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첫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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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구해야 해
하은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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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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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의 시간들-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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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수록 밝은 색이 좋아지나보다. 분홍색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어 괜히 끌리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상처없이 사랑하고 싶다>>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전 세계 베스트셀러인 <따귀 맞은 영혼>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상처받은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심리학자로 34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고 한다. 이런 저자가 풀어놓는 관계 심리학은 어떨까? 상처받은 이들에게 어떤 질좋은 처방전을 내놓을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헌데 그 사랑이라는 놈은 상처라는 흔적을 남긴다. 그 상처가 크던 작던 간에 상처는 쓰라리고 아프기에 사람들은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어하며,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니 누구나 저자가 내놓는 처방전을 궁금해할 수 밖에 없으리라. 

 

 

 

이 책은 둘만의 충만한 생활을 꿈꾸었다가 무참히 산산조각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까지 경험한, 사랑에 실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자기애착 증세가 심한 사람과의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깨지기 일쑤고 지속되다가 헤어지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자기만을 사랑하는 자기중심적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특별히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줌으로써 그런 성향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예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면서 이러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과 답변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기애적 사랑의 관계는 화려한 불꽃놀이 끝에 자욱하게 퍼지는 연기와 화약 냄새를 남기는 폭죽과 같은데, 연인은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 서로를 유혹하며 장엄하게 하나로 결합했다가 곧 차갑게 식어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것이 바로 도도하고 공허한 사랑, 즉 자기애적 사랑의 운명이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관계는 흥분과 자극은 덜하지만 꾸준하게 타오르는 변함없는 촛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도취에 빠져 있거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만날 경우 상처를 덜 받고 좀 더 나은 관계를 가지 위해 이 책은 그들의 성격적 측면을 다루고,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털어놓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자기애적 관계와 그런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고 있다. 이에 Part 2 둘이 함께,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편에서 자신들에게 포기나 타협할 줄 모르는 애착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소냐와 그녀의 남편 베네딕트, 자기도취자가 지닌 예민한 성격과 인간과계의 문제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 나르키소스와 아테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자신에게 어떤 욕구가 있는지 미리 알고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것을 채워주기를 바랐던 실비아,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존중과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파트너에게서 그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부부로 맺어진 마리와 게오르크 등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둘의 관계는 파트너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일치하는 동안에만 잘 유지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까운 관계에 들어서는 순간 상대방의 부족함을 깨닫고, 그런 이유로 그들의 관계에는 금이 가고 맙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깊은 상처를 받아온 그들은 상대를 통해 구원을 기대하고 자신의 갈망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다시 상처받고 버려질까 두려워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솔직하게 드러내지도 못합니다. 자기도취적 성격은 또 다른 상처와 거절에 대비하여 스스로 자신을 보호라는 조처를 취한 것이지요. 마음을 열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보호막은 모든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막아주지만 대신 마음을 꽁꽁 둘러싸서 결국엔 사랑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본문 71p)

 

 

 

저자는 Part 3 행복한 관계 속에서 나를 마주하라 편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계를 만드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며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지내야한다. 모두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그 관계로 인해 괴롭고 힘들기도 하는데 자기애적 특성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수는 없기에 저자는 자기애에 따른 고민을 털어놓고 치료를 받은 수많은 내담자를 통해서 얻은 해결책을 모아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름'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파트너가 평소에 너무 느리게 말해서 당신을 힘들게 했다면 한번 그와 똑같은 속도로 말해보세요. 항상 너무 재빠르게 행동하는 당신의 파트너 때문에 속이 상했다면 한번 그와 똑같은 속도로 행동해보세요. 그리고 파트너의 싫어하는 면으로 직접 들어가 그의 시각에서 세상을 체험해보세요. 틀림없이 당신은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본문 285p)

 

 

 

34년간 자존감에 상처 입은 이들을 치료해온 심리학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에서 이처럼 인간관계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과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자기애에 빠진 가짜 나로부터 해방되고, 나의 진짜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활기와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어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강화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이미지출처: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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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넷째, 다섯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6.21~201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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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간머리 앤
샤론 제닝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소년한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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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네, 지금 행복합니다
박선정 지음 / 미니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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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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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이향안 지음, 홍정선 그림 / 현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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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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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만 있을 뿐, 갈등도 없는 소설이다. 진실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상대방의 변심은 곁으로 흘러서 지나가게 하고, 거부는 가만히 받아들이고, 비밀은 덮어놓은 것이다. 말하자면, 괄호에 관한 소설이다. 문제를 괄호 속에 담아두고, 타자와는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고 돌아서 가고, 변하는 것은 변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는 최소한만 연루되고, 이야기를 억제한 채 감정과 시간이 가만히 흐르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본문 223p 작가의 말 中)

 

<풀밭 위의 식사> 이후로 참 오랜만에 전경린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듯 하다. <<해변빌라>>는 조금 독특한 책이다. 어떤 큰 사건이 펼쳐질 것만 같지만 큰 갈등없이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여타의 소설이 그러하듯 갈등과 해소 속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며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예견하면서 페이지를 넘기지만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분명 무슨 사건은 일어났지만 사건이라고, 갈등이라고 꼬집을만한 일들이 없다. 그래서인지 심심하다. 그런데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주인공 유지의 '나는 하나의 질문을 입안에 물고 굶주려 죽어가는 새였다.'(본문 22p)라는 말처럼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 하나쯤, 비밀 하나쯤은 가슴 깊숙한 곳에 감추며 살아가고 있기에 유지의 삶 속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우리는 '상대방의 변심은 곁으로 흘러서 지나가게 하고, 거부는 가만히 받아들이고, 비밀은 덮어놓은 것이다' (본문 223p) 라는 작가의 말처럼 여타의 소설이 아닌 유지의 삶처럼 그렇게 받아들이고, 덮어가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이 처음부터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경어체로 시작된 이야기가 갑자기 평어체로 서술되어간다. 뜻밖의 구성에 당혹스러웠던 걸까? 인물관계나 스토리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처음에는 쉽게 몰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에 몰입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유지는 고모부를 아빠로 알고 지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빠는 고모부로, 새침하고 의뭉스럽고 냉정한 노처녀였던 작은 고모는 엄마가 되었다. 윤유지였다가 하루아침에 손유지가 되는 크레바스를 건너게 된 유지는 중학시절 세상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녀는 내면적 소란과 고통 때문에 더욱 피아노에 매달렸다. 생물교사인 이사경은 그런 그녀를 이해해주는 듯 했고, 유지는 그런 이사경을 상대로 맹랑한 음모를 저질렀다. 이사경 앞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이라도 시작하듯 차분하게 교복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 자국과 팬티 자국을 순진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독자라면 누구나 어떤 큰 갈등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사경의 어머니가 주말마다 자신에게 피아노를 배우러 오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왜 이런 식으로 사건은 분명 일어났으나, 일어나지 않은 듯 그렇게 사건을 무마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러한 전개는 추후에도 여러 번 접하게 된다. 이러한 의구심이나 의문을 가진 채 책을 읽다보면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해변 모래사장에 유목이 하나 올라와 있었어요. 유목은 뭉텅하게 잘린 가지 하나를 위로 뻗은 형상으로 사람 크기만 했지만 아무도, 어떤 방법으로도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워 보였어요. 슬픔이라는 단어는 약해요. 비통 같은 현재형도 아니에요. 차라리 바다 전체의 무게로 변한 감정이었어요. 얼마나 오래 바다 밑을 떠돌았는지 나무의 결이 부식되어 켜켜이 부풀었고 나무 표면도 해진 틈 속에 새끼 조개가 다닥다닥 붙어 진액을 빨고 있더군요. (본문 119p)

 

유지는 그렇게 이상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에게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고, 손자인 연조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도 한다. 누구보다 유지를 강하게 추궁하는 생모인 이린을 통해 유지는 이사경과 손이린 사이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간파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유지는 피아노호텔이라는 이름의 학원을 운영하게 된다. 유지와 일본으로 떠난 이린, 피아노의 패잔병들 같았던 남자친구와의 이별, 연조와의 만남, 연조의 아들 환 그리고 해변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어떤 방법으로도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슬픔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경린 작가는 이렇게 타자와는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고 돌아서 가고, 변하는 것은 변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는 최소한만 연루되고, 감정과 시간이 가만히 흐르듯이 그 슬픔들을 담담하게 그려나갔다. 하지만 모호한 것은 담담한 듯 하면서도 결코 담담하지 않은 듯한, 사건이 있지만 없는 듯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경린 작가의 필력인 것인가?

아무리 잔잔한 바다라 할지라도 파도는 친다. <<해변빌라>>는 마치 이런 바다와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무척이나 독특하지만, 그들의 삶이 바로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어 평범하기도 한 작품이다.

 

충돌을 피하고 사건을 자꾸만 주저앉히고 이야기를 자꾸만 무화시키는 사이에도 소설은 흘러가며 구조와 배치와 인물 구성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러니까 억제해도 어쩔 수 없는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소설의 내부에 의식과 시간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그로 인해 인물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 자신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흐름이 바뀌고 구조에 변화가 오고 차이를 만들어내며 재조정된다. 결국 괄호는 열리고 삶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본문 224p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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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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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노래 '네버엔딩 스토리'를 참 좋아한다. 멜로디도 좋지만 희망적인 가사가 참 마음에 드는 곡이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번째 이야기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책을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 곡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책 제목으로 봐서는 해리 미용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는 책 읽기 전부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중학교부터 항공기 승무원이 꿈이었던 친구가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그 꿈을 이루었지만 항공기 사고로 망망대해에서 폭파한 항공기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 친구는 작가에게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잔병같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이 책을 진행하고 있을 때 '세월호'사건이 일어났단다.

 

사고라는 이름으로 묻히지 않아야 할 일들이다. 절대 잊혀서는 안 될 일들이다. 남겨진 이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은 진실이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푸르고 거친 바다에 젊음과 꿈을 묻은 내 친구의 이야기도, 그리고 바다 가운데 묻힌 세월호의 착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영원히 탈고할 수 없는 이유다. (작가의 말 中)

 

아빠가 57세, 엄마가 52세에 주인공 태산이가 태어났고, 아홉 살 되던 해 엄마는 나이 60세 되던 해 봄에 세상을 떠났다. 열여섯 살이 된 태산이의 아빠는 70세가 넘었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고, 아빠는 오래 살아서 태산이가 커서 장가가는 거까지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랬던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었고 태산이는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아가 되었다. 아빠는 형제가 없었고, 엄마의 형제는 아주 먼 시솔에 사는데 왕래가 거의 없었으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누나 한 명은 오래전 어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빠의 장례식은 아빠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가장 친하게 지내던 떡집 아저씨가 처리해주었다. 떡집 아저씨는 누가 뭐라고 꼬드겨도 장사 쌀집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고, 태산이 역시 장사 쌀집은 영원히 아빠의 쌀집이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태껏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엄마의 사촌 동생이라는 오촌 아저씨가 쌀집을 노리고 찾아왔고, 떡집 아저씨는 모든 재산에 대한 권리는 태산이에게 맡긴다고 써놓은 유서가 있을테니 찾아보라고 했다. 아빠의 유서를 찾던 태산은  뒤에 적힌 '태산아. 꼭 여기를 찾아가봐라'라고 적힌 해리 미용실이 찍힌 사진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해서 태산은 부산에 있는 해리 미용실에 찾아가보게 되지만, 미용실 주인은 아빠의 이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소득없이 서울로 돌아온 태산은 쌀집에 눌러앉은 오촌 아저씨와 자신을 양자로 맞이하려는 떡집 아저씨로 인해 혼란스럽다. 태산은 기형과 함께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다시 부산을 찾았으나, 주인 남자는 추모제에 다녀온 후 몇날 며칠째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태산은 주인 남자 옆에서 아픈 그를 도우며 집에 똑같이 있는 십자수에 대해 물어봤지만 해리가 만든 딱 하나 뿐인 십자수라는 것 외에는 알아내지 못했다. 태산은 담임의 권유로 '손으로 말해요'라는 동호회에서 하는 캠프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 변호사로부터 어린시절 파일럿이 되려고 항공학교에 다니는 미용실 주인아줌마의 아들을 만난 에피소드를 듣게 된다. 기형의 고집으로 태산은 방의 도배지와 장판을 바꾸기 위해 장판을 걷어낸 자리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한다. 봉투 안에는 유서가 아닌 종이에 곱게 싸인 사진 한 장이었고, 그 사진에는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생머리의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 사진 뒤에는 '해리와 태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던 태산은 사진첩을 꺼내보게 되고 사진 속 해리가 어렸을 적 사고로 죽었다는 누나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태산은 실타래를 풀어가게 된다.

 

"사람은 말이다. 양파 같은 거다. 여러 개의 껍질로 쌓여 있단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저 밖으로 내보이는 게 내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공부를 못하는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 외모가 딸리면 나는 못생긴 아이, 체격이 왜소하면 나는 그저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지. 반대로 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그게 자신이 가진 전부이고 그걸로 인생을 승부하려고 생각한단다. 태산아. 지금 보이는 네가 전부가 아니다. 나는 네가 너에게 주어진 양파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며 성장하길 바란다. 어려움을 멋겨내면 그와 반대가 기다리고 있고 슬픔을 벗겨내면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이 슬프다고 내일까지 슬픈 법은 없고 지금이 힘들다고 네 앞날이 계속 그렇지는 않을 거야." (본문 168,169)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가족의 죽음으로 남겨진 이들이 겪는 아픔을 그려낸 작품으로 다소 지루하고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숨겨진 가족사라는 소재로 인해 식상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 증폭으로 더 강한 흡입력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해리 미용실의 남자는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그 시간 속에 여전히 갇혀 살고 있었고,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태산은 아빠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아빠가 남긴 글로 인해 진실을 찾고, 남자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려 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네버엔딩 스토리>로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가사처럼 두 사람에게는 살아갈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아픔이라는 한 껍질을 벗겨낸 태산의 성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절망의 시간에 갇혀있기 보다는 그 껍질을 벗겨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하는 것, 그것이 떠난 가족을 위해 남겨진 이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아픔이 진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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