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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평점 :
<시간을 파는 상점><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에 늘 관심을 갖게 된다. 식상한 소재들을 아주 신선한 발상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은 어떤 내용일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 제목을 가진 <<톡톡톡>>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공지희로 추천도서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는 <영모가 사라졌다>의 작가이다. <<톡톡톡>>은 공지희 작가가 처음 쓴 청소년소설로 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간과하지 않으면 안되는 낙태에 관한 내용을 현실과 판타지 세계의 절묘한 조화로 풀어내고 있다.
언니 해림은 공부를 잘해서 엄마의 희망인 반면 달림은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곤 했다. 달님은 그런 자신을 콩쥐라 여겼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 중3의 9월, 달님은 여느 처럼 언젠가부터 안개가 유난스럽게 몰려들어 귀신이 와서 논다는 얘기로 비현실적이 되어버린 귀신 놀이터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달님은 대여섯 살쯤 보이는 노랑 모자를 쓴 아이가 자신을 보며반가운 얼굴로 "엄마?"라고 묻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톡톡톡?" 알 수 없는 소리와 요상한 손짓을 하는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아이는 단체 손님 때문에 일찍 오라는 엄마의 문자에 서둘러 놀이터를 떠나는 달림을 따라왔다가 이내 사라졌지만 곧 달림의 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엄마를 잃어버리고 헤매는 아이를 못 본 척 할 수 없어 아이를 데리고 온다. 하지만 엄마를 도와 식당일을 마치고 방에 돌아왔을 때는 피큐어를 놀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달님은 아이를 다시 만났다.
달님은 베프인 미루가 한 학년 위 종하 선배를 만나 열렬한 연애를 한 끝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종하는 책임을 회피했고 미루는 청소년 선도위원회 회장인데다 딸에게 무섭게 엄격하고 숨 막히게 감시하며 미루의 꿈도 미래도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막무가내인 엄마에게도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결국 달님, 미루 그리고 달림을 좋아하는 지평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애를 낳아야 하는지 병원을 가야하는지 결정하지 못했다.
"엄마가 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야, 그냥 엄마인 거겠지."
"내 인생은 끝이겠지?"
"엄마라는 인생도, 너의 인생으로 계속 되는 거 아닌가?"
"내 꿈은…… 끝나는 거겠고?" (본문 124p)
달림이네 식당 앞에는 이 년 전 동네에 오렌지 빛 건물을 짓고 산부인과 개업을 한 오렌지 병원이 있다. 이런 촌구석에 애를 낳으러 오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어 곧 망할 거라는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달리 촌구석까지 환자들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가깝지 않을수록 좋고, 은밀하고 조용한 곳에 있어서 좋은 그런 산부인과였다. 결국 미루는 아이를 지우기로 마음먹고 병원비를 벌기 위해 세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달림은 톡톡톡 인사하는 꼬맹이와 자주 만나곤 했고 엄마를 여전히 찾은 못한 아이를 자주 집으로 데려오곤 했다. 그러던 중 달님은 노랑모자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귀신 놀이터를 지나 바깥 해안도로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꼭꼭 숨겨진 듯한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서 달님은 노랑모자를 돌봐주는 슈가맨을 만나게 되었고, 스스로를 보풀이라 부르는 노랑모자와 같은 아이들도 만나게 된다. 슈가맨은 그들이 에밀레 별에서 온 아이들이라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노랑모자의 집을 찾은 달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진짜 엄마 뱃속에서 살았었어. 그런데 어디선가 빛이 들어왔어. 깜짝 놀라서 내 뱃속이 쾅쾅쾅쾅 했어. 눈이 너무 환해서 겨우 조금 깜빡깜빡했어. 그런데 이렇게 생긴 길쭉한 쇠 괴물이 막 들어왔어. 그리고 덤벼들었어. 나한테. 정말이야. 쇠 괴물은 차가웠어. 난 쇠 괴물에게서 도망쳤어. 하지만 잡히고 말았어. 그리고 쇠 괴물이 내 몸을 막 잘라냈어. 조각조각조각…… ." (본문 203p)
식당을 찾은 오렌지 병원의 박 간호사는 애들이 죽고 있고 그 모습을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봐야 하는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그런 박 간호사가 달님은 믿음직 스러웠다. 달님은 박 간호사에게 미루의 사정을 털어놓았고 미루가 어떤 결정을 하든 도와주기로 한다. 보풀들의 이야기를 들은 달님은 미루에게 아기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박 간호사는 아기 낳는다면 어린 엄마들이 모여 사는 집을 알아봐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곧 미루의 엄마가 미루의 사정을 알게 되고 미루는 오렌지 병원에 가게 된다.
엄마가 자신을 요요라 불렀으며 <클레멘타인> 노래를 불러주었다며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어서 엄마를 찾는다는 노랑머리,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언니의 일기장, 그리고 사라진 미루…… . 이 책의 화자는 달림이다. 베프인 미루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엄마로서의 삶, 그리고 사라져버릴 꿈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노랑모자를 쓴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생명을 가진 태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문득 오래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심은하 주연의 <M>이라는 드라마가 떠오른다. 낙태를 소재로 한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로 그 당시 소재와 장르면에서 참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드라마에서 태아는 비현실적인 형태로 존재하면서 공포적인 부분으로서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태아가 현실 공간에 한 아이로 나타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은 어디선가 태어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본문 287p)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힘없고 약한 태어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지만 누군가는 태어나지 못한 채 흩뿌려진다. 저자는 이 야기를 통해 잉태되는 순간 그 생명의 주인은 누구이며, 낙태는 여성만의 문제일 뿐이며 남성은 자유로운가에 대해 그리고 사회는 왜 낙태를 묵인하고 있는지, 낙태를 하면 행복할지 불행할지 등에 대한 자문을 통해 낙태와 임신, 성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할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우리와 똑같은 한 사람인 태아의 존재를 함께 생각하고 존중해달라는 것.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낙태에 대해 많은 부분을 생각해보았다. 생명의 소중함, 우리의 시작이 바로 그렇다는 것, 낙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 충분히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헌데 낙태금지법으로 생겨난 수많은 문제점과 버려지는 아이들 그리고 미혼모가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아닌가 싶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꼭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 책은 그 생각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이 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톡톡톡>>은 이렇게 생명, 낙태 등에 대하 소재를 현실과 판타지 세계의 조화로 너무도 잘 버무려낸 이야기였다. 외면하고 있지만 우리가 직시해야할 문제점이기에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슬프면서도 그 아름다운 결말에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두드려 보게 된다. 톡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