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하버드 박사 이만열 교수의 大한국 표류기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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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통령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한국 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소개하며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역량을 재조명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이번에는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걸어갈 인생의 목적지와 방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 자전에세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를 출간했다. 우연히 방문한 한국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했고 두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며, 임마누엘이라는 이름보다는 장인어른이 지어준 한글 이름 '이만열'로 자주 불리게 된, '한국에 반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아닌 선비정신이 담긴 한국의 전통 문화를 한국인보다 더 사랑하는 그가 이 책에서는 동양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현재 동아시아 문화를 연구하며 느낀 점 그리고 한국에서 인문학 교수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살면서 겪은 한국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 한국 사회와 정치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라면, 이 책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는 내 개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자전에세이에 가깝다. (본문 6p)

 

저자는 무엇이 자신을 이 한국 땅에 오게 한 것인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의 방향은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한국을 향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이정표를 찾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기에 이 책을 읽은 뒤 자신이 걸어갈 인생의 목적지와 방향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이 가진 문제는 양적 발전이 질적 발전으로 쉽사리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축적된 경험이 발효되어 발생한 문화적인 향기를 세계 속으로 뿜어내지 못한 채 사그라들고 만다. 이것은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본문 76,776p)

 

한국 대학은 어느 순간 주식처럼 변했다. 주식처럼 대학의 이름이 갖는 가치를 계측하기란 쉽지 않다. 교수에 따라, 혹은 학생의 자질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대학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근거가 필요하다. 대학의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학들은 그럴싸한 슬로건을 내걸로 학생들을 유치해왔다. 일종의 마케팅으로서 말이다. 현재도 그러한 양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대학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 시스템이 후퇴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의 가치는 학문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래의 가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취업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간쯤으로 변해버렸다. (본문 157p)

 

저자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글을 써왔는데, 한국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고, 좋은 면에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15년 동안 지켜본 한국은 분명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 스스로 자신들의 잠재력을 알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한 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현재 유망하게 여겨지는 직업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절실하지만 여전히 한국 교육 현실은 변하지 않았음에 격분하고 있다.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 1등만 인정받는 무한 순위 경쟁 속에서 한국 학생들은 조만간 사라질 직업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은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교육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지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교육 자체가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학도 대학 본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양적 상승만 추구한다면 교육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대학은 결코 사업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찾고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관심과 진정한 마음의 소리를 표출할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의 대학은 학문적으로 훨씬 더 나아질 것이고, 학생들은 대학의 미래가 될 것이다. (본문 163, 164p)

 

이 책은 이렇게 CHAPTER 01 젓가락질 잘하는 미국 소년, CHAPTER 02 한쿡 사람으로 산다는 것, CHAPTER 03 인문 교육의 부활을 꿈꾸며를 통해 동양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두 아이의 아빠로 살면서 겪은 한국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CHAPTER 04 임마누엘이 만난 세기의 지성들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노암 촘스키, 프랜시스 후쿠야마, 마이클 푸엣, 헨리 로소브스키들과의 인연을 통해 얻게 된 책으로는 알 수 없는 깊은 영감과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CHAPTER 05 임마누엘이 읽은 고전 편에서는 자신에게 낯선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준 독서에 대해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깊은 감명을 준 특별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는 다산의 선비정신을 배울 수 있었던『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열하일기』,『홍루몽』, 아우슈비치의 비극『살아남은 자의 아픔』이 수록되어 있다.

 

독서는 내 어린 시절 '즐거운 놀이'였다. 내가 자란 집은 구석구석 책들로 가득해 작은 도서관 같았다. 그 책이 모두 '다른 세상으로 가는 티켓'이나 '낯선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세상은 지금까지 보아온 세상보다 더 현실적일 수도 있었다. 이 책들이 나를 그 세상으로 데려다 준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가슴이 설렐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새로운 책을 사 오는 날이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본문 275p)

 

한국의 매력이 정확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분명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의 목적지와 방향은 딱 한가지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내 인생에 필요한 이정표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그 하나의 방향만 보며 무작정 달려가고 있다. 질적 상승이 아닌 양적 상승을, 방향보다는 속도가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방향이 아닌 속도만으로 무작정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할 이유를 생각케 한다. 그렇기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이만열 교수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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