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1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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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쓸개>>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웹툰을 즐겨읽는 편은 아니지만, 간혹 단행본으로 출간된 웹툰을 몇 차례 접해본 적이 있었던 터라 영화화가 확정된 <<쓸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더불어 만화가 영화화 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도 여러 차례 있었던 터라 더욱 호감을 가졌던 듯 싶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읽었던 터라 어떤 편견도 없이 오롯이 이 작품 있는 그대로를 접할 수 있었던 점이 내겐 더 좋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제목이 가진 의미가 정말 궁금했는데, 이는 엄마의 고향에서 내려오는 미신에 의해 지어진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엄마는 조선족이었다. 엄마가 살던 고향에선 이런 미신이 있었단다.

아기는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덩이이니,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효도한다.

미신에 따라 분여진 내 이름은 쓸개.

인간의 신체 중, 굳이 필요 없는 장기 하나를 뺀다면 쓸개를 뺀단다.

난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

세상의 기록에..............난 없다. 난 무적자다. (본문 15~17p)

 

주인공인 쓸개는 일생을 식당에서 살았고, 환풍기 사이로 들어오는 한 움큰의 볕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글 속에서 세상을 배운 쓸개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여자 엉덩이를 좋아하는 양아버지인 마오수와 함께 살고 있다. 마오수는 엄마가 연변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도와주었던 남자였다. 그러 던 어느 날, 마오수의 세 번째 마누라의 딸이자 쓸개의 삶과 엮인 다섯 여자 중 한 명인 희재가 돌아왔다. 마오수는 쓸개의 아버지가 아닌 탓에 어미도, 아비도 다른 희재와는 이복 여동생이 아닌 남남이라 해야 더욱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희재 엄마가 식당을 떠나고 희재도 떠났었다. 몇 년 후 연약함에 닮아버린 드센 미소와 다른 눈빛이 되어 다단계 일을 하며 돈 냄재를 잘 맡는다며 다녀갔던 이후로 몇 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날, 죽음을 눈 앞에 둔 마오수는 쓸개에게 금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바다에서 아이와 함께 있던 찐하이징(김해정)을 구한 마오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여인에게는 400kg의 금이 있었고, 해정은 오수의 이름을 따서 '우쇼우' 식당을 차리고 숨어 살았다. 금을 팔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지만, 금을 팔다가 잡히면 죽는다 하였다.

 

 

그 금은....세상에 나오면 안 됐어....지옥은....그때부터였다. (본문 97p)

 

 

 

그렇게 마오수는 죽어가며 쓸개에게 금을 숨긴 장소를 알려주었고, 쓸개는 15년도 더 된 이야기이기에 장물이었던 금은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위험할 게 없으리라 생각했다. 쓸개는 자신의 깔끔하게 세상의 높은 가치로 온당하게 바꾸리라 결심했고, 오래 전 엄마가 종로에서 금괴 30kg을 현금으로 바꾸었던 것처럼 희재와 함께 종로 귀금속 거리로 향한다. 종로에 도착한 쓸개는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한 귀금속 가게에서 엄마의 보자기에 쓰여있던 '세실리아 한복'과 같은 '세실리아 흥업'이 적힌 증정품을 보게 되면서 찝찝함을 느끼게 된다. 그때 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가방 끈이 끊어지면서 금이 노출되자 쓸개와 희재는 경찰과 알 수 없는 인물들로부터 쫓기게 된다. 쓸개는 금을 온당하게 바꿀 수 없음을 깨달았고, 언젠가 신문에서 보았던 내용을 떠올리고는 금을 매집하는 부자를 찾기로 했고,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복형제 마철수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쓸개는 마철수의 소개로 장차식을 만나 거래를 시작하려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쓸개에게는 한 줌의 빛, 글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런 그가 마오수의 죽음으로 알게 된 금 400kg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글자로만 읽었던 세상과 직접 마주하게 된 쓸개, 그가 마주하게 된 세상은 글자 속 세상과 같을까? 금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쫓기게 된 쓸개의 세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흥미진진함에 너무도 빠르게 읽어내려간 1권이었다. 2권에서는 어떤 긴장감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님에도 너무 흥미롭게 읽은 책 <<쓸개>>, 난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느끼기 위해 서둘러 2권을 펼쳐들었다.

 

(이미지출처: '쓸개_1'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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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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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곳에 삼악산이 있었다.(본문 9p) 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경사가 완만하고 바위도 적고 아래에 너른 개천이 흐르고 있는 남쪽 면을 복개해 산복도로를 만들면서 생겨난 동네인 삼악동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이 곳은 산복도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수많은 다리만 안 보인다 뿐 꿈틀거리는 긴 벌레처럼 보인다고 하여 삼악동이란 이름을 놔두고 삼벌레 고개라 불렸다. 경사를 끼고 형성된 모든 동네가 그렇듯 재산의 등급과 등고선의 높이는 반비례 했는데, 여기는 주택의 소유자와 거주자의 관계가 복잡해지는 중턱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커다란 은행나무 옆에 말라붙어 못 쓰게 된 우물 앞에 있어 우물집이라 불리는 김순분의 집이 그 중심이 된다.

 

흙으로 만든 인형을 뜻하는 '토우'의 집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여 서둘러 읽어보게 된 책이다. 소설은 우물집의 주인 아들 은철과 우물집으로 이사오게 된 새댁네라 불리는 작은 딸 원의 우정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싶었으나, 한 순간 인민혁명당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비극으로 넘어가면서 고통과 슬픔이 책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비로소 토우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었으나 책을 내려놓을 때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 바로 <<토우의 집>>이다.

 

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가팔라 모르네

남쪽은 산을 파내고 큰 길을 뚫어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었지

그래 봤자 동네 이름이 삼벌레고개

 

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 봤자 토우의 집은 캄캄한 무덤 (본문 331,332p)

 

우물집 큰 아들 금철은 새댁네 큰 딸 영에게, 작은 아들 은철은 작은 딸 원에게 호감을 갖는다. 일곱 살 동갑내기인 은철과 원은 목숨을 바치는 스파이가 되기로 하고, 두 아이는 어른들의 행동을 조심스레 감시한다. 두 아이는 다른 사람 얘기를 엿들어서 비밀을 알아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려내어 벽돌을 갈아 독약을 만드면서 복수를 감행하곤 했다. 그들을 통해 독자들은 동네 사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은철은 스파이놀이를 하면서부터 삼벌레고개가 돌연 불길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에 휩싸인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는 동갑내기 소년 소녀의 재미있는 일상을 담은 이야기 속에서도 갑자기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조금은 불길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분위기와도 닮아 있다. 스파이놀이로 은철은 영의 아버지가 도둑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들의 수집한 정보로 미루어 봐도 아버지 덕규가 '한 식구'라고 일컫는 무리는 수상쩍었다.

 

육체적으로도 고달팠고 정신적으로도 고달팠던 스파이놀이에 점점 흥미를 잃어갈 때 쯤 은철은 시간만 나면 새댁네로 뛰어가 은행놀이를 하거나 새댁아줌마가 들려주는 효자 효녀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은 양 소매와 치맛단에 흰 레이스가 달린 빨간 원피스를 입은 인형을 선물받고, 희라는 이름을 붙혀준다. 그렇게 세 딸의 이름은 '영, 원, 희'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졌다.

한편,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코다칠 일밖에 없는 눈꼴신 아랫동네 부유층 자제들 앞에서 중턱의 소년들은 고난도의 재주와 무적의 용기를 과시함으로써 그들을 주눅들이고 우월감을 맛보곤 했는데, 그날따라 개천가에 유난히 많이 모여든 똘마니들을 보자 가벼운 흥분을 느낀 금철은 은철을 안고 넓은 폭의 개천을 뛰어넘으려 하고, 그 일로 은철은 바닥에 추락하면서 다리를 크게 다치게 된다.

 

갑자기 '소라 껍데기 속의 안일을 청산하고'라는 오래된 선언문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덕규는 지금 자신에게도 저들로부터 몸을 숨길 단단한 껍데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본문 251p)

 

시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김밥을 싸서 산에 가기로 한 새댁네는 아버지 덕규가 이십대 후반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끌려가게 되면서 무산된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빨갱이 식구들은 당장 동네에서 몰아내는 게 상수라고 했으며, 새댁이 골목을 지나간 후면 언제나 통장집이 나와 소금을 뿌리곤 했다. 그 뒤 새댁 역시 붙들려 갔다가 걷지도 못하고 형사들에게 질질 끌려 나흘 만에 풀려 나왔다.

 

순분은 두 아이를 안고 눈물을 훔치면서 원이 던진 수수께끼 같은 말을 생각했다. 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찔깃한 놈도 있고 보들한 놈도 있고, 그렇게 다 있다고 했지. 눌은 놈 덜 된 놈 찔깃한 놈 보들한 놈. 순분은 그게 마치 사내들에 대한 형용 같다고 생각했다. 서슬이 퍼래서 당장 빨갱이 집을 쫓아내자고 설치고 다니는 통장 박가 같은 놈은 어떤 놈일 것이며, 밤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새댁네를 어떻게 내보낼 수 없을까 궁리하는 자기 남편 같은 놈은 어떤 놈일까. 같은 놈일까 다른 놈일까. 눌은 놈도 덜 된 놈도, 찔깃한 놈도 보들한 놈도, 어차피 그놈이 그놈 같았다. (본문 276p)

 

작가 권여선은 이 작품을 통해 한 가족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을 세밀하게 그리려 했다고 한다. 유신이 선포된 이후 유신반대투쟁이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중앙정보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23명을 구속, 그 중 8명은 사형 선고를 받은지 만 하루도 안되어서 형이 집행되었다. 유신 정권의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인 인혁당 사건으로 원의 아버지는 그렇게 딸들의 이름처럼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로인해 이 가족이 겪게 된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담담하게 그려진 이야기는 어느 순간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애쓰던 사람들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은 그들이 조금씩 일궈놓은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국가폭력에 의해 토우가 되어 캄캄한 무덤에서 살아가게 된 이들, 그들의 고통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지금은 흐릿해져버린 이야기들, 그래도 그 기억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토우의 집>>은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을 되새겨보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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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 《목욕의 신》ㆍ《삼봉이발소》 등 인기 웹툰 작가 하일권의 첫 그림책
하일권 글.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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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노란색 고양이는 화를 내고 있고, 검은 색 고양이는 미소를 짓고 있네요. 책 표지만 봐도 재미있을 거 같은 이 책은 인기 웹툰 [목욕의 신] [삼봉이발소]등 인기 웹툰 하일권 작가의 첫 그림책 <<앙숙>>입니다. 노란색 줄무늬 고양이 이름은 데레입니다. 데레는 소시지, 햇빛, 종이 상자, 장난감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마 아빠와 노는 것이지요. 아침에 나가서 밤에 돌아오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데레는 엄마 아빠의 칭찬을 받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집을 지켰습니다. 혼자 밥도 먹고, 기지개도 켜고, 뒹굴뒹굴 운동도 하고, 엄마 아빠에게 줄 선물로 벌레도 잡아두었지요. 데레는 엄마 아빠가 무엇을 선물해줄지를 생각하며 엄마 아빠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선물은 뜻밖에도 엄마 품에 안겨있는 처음보는 고양이네요. 다리도 길고, 날씬하고 허리가 멋들어지게 위로 휜 고양이의 이름은 천사입니다.

 

 

 

천사가 폴짝 뛰어올라 아빠 품에 앉자,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데레는 천사의 꼬리를 물었지요. 하지만 사이좋게 지내라며 엄마에게 혼만 났습니다. 다음 날, 엄마 아빠는 또 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엄마는 데레에게 천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지만 데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요. 엄마 아빠가 집을 나가자 천사는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엄마와 화장대와 아빠의 책상, 부엌의 싱크대에 올라가 사고를 쳤고, 데레의 밥을 빼앗아먹었으며 데레 화장실에 똥을 쌌지요. 천사는 이번에 화장실에 가 세면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수도꼭지를 건들기도 했어요. 그 바람에 데레는 물벼락을 맞게 되었지요. 엄마 아빠가 함께 돌아와 데레는 그동안의 일을 일렀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천사 대신 데레가 혼이 났습니다. 데레는 정말 너무너무 억울했습니다. 더군다나 아무 짓도 안 한 척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는 천사를 보자 더 화가 났지요.

 

 

 

다음 날, 엄마 아빠는 또 일을 하러 집을 나섰습니다. 엄마는 데레에게 어제처럼 말썽피우지 말고 천사랑 잘 있으라 하시네요. 데레는 걱정말라고 대답했지만 엄마가 나가자마자 천사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천사의 밥을 다 빼앗아 먹고, 천사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지요. 그때서야 화가 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열린 창틈으로  참새 한 마리가 집 안으로 들어와 집 안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책장에 있는 책을 떨어뜨리고, 선반에 있는 액자도 떨어뜨리자, 데레는 집을 지켜내기 위해 책장으로 올가가기 시작했습니다. 뚱뚱한 몸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책장 끝까지 올라가 참새를 쫓아내려던 찰나 참새가 다시 창 밖으로 날아가려고 날개짓을 했고, 깜짝 놀란 데레는 발을 헛디뎌 꼭대기에서 떨어지고 말았지요. 하지만 다행이 천사가 빨리 뛰어와서 데레를 자기 몸으로 받쳐 주어 데레는 많이 다치지 않았어요.

 

 

 

천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데레를 구해주느라 멋드러진 허리는 휘어버렸습니다. 데레는 정말 미안해했지요. 데레는 자신을 구해준 천사를 핥아주었고, 천사도 기쁜지 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 간 천사가 미웠던 데레는 천사와 앙숙이 됩니다. 천사 때문에 억울하게 혼이 나기도 했으니 데레의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닙니다. 비록 두 고양이 사이에 전쟁(?)은 있었지만 둘은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네요. 데레와 천사의 이야기를 가만히 바라보면 형제 사이의 관계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혼자 사랑을 받았던 아이들은 동생이 생기면서 질투를 하게 되고, 괜시리 괴롭히기도 합니다. 천사 때문에 억울하게 혼난 데레는 누나이기에, 형이기에 더 혼나곤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네요. 데레와 천사 두 고양이의 귀엽고 앙증맞은 재미있는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이처럼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후사정도 모른 채 데레를 혼낸 엄마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읽어보면 더욱 좋을 그림책이네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아요.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 아이들의 전쟁도 데레와 천사처럼 끝이 날 수 있겠지요?

 

(이미지출처: '앙숙'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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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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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적인 재능으로 짧은 생에 1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천재 작가 샤오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낯선 작가였기에 1930년대 중국 격변의 시기에 '자유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내달리다 그 정점에서 멈춰버린 천재 작가 샤오홍의 삶'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샤오홍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 <후란 강 이야기><생사의 장>을 집필하였으며, 이런 샤오홍을 문학의 길로 안내한 사람은 샤오쥔과 루쉰이라고 한다. 샤오홍이 살았던 시대를 장막으로 뒤덮인 별밤에 비유한다면, 샤오홍은 초롱불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고 하니, 이런 샤오홍의 삶이 궁금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

 

샤오홍은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덕에 형편은 나은 편이었으나 가부장적인 가정인 탓에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의 무관심과 냉대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데서 온 결핍은 그녀의 삶을 외로움으로 가득 채우게 만들기도 했지만, 버거운 삶을 견디지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하게 만든 이유로 작용되었던 거 같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유년 시절의 집에서, 그리고 옛날 물건들로 가득 찬 비밀창고 안에서 확실히 자신만의 세계를 찾았고, 훗날 그녀의 문학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공간이 되기는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외로움이 싫었던 샤오홍의 곁에는 늘 할아버지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사랑과 배신을 온몸으로 껵어야 했던 샤오홍은 할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걸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평생 그렇게 남의 말만 들으면서 살 수 없어요. 항상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만 해요. 우리 세대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는 가능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세대를 이어 용감하게 일어나 그들에게 저항하기만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본문 58p)

 

샤오홍이 열세 살이 되면서 하루 종일 바깥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빠져 있었는데, 혼담이 오갈 수 있는 나이였기에 그녀의 혼사가 결정되어졌다. 샤오홍은 그 혼사를 원치 않았고 어려서부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이제 와서 멋대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치워 버리려고 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자유를 쟁취하고픈 마음이 강했던 샤오홍은 학교를 졸업하고 스물 살이 되지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해 의해 집을 떠났으나 가정이 있는 남자였던 루쩐쑨과의 교제로 괴로워지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또다시 혼사를 거부했고, 집을 나오게 된다.

 

당시 사회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전통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버리고 사사로운 정 때문에 도망 나온 여자는 인정받지 못했다. 샤오홍이 집에서 도망쳐 나왔던 그 순간, 그녀의 집 대문은 그녀에게서 영원히 닫히고 말았다. 샤오홍은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아를 위해, 그리고 여성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여전사였다. 비록 가족과는 반목하고 원수가 될지언정 그녀에게는 그 어떤 아쉬움도 있을 수 없었다. (본문 61,62p)

 

거의 사고무친으로 의지할 곳 하나 없었던 그녀는 우연히 약혼자였던 왕언지아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으며 임신을 하게 되지만, 여관 숙박비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돈을 빌리러 간 왕언지아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샤오홍은 신문사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가 샤오쥔을 만나게 된다. 동거를 시작하면서 샤오쥔은 샤오홍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1932년 겨울, 샤오쥔은 권유로 투고하게 되면서 샤오홍과 샤오쥔은 활발한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 샤오쥔의 글 여섯 편과 샤오홍의 글 다섯 편이 실린 합본집 <발섭>은 샤오쥔과 샤오홍의 '살랑의 결정체'였다. 그러나 이 사랑도 흔들리게 되고 결국 인연의 끈을 놓게 된다. 이후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필요했던 두안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샤오홍은 함께 살게 되지만, 샤오홍은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샤오홍은 사랑을 위해 살았고 일생 동안 자유를 갈구했으며, 사랑을 그토록 갈망했지만 늘 그로 말미암아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녀의 재능은 탁월했지만 그녀의 삶은 불행했으니, 역사라는 유구한 강물을 떠돌다 끝내 피안에 돌아오지 못한 여자라면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본문 274p)

 

샤오홍을 문학계로 이끈 것은 샤오쥔이지만 그는 그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샤오홍의 우수한 문학적 자질과 천부적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루쉰은 샤오홍의 작품을 인정해주었고, 그로 인해 창작에 대한 열정이 타오른 샤오홍은 항쟁과 열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생사의 장>을 쓰게 된다. 루쉰은 샤오홍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사심 없이 사랑해주었으며 그녀가 장차 문단에서 더 큰게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현실이 바뀌기를 희망하면서 세상의 고통을 소재로 글을 쓰곤 했으며, 과거의 아픈 기억들 때문에 의지와 신념을 갖고 '여성해방'을 부르짖게 되었다. 그녀는 남성주의 의식이 여성을 구속하는 굴레라고 느꼈기에 여성의 시각으로 창작을 이어갔으며 그런 노력으로 여성 색채가 묻어나고 여성의식이 짙은 <소성삼월>과 <후란강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인생이 그러했고, 또 여성의식이 짙은 작품을 썼기에 후대인들은 그녀의 이름을 마음속에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자유를 살아하고 의식이 살아 있으며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용감히 전진하는 그녀였기에 그녀의 인생은 여성해방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샤오홍의 인생과 작품은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깊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해답을 제시했다. (본문 339,340p)

 

어두웠던 유년 시절로 인한 상처로 어른이 되어서는 자유과 사랑을 갈구했던 샤오홍은 나약한 한 여인에 불과해 보이지만, 여성해방을 이야기하고,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며 글을 쓴 모습은 의지와 신념을 갖은 강인한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자유의지로 뭔가를 쟁취하는 행위가 대역부도한 것으로 치부되던 우매하고 무지했던 시절에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좌지우지되는 게 싫었던 샤오홍의 모습은 다소 무모하고 신중해보이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열정은 여성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샤오홍의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삶을 먼저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 지금 그녀의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이 작품 속에 등장했던 많은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자유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내달린 천재 작가 샤오홍의 삶을 통해 나 역시도 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샤오홍의 섬세한 필치를 따라 전쟁의 현장인 둥베이 농촌의 모습을 한꺼풀씩 벗겨내다 보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당시의 시대적 환경과 상황 속에서, 강철같이 강한 전통 세력 앞에서, 인간 본성의 가장 무기력한 부분이 그녀에 의해 여지없이 파헤쳐졌다는 사실을.

샤오홍은 글을 쓰는 이유가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는 동년배 여자들에 비해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이 있다. 그녀는 침착하게 상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사회와 인간 본성의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면을 당당하고 용감하게 파헤쳤다. (본문 3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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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둘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7.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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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사과쟁이
박혜숙 지음, 주미 그림 / 머스트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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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뭐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의 비밀
최승필 지음, 한지혜 그림, 김신연 감수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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