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 - 여성이었고, 흑인이었고, 영웅이었다
마고 리 셰털리 지음, 안진희 옮김 / 노란상상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화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마고 리 셰털리의 《히든 피겨스》가 청소년판으로 노란상상에서 재탄생되었다.  NASA와 NACA의 미국 항공 우주 연구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영화화되어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한다. 소설, 영화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터라 책 제목, 표지 삽화만으로는 내용을 예측하기는 좀 어려웠으나 표지삽화가 보여주는 세 여성의 당당함이 청소년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라는 것만은 확신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권리는 많은 이들의 용기와 희생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려진 영웅들도 많이 있다. 이 책 《히든 피겨스》는 바로 미국 최초로 인간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린 ‘머큐리 프로젝트’, 모든 인류의 꿈이었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뒤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려져 있었던 세 흑인 여성의 이야기이다.

 

1935년, 최초의 다섯 여성이 랭글리 항공 연구소에 컴퓨터로 고용됐고 이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 수학자로 일하는 여성 컴퓨터들은 수백 명이 되었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흑인이었다.

이 흑인 여성 컴퓨터들의 헌신적인 공헌은 이제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한다.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말이다. 이 여성들을 기념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흑인이거나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여성들이 미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낸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본문 11p)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흑인 여성은 도로시 본, 메리 잭슨, 캐서리 존슨으로 도로시 본은 NACA가 흑인여성을 컴퓨터로 고용하기 시작한 첫해인 1943년부터 NACA에서 일하기 시작하였으며 관리직으로 승진한 첫 흑인 여성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며 NACA에 들어온 많은 재능 있는 여성들이 경력을 쌓아 나갈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다. 메리 잭슨은 NACA에서 공학자가 된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 투사였던 그녀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싸웠으며 그녀의 연구는 초음속 항공기가 더 높고 더 빠르게 날 수 있도록 했다. 캐서린 존슨은 지구를 둘러싼 궤도에 최초로 미국인을 보낸 팀의 핵심 일원이었던 흑인 여성으로 인간을 우주로 보냈다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복잡한 수학 계산을 해낸 인물이다. 그리고 또 한명 크리스틴 다든은 초음속 비행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선두 전문가가 된 흑인 여성으로 여성 우주 과학자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음속 폭음에 대한 그녀의 획기적인 연구는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시절의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만 더 큰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미국 남북 전쟁이 끝난 후 통과된 연방법은 노예 제도를 없애고 흑인들에게 완전한 시민권과 투표권을 보장했지만 많은 주와 지방 정부들은 다른 법들을 만들어 인종 분리정책을 합법화했는데, 남부 지역세서 가장 많이 존재했던 이 법들은 일상 곳곳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시켰다. 백인과 흑인은 같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고,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으며, 버스에서 같은 구역에서 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같은 바닷가에서 놀 수도, 같은 스포츠팀에서 뛸 수도, 극장에서 같은 구역에 앉을 수도, 같은 묘지에 묻힐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 1930년대, 미국은 10년 동안 경제 붛뢍이 이어진 대공황을 겪으면서 모든 미국인들이 고통을 겪었지만 흑인들은 더욱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39년에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은 오히려 많은 흑인들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흑인 남성들이 군대에 입대했을 뿐만 아니라 항공력을 통해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랭글리 항공 연구소에 근무하는 공학자들을 도와줄 동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전쟁은 도로시 본, 메리 잭슨, 캐서린 존슨, 크리스틴 다든과 같은 여성들에게 전문 수학자로서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 앞에 많은 장벽이 존재했으나 그들의 노력으로 능력 있는 동료로서 인정받게 된다.

 

'일단 첫걸음을 내디뎠다면 그다음엔 무엇이든 가능하다.' (본문 257p)

 

《히든 피겨스》는 이렇듯 자신들 앞에 놓인 편견이라는 장볍을 깨부수고 백인들보다, 남성들보다, 더 뛰어난 수학적 재능으로 세계 우주 역사를 새로 쓰게 된 용기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청소년판으로 쓰여진 소설이지만 전문적 용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읽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 앞의 장벽을 깨부순다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음을 들려준다. 우리는 이들 주인공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노력이 자신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선물받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1인 기업가다
홍순성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취직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고, 천만다행으로 취직을 한다해도 그 자리를 보존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아졌다. 어느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공모한 사훈에서 1등으로 뽑힌 것인 바로 "일찍 집에 가고 싶다"였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 직장인의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위를 차지할만큼 직장인들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저녁시간, 휴일까지 반납하고 회사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 두려움을 많은 직장인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을 회사에 투자하고도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직장에서 내몰리기 전에 평생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내가 곧 직장"이 되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직업을 찾기 위한 노력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직장에서 정년 퇴임까지 버티는 것보다는 쉬울 수 있다. 물론 1인 기업 역시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직장은 안전하지 않다. 직장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를 자리에서 내몰 것이다. (본문 16p)

나는 이런 비효율적인 노동 생산성 문제를 1인 기업이 해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으면 일에 대한 기치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대기업 위주의 취업 환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업군이 공존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본문 31p)

 

비록 회사는 전쟁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밖은 낭떠러지라는 생각에서 많은 이들이 이 전쟁터에서 어떻게든 버티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회사 밖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누군가는 현실은 낭떠러지가 아니라 '새로운 평야'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유인 즉, 누가 더 열심히 살아가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영역을 차지할 수도 있고 가치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회사 밖 시간이 나에게 이로운 환경이 될 수 있게 투자해야 하고, 그럴 때 전문성이 길러지며 그 전문성은 또 우리를 살리는 길이 된다. 《나는 1인 기업가다》의 저자 홍순성은 10년 넘게 순항 중인 1인 기업가로 책 일곱 권을 펴낸 저자이자 스마트워킹 컨설턴트, 팟캐스트 운영자(전문 인터뷰어), 1인 기업 매니저(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이 책을 통해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을 찾는 길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업무의 전문성을 토대로 독립할 수 있도록 성장해야 한다. '내가 곧 직장'이 되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본문 15p)

 

이 책은 chapter 1. 직장인과 직업인, chapter 2. 1인 기업 준비하기, chapter 3. 1인기업 운영의 실제, chapter 4. 1인 기업의 생존 전략 만들기, chapter 5. 성공한 1인 기업의 노하우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확산,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모바일 서비스 환경의 확산,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긱 이코니믹의 성장, 퍼스널 브랜딩, 기업에 예속되기보다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길 바라는 개인들의 욕구로 인해 프리랜서 시대가 올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 문제인 실업률의 상승 역시 1인 기업이 나오도록 부추기고 있다. 결국 1인 기업가(프리랜서)가 되어 자신의 전문성을 각각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파는 일이 보편화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1인 기업이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날이 머지않은 이때에 우리는 조금 더 일찍 이 시대를 대비해야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1인 기업가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생길 것이다. 저자는 1인 기업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며, 트렌드 변화에 유난히 민감한 영역은 피하고, 2~3년마다 변화에 따라 새로운 영역을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이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공개하면서 나만의 직업을 찾아 스스로를 평생 고용하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1인 기업가는 결국 스스로 상품이 되어야 한다. 다른 상품이 그렇듯 일관된 브랜딩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1인 기업가의 퍼스널 브랜드는 무척 중요하다. 퍼스널 브랜드란 개인의 꿈, 비전, 가치관, 매력, 장단점을 분석하여 포지션과 정체성을 수립하고 적절한 브랜딩과 채널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사는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난다. 그런데 자신에게 고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특별한 색깔, 퍼스널 브랜드가 없다면 시장에서 상품의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다른 누군가와 구별되는 차별성만이 개인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해주는 시대다. (본문 65p) 

 

취업률의 저조, 불안한 직장생활로 인해 누구나 한 번쯤은 1인 기업을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선뜻 용기를 내보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사항을 설명하고 있어 1인 기업에 대해 관심있는 이들에게 많은 부분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있기에 읽어보길 권해본다.

 

월드 이코노믹 포럼은 이렇게 전망했다. "앞으로 5년 내 현재의 일자리 중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다.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65퍼센트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다." (본문 1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린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 중국아동청소년문학상 금상 단비청소년 문학 14
창신강 지음, 주수련 옮김 / 단비청소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열혈 수탉 분투기》처음 알게 된  작가 창신강은 이후 여러 편의 작품을 통해 만나온 익숙한 작가이다. 창신강은 중국 작가 협회 전국 우수 아동 문학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고, 좡중원 문학상과 쑹칭링 아동 문학상을 수상한 성장소설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인 내가 창신강의 성장소설을 자주 만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나 크고작은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된다. 어른도 그런 성장통을 통해 좀더 나은 어른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나(우리)는 아픔, 상실감, 상처 등이 있던 시간을 딛고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리고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은 아픔의 시간 속에 서 있다. 아프고, 힘들고, 버거운 시간들이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상처가 크게 자리잡기도 하기에 관심과 소통, 사랑, 위로가 그들에게 긴 터널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단비청소년 《우린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는 그들에게 위로이며 힘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이들에게는 기억이며 추억이며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겪게 한다.

 

《우린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는 [샤오이 이야기][아부 이야기][톈양 이야기][천국의 침실에도 비가 새다][알 수 없는 충동][외딴 배][하늘을 향해 오르는 야생 콩 꽃][달려라, 쑤단][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때][해면은 날카롭다][마지 이야기] 등 12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 주인공들은 긴 터널 속을 지나고 있으며, 그 터널 속에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한없이 여리면서도 한없이 강한 척 하는 아이들의 아픈 성장통이 창신강 작가에 의해 섬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12편의 작품 중에 눈에 띄는 이야기가 몇 편 있었다. 이 몇 편의 단편들은 소통, 관심, 이해 등이 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톈양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원만하지 못한 부모와 살아가는 톈양에게 관심을 가져준 선생님, 그 선생님이 있었기에 텐양의 아픈 시간은 견딜만 했다. 그리고 그의 삶을 변화시켜주었다. 반면 [외딴 배]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안타까움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 슬픈 결말이 너무도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작가는 여러 편을 통해 자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인간의 마음에 풀 하나, 풀 향기가 촉촉함을 주는 단비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슬픈 결말에 안타까움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희망에 웃음짓게 하는 12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너무도 기본적이지만 늘 쉽게 잊고마는 관심, 소통,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들은 이들 주인공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뼘 성장하는 계기가 된 듯 싶다. 소통, 사랑, 이해의 부족이 가져온 슬픈 결말이 주는 이야기 [외딴 배]는 그렇게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혼수상태인 몸에 갇힌 여자, 마음의 문이 굳게 닫힌 남자에게 봄처럼 찾아온 사랑이야기 《나 여기 있어요》.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먼저 든다. 얼마 전 영화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천우희, 김남길 주연의 《어느 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아내를 잃고 희망을 잃은 채 마음을 닫았고, 여자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이다. 이렇듯 두 작품은 주인공의 설정이 많이 닮아 있다. 내용의 전개면에서 상당히 다른 두 작품의 주인공이 닮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 해답을 이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 여기 있어요》는 혼수상태인 엘자와 그녀의 병실에 우연히 들어서게 된 티보의 사랑을 담은 프랑스 소설이다. 엘자는 등반사고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6주가 되었다. 물론 6주가 흐르는 동안 이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녀는 정신만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몸에 세 들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남은 건 청각 뿐, 그녀는 알맹이가 쏙 빠진 빈 고치 속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조차 슬슬 손을 놓기 시작했고, 매주 수요일마다 그때그때 사귀는 남자와 함께 병실에 나타나는 여동생만이 꼬박꼬박 찾아오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병실을 잘 못 찾아왔고 엘자는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6년동안 함께하다가 1년 전 신디와 갈라서는 일생일대의 타격을 입고 일에 파묻혀 살던 티보는 한달 전부터 어머니를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모시고 가지만 절대 병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동생의 사고로 두 명의 여자가 목숨을 잃은 탓에 그에게 분노하고 있는 탓이다. 오늘도 여지없이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비상계단으로 향하던 그는 표시를 착각한 탓에 한 웬 병실로 들어가게 된다. 재스민 향이 나는 혼수상태인 그녀는 마침 오늘이 생일이었고 티보는 그녀에게 생일 축하 뽀뽀를 건네고 병실에서 잠이 든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답이 바로 떠오른다. 마치 이순간만 기다렸다는 듯이 단박에 치고 올라오는 답이 있다. 나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지금은 생각에만 적합한 상태다. 내가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눈을 뜨고 내 망막이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버텨야 한다. (본문 110p)

 

엘자에게 티보는 유일한 흥밋거리, 유일하게 새로운 것, 그리고 아직 살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존재였기에 그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고, 티보는 그녀에게 몇 마디 건네 후 어김없이 잠이 들었지만 병원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 그러다 불편한 의자 대신에 그녀의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되고 엘자는 티보의 체온만이라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정신훈련을 하기에 이른다. 이후 청소아주머니는 음악소리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한 엘자에게서 소리를 듣게 되고, 티보가 데려온 친구의 아기를 오해하고 억장이 무너짐을 느꼈을 때, 티보가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때도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의사는 가족들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결정을 요구한다. 동생의 자살로 절망에 빠져있던 티보는 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서둘러 병원에 가게 된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가장 제정신으로 저지른 일인 것 같다. (본문 186p)

 

영화 《어느 날》을 알지 못했다면 이 설정이 꽤 독특하다고 생각되었을 듯 싶다. 마음을 닫은 남자, 혼수상태인 여자와의 로맨스는 독특하면서도 자못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비현실적인 느낌도, 어두운 현실이 가진 무게감도 느낄 수 없었다. 보통의 로맨스에서 흔히 보여지는 두 주인공의 꽁냥꽁냥하는 달달함 대신 엘자와 티보가 서로 교차되면서 각자의 심정을 풀어내고 있음에도 이 소설에는 애틋함이 담뿍 담겨진 로맨스가 있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설정이나 두 사람의 무거운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부분에서 저자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긴박함이라니.

 

《나 여기 있어요》는 모두가 혼수상태인 엘자에게 남은 2%의 희망마저도 포기한 상황에서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티보와 엘자가 사랑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 애틋하게 담긴 소설이다. 영화 《어느 날》과 이 소설의 주인공이 닮아 있는 것은 어쩌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옮겨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말이다. 어쩌면 저자는 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 속에서 우리들에게 희망, 사랑을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이 소설은 내게 그동안 쉽게 읽어내려가던 여타의 로맨스 소설과는 다르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게 사막은 인생의 지도이다 - 탐험가 남영호 대장의 무동력 사막 횡단기
남영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탐험가다. 누구나 건너야 할 자신만의 사막이 있다. 간절함과 희망이 있다면 건너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_ 표지 中

=

=

모래만 가득한 사막은 막연하고 막막한 느낌이 먼저드는 곳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대륙을 가로지르고, 강을 따라 노를 젓고, 8개의 사막을 두 다리로 건넌 텀험가이자 저자인 남영호는 사막에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고 힘겨웠지만, 그 한 걸음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실려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 제목에서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는 《내게 사막은 인생의 지도이다》에서 저자는 지난 여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생이라는 사막을 지혜롭게 건널 수 있는 법을 들려주고자 한다.

=

 

=

이 책은 Road 1 사막을 건너는 법, Road 2 사막의 사람들, Road 3 사막의 풍경, Road 4 원정기록으로 나누어 사막을 탐험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들려줌으로써 사막을 걷는 것과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통해 각자의 사막을 걷고 있는 독자들에게 자신과 마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 속에 실린 사막의 사진들은 지금까지 봐았던 사막 사진과는 다른 압도되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 사진 속에서 저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느꼈던 고독함, 두려움, 기쁨과 그리움, 죽음, 사랑 등의 솔직한 감정들이 배어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

"친구가 되어야 한다."

나 혼자만의 용기로 사막을 건널 수 있다면 우리는 함께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이미 마음속으로 서로를 의지해 이 길을 함께 나선 것이다.

그러나 사막의 한복판에 다다라 그 마음을 잊는다면 그 순간부터 홀로 된다.

홀로 된다는 것.

그것은 사막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이다.

이것이 사막의 법칙이다. (본문 71p)

=

스스로 준비된 자는 두려움 앞에 당당하고 모두가 함께일 때 사막의 위기를 건널 수 있다. 우리가 건너는 인생이라는 사막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왜 함께여야 하는지가 깁슨과 그레이트샌디의 붉은 모래 위에 새겨져 있다. (본문 91p)

=

 

=

저자의 사막 횡단기를 읽는 것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그 흥미진진함은 어려운 도전을 실행하는 저자의 호기심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리고 세상의 잣대에 맞추어 현실과 타협하면서 잊어버렸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무모하기만 해 보였던 저자의 사막 탐험기를 보면서 열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꿈보다는 현실을, 도전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사막보다는 평탄한 길을 걷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

어쩌면 나는 뜬구름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21세기 탐험가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가 그 꿈을 접을 수 없는 것은 꿈을 접어버리는 것이야말로 나에겐 가장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걸까.

잣대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내게 행복이란 진정 원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프롤로그 中)

=

=

일터이자 학교 그리고 때로는 놀이터 같은 사막에서 저자는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내팽개치며 살아왔는지 깨달으며 자신을 알아가고, 스스로와의 관계를 회복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에게 사막은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곳이었던 게다. 저자는 말한다. 사막을 걷는 것은 마치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에 극한의 공간에서 불현듯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감정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질문하고, 화해하고, 또 목도한 고민의 결과를 각자의 사막을 걷고 있는 모두와 나누고 싶다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그동안 건너온 사막에서 희망, 믿음보다는 절박함 하나만으로 헤쳐나왔다면, 이 책을 읽은 후의 내가 만나는 사막에서는 저자처럼 나를 알아가는 행복함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알기를 바란다면, 숨겨왔던 열정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안일함만 추구했던 부끄러운 나를 만날 수 있지만 새로운 탐험을 시작할 열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린 우리 앞에 놓인 사막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 불확실함과 두려움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기 바란다. 멈추는 순간 우리는 그것에 영원히 포위당하는 것이므로. (에필로그 中)

=

(이미지출처: '내게 사막은 인생의 지도이다'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