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DTS - [할인행사]
이창동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남들이 다 좋다는 영화를 비판할 때는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오류가 발견될 시에는 가차없는 공격을 수십명으로부터 당하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에 관한 비판의 글인 '납득할 수 없는 환호'를 읽어 봤다

또 그 비판에 대한 수많은 악의적인 비판 역시 잘 읽어 봤다

한 영화가 뜨면, 즉 수많은 사람들이 다 좋다고 인정을 하면 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도 역시 좋은 영화라고 느껴야겠구나, 무조건 이런 식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건가?

이거야 말로 집단주의의 발로 아닌가!!

예전에 서편제 영화 떴을 때 그거 안 좋다고 말하면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몰렸던 것처럼, 오아시스에 대한 나쁜 평을 내 놓으면 장애인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모독한다는 식으로 내모는 자세는 영화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주제가 바람직할 때, 특히 휴머니즘이나 민족주의, 애국, 등등의 내용일 때 영화는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전체적인 내용인 떨어지더라도 쉽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

왜냐, 도덕적인 얘기니까

오아시스의 경우 억지 감동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기존 영화보다 세련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즘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눈물 안 흘리면, 혹은 이 장면에서 감동하지 않으면 인간미가 부족한 사람 아닌가, 이런 자책감을 들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영화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아시스는 휴머니즘을 주제로 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전개를 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초록물고기를 만든 감독의 역량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모든 화면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다

영화 기법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평론을 읽어 보니 헨드 헬드라고 감독이 카메라를 직접 들고 찍는 기법이라 그런 것 같다

사실주의 영화라 일부러 선택한 거라고 하는데 보는 입장에서는 너무 단조로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공주가 갑자기 일어서서 종두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뇌성마비의 신체를 벗어 던지고 정상인처럼 사랑을 나누고 싶은 공주의 안타까움이 잘 묻어 났으나 한 번만 보여줬음 더 좋았을 뻔했다

그런 장면들이 여러 번, 그것도 갑작스레 몇번 씩 등장하니까 왠지 어색하고 감동도 옅어지는 기분이다

특히 코끼리와 인도 무희가 등장해 꽃을 뿌리고 둘이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지루하고 어색했다

배우 역시 감독과 갈등이 많은 부분이라고 했던 마지막 경찰서 장면도 공감이 덜 간다

종두가 강간범으로 몰렸을 때 한 마디 변명도 못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몇 시간 전에 여자 친구라고 어머니 생일 잔치에 데려온 여자를 강간했다고 동생이 잡혀 들어 갔는데 형제들이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족에게마저 버림당했다고는 하지만 종두를 책임져야 할 입장에서 최소한의 상황 증거는 말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오히려 종두가 아무리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을 해도 종두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

형을 대신해 뺑소니로 감옥에 간 종두가, 가해자로의 학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피해자로서의 삶이 내면화되어, 변명이라는 기본적인 방어 기제조차 사용할 수 없는 처지라고 나름대로 이해하기로 했다

오아시스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사실적인 상황 설정은 대단히 칭찬해 줄만 하다

특히 설경구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누가 설경구를 공공의 적에 나오는 그 다혈질 형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사회에서 소외됐으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나름대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약간 부족한 홍종두를, 과연 설경구만큼 잘 소화해 낼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조연들의 연기도 모두 빛났다

평론가도 지적했지만, 공주 시누이나 종두 형수 역의 배우들 역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가족을 둔, 착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나쁘지도 못한 어설프게 위악적인 우리 소시민의 애환을 잘 표현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러운지 정말 우리 일상을 조금의 가감없이 잘 보여줬다

마치 현실의 일부를 찍어 놓은 기분이 들었다

교도소에서 처음 나와 밥값이 없어 다시 경찰서에 잡혀 갔을 때 형사가 사람답게 살아야지, 이러면 되겠냐고 타이를 때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종두가 안타까워 눈물이 찔끔 났다

사실 그가 악한 사람은 아닌데 지능이 좀 부족하기 때문에 늘 소외되고, 심지어 가둬지는 게 아닌가!!

(난 그가 지능이 약간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촬영할 때 감독은 형사가 종두를 윽박지르는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경찰서에서 실제 형사가 시범 보이는 걸 보고 타이르는 쪽으로 바꿨다고 한다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착하고 순박하지만 단지 머리가 좀 모자라 제대로 사람 대접을 못 받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자아내던 종두가, 공주에게 예쁘다면서 꽂을 건네주고 강간을 저지를 때는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동정을 받는 이유는, 마음은 선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가 좀 모자라 일반 사람을 상대로는 못하고 자기보다 더 부족한 사람을 상대로 나름대로의 힘을 휘두른다고 생각하니, 역시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위선적인 동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정상적인 여자의 몸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는 육체를 가진 장애인의 몸을 탐하는 종두의 모습은 인간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런 종두에게 전화를 거는 공주의 모습도 약간 부자연스러웠다

상식적으로 자신을 강간하려고 한 남자에게 호감을 갖는다는게 가능할까?

그 사이에 공주가 종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사건을 삽입했으면 좀 더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내용과는 별도로, 내 가족이 장애인이 됐을 때 과연 나는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반성도 들었다

동생만을 남겨 둔 채 동생 이름으로 된 새 아파트로 이사간 오빠 부부를 보면서 비인간적인 사람들이라고 욕하긴 했지만, 뇌성마비자를 평생 돌볼 의무를 지지 않은 사람들은 함부로 그 가족을 비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생일이라고 케익을 사서 배부른 몸을 이끌고 아파트로 올라가는 시누이의 모습에서 100% 착할 수 없는, 이기적인 본성을 가진, 그렇지만 또 100% 나쁘지도 못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영화의 주제와는 다소 벗어난 기분이 들지만 장애인 문제는 그 가족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기에는 너무나 큰 짐이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 사회가 같이 책임져 줘야 할 문제 같다

음식점에 들어 온 공주와 종두를 위해 가장 편한 자리를 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오아시스'는 일단 좋은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장애인과 지능이 약간 모자란 남자의 사랑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다만 느끼게 해 주는 감독의 역량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평면적이고, 물 흐르듯 단조롭다

다음 영화에서는 감독이 좀 더 입체적인 전개와 화면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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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 - 할인행사
폴 웨이츠 외 감독, 휴 그랜트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간만에 즐겁게 본 영화

영국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확실히 헐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다

좀 더 단조롭고 자극적인 게 적다고나 할까?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담백하다

그래서 약간은 지루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휴 그랜트는 정말 멋지다

잘 생긴 건 아니지만 편안한 얼굴로 호감 가게 생겼다

정말로 여자를 잘 꼬시는 남자는 장동건처럼 준수하게 생긴 얼굴이 아니라 휴 그랜트처럼 편안하게, 호감가게 생긴 얼굴이라고 한다

여기에 말까지 잘하면 대부분의 여자는 넘어간다고 할 수 있지...

하여간,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상당히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섬이다. 그러나 바다 속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의 주제는 이 한마디로 압축되는 것 같다

초반부에서 독신주의자 휴 그랜트는 인간은 섬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인간은 여전히 섬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섬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난 그게 멋지다

만약 그가 후반부에 가서 결국 인간은 혼자서는 못 산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완전히 자기 주장을 뒤집어 버렸다면 별 재미가 없는, 팍팍하고 꼰대 같은 지루한 영화가 됐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인간은 섬이다 라는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다만 망망대해에 완전히 홀로 떠있는 것은 아니고 그 밑으로는 수많은 섬들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 간다는 결론이 참 마음에 든다

나도 동의하는 바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과연 근원적인 외로움이나 독립성이 해결되는 것일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인간의 기본적인 독립성과 외로움은 유지되는 것이고, 다만 완전히 고립되어 혼자 살 수는 없는 일이고, 또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서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가지고 살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싱글맘들의 데이트 장면이다

독신자가 적은 우리 사회에서 애 딸린 이혼녀가 재혼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채 연애를 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싱글 부모들이 자기들끼리의 모임을 통해 교류하면서 로맨스를 즐기는 모습이 영국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애 딸린 이혼녀는 연애도 못하는 칙칙하고 우울한 삶일 것 같았는데 또 자기들 나름대로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사는 걸 보고 행복에 있어 정해진 기준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삶의 형태는 다양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색안경을 끼고 볼 것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면 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정해진 규격에 맞지 않다고 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진정으로 외롭지 않거나 하나가 아닌 둘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독신주의에 대해 이 영화가 미치는 영향이라면, 혼자 살지라도 완전한 고립이 아니라 역시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이웃과의 관계가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나라는 혈연 중심주의이고, 이웃을 초대해서 파티를 한다거나 모임을 갖는데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꼭 이 영화 뿐 아니라 미국 영화에서 참 많이 느끼는데 그 사람들은 꽤 이웃에 대해 개방적인 관꼐를 맺은 것 같다

뭐랄까, 혈연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기분이 든다

영화에서 휴 그랜트가 마커스 집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되어 가는데 거기 참석자들을 보면 가관이다

이혼한 마커스네 부부와 마커스 아빠의 새 여자 친구, 그녀의 엄마, 마커스 엄마의 친구인 또다른 싱글맘 수지, 그리고 그들과 기묘한 관계를 맺고 있는 휴 그랜트!!

이 얼마나 안 어울리는 어정쩡한 조합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식탁에 둘러 앉아 즐거운 크리스마스 저녁을 보낸다

나도 상당히 폐쇄적인 편이라 조금이라도 어색한 모임에는 절대 안 나가는 편인데,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에도 쉽게 어울리는 것이 독신자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휴 그랜트와 마커스 엄마가 이어졌다면 굉장히 진부한 스토리가 됐을 것 같다

결국 어린 아들이 불쌍한 이혼녀 엄마와 주인공 독신남을 연결시켜 주는 뻔한 러브 스토리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인간은 섬이다, 그러나 그 내부는 섬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멋진 주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세련되게도 그런 시시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다

휴 그랜트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다

(사실 마커스의 엄마가 못생겨서 휴 그랜트의 상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둘이 이어지는 스토리였다면 아마 좀 더 예쁜 여배우를 골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파트너와 결혼에 골인하는 식으로 결말을 맺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결혼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식의 진부한 주장을 하지 않는데 있다

"인간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결혼이다" 라는 식의 전형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인간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며, 그 방법은 결혼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라는 식의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를 잠깐 짚고 넘어 가자면...

영국에도 왕따라는 게 존재하는 모양이다

마커스가 수업 시간에 이상한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 아이들에게도 악마 같은 잔인한 성향이 있다는 말이 보편적인 진리이며, 어느 집단이는 약하고 튀는 존재는 억압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만의 특수한 문제는 아니라는 예기다

결국 모든 인간 관계는 권력을 매개로 한다는 미셸 푸코의 말이 진리인 셈이다

또 동성애가 영국에서는 보편화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커스가 휴 그랜트의 집에 종종 놀러가는 걸 안 엄마가 흥분해서 얘를 데리고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느냐고 따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우리 상식으로 보면 무려 스물 여섯이나 차이나는 동성의 꼬마애를 데리고 성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혹시 독신인 남자가 어린 여자를 데리고 놀았다면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지만, 같은 남자애와 놀았다고 해서 그 애에게 성적인 행위를 강요했다고 상상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여자끼리 손잡고 다니면 동성애자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스토리가 약간 지루하게 전개되긴 했지만 주제가 멋있고, 휴 그랜트가 무척 매력적으로 나오는 참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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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1-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이라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섬'이란 표현이 재밌네요. 어디서 사람사이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 표현이 생각나네요. 그 빙산 아래는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연결되어 있구요. 빙산보다 섬이란 표현이 맘에 듭니다. 어쩌면 사소한 차이로 인해 차별로 연결되는 우리현실로 볼 때, 이런 방식은 정말 유연하고 폭넓게 사람관계를 맺는 방법도 될 수 있겠죠. 사적인 소통도, 공적인 소통도 마음속에 이런 심연이 가득하면 더욱도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물론 득도의 수준도 될 수 있겠지만요.ㅎㅎ)



공적인 소통도 이런 관계로 가득가득 나이테처럼 풍요로운 관계로 거듭났으면 하네요.

marine 2005-01-1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멋진 여울마당님의 리플들!! 이 영화 직접 보세요 괜찮답니다 저도 그 섬이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마지막 결론, 섬은 바닷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겉으로는 각자 사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독신주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러므로 인간은 소통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잘 보여 준답니다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명성에 비해 아주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을 안 좋아해서 캐릭터로만 접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까 소박한 시골 이야기에 가족간의 사랑, 고양이 등이 접목된 어린이 만화 영화 같다 하긴 벌써 제목에서부터 "이웃집 토토로" 라는 옆집 이야기 분위기가 나긴 한다 나는 니모나 몬스터처럼 입모양 하나까지 다 맞추는 섬세하고 화려한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본 만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본 후 일본 만화에 관심이 생겨 미야자키 감독의 다른 영화도 보게 됐다 하울이 제일 화려한 것 같다 다른 만화들은 다 소박하고 이웃집 얘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게 말하면 따뜻하고 소박하지만 스토리가 좀 단순하다

토토로가 대체 뭘 말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책에 나오는 도깨비 이름이다 네 살짜리 꼬마 메이가 도깨비 "트롤" 을 잘못 발음해 토토로가 된 것이다 나는 이 토토로가 뭔가 큰 일을 해낼 줄 알았는데 말도 한 마디 안 하고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좀 실망... 그런데 무지하게 덩치가 큰 고양이 같기도 하고, 뭐라 딱히 정의할 수 없는 동물로 나온다 배가 하도 크고 푹신해서 메이와 사스키가 위에서 뛰노는데, 나도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건가?

사스키는 캔디과 스타일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을 명랑한 소녀!! 사스키 엄마가 입원해 있기 때문에 아침밥을 짓고 스스로 도시락을 싸야 할 가엾은 형편에 처해 있지만 절대 우울해 하지 않는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낙담하는 법이 없다 실제 생활에서 본다면 초등학교 2,3 학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여자애가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자기가 밥해서 동생 먹이고 도시락 싸면 무지하게 불쌍하고 궁색스러울텐데 말이다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그리는 게 만화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일본 시골 풍경이 퍽 아름답게 펼쳐진다 "빨간머리 앤" 이 뛰어 다니던 그 프린스 에드워드 섬처럼 일본 시골 풍경도 초록색으로 물들어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농부들의 애환은 사라지고 평화로운 시골 모습만 남는다 각 집에 전화도 없는 걸로 봐서 배경이 꽤 오래 전인 것 같다 옥수수를 따고 우물물을 길러 먹는 정겨운 풍경을 보면서 일본 농촌 문화에 웃음을 머금었다 식민지 지배라는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 없었다면 이웃 나라의 문화를 보다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텐데, 참 아쉽다 "오라이" 라든가, "벤또" "이빠이" 등 일본말이라고 쓰면 큰일날 것처럼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친숙한 용어들이 반가우면서도, 한일간의 껄끄러운 과거사가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다 신사에 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사온 후 사스키네 식구들은 신사에 가서 잘 봐 달라고 절을 한다 이것도 그저 하나의 문화일 뿐인데 우리에게는 과거사 문제가 얽혀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다

일본말은 애니메이션으로 볼 때 특히 정겹고 사삭스럽다 좋게 말하면 애교 만점이랄까? 다소 과장된 억양 등이 재밌게 들린다 이 만화의 매력은 네 살짜리 꼬마 메이의 귀여운 말투 같다 문득 "빨간머리 앤" 에서 다이아나 동생으로 나오는 미니메이가 생각난다 메이가 숲 속으로 들어가 토토로를 만나는 장면은 참 예쁘다 또 햇볕을 많이 받고 자란 옥수수를 먹으면 엄마 병이 금방 나을 거라는 할머니 말을 듣고 혼자 옥수수를 들고 엄마를 찾아 나서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만화는 메이 엄마가 퇴원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얼른 건강이 회복되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엄마는 퇴원하면 아이들의 응석을 다 받아 주겠다고 결심한다 눈에 밟히는 어린 아이들을 집에 버려 두고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젊은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만화에서는 몇 장면 안 나왔지만 사스키를 좋아하는 남자애 칸타도 참 재밌다 좋아하긴 하지만 쑥쓰러우니까 일부러 사스키에게 툴툴거리는 칸타가 참 귀엽다 비오는 날 사스키에게 우산을 던져 주고 (쓰고 가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자기는 우산 따윈 필요없다는 듯 던져 버린다) 정작 집에 와서는 버렸다고 말해 버리는 순진한 칸타!! 사스키가 우산을 돌려 주러 집으로 찾아오자 놀라서 숨는 장면에서는 많이 웃었다 둘이 친해지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기엔 시간이 짧다

일본 만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명성만큼 화려하고 재밌는 건 아니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점이 마음에 든다 디즈니 만화와는 또다른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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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1-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버스 생각 나네요. ^^* 길거리에 토토로인형 엄청 큰거 팔던데... 얼마나 하려나???

marine 2005-01-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하니까 전 야클님이 생각나는데요?? 캐릭터 산업은 정말 무궁무진 하죠 전 만화도 안 봤으면서 토토로 달력이나 키홀더 선물한 기억이 나요
 
바람난 가족 - [할인행사]
임상수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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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1-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죠. 현실도 그렇고, 가족의 형태도 무척 다양한데도 꼭 한가지만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의 상품화 못지 않게 과다한 '짝찾기'...'나의 님은 어디에 있을거야'라는 류, '사랑만이 나의 빈속을 채워줄 수 있어' 등등 과다한 열정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연애'밖에 없습니다라고 사회가 주술을 거는 것 같기도 하구, 종교처럼 '연애'를 믿어야 합니다라고 강요하는 듯합니다. 여러여건으로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도 이런 마술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듯합니다. 모든 매체가 도배를 하듯, 제 생각엔 너무 과잉인듯 합니다. 연애, 섹스, ... ...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열정'이 과다하게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물어보기도 합니다. 결혼을 해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많고, 결혼으로 인해서 누릴 수 없는 것도 많지요. 아이들과 살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그렇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고독이나 외로움의 공간에 '신흥종교?'를 지나치게 넣어두면 정말 '쿨'한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학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사랑이라는 것이 보편적이긴 하겠지만, 연애에 이렇게 목숨 건 시대가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애정'이라는 것이 구하려고 할수록 사라지고, 나누면 커진다는 것 맞겠죠.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영화 속에 인물들은 끊임없이 이에 갈구하고 목숨거는 것은 아닌지? 님의 글로 한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 틀에 우리가 너무 무의식적으로 중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marine 2005-01-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은 정말 결혼이 선택이라고 생각하세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독신이란 마이너리티로 가는, 곧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이 글이 오래 전에 쓰여진 거라 그 때 무슨 의도로 썼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사랑 지상주의자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사랑이 최고야, 이런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가족간의 의사소통이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함께 살면서도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다른 상대를 찾아 헤매는 요즘의 세태 풍조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안 보셨으면 한 번 보길 바랍니다 일단 재밌어요^^
 
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너무너무 재밌는 소설이다
"GO" 라는 제목 만큼이나 산뜻하고 유쾌하다
재일 한국인이 쓴 소설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우울하고 무거운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같은 묵직한 주제를 산뜻하고 유쾌한 터치로 풀어 간다
문득 "호밀밭의 파수꾼" 이 생각난다
재일 교포라는 정체성 문제를 뺀다면 두 소설의 스토리 전개나 문체 등은 아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 "나" 는 조총련에 소속된 재일 한국인이다
재일 한국인은 일본 국적이 아닌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므로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 문제는 너무 어렵고 중요한 것이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예전에는 왜 그들이 귀화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교육을 받고 일본어로 얘기한다면 그 사회에 적응해서 사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이미 백 여년의 이민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언뜻 보면 배타적이기까지 한 재일 한국인들에게 일본인이 불친절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떤 글에서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속내를 읽었다
일본으로의 이주는 자발적이 아니라 징용 등으로 식민지 시절 끌려간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다 해도 평등하게 대해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일본인의 기본적인 정서에는 재일 한국인이 한 단계 낮은 종족이라는 편견이 숨어 있는 것이다
마치 미국 백인들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서로 뭉치는 것만이 그나마 일본 사회에서 버티고 살아갈 힘이 된다고 했다
국적을 바꾸나 안 바꾸나 차별받는 게 마찬가지라면 민족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뭉쳐서 대항하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 일본에 있는 한국인은 이념적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공격한다고 한다
분단의 역사가 빚어낸 불행일 것이다
조총련계와 민단으로 나뉘어 북한과 남한의 대리전을 일본에서 펼치는 식이다
한국에서 건너 온 1세대는 그렇다 치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2세대, 3세대들은 과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뿌리가 한국일 뿐, 어찌 보면 일본인과 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도 단지 조상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근거없는 차별에 시달려야 한다
이들에게 끝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게 옳은 일일까?
차별하는 일본인은 말할 것도 없이 나쁜 사람들이지만, 재일 한국인의 폐쇄성이나 집단주의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북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후 민족 고등학교 대신, 일본 고등학교로 진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집단 이지메에 시달린다
누구도 개인에게 전체의 대의를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대체 전체라는 힘의 논리로 차별하는 기득권 세력과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이 소설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일단 주인공 "나" 부터가 대단히 매혹적이다
권투 선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 는 주먹 힘이 세기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컴플렉스를 갖지 않는다
차별하는 놈들의 사고방식은 바꾸기 힘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놈들이 덤비면 때려 눕히면 된다
즉 그들보다 정신적으로 더 여유있고 성숙한 셈이다
"나" 의 아버지는 권투 선수 출신으로 파칭코 경품 교환소를 운영하면서 살아간다
보통 아버지 하면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늙어감에 대한 애잔함 등이 묻어나기 쉬운데, 이 소설 속의 아버지는 60이 가까운 나이에도 아들과 싸워 이길 수 있고,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도 혼자 마크르스와 니체를 읽어 낼 정도의 지력을 가진 강인한 인물이다
그러므로 "나" 는 아버지를 두려워 하고 언젠가는 꺽어야 할 목표로 삼는다
아들에게 넘어야 할 산으로 건재하는 한, 아버지는 여전히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강력한 보호막으로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나" 가 아버지를 도덕적으로 존경하는 것도 아니다
"나" 는 걸핏하면 아버지를 망할 놈의 영감탱이라고 속으로 지껄인다
어찌 보면 "나" 는 옳든 그르든 무조건 연장자 우선인 유교 문화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의 친구로 공부 밖에 모르는 정일이가 등장한다
정일이는 일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이유로 까닭없이 맞는 "나" 를 위해 용감하게 선생 앞에서 "나" 를 편들어 준 후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그 후 둘은 친구가 됐는데, 그는 일본의 좋은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민족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돌아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일본 고등학교로 간다는 "나" 를 때리는 선생에게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조국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대드는 모습을 보면서, 정일이라는 캐릭터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 밖에 모르는 이 샌님은, 실은 재일 한국인 학교의 깡패 같은 동료들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비록 그들과 친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일본인에게 기죽지 않고 대등하게 싸우는 걸 보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 같은 재일 한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북한이나 남한에 휘둘려 정작 재일 한국인의 생존에 대해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민족 학교의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지만, 우리라는 울타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정일이는 일본인에게 절대 지지 않는 "나" 를 자랑스러워 한다
이 똑똑하고 반듯한 소년은 어처구니 없게 일본 고교생이 휘두르는 잭 나이프에 경동맥을 다쳐 과출혈로 죽고 만다
일본인이 조선인 여자 후배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겁도 없이 덤빈 것이다
단 한 번도 싸워 본 적이 없는, 공부 밖에 몰랐던 이 소심한 소년이 자기와 실상 아무 관계도 없는 여자 후배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섰을 때,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너무 순진해 죽음의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일까?
좋은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민족 학교로 돌아와 재일 한국인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겠다는 그의 다짐은 가식이 아닌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가 전철 안에서 과출혈로 죽어갈 때 어떤 승객도 그를 돕지 않았다
제발 이것이 소설 속의 한 장면이길 바란다
설마 일본인이 이렇게까지 냉담하고 잔인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

"나" 는 국적이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거라고 믿는다
"나" 의 아버지 역시 나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그저 떠도는 부초일 뿐이라는 구절을 즐겨 외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그저 나라는 개인으로 당당히 혼자 설 수 있고, 또 그 홀로서기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삶의 한 방식으로 이해해 주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
문득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재일 교포들의 부당한 대우를 성토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이 땅의 이방인들에게 얼마나 관대한지 돌아봐진다
한국인은 더러운 피가 흐른다고 교육받은 "나" 의 여자 친구 사쿠라이는, "나" 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연락을 끊는다
일본인의 차별을 정신 상태가 한 수 아래인 놈들의 우스운 짓거리로 치부하던 이 당당한 청년은, 사랑하는 여자의 편견과 외면에는 대항할 힘을 잃는다
그러나 사쿠라이는 자기가 받은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 라는 청년의 매력을 통해 깨닫고 다시 그에게 돌아온다
한국인, 일본인, 혹은 전라도 사람, 서울 사람, 우리를 규정짓는 집단의 아우라를 벗어 던지고 그저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평가받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

(고등학생인 사쿠라이의 과감한 육체 행위는 무척 놀랍다 고등학생들도 이성 친구가 생기면 꺼리낌 없이 호텔로 들어가 일을 치루는 것이 일본의 전반적인 분위기인지, 아니면 소설에서 오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더구나 첫 섹스가 아니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경험있는 척 남자를 리드하려고 하는 여학생의 자세가 놀랍다 일본 여성들은 모텔비도 남자와 똑같이 낸다고 하던데 정말 여자가 성의 주체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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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양 2005-01-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읽으셨군요. 제게 추천해주신 만큼 제가 오늘 추천 꾹 눌러드릴께요.

marine 2005-01-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과양님 감사^^ 얼른 읽어 보세요,재밌답니다 혹시 "호밀밭의 파수꾼" 읽으셨어요?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예요

여울 2005-01-0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여자,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백인/흑인/아시안, 일본인/백인-흑인/아시안; 한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지역감정은 아무것도 아니라구. 인종차별은 하물며... ...그는 외국인노동자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있는 듯 했어요. 일본역시 흑인-백인이라면 예전 우리가 이태원에 영어한마디한다고 따라다니던 식?으로 인종차별이 유난히 심한 것 같더군요.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학생 대상(수준에서)으로 정치를 한다고 보면 지속적으로 그틀을 유지하려고 보아야하겠지요. 남과 나를 구분짓고 이름지으려는 자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합니다. 요원하겠지만 외국인노동자, 소수에 대한 배려와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자중심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겠어요.(공부 좀 하세요. ㅎㅎ 책만 보시는 것 아니죠.)

marine 2005-01-0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의 성의있는 코멘트,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주는 공부하려고 책 안 빌렸어요 취직 시험 보려니까 긴장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