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옆집 아이 보고서 -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ㅣ 한우리 청소년 문학 5
최고나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우수상 선정작 <<옆집 아이 보고서>>는 왠지 재미있을 것만 같은 책 제목에 호기심을 느껴 읽어보게 된 책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기대이상으로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뒤의 이 개운치 않은 기분은 어쩌란 말인가. 청소년들의 범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 악행은 너무도 대담하고 악랄해져가고 있어 더 이상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죄를 용서하기가 어려워졌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청소년법 폐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는 청소년법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범죄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청소년법 적용에 대한 폐지를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편에서는 청소년법으로 자신의 죄가 면죄되는 것을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언제까지 그들의 죄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서가 되어야 하는걸까?
<<옆집 아이 보고서>>은 독특한 구성이 매력있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박무민의 반성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몇 달동안 수많은 사고를 일으킨 무민은 퇴학 위기에 놓여있다. 다행이 무민은 아빠의 갑작스런 지방 발령으로 옆 동네인 샛별 아파트로 이사왔다는 이유로 퇴학을 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박쎄(박세민 선생님)는 무민이 샛별 아파트 502호로 이사왔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옆 501호에 사는 같은 반 지순희가 학교를 제작당하기 전까지 데리고 나오면다면 퇴학을 철회시켜 주겠다고 제안한다. 디데이 33일, 그렇게 무민은 얼마 전 자살소동을 벌이면서 아파트 사람들에게 미친년이라 불리며 쫓겨날 위기에 놓인 순희를 감시하게 된다. 순희를 향한 빡세의 열정은 단단했기에 무민은 순희의 방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순희의 생활을 24시간 면밀히 관찰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야했다.
관찰을 시작되면서 무민은 순희와 얘기를 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순희의 철통방어로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자신을 못 미더워하는 빡세의 얼굴에 순희에 대한 걱정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베란다 문 쪽으로 순희네 집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무민은 빨간 엑스자가 그어진 채 남아있는 일력을 발견하게 되고 순희가 20**년 12월 24일에 머물러 있는 것음을 알게 된다. 순희를 관찰하는 데 신경 쓰느라 무민은 여자친구 혜령과 헤어져야했고 서럽게 우는 순희를 매일 지켜봐야했다. 그러던 중 순희가 좋아했던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 녀석은 1학년 겨울방학 즈음 유학을 갔던 양껌이라 불리던 김황태이며 혜령의 새 남자친구였다. 무민은 순희를 감시하면서 순희의 목숨을 두 번 구해주었고, 미친년 타도에 앞장서던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로 순희를 자신의 방에서 지내도록 했다. 무민은 그저 순희를 학교에 나오게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순희가 가진 괴로움의 무게가 자신에게 더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상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걷다가 화장실이 급해 소변볼 자리를 찾으면서도 내내 내 기분은 이상했다. 순희는 하루 종일 죽을 생각만 한다. 나는 하루 종일 그런 녀석을 살릴 생각만 한다. 이별의 아픔일랑 애초에 잊어버렸고 나는 하루 대부분을 그 아이 생각으로 지냈다. (본문 106)
무민은 순희가 머물러 있던 그날의 일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든 순희를 꼭 등교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중 혜령 역시 순희와 같은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무민의 작전은 성공하게 되고 퇴학을 면죄받게 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학교폭력의 실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또한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순희가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어른들의 권력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무민의 엉뚱한 매력에 웃으며 읽다가도 어른들을 고발하고 청소년 범죄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스토리에 한없이 가라앉기도 한다.
그렇다. 황태는 미성년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나이. 녀석이 저지른 짓은 내가 치는 말썽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다. 그건 분명한 범죄였다. 부모의 능력이 자식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현실에 분노를 느꼈다. 꼬부기에게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순간적으로 자살이 떠오를 만큼 암울해졌다. (본문 180p)
그동안 청소년의 범죄는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학교 등을 원인으로 보고 그들을 용서해주기에 급급했다. 헌데 양껌을 가해자가 되는 것에는 그 원인들에서 그 어떠한 이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를 어떤 이유를 들어 용서해야만 한단 말인가. 부모의 권력으로? 이들이 다니는 대한고등학교는 이사장인 양껌의 엄마가 휘두르는 권력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무서운 권력의 힘. 이 권력의 힘으로 하루종일 손에 기름을 닦을 새 없이 일하는 순희 엄마와 같은 우리 소시민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너무도 무서운 이 사회의 현실이 두렵기만 하다.
저자는 순희를 통해 어른들이 무차별하게 휘두르는 권력에 대해 질책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의 무시무시함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민을 통해 순희의 잘못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한없이 가라앉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순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그 용기를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받고 고통받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한없이 슬퍼지는 이야기, 그렇지만 무민과 순희가 보여주는 희망의 프로젝트가 다시금 미소를 띄우게 하는 이야기다. 부디 세상에 불의에 맞서는 박쎄같은 쌤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처받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손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괜찮아, 그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