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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평점 :
부활의 노래 '네버엔딩 스토리'를 참 좋아한다. 멜로디도 좋지만 희망적인 가사가 참 마음에 드는 곡이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번째 이야기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책을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 곡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책 제목으로 봐서는 해리 미용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는 책 읽기 전부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중학교부터 항공기 승무원이 꿈이었던 친구가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그 꿈을 이루었지만 항공기 사고로 망망대해에서 폭파한 항공기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 친구는 작가에게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잔병같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이 책을 진행하고 있을 때 '세월호'사건이 일어났단다.
사고라는 이름으로 묻히지 않아야 할 일들이다. 절대 잊혀서는 안 될 일들이다. 남겨진 이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은 진실이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푸르고 거친 바다에 젊음과 꿈을 묻은 내 친구의 이야기도, 그리고 바다 가운데 묻힌 세월호의 착한 아이들의 이야기도 영원히 탈고할 수 없는 이유다. (작가의 말 中)
아빠가 57세, 엄마가 52세에 주인공 태산이가 태어났고, 아홉 살 되던 해 엄마는 나이 60세 되던 해 봄에 세상을 떠났다. 열여섯 살이 된 태산이의 아빠는 70세가 넘었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고, 아빠는 오래 살아서 태산이가 커서 장가가는 거까지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랬던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었고 태산이는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아가 되었다. 아빠는 형제가 없었고, 엄마의 형제는 아주 먼 시솔에 사는데 왕래가 거의 없었으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누나 한 명은 오래전 어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빠의 장례식은 아빠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가장 친하게 지내던 떡집 아저씨가 처리해주었다. 떡집 아저씨는 누가 뭐라고 꼬드겨도 장사 쌀집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고, 태산이 역시 장사 쌀집은 영원히 아빠의 쌀집이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태껏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엄마의 사촌 동생이라는 오촌 아저씨가 쌀집을 노리고 찾아왔고, 떡집 아저씨는 모든 재산에 대한 권리는 태산이에게 맡긴다고 써놓은 유서가 있을테니 찾아보라고 했다. 아빠의 유서를 찾던 태산은 뒤에 적힌 '태산아. 꼭 여기를 찾아가봐라'라고 적힌 해리 미용실이 찍힌 사진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해서 태산은 부산에 있는 해리 미용실에 찾아가보게 되지만, 미용실 주인은 아빠의 이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소득없이 서울로 돌아온 태산은 쌀집에 눌러앉은 오촌 아저씨와 자신을 양자로 맞이하려는 떡집 아저씨로 인해 혼란스럽다. 태산은 기형과 함께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다시 부산을 찾았으나, 주인 남자는 추모제에 다녀온 후 몇날 며칠째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태산은 주인 남자 옆에서 아픈 그를 도우며 집에 똑같이 있는 십자수에 대해 물어봤지만 해리가 만든 딱 하나 뿐인 십자수라는 것 외에는 알아내지 못했다. 태산은 담임의 권유로 '손으로 말해요'라는 동호회에서 하는 캠프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 변호사로부터 어린시절 파일럿이 되려고 항공학교에 다니는 미용실 주인아줌마의 아들을 만난 에피소드를 듣게 된다. 기형의 고집으로 태산은 방의 도배지와 장판을 바꾸기 위해 장판을 걷어낸 자리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한다. 봉투 안에는 유서가 아닌 종이에 곱게 싸인 사진 한 장이었고, 그 사진에는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생머리의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 사진 뒤에는 '해리와 태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던 태산은 사진첩을 꺼내보게 되고 사진 속 해리가 어렸을 적 사고로 죽었다는 누나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태산은 실타래를 풀어가게 된다.
"사람은 말이다. 양파 같은 거다. 여러 개의 껍질로 쌓여 있단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저 밖으로 내보이는 게 내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공부를 못하는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 외모가 딸리면 나는 못생긴 아이, 체격이 왜소하면 나는 그저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지. 반대로 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그게 자신이 가진 전부이고 그걸로 인생을 승부하려고 생각한단다. 태산아. 지금 보이는 네가 전부가 아니다. 나는 네가 너에게 주어진 양파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며 성장하길 바란다. 어려움을 멋겨내면 그와 반대가 기다리고 있고 슬픔을 벗겨내면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이 슬프다고 내일까지 슬픈 법은 없고 지금이 힘들다고 네 앞날이 계속 그렇지는 않을 거야." (본문 168,169)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가족의 죽음으로 남겨진 이들이 겪는 아픔을 그려낸 작품으로 다소 지루하고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숨겨진 가족사라는 소재로 인해 식상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 증폭으로 더 강한 흡입력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해리 미용실의 남자는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그 시간 속에 여전히 갇혀 살고 있었고,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태산은 아빠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아빠가 남긴 글로 인해 진실을 찾고, 남자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려 한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네버엔딩 스토리>로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가사처럼 두 사람에게는 살아갈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아픔이라는 한 껍질을 벗겨낸 태산의 성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절망의 시간에 갇혀있기 보다는 그 껍질을 벗겨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하는 것, 그것이 떠난 가족을 위해 남겨진 이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아픔이 진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