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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발 카페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1
김미희 지음, 정문주 그림 / 휴먼어린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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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출간된 책들을 살펴보던 중 재미있는 책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고발 카페>>라니요? 사실 책 제목이 재미있어서라기보다 누군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이런 카페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도 카페에 가입해서 엄마의 잘못을 고발했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숙제해라, 씻어라, 책 읽어라, 빨리빨리 해라…… 등 매일같이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기본이요, 아이들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으면서 엄마인 내 실수는 한 마디의 사과없이 얼렁뚱땅 넘기는 일도 다반사이고, 직장을 핑계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혹시 저자가 우리 집을 모델로 써놓은 것은 아닐까 싶어 책을 읽기도 전에 괜시리 걱정부터 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2학년인 이분홍입니다. 동생의 이름은 여섯 살 이빨강이고 엄마의 이름은 금보라네요. 예쁜 색으로 지어진 정말 예쁜 이름이군요. 분홍이는 엊그제 숙제를 하면서 '엄마 고발 카페', 줄여서 '엄고카'를 알게 되었어요. 회원 수가 무려 2015명이나 되었지요. 분홍이가 큰맘 먹고 카페에 가입하자 카페지기에게 가입 축하 쪽지가 왔습니다. 글 세 개를 엄선해 올리면 정회원으로 등업이 되고, 정회원이 되면 캉캉 캐시 5000점을, 정회원부터는 글 한 개 올릴 때마다 팡팡 캐시 1000점씩을 준다네요. 이 캐시면 가상 쇼핑몰에서 모델 꾸밀 아이템을 열 개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분홍이는 눈이 동그래졌지요. 분홍이는 글을 쓰기에 앞서 게시판에 어떤 글이 올라와 있는지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엄마의 건망증을 고발한 글, 엄마 때문에 제라늄들이 임종을 맞이한 일들이 재미있게 쓰여져 있었지요.

 

 

 

분홍이는 학원에서 돌아와 엄마가 빨강이 유치원 엄마들 모임에 간 사이에 엄마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일요일이면서 삼일절이었던 날, 엄마 아빠는 늦잠을 자고 있었지요. 분홍이는 친구들과 교회에서 만나 아침밥을 먹기로 약속했기에 빨강이와 함께 교회로 갔습니다. 여느 휴일처럼 늦게 일어난 엄마는 아이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 걱정하다가 초등학생이 유괴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해 아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자 구둣주걱으로 손바닥을 때리셨죠. 아침밥도 안주고 늦잠을 잔 엄마이면 말이에요. 아이들이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자 엄마가 방에 들어왔고, 분홍이는 때리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아 자는 척을 했습니다. 엄마는 분홍이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일기장을 들춰 읽었지요. 그동안 안 읽은 척 연기하더니 딱 걸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일기를 읽으면 엄마도 느끼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에 분홍이는 눈감아 주기로 했지요.

 

 

 

분홍이는 댓글을 확인하고 2탄을 쓰기로 했습니다. 빨강이와 전화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일이었지요. 그 날 저녁은 할머니가 오셔서 아이들 방에서 같이 잤답니다. 헌데 엄마는 그날도 또 분홍이의 일기장을 훔쳐보았고,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한테까지 보여드렸지요. 하지만 일기를 읽으시더니 할아버지가 보고싶어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에게 엄마는 아이들이 전화 놀이를 하듯 할머니를 달래주시네요. 사실 이 사건은 흉을 본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글이 아닐까 싶네요. 분홍이 엄마는 정말 너무 착~한 엄마가 아닌가요. 왠지 저는 분홍이가 엄마 칭찬을 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어쨌거나, '인형 패션모델 선발 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 분홍이는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려던 이야기를 3탄으로 올리게 됩니다. 분홍이와 빨강이가 싸우자 엄마는《공주들은 다 모인 공주 백과사전》에 나오는 '한 몸 왕국'의 공주처럼 빨강이와 분홍이의 등을 맞대어 세운 후 허리에 목도리를 친친 감아 묶어버렸답니다. 한 몸이 되자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고, 분홍이는 이 날의 일들도 일기장에 기록했습니다. 헌데 그날 쓴 일기는 엄마가 아닌 아빠가 읽었네요. '사생활 침해'를 외치는 아빠가 말이에요. 세 개의 글을 올림으로써 분홍이는 이제 정회원으로 등급되었지요. 헌데 이상합니다. 엄마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이 스스르 풀어졌네요.

 

 

 

여러분도 보셨지만 우리 엄마랑 같이 산다면 열 개 채우는 거야 뭐 어렵겠어요?

하지만 다른 엄마를 고르면 지금 우리 엄마는 어떡해요? 솔직히 우리 엄마가 좋을 때도 많거든요. 엄마를 바꾸는 건 간단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여러분, 엄마 때문에 속상하죠? 여기 오면 엄마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질 거예요.

그럼, 엄마 고발 카페에서 만나요! (본문 96p)

 

분홍이는 이렇게 '엄마 고발 카페'에서 엄마 흉을 마음껏 본답니다. 헌데 이상하게도 엄마 흉을 보는 것 같지가 않네요. 분홍이의 글 속에서 엄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타인에게 화가 나고, 속상할 때 폭풍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 새 화가 풀려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카페나 혹은 일기장에 엄마 흉을 보다보면 어느 새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이죠. 언제였을까요? 큰 아이와 말다툼을 한 뒤 아이가 친구와 함께 엄마 흉을 보는 걸 우연히 듣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런 딸이 너무 미웠지요. 헌데 이 동화책을 읽다보니 아이가 단순히 엄마가 밉기만 해서 흉을 본 것만은 아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잠시나마 아이를 미워한 제가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졌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엄마 고발 카페'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엄마에게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속시원한 통쾌함을 주고 있네요. 그렇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또 확인하게 됩니다.

 

 

 

엄마를 흉보기 위한 공간이었던 <<엄마 고발 카페>>는 분홍이에게 엄마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공간이 되었네요. 이런 공간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엄마인 저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이 어렵고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이죠. 저의 잘못과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이 동화책을 읽기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배워나가고 고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유쾌상쾌통쾌함을 느끼게 해줄 <<엄마 고발 카페>>였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이미지출처: '엄마 고발 카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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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셋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7.12~7.18)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앙숙- 《목욕의 신》ㆍ《삼봉이발소》 등 인기 웹툰 작가 하일권의 첫 그림책
하일권 글.그림 / 소담주니어 / 2015년 5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인사이드 아웃 (디즈니 무비 클로즈업)
디즈니 글.그림, 성초림 옮김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5년 6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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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밥상
이상권 지음, 이영균 사진 / 다산책방 / 2015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절판

마법의 정리 수납 시스템- 살림이 10배 더 쉬워지는
Mk 지음, 안은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5년 6월
12,900원 → 11,61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15년 07월 2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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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미완성 천사 일공일삼 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원열 옮김 / 비룡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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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상, 카네기 상 수상 작가 샤론 크리치. 낯설지 않은 작가의 이름에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어본 것은 <두 개의 달 위를 걷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작가는 이 책으로 뉴베리 상을 수상했고 난 이 책으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우리 동네 미완성 천사>>를 통해 이 작가와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화자는 천사 자신이다. 화자는 자신을 천사라 소개하고 있지만, 특별 임무 같은 걸 받지도 않았기에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천사는 그저 카사 로사의 돌탑에서 빈둥거리며 자신의 임무가 뭔지 알아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까다롭고 성격이 나쁘고, 다른 사람들을 아주 못살게 구는 디비노 부인과 말썽을 피우고는 다른 애들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절대, 절대로 말을 듣지 않은 다비노 부인의 손자 비니 때문에 가끔 바쁠 때도 있지만, 천사는 세상에 온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저 디비노 가족 뒤치다꺼리를 하고, 디비노 가족이 다른 인간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가끔 꼬집어 주는 것이 자신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그래서 천사는 생각한다. 자신은 미완성 천사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천사는 디비노 가족 머리에다 솔방울을 던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솔방울을 던지고 싶은 머리가 또 있다. 바로 카사 로사로 이사온 미국인 포모도로랑 그 사람 딸로 추측되는 졸라이다. 포모도로 씨는 이곳에 학교를 만들어 전 세계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졸라는 카사 로사에 온 첫날 밤, 천사가 사는 탑에 올라왔고 천사를 보고도 전혀 놀란 기색없이 "천사야?"라고 물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천사인 걸 모르고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졸라는 단 번에 천사를 알아봤으며 우리가 한 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졸라는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라와서는 헛간에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싫어 못 들은 척 했지만, 졸라는 천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천사는 쓰러져 가는 창고에 살고 있는 여러 명의 아이들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바로잡는 존재여야 하지 않냐고 다그친다. 그렇게 천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창고의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굶주린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사람들 머릿속에 굶주린 아이들을 보여 준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사람들은 자신의 없어진 물건들을 아이들이 훔쳐간 거라 생각하고 경찰을 부르면서 상황은 악화된다. 졸라의 애원에 천사는 아이들을 자신의 탑 아래층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리고 천사는 굶주린 아이들을 포모도로 학교에서 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면서 포모도로 씨도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경찰이 아이들을 경찰서에 데려가려 했지만 다행이 공식적인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돌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게 되고, 포모도로 씨는 아이들을 깨끗한 옷을 입혀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 집 저집에 들러 아이들이 가져간 물건들을 돌려준다. 그리고 이제 천사와 졸라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아이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다시 하수구에서 살 필요가 없도록 힘을 모으도록 한다. 그렇게 마을은 서로를 도우며 행복을 일궈나간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던 이 마을을 깨우고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 마치 산 위에서 마법의 가루를 뿌리는 것 같아. (본문 173p)

 

사람들은 정말 미완성이야! 아. 사람들이란! 천사들이란! (본문 177p) 천사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미완성이라고. 이렇게 사람들은 미완성 존재이기 때문에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서로 도우며 부족한 점을 서로 메워갈 때 행복은 만들어지는 것일 게다. 각각의 개개인은 미완성이지만 하나의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할 때 그 가족에게 실로 엄청한 행복의 마법 가루가 만들어지는 것을 생각해보라. 이처럼 미완성인 우리가 함께할 때면 행복도, 활력도 만들지는 것 아닐까. 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며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샤론 크리치는 미완성 천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미완성이기에 더 사랑스러운 천사, 통통튀는 매력을 가진 졸라 그리고 선한 마음을 가진 마을 사람들, 이들이 함께하기에 <<우리 동네 미완성 천사>>책도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각각의 캐릭터는 미완성이지만 그들이 힘을 합치자 멋진 스토리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함께'가 주는 '마법'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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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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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두 아이가 사투를 별이는 무거운 이야기와 거기에 적합한 극적 구성, 거친 문체, 상징과 은유, 시적 언어와, 동시에 문명사회의 풍요와 빈곤의 부조리를 다루는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문제작이다. (표지 中)

 

유럽 유수 언론의 격찬을 받은 에스파냐의 사무엘 베케트, '이반 레팔라'의 문제작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극단의 절망에 놓인 형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잔혹 우화라고 한다. 처음 접해 본 에스파냐의 작품이자 이반 레팔라의 작품이었는데 굉장히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철학적인 느낌을 주지만 마지막 반전에서는 서스펜스 느낌을 주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옮긴이는 이 책에 대해 독자에게 두 가지 방식의 책읽기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이야기 그 자체를 읽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책에서 다분히 드러나는 작가의 메시지를 염두에 두며 읽는 것.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한 반전과 매력을 지닌 작품이었는데, 작가의 메시지를 염두해 읽는다면 세상의 부조리에 씁쓸해지는 그리하여 실로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자유무역과 자유시장 시스템에서, 가난한 나라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나라들이 부자라서 가난한 게 아니다.

만일 다른 나라들이 덜 부자였다면, 가난한 나라들은 모두 가능성과 더불어 훨씬 더 가난했을 것이다. -마거릿 대처

 

"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 거야." (본문 8p)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두 아이는 숲 한복판 깊이가 7미터 정도 되는 우물에 빠져있다. 우물은 사방이 축축한 흙과 뿌리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벽이 위쪽으로 비좁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흡사 꼭대기가 잘려나간 피라미드 형태였고, 우물 바닥에는 먼 발원지에서 수막을 따라 여과되며 강으로 흘러드는 시커먼 물이 고여 있으며, 그 웅덩이는 부글부글 끓으면서 거품과 함께 유칼리나무 향기를 내뿜고 있다. 형과 동생은 우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결국 빠져나가지 못했다. 두 아이는 어떻게 우물에 갇히게 된 걸까? 궁금증에 서둘러 책을 더 읽어내려가지만 우물 안에서의 고통스러운 상황만 전해질 뿐 아이들이 우물에 갇히게 된 경위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굵은 뿌리를 외투 삼아 눈을 붙이고 아침이 되자 동생이 배고프다고 보채기 시작한다. 형은 여길 빠져나가면 먹게 된다고 달래지만 동생은 배고파서 속이 쓰리다며 가방 속에 있는 빵을 먹자고 한다. 손도 대지 않은 채 진흙이 잔뜩 묻은 가방은 한쪽 구석에 처박히듯 놓여 있다. 형은 단호하다.

 

"저건 엄마 거야."

형의 목소리가 사뭇 단호하다.

동생은 분노와 체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는다. (본문 12p)

 

형제는 간간이 먹을거리를 사러 집을 나섰고, 어떨 때는 시간을 아끼려고 숲을 관통하곤 했다. 한나절이 걸리는 길이었다. 이쯤에서 나는 생각해본다. 이렇게 먹을거리를 사러 집을 나섰던 두 아이는 숲을 관통해 걸어다가 우물에 빠졌고, 가방에 있는 빵 덩어리 하나와 말린 토마토는 엄마의 몫인가 보라고. 이제야 두 아이가 우물에 빠진 이유를 나 나름대로 해석할 법한 내용이 나왔다. 아이들은 흙냄새가 나는 물을 마시고, 손으로 짓누른 개미와 퍼런 달팽이, 이름도 모르는 조그맣고 누런 벌레, 보드라운 뿌리, 깨알만한 유충을 먹으며 버틴다. 가방 속 빵 덩이리 하나와 말린 토마토 몇 개, 무화과 몇 개, 치즈 한 조각을 아쉬워하는 동생을 향해 형은 가방은 해결책이 아니라며 뺨을 후려친다.

 

"네가 알아야 할 게 있는데,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치는 아이는 바로 나야. 말발굽으로 신을 만들려고. 그래서 내가 밟고 다닌 곳은 더 이상 풀이 나지 않았어. 비열한 자들은 나를 마치 신의 채찍인 양 두려워하더군. 내가 세상으로 긴 여행을 떠나 그들의 땅과 씨앗을 말라붙게 만들었거든." (본문 62p)

 

몇 년 전, 그러니까 내가 이미 늙었을 때, 나는 그 말굽 신발을 벗었지. 유년 시절 이후 처음이었어. 내 발은 여전히 작더라고.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고 냄새도 좋았고. 그래서 나는 그 신발을 철 상자 속의 은 상자 속의 금 상자 속에 넣은 다음, 옛날 집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는, 숲 속 어떤 우물 속에 파묻었어. 아무도 내 신발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내 두 아들놈과 함께 말이지." (본문 65p)

 

 

 

사흘째, 동생은 벌레와 곤충, 온갖 뿌리를 모아 셔츠에 넣고서 빵빵한 덩어리로 변할 때까지 짓이기고 빻고, 형은 더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운동을 한다. 우물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지나자 허약한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들이 우물가로 찾아왔고, 우물은 바싹 말라 나흘 째 물 한 방울 구하지 못한 채 입에서 석탄 냄새가 날 때까지 벽에 붙은 뿌리를 빨아댔다. 동생은 몸이 안 좋아지고 환각에 빠진다. 그렇게 죽음이 우물 언저리에 그 모습을 드러낼 즈음, 폭풍우가 몰아친다. 동생은 차춤 죽어가고, 형은 죽어가는 동생의 목숨을 지키고 있다. 이제 동생은 형을 쳐다보지만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형은 동생에게 사람을 죽이는 법을 가르치고, 동생은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가 바로 자신이라 고백한다.

 

굶주림과 탈진 상태가 계속되고, 동생은 실어증과 섬망증상을 보인다. 형은 혈뇨가 나오자 최후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예감한다. 급기야 동생은 죽여달라고 한다. 위로 못 나가면 지렁이처럼 땅을 뚫어서 밑으로라도 나가겠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 형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준비해, 6일 이내에 널 내보낼 테니까." (본문 123p)

 

마지막 닷새, 형은 동생이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도록 힘썼고,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다짐을 받는다. 그리고 우물 속에서 보낸 첫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애썼던 것처럼. 과거로 돌아갔지만 그들은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동생은 풀밭 위에 착지한다. 그리고 그들의 약속이 무엇이었는지와 우물가에 빠지게 된 반전 이유가 드러난다. 무섭다. 잔혹하다.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두 아이들의 처연함과 눈물겨운 우애 그리고 반전에서 보여주는 잔혹함은 무섭도록 긴장감을 선보이며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렇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이 이야기는 세스펜스와 강렬한 반전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저 나름대로의 짐작으로 넘겼던 그들의 대화는 나중에 아! 라는 탄식과 함께 비로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 속에 문명사회의 부조리를 담아냈다. 표지를 넘기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마거릿 대처의 말을 그냥 무심코 넘겼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모든 게 끝장이라는 식으로 살진 않아. 살다 보면, 삶이 이런 저런 조건을 제시할 때가 있어. 유일한 수단으로 과격한 행동이나 유별난 희생을 요구하면서. 물론 나는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럼에도 견딜 수 없는 건, 이 우물처럼 황폐한 땅에서 자라는 너를 그냥 두고만 봐야 한다는 거야. 문명의 나약함 때문에 평화롭지 못하게 살다 죽는 곳, 절대 싹을 틔우지 못하는 들판의 꽃처럼 너를 여위게 만드는 공동묘지 같은 곳에서 말이지. 너무나도 작은 세상이 너를 죽게 만든 거야." (본문 90,91p)

 

절망에 놓인 형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보여주고자 한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놀라운 반전과 거대한 은유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형제의 모습은 무시무시한 권력과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소시민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랬다. 우물 밖은 권력의 세계였으며, 우물 안은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물 밖으로 나가기 위한 두 아이의 사투, 그것은 불편하지만 바로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런지.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읽힌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그것은 독자의 마음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읽든지 충분히 이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놀라운 작품이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미지출처: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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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노트 청소년오딧세이
구사노 다키 지음, 고향옥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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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가 십대의 소녀들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 인상적인 책이다.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청소년 문학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다. <알함브라 궁전으로 가는 길>을 통해 크레용하우스의 <청소년오딧세이> 시리즈를 처음 접해본 후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이번에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주인공 사토코를 통한 성장 이야기 <<해피 노트>>를 통해 다시 만나보게 되었다. 책을 받고나니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뒷표지 속 남자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뒤돌아 있다. 무슨 일일까? 궁금증에 서둘러 책을 펼쳐 보았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중학교 입시 학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게 된 사토코는 드라마 속 학원에서는 선생님도 재미있고 아이들도 모두 친하게 지내는 걸 본 후 학원생활이 즐거워 보여 학원에 다니기로 마음 먹는다. 드라마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학원에 가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새로운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토코는 학교에서 노리코, 세쓰, 나오 이렇게 세 명과 친하게 지냈지만, 노리코는 무리의 리더 같은 존재로 화장실에 갈 때도 교실을 이동할 때도 반드시 노리코가 지시를 했고 나머지는 그에 따라야만 했기 때문에 사토코는 노리코가 지겨웠던 탓이다. 다행히도 5학년 여름 방학 특강 때 학원에서 조금 떨어진 도넛 가게에서 복습을 하고 있을 때 기리시마가 들어오더니 사토코 옆자리에 앉으면서 두 사람은 도넛 가게에서 함께 복습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학원에서 언제나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어서인지 기리시마는 학원에서는 교실이나 복도에서 사토코와 마주치면 어쩐 일인지 알은 체도 하지 않았기에 사토코는 학원에서 여전히 혼자인 채 지내야했다.

 

학원에서 젊고 미인인 도미나가 선생님은 인기가 많았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도미나가 선생님 주위에 몰려들었으며 그 틈에는 기리시마도 있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져 있던 6학년 여름 방학 특강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리사라 불리는 여자아이가 사토코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토코는 우연히 리사가 도미나가 선생님을 친근감있게 부르는 걸 본 후, 리사를 통해 도미나가 선생님과 친해진다면 기리시마와 더욱 친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리사와 친해지기 위해 애쓴다. 점심시간에는 리사를 따라 매일 똑같은 된장국을 먹고 백화점 시식 코너에서 후식을 먹어야했다. 사토코는 된장국이 싫어도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 여름 방학 특강 기간동안 사토코는 기리시마와 함께 뒤처지는 과목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피 노트를 교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리시마와 친해지기 위해 리사와 친해지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기리시마와는 자꾸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리사에게 신경을 쓴 사토코는 성적이 떨어져 기리시마와 다른 반인 B반으로 확정되었고, 리사를 통해서 도미나가 선생님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낸 것 없었으며, 리사와도 친해지지 못했다. 여름 방학 특강 마지막날, 사토코는 용기를 내어 기리시마와 함께 오락실에 가게 되었지만 기리시마의 친구들이 오락실에 들어서자 기리시마는 사토코를 남겨 두고 혼자서 가 버렸다. 아이들에게 자신과 함께 있는 걸 보이고 싶지 않은거라 생각한 사토코는 학원을 그만두기로 한다.

 

노리코와 다른 중학교에 가기 위해, 명문 중학교에 합격할 것이 분명한 기리시마와 어울리는 반드시 같은 수준의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둥바둥 애쓰는 엄마처럼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던 사토코였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어쩐지 사토코의 성적이 올라도 관심이 없었고, 기리시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거리를 두려했다. 그러던 중 사토코는 리사에 대해, 그리고 자신 몰래 학원을 찾아오곤 했던 아빠에 대해, 사무직이 아닌 백화점에서 판매를 하는 엄마를 통해, 노리코와 떨어져 지내고 싶어서 학교를 옮긴 세쓰로 인해, 그리고 몰랐던 기리시마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감추기만 했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친구들과도 부모님과도 어긋나기만 했던 사토코는 이제 알게 된다. 용기를 내어 조금씩 자신을 내어 보인다면 친구 혹은 부모님과의 관계를 맺는데 있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듯 했지만 항상 사토코에게 관심을 보였던 부모님에 대해, 친구들에게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기리시마의 마음을 조금더 일찍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제라도 용기를 내준 사코토가 너무도 대견스럽다.

 

우리 집 작은 아이 역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많이 서툴다. 그래서인지 사토코를 보면서 내 아이를 많이 떠올리게 되었다. 사토코를 통해 내 아이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토코가 내 아이에게도 용기를 선물해주길, 그로인해 내 아이가 어긋난 인간관계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지출처: '해피 노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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