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백설자 옮김 / 현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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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타인 가아더의 작품을 읽은 적은 없지만 그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1994년 『소피의 세계』가 북유럽과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으면서 독일 청소년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까지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만큼 『소피의 세계』는 철학을 대중화한 책으로 극찬을 받았는데 이 책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역시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카드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1995년 한국어판으로 출간 후 절판되었다가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라고 한다. 절판에 대한 아쉬움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의 출간이 더없이 반가울 듯 싶다. 출판사 서평에 의하여 초·중학생이 읽기에도 적합하다고 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철학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런탓인지 흥미로운 책 제목, 궁금한 작가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선입견이었다. 한 소년이 아빠와 함께 엄마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는 포맷 속에 담겨진 철학은 어렵지 않았으며 상상력이 가미된 스토리는 오히려 흥미로웠다. 혹 나처럼 철학이라는 단어로 인해 이 책을 망설이는 독자가 있다면 그 선입견을 잠시 넣어두기를 먼저 당부해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두 살의 한스 토마스로 네 살 때 아버지와 자신을 떠난 엄마를 찾기 위해 여행을 하게 딘다. 엄마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고, 한스 토마스는 엄마가 떠난 후 곳곳으로 엄마를 찾아다녔지만 엄마를 찾은 곳은 작은할머니가 크레타에서 가져온 그리스 패션 잡지에서 였다. 그렇게해서 엄마를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아버지와 한스 토마스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여행을 시작할 때, 한스 토마스는 자동차를 타고 오랫동안 달리는 시간 동안 짜증을 부려선 안 되고 아버지는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약속을 했다. 그 대신 아버지가 담배를 피울 휴식 시간을 많이 갖기로 했는데, 그 휴식 시간 동안 아버지는 자신의 출생 이야기를 시작으로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스위스 국경에서 초라한 주유소에 멈췄을 때 한 남자가 나왔는데 그는 난쟁이였다. 아버지가 그에게 커다란 교통 지도를 펼치고는 알프스를 거쳐 베네치아로 가는 제일 좋은 길을 물었을 때 그는 '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숙박할 것을 권했고, 한스 토마스에게 녹색 통에 들어 있는 작은 돋보기 하나를 건넸다. 그는 이 돋보기가 도르프에서 필요할 것이며 반드시 쓸 데가 있을 거라고 덧붙혔는데, 한스 토마스가 도르프의 조그만 빵 가게의 백발 노인이 준 롤빵 속에 있던 '무짓갯빛 레모네이드와 마법의 섬'이라고 적힌 작은 책을 볼 때 정말 쓸모 있었다. 그 노인은 한스 토마스에게 "나는 어린 소년 하나가 어느 날 도르프에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단다. 그 보물을 가지러 말이야. 얘야, 이제 그 보물은 내 것만은 아니구나." (본문 45p) 라는 뜻모를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도르프에서 만난 제빵사 노인은 누구였을까? 내게 돋보기를 선물한 데다가 줄곧 우리 근처에 나타나곤 했던 난쟁이는 누구였을까? 나는 제빵사와 난쟁이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들 스스로는 그런 관련성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해도. 나는 적어도 꼬마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아버지한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철학자 한 사람이 나와 함께 자동차에 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본문 161p)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는 책 속의 책이라는 액자식 구성을 띄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이 작은 책은 루트비히가 쓴 것으로 소년이었던 제빵사인 알베르트가 소년 시절 제빵사 한스를 방문했던 때의 이야기를 루트비히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이 작은 책은 52명의 난쟁이와 조커라는 환상적인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는데, 한스 토마스의 실제 이야기와 이 환상적인 이야기가 버무러지면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재탄생하게 되고 독자는 이 스토리에서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더불어 독자들은 상상력 속에 가미된 존재와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에 감탄하게 될 것이며 저자의 이름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되는 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난 단 하나의 긴 우연의 고리에 대해 말하고 있단다. 이 고리는 최초의 생명이 있는 세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이 세포가 분리됨으로써 오늘날 이 행성 위에서 자라고 번성하는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나의 고리가 언젠가 30억 년이나 40억 년이 흐르는 동안 중단되지 않았을 확률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남았어. 그래, 빌어먹을, 그게 나야. 그리고 내가 이 행성을 너와 함께 체험한다는 게 얼마나 환상적인 행운인지, 이 행성에 있는 온갖 작은 벌레조차도 저마다 얼마나 운 좋은 존재들인지 난 알고 있단다." (본문 165,166p)

 

내 손에 돋보기가 쥐여지고 나서 작은 글씨로 쓰인 꼬마책을 얻게 된 것도 아마 순전히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 아닌 내가 그 꼬마책을 얻게 된 것 뒤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본문 168p)

 

액자식 구성의 두 이야기가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담은 이 책 <<수상한 빵집과 52장의 카드>>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주어지는 일석이조의 독서여행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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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생태도감 : 동물편 - 2016년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우수과학도서 나의 첫 생태도감
최순규.박지환 지음 / 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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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분야에 너무도 관심이 많은 아들래미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책이 출간되었네요. 지성사에서 출간된 <<나의 첫 생태도감>>은 저자 최순규가 15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관찰하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들과 초등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나라 동물을 포함하여 약 800여 종을 요약해 담아낸 책입니다. 가까이 아차산이 있어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아이가 이름 모를 생물에 대해 물어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실 아이가 생물을 좋아하는 탓에, 오히려 제가 아이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800여 종의 생물을 담아낸 이 책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이 책은 1부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궁금한 동물의 이름을 쉽게 찾아보고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사진과 함께 구성하였으며, 2부는 각 동물의 생태적 특성과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정리하였습니다. (들어가는 글 中) 이러한 구성은 아이들 스스로가 생물 이름과 특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요. [1부 형태로 이름 찾기]에서는 생물학적 분류체계가 아닌, 우리가 주변에서 쉽고 자주 접하는 동물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어요. 이는 곤충, 담수어류, 해안동물, 수서무척추동물,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포유류, 거미, 기타 동물의 순서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2부 생태 특징]은 각 동물의 이름을 찾기 쉽게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답니다.

 

 

전체 동물 종에서 4분의 3을 차지하는 곤충은 종류가 많고 살아가는 환경도 제각각인데, 관찰하고 싶은 곤충이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알면 어느 곳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해요. 꽃을 찾는 곤충, 수액에 모여드는 곤충, 죽은 동물이나 똥에 모여드는 곤충, 습기가 많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곤충, 밤에 활동하는 곤충으로 구분할 수 있겠네요. 정말 셀 수 없는 많은 곤충들이 수록되어 있네요. 생생한 사진은 곤충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눈앞에 있는 듯 기분을 느끼게 한답니다.

 

 

담수어류는 강 상류에 사는 물고기, 강 중류, 강 하류에 사는 물고기로 나뉘어지고, 해안동물은 진흙 갯벌에 사는 동물과 모래 갯벌, 갯바위, 조수 웅덩이와 바위 갯벌, 그리고 바닷가 주변으로 나뉘어 소개하고 있지요. 물속사 사는 물고기는 제외하고 우리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크기의 동물을 수서무척추동물이라고 하는데 가재, 새우, 게아재비 등을 말해요. 이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해서 헤어치는 무리, 돌 아래에 붙어 있는 무리, 기어 다니거나 굴을 파는 무리, 물위를 지치는 무리, 집을 만드는 무리로 구분합니다. 이름이 생소한 동물도 있지만, 내가 본적이 있는 동물의 이름이 '이거였구나!'라는 것을 알게되는 즐거움이 있네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이렇게 한 권에 집약되어 소개되고 있는 도감의 필요성은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한 번쯤 느껴봤을 것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의 필요성에 의해서 출간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드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요. <<나의 첫 생태도감>>만 있다면, 이제 아이들이 생물의 이름을 물어볼 때 더 이상 당황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찾아보고 배우고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어른, 아이할 것없이 누구나 마음에 들어할 구성이네요.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이미지출처: '나의 첫 생태도감_동물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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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한자1]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초등학생을 위한 맨처음 한자 1 - 홍콩.일본 편, 내 친구 팬더 찾기 초등학생을 위한 맨처음 한자 1
조경규 글.그림, 정민 외 원작 / 휴먼어린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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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즐겨보지 않아 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오무라이스 잼잼>이라는 웹툰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하네요. 이 웹툰의 조경규 작가가 학습에 대한 부담과 지루함을 덜면서도 한자라는 언어의 바탕까지 아이들에게 제대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게 구성한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한자>> 시리즈를 출간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로 인한 논란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어휘의 70%가 한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구성의 한자 학습서가 출간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흥미 위주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탓에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이에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럼 한자>>는 한자가 어린이들의 교양과 지적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초 분야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출발하면서도 실용적, 오락적 가치를 완성도 있게 끌어올린 만화와 결합시켜 '즐기며 배우는 한자 교육'을 선보이는 시리즈로 한자 문화권의 나라를 여행하고 문화와 특색을 맛보며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도록 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이야기는 홍콩·일본 편인 <<내 친구 팬더 찾기>>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두 살 초등학생인 소라로 무로하리만치 발랄하고 긍정적인 소녀입니다. 소라는 겁이 많고 매사에 심사숙고하는 단짝 친구 깻잎이의 이모가 계신 홍콩으로 단 둘이 여행을 하려고 해요. 엄마가 걱정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요술 상자를 건넵니다. 필요할 때 뚜껑을 열면 그때그때 필요한 요정이 나와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하네요. 그렇게 소라는 할아버지가 주신 요술 상자를 들고 깻잎이와 홍콩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친구와의 여행이라는 흥미진진한 모험과 '팬더댄스'라는 뒹굴뒹굴 만사태평한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으리라 예상되네요.

 

 

 

이제 여행이라는 신 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한자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만화와 유용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어요. 한자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한자 문화권 나라들 곳곳의 생활, 문화 정보가 숨어 있지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들을 본문의 만화를 읽으며 익히고, 부록에서 급수별로 쓰기 연습도 할 수 있답니다. 각 장을 펼치며 한 번, 내용과 함께 또 한 번, 부록에서 다시 한 번 한자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교수가 함께 연구하며 쓴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요. 이들은 우리 고전 문학을 오늘날에 맞게 소개하고 한자를 대중화하는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학자들로, 독음 중심의 단순한 한자 교육에서 벗어나 한자의 역사와 유래, 한자어의 쓰임 등 한자 학습의 기본 밑거름이 될 만한 내용들을 완성도 있게 담아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하니 이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 한자 학습서로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어요.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한자>>는 상형, 회의, 형성, 가차 등으로 대표되는 한자의 유래와 원리를 정리하였고, 부순, 필순, 독음 등 한자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여 '어린이 한자 교양서'로서 손색없는 학습서랍니다. 웹툰 작가가 그려낸 귀여운 캐릭터로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이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의 맨 처음 한자 학습서로 활용할 만한 이유를 충분히 갖춘 책이라 생각되네요.

 

(이미지출처: '초등학생을 위한 맨 처음 한자 1_홍콩·일본 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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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하버드 박사 이만열 교수의 大한국 표류기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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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통령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한국 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소개하며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역량을 재조명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이번에는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걸어갈 인생의 목적지와 방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 자전에세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를 출간했다. 우연히 방문한 한국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했고 두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며, 임마누엘이라는 이름보다는 장인어른이 지어준 한글 이름 '이만열'로 자주 불리게 된, '한국에 반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아닌 선비정신이 담긴 한국의 전통 문화를 한국인보다 더 사랑하는 그가 이 책에서는 동양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현재 동아시아 문화를 연구하며 느낀 점 그리고 한국에서 인문학 교수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살면서 겪은 한국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한국 사회와 정치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라면, 이 책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는 내 개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자전에세이에 가깝다. (본문 6p)

 

저자는 무엇이 자신을 이 한국 땅에 오게 한 것인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의 방향은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한국을 향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이정표를 찾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기에 이 책을 읽은 뒤 자신이 걸어갈 인생의 목적지와 방향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이 가진 문제는 양적 발전이 질적 발전으로 쉽사리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축적된 경험이 발효되어 발생한 문화적인 향기를 세계 속으로 뿜어내지 못한 채 사그라들고 만다. 이것은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본문 76,776p)

 

한국 대학은 어느 순간 주식처럼 변했다. 주식처럼 대학의 이름이 갖는 가치를 계측하기란 쉽지 않다. 교수에 따라, 혹은 학생의 자질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대학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근거가 필요하다. 대학의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그럴싸한 슬로건을 내걸로 학생들을 유치해왔다. 일종의 마케팅으로서 말이다. 현재도 그러한 양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대학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 시스템이 후퇴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의 가치는 학문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래의 가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취업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간쯤으로 변해버렸다. (본문 157p)

 

저자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글을 써왔는데, 한국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고, 좋은 면에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15년 동안 지켜본 한국은 분명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 스스로 자신들의 잠재력을 알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한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현재 유망하게 여겨지는 직업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한국 교육 현실은 변하지 않았음에 격분하고 있다.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 1등만 인정받는 무한 순위 경쟁 속에서 한국 학생들은 조만간 사라질 직업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은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교육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지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교육 자체가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학도 대학 본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양적 상승만 추구한다면 교육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대학은 결코 사업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찾고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관심과 진정한 마음의 소리를 표출할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의 대학은 학문적으로 훨씬 더 나아질 것이고, 학생들은 대학의 미래가 될 것이다. (본문 163, 164p)

 

이 책은 이렇게 CHAPTER 01 젓가락질 잘하는 미국 소년, CHAPTER 02 한쿡 사람으로 산다는 것, CHAPTER 03 인문 교육의 부활을 꿈꾸며를 통해 동양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두 아이의 아빠로 살면서 겪은 한국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CHAPTER 04 임마누엘이 만난 세기의 지성들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노암 촘스키, 프랜시스 후쿠야마, 마이클 푸엣, 헨리 로소브스키들과의 인연을 통해 얻게 된 책으로는 알 수 없는 깊은 영감과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CHAPTER 05 임마누엘이 읽은 고전 편에서는 자신에게 낯선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준 독서에 대해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깊은 감명을 준 특별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는 다산의 선비정신을 배울 수 있었던『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열하일기』,『홍루몽』, 아우슈비치의 비극『살아남은 자의 아픔』이 수록되어 있다.

 

독서는 내 어린 시절 '즐거운 놀이'였다. 내가 자란 집은 구석구석 책들로 가득해 작은 도서관 같았다. 그 책이 모두 '다른 세상으로 가는 티켓'이나 '낯선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세상은 지금까지 보아온 세상보다 더 현실적일 수도 있었다. 이 책들이 나를 그 세상으로 데려다 준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가슴이 설렐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새로운 책을 사 오는 날이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본문 275p)

 

한국의 매력이 정확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분명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의 목적지와 방향은 딱 한가지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내 인생에 필요한 이정표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그 하나의 방향만 보며 무작정 달려가고 있다. 질적 상승이 아닌 양적 상승을, 방향보다는 속도가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방향이 아닌 속도만으로 무작정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할 이유를 생각케 한다. 그렇기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이만열 교수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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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비룡소 클래식 39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 비룡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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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어 온 러디어드 키플링의 <<정글북>>이 이번에는 어린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원작을 충실하게 옮긴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의 <<정글북>>으로 찾아 왔습니다. 6월에 영화 <정글북>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 책의 출간이 더없이 반갑네요. 늑대 굴에서 자란 늑대 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정글북>>을 모글리 이야기로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 <<정글북>>은 키플링의 단편집이랍니다. 이 책 <<정글북>>에서는 모글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세 편 [모글리의 형제들][카아의 사냥][호랑이다!호랑이야] 그 외 [하얀 물개]["리키티키타비"][코끼리들의 투마이][여왕 폐하의 신하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키플링의 교훈은 바로 모글리가 갈색 곰 발루에게서 배우는 '정글의 법칙'에 담겨 있는 윤리적인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 어른에 대한 존중, 절제, 강인함, 생존을 위한 인내, 자만심에 대한 경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생존을 위한 인내 등이 바로 그런 가들이다. 또한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당신과 나, 우리는 한 핏줄"이라는 형제애와 동료애의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중략) 따라서 아무리 잘난 존재라도 겸손함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키플리의 생각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본문 341, 342p)

 

 

지금까지 읽어왔던 모글리의 이야기는 늑대 굴에서 자라게 된 늑대 소년 모글리가 정글에서 성장하게 되는 모험을 담은 성장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는데, 이 작품에서 만난 모글리의 이야기는 그동안 흥미, 재미 위주의 모글리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늘 유쾌한 이야기로만 접했던 탓인지 이 작품에서 만나는 모글리의 이야기는 제국주적인 맹목적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커플링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좀더 두각되어, 유쾌함보다는 인간세상을 비판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지요. 특히 약육강식의 냉혹한 정글의 세계와 나와 다른 이에 대한 편견이 모글리를 통해서 강하게 표현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글리를 사랑하는 늑대형제와 발루, 바기라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이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가가 강하게 전달되어 지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인간 사회로 돌아간 모글리가 인간들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다시 정글로 쫓겨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잘못된 사고가 얼마나 비정한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덧붙히자면, 인간들 속에서 태어났지만 인간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쳐 나온 바기라를 통해서 현재 불거지고 있는 돌고래쇼 사건과 맞물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기에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는 아닐까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횡포를 피해 꿈의 섬을 찾아 떠나는 하얀 물개 코틱의 이야기를 담은 <하얀 물개>, '검은 뱀'이라는 뜻을 가진 칼라나그 코끼리와 조련사 작은 투마이와의 우정을 다룬 <코끼리들의 투마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지요.

 

 

<<정글 북>>은 이처럼 의인화 기법을 통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데, 모글리 이야기는 인간 세상의 비정하고도 비열한 약육강식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그동안 접해왔던 <<정글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낯설기는 하지만, 작품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가 이 작품 속에 잘 묻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는 키플링의 정치적 논란을 떠나 '늑대들과 함께 자란 모글리가 온갖 모험을 겪은 뒤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하얀 물개가 타성과 관습에 젖은 종족을 일깨우기 위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행위, 홍수로 떠내려 와 홀로 남게 된 몽구스 리키티키타비가 코브라 나그와의 목숨을 건 싸움 끝에 사람이 사는 집에 정학하게 되는 과정(본문 343p)' 등은 성장의 과정,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정글북>>은 이렇게 성장과 정체성, 인간과 자연의 조화 더 나아가 정치와 사회 비판 등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정글북>>은 이처럼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완역본이기에 키플링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생 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하는 과정이 키플링 자신에게는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경험과 생각,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들려줬던 키플링이 앞으로 험한 세상에 진입하게 될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정글북』을 포함한 이야기책이 아닐까 싶다. (본문 344p)

 

(이미지출처: '정글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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