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인의 블로그에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쓴 서평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웬만하면 마주치기 싫은 까칠한 이웃 남자 오베가 새로 이사 온 이웃으로 인해 인생에 유쾌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소재가 꽤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를 갖고 읽게 된 <<오베라는 남자>>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고,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작품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좀더 나은 표현이 있다면 그 표현을 쓰고 싶지만 이 작품은 '감동과 웃음'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겠는가.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였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이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는 점, 세계 30개국 이상 판권이 팔렸으며 2015년 말 영화 개봉 예정이라는 점만 보아도 이 작품에 대한 나의 평이 과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게다.

 

오베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든 것에 시비를 거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오베 자신은 시비 따위를 거는 게 아니라 그저 옪은 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말이다. 사실 오베가 시비를 거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바로 원칙을 지키자는 것! 차량통행이 금지된 거주자 구역에는 그것이 시의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고를 당해 온몸이 고통으로 가득할지라도 구급차는 들어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빵집에서 잔돈을 잘못 거슬러주자 오베는 그 빵집을 8년이 지나도록 가지 않았을 정도이니 그의 확고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런 그가 삶과 죽음에 대한 원칙을 깨고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아내 소냐가 죽은 지 6개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리웠고, "조금 느긋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인생의 3분의 1을 다닌 회사에서 짤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베는 이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아무런 목적이 없이 일어나야 했다. 이제 이야기는 그의 현재와 과거가 중첩적으로 구성되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오베가 처음부터 까칠했던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거실 천장에 바위처럼 단단한 나사를 매달려던 오베는 트레일러 달린 일제 자동차가 자신의 집 외벽을 긁어대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다가 새로 이사 온 '그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들이란, 만삭인 작은 외국인 여성인 파르바네와 그의 남편인 멀대 패트릭 그리고 각각 3살과 7살인 그들의 딸이다. 후진도 못하는 멀대 때문에 오베는 어쩔 수 없이 트레일러를 후진 시켜줘야 했고, 주차 공간이 두 곳밖에 남지 않은 쇼핑센터에서 의도치않게 그들의 주차를 도와주게 된다. 그들과 엮이게 되면서 오베의 자살은 하루 이틀 계속 미루어지게 된다. 파르바네에 의해 오베는 BMW를 구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때 절친이자 지금은 치매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루네의 아내 아니타를 돕게 되고, 선생님이었던 아내 소냐를 좋아했다는 아드리안을 돕기도 한다. 물론 파르바네 가족을 데리고 병원을 오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겨났고, 자신의 고양이가 아니라고 우겨야 하는 고양이도 기르게 된다.

 

그가 죽는 걸 꾸준히 방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이웃들은 한 사람을 광기와 자살의 경계까지 몰고 가는 데 확실히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었다. 확실했다. (본문 220p)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베의 자살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천장에 고리를 달고 목을 매달았지만 밧줄이 끊어져 오베는 더 이상 밧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세상에 화가 났고, 차 안에서 배기가스로 질식사 하려던 찰나에는 파르바네가 나타나 망치고 만다. 기차에 치어 죽기 위해 일찍 승강장으로 나간 오베는 한 남자가 일종의 까다로운 뇌 질환 때문에 졸도하여 승강장에 떨어지는 바람에 남자를 돕게 된다. 그로인해 그가 영웅이 되고 기자가 찾아오게 되지만 결국 자살은 성공하지 못했다. 오베의 자살시도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베는 약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살하기에는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약을 먹으려던 오베는 고양이를 괴롭히는 이웃 여자와 그의 똥개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라이플을 꺼내 머리에 총을 겨누려 하지만, 아드리안이 동성애자인 그의 친구 미르사드를 재워달라며 찾아오는 바람에 결국 또 한 번의 자살시도 역시 실패로 끝난다.  

 

그의 자살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세상 모두를 왕따시켰던 오베의 주변에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되었다. 물론 오베는 그들에게 여전히 까칠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베에게 까칠함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 복지과에서 루네를 시설에 집어넣겠다고 결정이 났고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알게되자 당장은 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사람들과 싸우면 당신 진짜로 속상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사실은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당신한테 올라갈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야겠어. 당장은 죽을 시간이 없거든. 왜냐하면 빌어먹을 전쟁 중이니까" (본문 399p)

 

오베는 루네가 시설에 가지 않도록 사람들과 함께 아니타를 도왔고, 동성애자인 미르사드가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파르바네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된다. 물론 그는 여전히 거주자 구역에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말이다. 오베와 파르바네, 두 사람이 함께 할 때의 시너지 효과는 정말 상당했다. 까칠한 오베, 그런 그에게 전혀 기죽지 않는 파르바네 두 명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까칠한 오베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소냐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지만. 사람들은 오베를 까칠하다 하지만, 난 오베가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오베는 무뚝뚝하지만 마음깊이 자식들을 사랑하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각종 공과금이 올라가는 것을 못마땅해하며,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 트는 일에도 인색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도 인색해 까칠하게 느껴지지만 툭툭 내뱉으시는 말씀에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담긴 우리 시아버님이랑 왜이리도 닮았는지. 그래서일까. 오베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소냐를 그리워하며 그녀를 자신이 가진 색깔의 전부라 느끼는 오베는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인물은 아니었을까. 오베가 그 사랑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상황들이 슬플 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없었다면 이렇게 매력적인 오베를 만날 수 없었겠지.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게 누군가가 거친 사람으로 취급당해 싸다는 얘긴가? 오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남자를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을 땅에 묻어야 할 때, 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는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부상은 치료할 수 없었다. (본문 437p)

 

 

 

<<오베라는 남자>>는 스토리, 캐릭터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오베 인생의 유쾌한 균열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오베의 까칠함,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자 파르바네...그들의 유쾌한 삶 속에 함께 할 수 있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미지출처: '오베라는 남자'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