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명성에 비해 아주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을 안 좋아해서 캐릭터로만 접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까 소박한 시골 이야기에 가족간의 사랑, 고양이 등이 접목된 어린이 만화 영화 같다 하긴 벌써 제목에서부터 "이웃집 토토로" 라는 옆집 이야기 분위기가 나긴 한다 나는 니모나 몬스터처럼 입모양 하나까지 다 맞추는 섬세하고 화려한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본 만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본 후 일본 만화에 관심이 생겨 미야자키 감독의 다른 영화도 보게 됐다 하울이 제일 화려한 것 같다 다른 만화들은 다 소박하고 이웃집 얘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게 말하면 따뜻하고 소박하지만 스토리가 좀 단순하다

토토로가 대체 뭘 말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책에 나오는 도깨비 이름이다 네 살짜리 꼬마 메이가 도깨비 "트롤" 을 잘못 발음해 토토로가 된 것이다 나는 이 토토로가 뭔가 큰 일을 해낼 줄 알았는데 말도 한 마디 안 하고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솔직히 좀 실망... 그런데 무지하게 덩치가 큰 고양이 같기도 하고, 뭐라 딱히 정의할 수 없는 동물로 나온다 배가 하도 크고 푹신해서 메이와 사스키가 위에서 뛰노는데, 나도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건가?

사스키는 캔디과 스타일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을 명랑한 소녀!! 사스키 엄마가 입원해 있기 때문에 아침밥을 짓고 스스로 도시락을 싸야 할 가엾은 형편에 처해 있지만 절대 우울해 하지 않는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낙담하는 법이 없다 실제 생활에서 본다면 초등학교 2,3 학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여자애가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자기가 밥해서 동생 먹이고 도시락 싸면 무지하게 불쌍하고 궁색스러울텐데 말이다 모든 것을 아름답게만 그리는 게 만화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일본 시골 풍경이 퍽 아름답게 펼쳐진다 "빨간머리 앤" 이 뛰어 다니던 그 프린스 에드워드 섬처럼 일본 시골 풍경도 초록색으로 물들어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농부들의 애환은 사라지고 평화로운 시골 모습만 남는다 각 집에 전화도 없는 걸로 봐서 배경이 꽤 오래 전인 것 같다 옥수수를 따고 우물물을 길러 먹는 정겨운 풍경을 보면서 일본 농촌 문화에 웃음을 머금었다 식민지 지배라는 끔찍한 역사적 사실이 없었다면 이웃 나라의 문화를 보다 편하게 받아 들일 수 있을텐데, 참 아쉽다 "오라이" 라든가, "벤또" "이빠이" 등 일본말이라고 쓰면 큰일날 것처럼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친숙한 용어들이 반가우면서도, 한일간의 껄끄러운 과거사가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다 신사에 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사온 후 사스키네 식구들은 신사에 가서 잘 봐 달라고 절을 한다 이것도 그저 하나의 문화일 뿐인데 우리에게는 과거사 문제가 얽혀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다

일본말은 애니메이션으로 볼 때 특히 정겹고 사삭스럽다 좋게 말하면 애교 만점이랄까? 다소 과장된 억양 등이 재밌게 들린다 이 만화의 매력은 네 살짜리 꼬마 메이의 귀여운 말투 같다 문득 "빨간머리 앤" 에서 다이아나 동생으로 나오는 미니메이가 생각난다 메이가 숲 속으로 들어가 토토로를 만나는 장면은 참 예쁘다 또 햇볕을 많이 받고 자란 옥수수를 먹으면 엄마 병이 금방 나을 거라는 할머니 말을 듣고 혼자 옥수수를 들고 엄마를 찾아 나서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만화는 메이 엄마가 퇴원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얼른 건강이 회복되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엄마는 퇴원하면 아이들의 응석을 다 받아 주겠다고 결심한다 눈에 밟히는 어린 아이들을 집에 버려 두고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젊은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만화에서는 몇 장면 안 나왔지만 사스키를 좋아하는 남자애 칸타도 참 재밌다 좋아하긴 하지만 쑥쓰러우니까 일부러 사스키에게 툴툴거리는 칸타가 참 귀엽다 비오는 날 사스키에게 우산을 던져 주고 (쓰고 가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자기는 우산 따윈 필요없다는 듯 던져 버린다) 정작 집에 와서는 버렸다고 말해 버리는 순진한 칸타!! 사스키가 우산을 돌려 주러 집으로 찾아오자 놀라서 숨는 장면에서는 많이 웃었다 둘이 친해지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기엔 시간이 짧다

일본 만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명성만큼 화려하고 재밌는 건 아니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점이 마음에 든다 디즈니 만화와는 또다른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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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1-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양이버스 생각 나네요. ^^* 길거리에 토토로인형 엄청 큰거 팔던데... 얼마나 하려나???

marine 2005-01-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하니까 전 야클님이 생각나는데요?? 캐릭터 산업은 정말 무궁무진 하죠 전 만화도 안 봤으면서 토토로 달력이나 키홀더 선물한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