 부드러운 멘토였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 언제나 완벽한 정찬은 없었다. 언제나 인스턴트처럼 살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했다. 내 존재의 원형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렵다기보다는 두려웠다. 그러니 그 뼈대 위에 나만의 맛을 가져본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려웠다. 나는 늘 어정쩡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의미를 몰랐고, 사랑을 했지만 그 속에서 온전하게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없었다. 티아하우스에서는 모든 여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모든 여자가 생활인이자 예술가라고 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본문 105p)
티아하우스에는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브릿지 타임'이 있다. 이번 주제는 시간이었고 부제는 마흔이었다. 재이가 웨딩드레스를 맞추고 들러리와 함께하는 파티를 열면서 티아하우스에 처음 갔던 서울이는 파혼한 재이가 마치 가야한다는 통보처럼 5년이나 남은 마흔을 끄집어내며 티아하우스로 서울이는 이끌었다. 그렇게 티아하우스에 가게 된 서울이는 티아 할머니로부터 한 달에 한 번 브릿지 타임을 사진으로 기록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 곳을 찾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자들로부터 마흔, 여자의 자리, 생활을 기술, 맛, 말, 인생, 매듭, 삶의 멋, 몸과 마음, 감정, 터닝 포인트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은 자신의 삶을 들춰내고 마주하게 된다. 서울은 바로 우리 독자들인 셈이다.
여자의 멋은 완벽주의자가 아닌 경험주의자가 되면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시간을 경험하고, 공간을 경험하고, 사람을 경험한다. 느끼고, 먹고, 맡고, 눈으로 보고 만져본다.
우리 모두 조금은 멋진 여자가 되고 있는 거야. 긍정주의자 빛자루 아줌마의 말을 오늘은 그냥 믿어버리고 싶은 밤이다. 나도…… 어쩌면 멋진 여자로 성장 중인지도 모른다. (본문 189p)
우리는 열심히 살았고, 아름다웠고, 앞으로도 치열하고 아름답고 싶다.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기를, 결혼을 했던, 안 했든, 패션을 하든 음악을 하든, 회사의 임원을 꿈꾸든 공부 잘하는 아이의 엄마를 꿈꾸든, 우리는 모두 근사한 여자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우리에게 아직 설렘이 있듯이 어린 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우아함이 있다고, 티아하우스의 브릿지타임은 매번 우리의 귀와 가슴을 두드렸다. 아주 낮은 울림이지만, 매번 가슴이 설렜다. (본문 271,272p)
우리는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해서나 또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혹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 등을 통해 인생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된다. 소설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초라하고, 더 이상 청춘이 아닌 듯하여 우울해하곤 했지만, 사실은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더 아름답고 우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아름답고 우아하고 근사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헛헛했던 마음이 채워지면서 위로받게 된다. 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질 수 있다는 생각, 상황을 이겨내거나 주저앉지 않을 때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충만해진다.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열심히 살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내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사람의 몸과 마음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존중하고 존중받을 때 아름답잖아요. 내가 나를 맨 먼저 아껴야겠다고 생각하죠. 내 몸에 예를 다할 때, 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됩니다. (본문 201p)
힘들고 지칠 때, 지금 내 삶이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 더 잘하라는 칭찬을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먼저 찾게 될 거 같다. 티아하우스를 찾는 여자들이 티아 할머니에게 위로받고 든든함을 느끼는 것처럼 나에게는 이 책이 티아 할머니가 되어줄 듯 싶다. 서울이가 그러했듯, 여자로 사는 게 꽤 멋진 인생이라는 걸 가르쳐 준 책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는 나의 첫 어른이었다.
(이미지출처: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