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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얼마전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비야라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방송을 통해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였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방송을 통해서 ’저자 한비야’가 아닌 ’사람 한비야’를 볼 수 있었다.
MC의 멘트가 짜증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몰입되어 있던 나는, 그녀가 했던 말 ’가슴 뛰는 일’ 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고 느꼈지만, 그 이유를 몰랐던 내게 그녀가 대신 대답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입시전쟁을 치루고, 대학을 다니고, 취업난 속에서 직장을 얻고, 긴장감 속에서 다니던 직장생활은 두근거림을 사라진지 오래이며, 이제 출근과 퇴근이 습관이 되어버린 하루의 일과.
40년이라는 세월동안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이였나? 기억조차 희미해진 내가 원하던 일,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였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왠지 그녀가, 그녀의 책이 나에게 해답을 줄 것같은 묘한 끌림에 나는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의 전반부는 왠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푸념을 섞은 듯한 내용때문인지, 나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인지, 원하는 대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 작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읽어내려갔던 것은, 그녀가 주는 카리스마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해답을 찾았다.
저자는 나에게 해답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것은 <용기> 였다.
물이 부족한 나라,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드는 오지에서도 그녀가 가슴 뛰도록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간직하고 있다. 그 꿈이 크던, 작던 간에 그 꿈들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슴 뛰는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그렇다. 나는 그동안 내가 원하는 일이, 나를 가슴 뛰게 할 일들이 실패와 절망 속에 나를 빠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다.
내가 꿈은 간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시작하려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
그녀는 가르쳐 주었다.
방송의 마지막 부분은 나보다 많은 나이를 가진 그녀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또다시 용기를 갖고 출국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
왠지 모를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고 있었던 나.
가슴 뛰는 일을 시작해보지 않았던 나.
그동안 나는 참 한심한 삶을 살아왔었다는 생각으로 자책해본다.
그러나,
그녀가 감사하다.
52살이라는 (58년 개띠를 마음에 들어하는 그녀의 나이는 52세였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뜻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를 보여준 그녀는, 나에게 자극제 역할을 한다.
나는 그 용기를 배운다.
어떤 일이 나를 가슴뛰게 할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허나, 그 일을 찾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제 가슴이 뛰고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은 용기가 충만하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낀다.
어린 시절의 꿈들을 하나하나 뒤적거려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내 가슴 한켠의 허전함을 메우고 있다.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따스함, 그녀의 용기, 그녀의 포용력에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제 막 그녀에게 배운 용기로 새로이 시작하려는 나 자신에게도 작은 박수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