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처지에 따라 수많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어. 옛날에는 동물들이 사람보다 약하지 않았거든. 수많은 호랑이와 표범 들이 산에서 살았고, 사람들은 그런 동물들을 숭배하면서 살았지. 약한 동물들도 있었지만, 옛날 사람들은 모든 동물들이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 특히 날개 달린 새들은 사람이 갈 수 없는 저승까지 날아간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상상의 동물은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다 달라. 수백 수천 수만 가지의 상상의 동물이 있을 거야. (머리말 中)
어린시절, 책이나 엄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를 통해서 용이 공룡처럼 마치 실존했던 동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유니콘도 마찬가지였지요. 곧 상상의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옛 조상들의 삶에 깊숙이 배어있는 용은 여전히 존재했던 동물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옛날에는 용의 그림이 자손을 번창시켜 주고,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어요.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은 위안을 주었던 것이지요. 지금도 용은 우리 가까이에서 존재합니다. 행운을 준다고 믿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상상의 동물은 용 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처지에 따라 수많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지요. 국회의사당 앞 해치도 그 중 하나랍니다. 우리 옛 그림 속에서도 이러한 상상의 동물들을 찾아볼 수 있지요.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조상들의 삶에 위안을 주었던 동물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현암사에서 출간된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상상의 동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낙타 머리에, 사슴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의 목, 잉어 비늘, 호랑이 발, 매의 발톱, 조개의 배 모양 등 아홉 동물을 합쳐 놓은 용은 생김새에 따라, 색에 따라 나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용은 황룡이라고 하네요. 「조선 태조 어진」에서 보면 황룡은 왕을 상징하고 있어, 왕이 쓰는 온갖 물건에다 황룡을 새겨 넣었다고 하네요. 왕이나 귀족의 무덤에는 '사신도'라 불리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같은 신비로운 상상의 동물을 그려 놓아 죽은 사람을 해코지하는 귀신들을 물리쳤다고 해요. 국보인 「청자 어룡형 주전자」에는 고려 시대 사람들이 상상한 어룡을 볼 수 있는데, 사슴 같은 뿔을 달았고 귀도 있으며, 목도리도마뱀 같은 비닐막도 있는 반면, 조선 시대 「청자 상감어룡문 매병」에 나오는 어룡은 개구쟁이처럼 입을 벌리고 웃고 있지요. 사신도에는 뱀과 거북이 합쳐서 만든 현무라는 상상의 동물이 있습니다.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족의 주작보다 힘이 약해서 두 마리를 그려서 힘을 합치게 한 것이지요. 봉황 역시 닭이랑 여러 동물들을 합쳐서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인데, 생김새가 주작과도 비슷합니다.

완벽한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고, 신이 아니고서는 헤어질 수 없도록 두 마리의 새를 한 마리로 합쳐 새의 몸을 찢어 내기 전에는 둘이 헤어질 수 없도록 상상해 낸 비익조, 힘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소리로써 물리친다는 극락조는 기왓장에 그려 놓고 그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천년만년 건강하기를, 죽어서도 극락에 가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천마는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들이 행복한 생활을 할 때, 그러니까 어진 왕이 나타나서 나라를 잘 다스릴 때 나타났다고 해요. 「천마기」를 보면 보통 말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뿔이 달렸다는 것이지요.
용하고 말하고 결혼해서 낳은 동물인 기린은 죽은 자의 영혼을 태우고 저승으로 간다고 믿었고, 백제 시대의 무덤 속에는 얼굴은 호랑이를 닮았고, 머리에는 사슴이 뿔이 달려 있으며, 몸통은 멧돼지하고 비슷하게 생긴 진묘수라는 동물도 있습니다.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의 줄임말인 해치는 모든 생명을 자라게 하는 해님이 해치를 파견하여 죄를 지은 사람을 가려내서 벌을 내렸다고 해요.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이랑 대검찰청 앞에도 해치상이 세워져 있는데, 항상 정의의 편에 서서 법을 공평하게 집행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부엌을 다스려 주는 신 조왕신과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 무소의 눈, 바늘 털, 범의 꼬리를 가진 불가사리는 정의의 동물로 늘 약한 사람들 편에 서서 강한 사람들을 혼내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왕이나 양반 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었다고 하네요.
나라, 가족, 후손을 위한 마음이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냈네요. 그리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 마음만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우리 가까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저 그 상상이 재미있고, 생김새가 재미있다고만 여겼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림 하나하나에 나라, 가족,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정말 담뿍 담겨져 있네요. 구어체로 쓰여진 옛이야기를 듣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다, 풍부한 사진 자료를 통해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네요. 쉽게 보지 못했던 상상의 동물에 대한 자료들이 흥미롭습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힘겨운 지금 우리 나라에는 어떤 상상의 동물이 탄생하면 좋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면 좋겠네요.
(이미지출처: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상상의 동물'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