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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천부적인 재능으로 짧은 생에 1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천재 작가 샤오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낯선 작가였기에 1930년대 중국 격변의 시기에 '자유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내달리다 그 정점에서 멈춰버린 천재 작가 샤오홍의 삶'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샤오홍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 <후란 강 이야기><생사의 장>을 집필하였으며, 이런 샤오홍을 문학의 길로 안내한 사람은 샤오쥔과 루쉰이라고 한다. 샤오홍이 살았던 시대를 장막으로 뒤덮인 별밤에 비유한다면, 샤오홍은 초롱불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고 하니, 이런 샤오홍의 삶이 궁금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
샤오홍은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덕에 형편은 나은 편이었으나 가부장적인 가정인 탓에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의 무관심과 냉대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데서 온 결핍은 그녀의 삶을 외로움으로 가득 채우게 만들기도 했지만, 버거운 삶을 견디지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하게 만든 이유로 작용되었던 거 같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유년 시절의 집에서, 그리고 옛날 물건들로 가득 찬 비밀창고 안에서 확실히 자신만의 세계를 찾았고, 훗날 그녀의 문학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공간이 되기는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외로움이 싫었던 샤오홍의 곁에는 늘 할아버지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사랑과 배신을 온몸으로 껵어야 했던 샤오홍은 할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걸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평생 그렇게 남의 말만 들으면서 살 수 없어요. 항상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만 해요. 우리 세대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는 가능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세대를 이어 용감하게 일어나 그들에게 저항하기만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본문 58p)
샤오홍이 열세 살이 되면서 하루 종일 바깥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빠져 있었는데, 혼담이 오갈 수 있는 나이였기에 그녀의 혼사가 결정되어졌다. 샤오홍은 그 혼사를 원치 않았고 어려서부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이제 와서 멋대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치워 버리려고 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자유를 쟁취하고픈 마음이 강했던 샤오홍은 학교를 졸업하고 스물 살이 되지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해 의해 집을 떠났으나 가정이 있는 남자였던 루쩐쑨과의 교제로 괴로워지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또다시 혼사를 거부했고, 집을 나오게 된다.
당시 사회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전통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버리고 사사로운 정 때문에 도망 나온 여자는 인정받지 못했다. 샤오홍이 집에서 도망쳐 나왔던 그 순간, 그녀의 집 대문은 그녀에게서 영원히 닫히고 말았다. 샤오홍은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아를 위해, 그리고 여성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여전사였다. 비록 가족과는 반목하고 원수가 될지언정 그녀에게는 그 어떤 아쉬움도 있을 수 없었다. (본문 61,62p)
거의 사고무친으로 의지할 곳 하나 없었던 그녀는 우연히 약혼자였던 왕언지아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으며 임신을 하게 되지만, 여관 숙박비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돈을 빌리러 간 왕언지아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샤오홍은 신문사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가 샤오쥔을 만나게 된다. 동거를 시작하면서 샤오쥔은 샤오홍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1932년 겨울, 샤오쥔은 권유로 투고하게 되면서 샤오홍과 샤오쥔은 활발한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 샤오쥔의 글 여섯 편과 샤오홍의 글 다섯 편이 실린 합본집 <발섭>은 샤오쥔과 샤오홍의 '살랑의 결정체'였다. 그러나 이 사랑도 흔들리게 되고 결국 인연의 끈을 놓게 된다. 이후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필요했던 두안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샤오홍은 함께 살게 되지만, 샤오홍은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샤오홍은 사랑을 위해 살았고 일생 동안 자유를 갈구했으며, 사랑을 그토록 갈망했지만 늘 그로 말미암아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녀의 재능은 탁월했지만 그녀의 삶은 불행했으니, 역사라는 유구한 강물을 떠돌다 끝내 피안에 돌아오지 못한 여자라면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본문 274p)
샤오홍을 문학계로 이끈 것은 샤오쥔이지만 그는 그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샤오홍의 우수한 문학적 자질과 천부적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루쉰은 샤오홍의 작품을 인정해주었고, 그로 인해 창작에 대한 열정이 타오른 샤오홍은 항쟁과 열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생사의 장>을 쓰게 된다. 루쉰은 샤오홍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사심 없이 사랑해주었으며 그녀가 장차 문단에서 더 큰게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현실이 바뀌기를 희망하면서 세상의 고통을 소재로 글을 쓰곤 했으며, 과거의 아픈 기억들 때문에 의지와 신념을 갖고 '여성해방'을 부르짖게 되었다. 그녀는 남성주의 의식이 여성을 구속하는 굴레라고 느꼈기에 여성의 시각으로 창작을 이어갔으며 그런 노력으로 여성 색채가 묻어나고 여성의식이 짙은 <소성삼월>과 <후란강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인생이 그러했고, 또 여성의식이 짙은 작품을 썼기에 후대인들은 그녀의 이름을 마음속에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자유를 살아하고 의식이 살아 있으며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용감히 전진하는 그녀였기에 그녀의 인생은 여성해방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샤오홍의 인생과 작품은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깊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해답을 제시했다. (본문 339,340p)
어두웠던 유년 시절로 인한 상처로 어른이 되어서는 자유과 사랑을 갈구했던 샤오홍은 나약한 한 여인에 불과해 보이지만, 여성해방을 이야기하고,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며 글을 쓴 모습은 의지와 신념을 갖은 강인한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자유의지로 뭔가를 쟁취하는 행위가 대역부도한 것으로 치부되던 우매하고 무지했던 시절에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좌지우지되는 게 싫었던 샤오홍의 모습은 다소 무모하고 신중해보이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열정은 여성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샤오홍의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삶을 먼저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 지금 그녀의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이 작품 속에 등장했던 많은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자유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내달린 천재 작가 샤오홍의 삶을 통해 나 역시도 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샤오홍의 섬세한 필치를 따라 전쟁의 현장인 둥베이 농촌의 모습을 한꺼풀씩 벗겨내다 보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당시의 시대적 환경과 상황 속에서, 강철같이 강한 전통 세력 앞에서, 인간 본성의 가장 무기력한 부분이 그녀에 의해 여지없이 파헤쳐졌다는 사실을.
샤오홍은 글을 쓰는 이유가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는 동년배 여자들에 비해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이 있다. 그녀는 침착하게 상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사회와 인간 본성의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면을 당당하고 용감하게 파헤쳤다. (본문 3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