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해야 해 별숲 동화 마을 10
하은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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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 제2의 셜록 홈즈를 연상케하는 소설책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 동화책을 읽게 되었네요. 성인대상 추리소설을 읽다가 어린이 대상 동화책을 읽게 되면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흡입력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추리해내가는 과정도 너무 흥미로웠어요. 이렇게 책 읽는 즐거움이 있는 구성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는 정말 무겁기만 하네요. 이 책에는 의적 보라매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의적 홍길동, 임꺽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의적이 생긴다는 것은 나라가 부패해서 백성들이 살기 힘들다는 뜻이 되지요. 이 책은 그러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부패한 관리들로 인해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금동이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술을 마시고 어젯밤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버지에게 드릴 식사를 가지고 목수로 일하는 아버지 공방이 있는 장터로 가던 금동이는 현상금이 걸린 보라매 얼굴이 그린 초상화를 보게 됩니다. 악명 높은 고리대금 업자인 황부자한테 빚을 지고 난 뒤부터 술을 마시고, 술만 마셨다 하면 주사를 부렸으며 어머니 걱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를 생각하니 금동이는 도둑을 잡아 빚을 갚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날렵하기가 바람을 가르며 나는 매와 같고 힘이 세기는 백두산 호랑이만큼이나 장사라고 하니 금동이는 한숨 뿐입니다. 공방으로 간 금동이는 아버지를 부르려다 황 부잣집 집사가 돈을 갚으라며 으르렁대는 걸 보고 입을 다물었어요. 집사는 돈을 갚지 않으면 어머니를 종으로 데려다 쓴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금동이가 걱정하자 아버지는 하늘이 두 조각 나는 일이 있어도 아픈 어미한테 종노릇을 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하시네요. 걱정스런 금동이의 얽혔던 마음은 돌석이 형을 만나자 스르르 풀립니다. 돌석은 금동이보다 여섯 살이나 위였으나 언제나 금동이를 친동생처럼 아껴주었고, 금동이 또한 돌석이를 친형처럼 따랐습니다.

 

 

 

이 날 해시 무렵,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황 부잣집에 불을 질렀고, 술을 마시고 황 부잣집에서 주사를 부린 아버지는 이튿 날 방화범으로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분하고 두려운 금동이지만 이를 악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방화범이 흘리고 간 티끌 하나라도 발견하기 위해 황 부잣집에 간 금동이는 비단 주머니를 발견하고 그 안에 몇 번이나 접힌 종이를 찾아냈습니다. 서당을 다니지만 공부를 게을리 한 탓에 아는 글자가 없는 금동이는 백정들이 모여 사는 반촌에 살고 있는 선이네 집으로 달려가 봉춘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그 종이는 성균관 유생들이 생원이나 진사 시험에 붙었을 때 받는 합격증인 백패로 박준수라는 유생의 것이었습니다. 금동이는 가난한 사내아이들한테 돈도 받지 않고 글을 가르쳐주는 남산골 최 선비에게 사정 얘기를 하며 도움을 요청하지요. 그렇게 금동이는 박준수 도령의 뒤를 쫓으며 범인의 윤곽을 좁혀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탐욕에 물든 이들의 추악한 면들이 드러나지요.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금동이는 위험에 처해지지만 다행이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네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금동이의 용기도 가상하지만 선이의 지혜도 놀랍네요.

 

 

 

"의적이어도 도둑은 도둑이고, 그 도둑을 돕고 있으니 나 또한 도둑인 게야. 하지만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멀쩡한 백성 중에 도둑질하는 자가 자꾸 생기는구나. 도둑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부패해서 백성이 살기 어렵다는 뜻이니, 참으로 슬픈 일이란다." (본문 207p)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부패한 관리자들이 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이 힘겹게 살아가야하는 모습은 지금과 다를 바 없네요. 권력과 부를 쥔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하고, 그로인해 나약한 서민들의 삶은 점점 힘겨워집니다. 이러한 현 시대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거 같아 왠지 위로가 되기도 하고, 부패한 관리들의 죄가 드러나면서 금동이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지니 통쾌한 기분도 듭니다. 이렇게 의적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꼭 드는 의문이 있지요. 금동이와 돌석이 형이 보라매를 두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의적이라 불리지만, 이들은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임에도 틀림이 없지요. 그렇다고해서 이들을 도둑이라 몰아세울 수도 없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의적일까요? 도둑일까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봐도 좋을 거 같아요. 금동이를 쫓아가며 누가 범인일지 생각해보면서 책을 읽는다면 그 재미가 두 배가 될 듯 합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추리라는 구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 <<아버지를 구해야 해>>는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서글품과 부패한 관리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을 투영하면서 위로와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이미지출처: '아버지를 구해야 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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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 숨어 있는 상상의 동물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시리즈
이상권 지음 / 현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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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처지에 따라 수많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어. 옛날에는 동물들이 사람보다 약하지 않았거든. 수많은 호랑이와 표범 들이 산에서 살았고, 사람들은 그런 동물들을 숭배하면서 살았지. 약한 동물들도 있었지만, 옛날 사람들은 모든 동물들이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 특히 날개 달린 새들은 사람이 갈 수 없는 저승까지 날아간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상상의 동물은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다 달라. 수백 수천 수만 가지의 상상의 동물이 있을 거야. (머리말 中)

 

 

 

어린시절, 책이나 엄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를 통해서 용이 공룡처럼 마치 실존했던 동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유니콘도 마찬가지였지요. 곧 상상의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옛 조상들의 삶에 깊숙이 배어있는 용은 여전히 존재했던 동물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옛날에는 용의 그림이 자손을 번창시켜 주고,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어요.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은 위안을 주었던 것이지요. 지금도 용은 우리 가까이에서 존재합니다. 행운을 준다고 믿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상상의 동물은 용 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처지에 따라 수많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지요. 국회의사당 앞 해치도 그 중 하나랍니다. 우리 옛 그림 속에서도 이러한 상상의 동물들을 찾아볼 수 있지요.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조상들의 삶에 위안을 주었던 동물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현암사에서 출간된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상상의 동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낙타 머리에, 사슴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의 목, 잉어 비늘, 호랑이 발, 매의 발톱, 조개의 배 모양 등 아홉 동물을 합쳐 놓은 용은 생김새에 따라, 색에 따라 나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용은 황룡이라고 하네요. 「조선 태조 어진」에서 보면 황룡은 왕을 상징하고 있어, 왕이 쓰는 온갖 물건에다 황룡을 새겨 넣었다고 하네요. 왕이나 귀족의 무덤에는 '사신도'라 불리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같은 신비로운 상상의 동물을 그려 놓아 죽은 사람을 해코지하는 귀신들을 물리쳤다고 해요. 국보인 「청자 어룡형 주전자」에는 고려 시대 사람들이 상상한 어룡을 볼 수 있는데, 사슴 같은 뿔을 달았고 귀도 있으며, 목도리도마뱀 같은 비닐막도 있는 반면, 조선 시대 「청자 상감어룡문 매병」에 나오는 어룡은 개구쟁이처럼 입을 벌리고 웃고 있지요. 사신도에는 뱀과 거북이 합쳐서 만든 현무라는 상상의 동물이 있습니다.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족의 주작보다 힘이 약해서 두 마리를 그려서 힘을 합치게 한 것이지요. 봉황 역시 닭이랑 여러 동물들을 합쳐서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인데, 생김새가 주작과도 비슷합니다.

 

 

완벽한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고, 신이 아니고서는 헤어질 수 없도록 두 마리의 새를 한 마리로 합쳐 새의 몸을 찢어 내기 전에는 둘이 헤어질 수 없도록 상상해 낸 비익조,  힘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소리로써 물리친다는 극락조는 기왓장에 그려 놓고 그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천년만년 건강하기를, 죽어서도 극락에 가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천마는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들이 행복한 생활을 할 때, 그러니까 어진 왕이 나타나서 나라를 잘 다스릴 때 나타났다고 해요. 「천마기」를 보면 보통 말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뿔이 달렸다는 것이지요.

 

 

 

용하고 말하고 결혼해서 낳은 동물인 기린은 죽은 자의 영혼을 태우고 저승으로 간다고 믿었고, 백제 시대의 무덤 속에는 얼굴은 호랑이를 닮았고, 머리에는 사슴이 뿔이 달려 있으며, 몸통은 멧돼지하고 비슷하게 생긴 진묘수라는 동물도 있습니다.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의 줄임말인 해치는 모든 생명을 자라게 하는 해님이 해치를 파견하여 죄를 지은 사람을 가려내서 벌을 내렸다고 해요.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이랑 대검찰청 앞에도 해치상이 세워져 있는데, 항상 정의의 편에 서서 법을 공평하게 집행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부엌을 다스려 주는 신 조왕신과 곰의 몸에 코끼리의 코, 무소의 눈, 바늘 털, 범의 꼬리를 가진 불가사리는 정의의 동물로 늘 약한 사람들 편에 서서 강한 사람들을 혼내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왕이나 양반 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었다고 하네요.

 

 

 

나라, 가족, 후손을 위한 마음이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냈네요. 그리는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 마음만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우리 가까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저 그 상상이 재미있고, 생김새가 재미있다고만 여겼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림 하나하나에 나라, 가족,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정말 담뿍 담겨져 있네요. 구어체로 쓰여진 옛이야기를 듣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다, 풍부한 사진 자료를 통해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네요. 쉽게 보지 못했던 상상의 동물에 대한 자료들이 흥미롭습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힘겨운 지금 우리 나라에는 어떤 상상의 동물이 탄생하면 좋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면 좋겠네요.

 

(이미지출처: '옛 그림에 숨어 있는 상상의 동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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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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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블로그에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쓴 서평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웬만하면 마주치기 싫은 까칠한 이웃 남자 오베가 새로 이사 온 이웃으로 인해 인생에 유쾌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소재가 꽤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를 갖고 읽게 된 <<오베라는 남자>>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고,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작품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좀더 나은 표현이 있다면 그 표현을 쓰고 싶지만 이 작품은 '감동과 웃음'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겠는가.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였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는 점, 세계 30개국 이상 판권이 팔렸으며 2015년 말 영화 개봉 예정이라는 점만 보아도 이 작품에 대한 나의 평이 과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게다.

 

오베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든 것에 시비를 거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오베 자신은 시비 따위를 거는 게 아니라 그저 옪은 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말이다. 사실 오베가 시비를 거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바로 원칙을 지키자는 것! 차량통행이 금지된 거주자 구역에는 그것이 시의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고를 당해 온몸이 고통으로 가득할지라도 구급차는 들어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빵집에서 잔돈을 잘못 거슬러주자 오베는 그 빵집을 8년이 지나도록 가지 않았을 정도이니 그의 확고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런 그가 삶과 죽음에 대한 원칙을 깨고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아내 소냐가 죽은 지 6개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리웠고, "조금 느긋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인생의 3분의 1을 다닌 회사에서 짤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베는 이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아무런 목적이 없이 일어나야 했다. 이제 이야기는 그의 현재와 과거가 중첩적으로 구성되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오베가 처음부터 까칠했던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거실 천장에 바위처럼 단단한 나사를 매달려던 오베는 트레일러 달린 일제 자동차가 자신의 집 외벽을 긁어대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다가 새로 이사 온 '그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들이란, 만삭인 작은 외국인 여성인 파르바네와 그의 남편인 멀대 패트릭 그리고 각각 3살과 7살인 그들의 딸이다. 후진도 못하는 멀대 때문에 오베는 어쩔 수 없이 트레일러를 후진 시켜줘야 했고, 주차 공간이 두 곳밖에 남지 않은 쇼핑센터에서 의도치않게 그들의 주차를 도와주게 된다. 그들과 엮이게 되면서 오베의 자살은 하루 이틀 계속 미루어지게 된다. 파르바네에 의해 오베는 BMW를 구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때 절친이자 지금은 치매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루네의 아내 아니타를 돕게 되고, 선생님이었던 아내 소냐를 좋아했다는 아드리안을 돕기도 한다. 물론 파르바네 가족을 데리고 병원을 오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겨났고, 자신의 고양이가 아니라고 우겨야 하는 고양이도 기르게 된다.

 

그가 죽는 걸 꾸준히 방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이웃들은 한 사람을 광기와 자살의 경계까지 몰고 가는 데 확실히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었다. 확실했다. (본문 220p)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의 자살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천장에 고리를 달고 목을 매달았지만 밧줄이 끊어져 오베는 더 이상 밧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세상에 화가 났고, 차 안에서 배기가스로 질식사 하려던 찰나에는 파르바네가 나타나 망치고 만다. 기차에 치어 죽기 위해 일찍 승강장으로 나간 오베는 한 남자가 일종의 까다로운 뇌 질환 때문에 졸도하여 승강장에 떨어지는 바람에 남자를 돕게 된다. 그로인해 그가 영웅이 되고 기자가 찾아오게 되지만 결국 자살은 성공하지 못했다. 오베의 자살시도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베는 약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살하기에는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약을 먹으려던 오베는 고양이를 괴롭히는 이웃 여자와 그의 똥개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라이플을 꺼내 머리에 총을 겨누려 하지만, 아드리안이 동성애자인 그의 친구 미르사드를 재워달라며 찾아오는 바람에 결국 또 한 번의 자살시도 역시 실패로 끝난다.  

 

그의 자살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세상 모두를 왕따시켰던 오베의 주변에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물론 오베는 그들에게 여전히 까칠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베에게 까칠함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 복지과에서 루네를 시설에 집어넣겠다고 결정이 났고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알게되자 당장은 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사람들과 싸우면 당신 진짜로 속상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사실은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당신한테 올라갈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야겠어. 당장은 죽을 시간이 없거든. 왜냐하면 빌어먹을 전쟁 중이니까" (본문 399p)

 

오베는 루네가 시설에 가지 않도록 사람들과 함께 아니타를 도왔고, 동성애자인 미르사드가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파르바네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된다. 물론 그는 여전히 거주자 구역에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말이다. 오베와 파르바네, 두 사람이 함께 할 때의 시너지 효과는 정말 상당했다. 까칠한 오베, 그런 그에게 전혀 기죽지 않는 파르바네 두 명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까칠한 오베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소냐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지만. 사람들은 오베를 까칠하다 하지만, 난 오베가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오베는 무뚝뚝하지만 마음깊이 자식들을 사랑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각종 공과금이 올라가는 것을 못마땅해하며,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 트는 일에도 인색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도 인색해 까칠하게 느껴지지만 툭툭 내뱉으시는 말씀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담긴 우리 시아버님이랑 왜이리도 닮았는지. 그래서일까. 오베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소냐를 그리워하며 그녀를 자신이 가진 색깔의 전부라 느끼는 오베는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인물은 아니었을까. 오베가 그 사랑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상황들이 슬플 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없었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오베를 만날 수 없었겠지.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게 누군가가 거친 사람으로 취급당해 싸다는 얘긴가? 오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남자를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을 땅에 묻어야 할 때, 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는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부상은 치료할 수 없었다. (본문 437p)

 

 

 

<<오베라는 남자>>는 스토리, 캐릭터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오베 인생의 유쾌한 균열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오베의 까칠함,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자 파르바네...그들의 유쾌한 삶 속에 함께 할 수 있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미지출처: '오베라는 남자'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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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둘째주에 쓴 서평책들 (2015.9.6~201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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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내 거야!- 나누는 법을 배우기 위한 이야기
크리스티나 로산토스 그림, 엘리센다 로카 글 / 노란상상 / 2015년 9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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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캄캄해!- 어둠 속에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이야기
크리스티나 로산토스 그림, 엘리센다 로카 글 / 노란상상 / 2015년 9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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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 보고서-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최고나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8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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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의 컬러링 일기
구작가 지음 / 예담 / 2015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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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 보고서 -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한우리 청소년 문학 5
최고나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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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우수상 선정작 <<옆집 아이 보고서>>는 왠지 재미있을 것만 같은 책 제목에 호기심을 느껴 읽어보게 된 책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기대이상으로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뒤의 이 개운치 않은 기분은 어쩌란 말인가. 청소년들의 범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 악행은 너무도 대담하고 악랄해져가고 있어 더 이상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죄를 용서하기가 어려워졌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청소년법 폐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는 청소년법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범죄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청소년법 적용에 대한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편에서는 청소년법으로 자신의 죄가 면죄되는 것을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언제까지 그들의 죄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서가 되어야 하는걸까?

 

<<옆집 아이 보고서>>은 독특한 구성이 매력있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박무민의 반성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몇 달동안 수많은 사고를 일으킨 무민은 퇴학 위기에 놓여있다. 다행이 무민은 아빠의 갑작스런 지방 발령으로 옆 동네인 샛별 아파트로 이사왔다는 이유로 퇴학을 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박쎄(박세민 선생님)는 무민이 샛별 아파트 502호로 이사왔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옆 501호에 사는 같은 반 지순희가 학교를 제작당하기 전까지 데리고 나오면다면 퇴학을 철회시켜 주겠다고 제안한다. 디데이 33일, 그렇게 무민은 얼마 전 자살소동을 벌이면서 아파트 사람들에게 미친년이라 불리며 쫓겨날 위기에 놓인 순희를 감시하게 된다. 순희를 향한 빡세의 열정은 단단했기에 무민은 순희의 방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순희의 생활을 24시간 면밀히 관찰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야했다.

 

관찰을 시작되면서 무민은 순희와 얘기를 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순희의 철통방어로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자신을 못 미더워하는 빡세의 얼굴에 순희에 대한 걱정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베란다 문 쪽으로 순희네 집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무민은 빨간 엑스자가 그어진 채 남아있는 일력을 발견하게 되고 순희가 20**년 12월 24일에 머물러 있는 것음을 알게 된다. 순희를 관찰하는 데 신경 쓰느라 무민은 여자친구 혜령과 헤어져야했고 서럽게 우는 순희를 매일 지켜봐야했다. 그러던 중 순희가 좋아했던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녀석은 1학년 겨울방학 즈음 유학을 갔던 양껌이라 불리던 김황태이며 혜령의 새 남자친구였다. 무민은 순희를 감시하면서 순희의 목숨을 두 번 구해주었고, 미친년 타도에 앞장서던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로 순희를 자신의 방에서 지내도록 했다. 무민은 그저 순희를 학교에 나오게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순희가 가진 괴로움의 무게가 자신에게 더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상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걷다가 화장실이 급해 소변볼 자리를 찾으면서도 내내 내 기분은 이상했다. 순희는 하루 종일 죽을 생각만 한다. 나는 하루 종일 그런 녀석을 살릴 생각만 한다. 이별의 아픔일랑 애초에 잊어버렸고 나는 하루 대부분을 그 아이 생각으로 지냈다. (본문 106)

 

무민은 순희가 머물러 있던 그날의 일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든 순희를 꼭 등교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중 혜령 역시 순희와 같은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무민의 작전은 성공하게 되고 퇴학을 면죄받게 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학교폭력의 실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또한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순희가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어른들의 권력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무민의 엉뚱한 매력에 웃으며 읽다가도 어른들을 고발하고 청소년 범죄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토리에 한없이 가라앉기도 한다.

 

그렇다. 황태는 미성년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나이. 녀석이 저지른 짓은 내가 치는 말썽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다. 그건 분명한 범죄였다. 부모의 능력이 자식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현실에 분노를 느꼈다. 꼬부기에게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순간적으로 자살이 떠오를 만큼 암울해졌다. (본문 180p)

 

그동안 청소년의 범죄는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학교 등을 원인으로 보고 그들을 용서해주기에 급급했다. 헌데 양껌을 가해자가 되는 것에는 그 원인들에서 그 어떠한 이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를 어떤 이유를 들어 용서해야만 한단 말인가. 부모의 권력으로? 이들이 다니는 대한고등학교는 이사장인 양껌의 엄마가 휘두르는 권력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무서운 권력의 힘. 이 권력의 힘으로 하루종일 손에 기름을 닦을 새 없이 일하는 순희 엄마와 같은 우리 소시민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너무도 무서운 이 사회의 현실이 두렵기만 하다.

 

저자는 순희를 통해 어른들이 무차별하게 휘두르는 권력에 대해 질책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의 무시무시함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민을 통해 순희의 잘못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한없이 가라앉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순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그 용기를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받고 고통받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한없이 슬퍼지는 이야기, 그렇지만 무민과 순희가 보여주는 희망의 프로젝트가 다시금 미소를 띄우게 하는 이야기다. 부디 세상에 불의에 맞서는 박쎄같은 쌤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처받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손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괜찮아, 그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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