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책을 죽이는가
사노 신이치 지음, 한기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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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대로 읽은 책은 아니다
맨 앞의 역자 서문은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짚어낸 글이라 재밌게 읽었는데, 본문은 역시 일본 출판계 이야기라 공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시사적인 책은 번역서를 읽는 경우 맥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상적으로 읽히기 마련이다
그나마 미국 쪽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기 마련이라 별 무리없이 읽어지지만, 일본 얘기만 해도 낯선 부분이 꽤 많은 느낌이다

간단히 느낀 바를 적자면
1. 일본의 도서관은 인기있는 책을 한꺼번에 다량 구입을 한다고 한다
한국 도서관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기껏해야 두 세권 (사실 세 권 구입한 경우도 나는 못 봤다) 이지만 여기는 화제가 됐던 "오체불만족" 같은 경우 한 도서관에서 무려 59권을 구매한 일도 있다고 한다
그 도서관의 입장은 대출율이 높은 책을 많이 구입해서 배치하는 게 이용자를 위해서도 당연하게 아니냐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이 무료 대여점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용자 편의주의가 분명하고, 일본 도서관이 마치 기업처럼 이용자 실적을 높히는 것을 생산성 향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도서관에서 베스트셀러를 다량 구입하면 출판사의 이익이 그만큼 침해된다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안 사서 문제인 줄 알았더니, 베스트셀러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이 사서 또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많이 빌려가는 책을 많이 구비해 놓으면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한 권의 책을 다량 구입한 만큼 다른 책 구입액이 줄어들기 마련이니,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도서관이 반드시 교양지상주의로 고상한 책만 갖춰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책을 무려 60여 권이나 비치해 둔다는 건 좀 심하지 않을까?

2. 일본 도서관은 신간의 약 3%를 구매하는 반면, 미국은 20%, 스웨덴은 무려 50%를 도서관이 책임진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몇 %일지 궁금하다
출판량의 일정 부분을 도서관이 책임져 주기 때문에 안 팔릴 책도 소신있게 출판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스웨덴은 도서정가제가 없기 때문에 출판사 보호 차원에서 어느 정도 물량을 책임져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한다
워낙 뜨거운 이슈인지라, 어떤 게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시중에 나온 값보다 더 비싼 값으로 기본 분량을 구매해 주는 미국이나 스웨덴의 정책은 분명히 출판계가 소신있는 출판을 할 수 있는 큰 버팀목이 될 것 같다

3. 서점에 대한 새로운 인식
나는 서점이 단지 책을 사는 곳인 줄만 알았다
대부분의 서점인들도 단지 책을 맡아 팔고 안 팔리는 책은 반품하는 위탁판매 장소로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책의 판매를 향상시키는 열혈 서점인들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어떻게 배치를 하느냐에 따라, 이를테면 가정법에 대한 책 옆에 이혼에 관한 책도 놓고, 이혼 과정을 훌륭하게 극복한 에세이도 함께 비치함으로써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게끔 유도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책 홍보는 인터넷 서점에서나 하는 줄 알았는데 왠걸, 서점에서도 홍보 전략을 짤 수 있다니, 새로운 사실이다
또 서점 직원은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 주는데 그치지 않고, 관련 서적을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당연히 서점 직원을 아르바이트생 개념으로 채용하는 서점은 잘 될 수가 없다
또 서점에서 자체적으로 홍보 문구 등을 만들어 고객으로 하여금 사고 싶은 생각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반스 앤 노블이 서점에 의자도 가져다 놓고 커피도 파는 이유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잠재적인 수요자까지 생각한 문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실 가격만 생각한다면 굳이 서점에 갈 것도 없이 집에 편안히 앉아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면 된다
서점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하려면, 서점 측에서도 단순히 있는 책을 판다는 개념만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
일본의 유명 서점인은, 스스로 순위를 만들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거나 "가을에 읽기 좋은 미스테리물" "놓치면 안 될 여행서"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한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서점인이 있는 서점을 매출액도 출중하고 스카웃의 대상이 된다
나로써는 서점인이라는 단어 조차 생소하다
우리나라 서점들도 온라인 서점에 맞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서점 업그레이드를 실시해야 할 것 같다

4. 유통의 문제
사실 이 부분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책 주문하면 곧장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단순한 과정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배송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일단 서점의 경우 도매상들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다음, 일반 서점으로 유통시킨다
안 팔린 책은 정해진 기한 내에서 반품을 받는데, 작은 서점의 경우 잘 나가는 책들은 제때 오지도 않고, 차일피일 반품을 늦추다가 기한을 넘겨 안 받아 버리는 예가 많다고 한다
또 책값도 제때 지불하지 않아 서점으로써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반면 원하는 책을 주문해도 군소 출판사의 경우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고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대체 왜 재고 정리가 전산화 되지 않는 걸까?
그래서 세븐일레븐 창업자는, 출판계의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출판사 책의 전산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성공한 이유도 바로 재고정리를 완벽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물건은 전부 전산화 되어 매일 기록되는 판매량에 따라 각 지점으로 배송된다
만약 기한이 지난 게 있다면, 이를테면 삼각김밥의 경우 유통기한을 넘기면 그 자리에서 버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재고는 있을 수 없다
당연히 판매량과 재고량이 전산화 됐을 거라고 생각한 나로써는, 책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배송이 늦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뜻밖이다
인터넷 서점의 경우도 재고량을 한정없이 가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보관의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빠른 배송을 위해 일정 부분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책을 다 보관할 수는 없고, 결국 어떤 책들은 재고 보유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없는 책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도매상에 문의를 하고 다시 출판사에서 책을 주문하는 사이 그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독자는 지치게 된다
그래서 일본 최고의 서점 CEO는 인터넷 서점에 대해 큰 걱정을 안 한다고 한다
어렵겠지만 출판물의 전산화 시스템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문제 같다

5. 전자출판
나는 E-BOOK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서관의 보관 문제만큼은 전자책으로 되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한 많은 책을 보유할 수 있을 테니까
전자출판이 가능해지면 원칙적으로 품절은 없어진다
특히 원하는 책을 주문자에게 바로 인쇄해 주는 주문형 출판이 활성화 된다면 재고 문제도 해결하고 품절도 없어서 독자와 출판계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E-BOOK이 가독성 부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종이책에 많이 밀리고 있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출판계에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 책이 안 팔릴까?
과거에 비해 교육계층이 엄청나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업계는 불황에 허덕인다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더 이상 책으로 시간을 때우지 않기 때문인가?
그렇지만 반드시 시간 때우기만으로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출판업계의 만성 불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좋을지 참 난감하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르포 형태의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사회 문제는 대학교수들 아니면 기자나 저널리스트들이 나서서 책으로 엮어낸다
국내인의 시각이 더욱 필요한 사회학 부분에서 국내 필자의 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죄다 번역서들이라 항상 아쉽다
책값을 좀 내린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볼까?
반품률이 무려 40%에 이른다는데 과연 위탁판매 시스템과 도서정가제 유지가 서점을 살리는 길인지 의심스럽다
서점도 단순히 도매상에서 책 받아 진열해 놓고 안 팔린 것은 반품하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로 있을 게 아니라 일본의 경우처럼 직접 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또 인터넷 서점의 경우 엄청난 할인율을 자랑하는데 이렇게까지 할인할 거라면 대체 책값은 왜 그렇게 높게 잡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아예 할인할 생각으로 거품 가격을 책정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서점에서 제값 주고 사는 소비자는 바보라는 얘긴지 정말 답답하다
"생각의 나무" 에서 출간된 세계교양시리즈처럼 저렴한 가격을 매긴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출판계에서는 만성 불황인 마당에 그나마도 내리면 어떻게 사냐고 하소연 할 수도 있는 문제긴 하다

어쨌든 출판업도 더 이상 교양주의라는 권위에 기대는 시대는 간 것 같다
화려하고 즉각적인 영상물과 싸워야 하는 시대니만큼,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인류의 영원한 지혜의 보고인 책이, 매스미디어를 이기고 다시 지식의 왕으로 등극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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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13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게 때문에라도 갱지처럼 가벼운 용지 썼으면 좋겠어요 한 400페이지만 되도 갖고 다니기 꽤 무겁거든요
 
지도명품 상지사 지도 종합 5종 세트 A형
국내
평점 :
절판


제가 찾던 바로 그 지도입니다
지구본은 많은데 지도는 의외로 드물어서 그동안 구매를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발견하고 주문했어요
너무 마음에 듭니다
생각같아서는 A형부터 D형까지 다 구입하고 싶네요^^
가격도 괜찮고 구성이 꼼꼼해서 참 좋아요
특히 A형의 경우 한국 전도와 탁상용 세계지도가 따로 있어서 너무 좋아요
B형의 대륙별 세계지도가 탐나긴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전도와 같이 구성되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백지에 색칠해 가면서 나라 이름 써 넣으면 공부가 많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A형의 국기도 참 좋아요
뒷면에 수도와 면적, 인구 등이 기입된 아이디어도 좋구요
따로 리뷰 쓴 분이 안 계셔서 제가 올립니다
좋은 지도 많이많이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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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2disc) - [할인행사]
최호 감독, 김희라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기대를 많이 한 영화였다
황정민이나 류승범 모두 한 연기 하는 사람들이고, 추자현 역시 연기 꽤 하는데 좋은 배역을 못 맡는다고 아쉬워 하던 차라, 더구나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까지 받아서 꼭 보고 싶던 영화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했던 김희라를 오랜만에 본 것도 즐거움 중 하나
그렇지만 솔직히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네티즌 평도 연기는 괜찮지만 작품은 별로라는 게 우세하다
홍콩 느와르를 연상시키는 자막부터 분위기까지 꼭 80년대 암울한 홍콩 배경의 주윤발이나 유덕화 나오는 영화 본 기분이다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 TV나 영화에서 어색한 전라도 사투리가 나오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전라도 사투리는 단어도 중요하지만 촌스런 억양이 특징인데 대부분의 배우들은 심한 오버만 할 뿐 비슷한 경우를 거의 못 봤다
그 심한 오버 때문에 짜증날 때가 많은데 이 영화의 류승범 역시 부산 사람들에게 부산 사투리 아니다고 욕을 좀 먹은 모양이다
내가 듣기에는 기막히게 잘 하는 것 같던데 역시 토박이들 귀에는 어색하게 들렸던 모양
그러고 보면 왜 부산 사람이 직접 부산 사투리 심하게 쓰는 그런 역을 못 맡을까?
그만큼 배우 풀이 좁기 때문인가?
언제가 어떤 평론에서도 왜 설경구나 이성재 같은 배우들이 살 빼려고 그 난리를 쳐서 굳이 한 덩치 하는 배역을 맡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있었다
뚱뚱한 배역은 진짜 뚱뚱한 배우가 맡으면 안 될까?
굳이 잘 생긴 배우들이 망가져 가면서, 그러니까 반드시 잘 생긴 배우가 못생긴 캐릭터까지 다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드문 건지, 아니면 몇몇 배우들이 다 독식을 하고 있는 건지...

영화의 소재는 마약상 검거 과정이다
투캅스가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경찰들에게 항의를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경찰 하면 의례껏 부패 경찰이 기본인 것 같다
또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고 둘은 갈등 관계인 것도 너무 정형화 되어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도 황정민은 마약상 잡기 위해 경찰 신분도 벗어던질 정도로 애를 쓰는데 그 위의 검사는 거들먹거리기만 하고 오히려 마약상을 빼돌린다
요즘 하도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또 관객들 수준도 꽤 높아져 이제 뻔한 스토리는 금방 싫증이 난다
이러니 감독이나 작가들도 관객 수준 맞추기가 참 힘들 것이다

추자현이 연기한 마약 중독자 증세는 꽤 호평을 받은 모양이다
필로폰을 주기적으로 하던 사람이 갑자기 끊게 되면 금단 증상으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과연 진짜 그런 모습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실감나게 연기하고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술에 절어 살던 어느 날 접근한 남자에게 필로폰을 투여받은 후 환상 속에서 십자가 끝에 주사기가 달린 것을 볼 정도로 피폐해져 버린 가엾은 여자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추자현의 비중은 매우 낮아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정도다
왜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까지 탔는지 다소 의외다

마지막 결말이 허무하다
그리고 좀 억지스럽다
마약상을 잡고 중간 거래책인 류승범이 회개하고 경찰에게 진술하기로 한 순간 검사에 의해 죽는다는 것도 너무 뻔한 결말이고, 그 검사가 놓아주려고 한 마약상을, 황정민이 총으로 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것도 매우 전형적이다
홍콩 영화에서 흔히 보는 설정, 경찰과 범죄자 간의 우정 내지는 친밀한 관계 형성, 범죄가가 경찰 내 간부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 다시 경찰이 범죄자의 복수를 위해 수사 절차 무시하고 나쁜 놈 죽임, 아, 정말 요즘 관객들은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감독들이 머리 꽤나 아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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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말이 끊겼어요.
저도 추자현이 왜 그렇게 호평을 받았는지 잘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전 그냥 그랬거든요.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지만, 그게 작품이 좋은 것과는 별개더라구요. 오늘 보고 온 야연이 그랬답니다...;;;;;

marine 2006-10-1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미용실에서 친구 머리하는 거 기다리면서 썼거든요 이어서 써야지~~
 
한국의 젊은 부자들
박용석 지음 / 토네이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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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동어반복에 있다
열심히 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공부 많이 하고 인맥 구축하고...
안 봐도 벌써 무슨 내용일지 훤히 다 보이는 게 바로 이런 책들이다
결국은 그런 뻔한 주제들을 얼만큼 수준있게 혹은 신선하게 다루냐가 문제인데 일정한 선 이상을 넘기가 참 힘든 것 같다
베스트셀러가 된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도 그렇지만, 이 책 역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너무 전형적이고 다소 유치하다
같은 자기계발서라고 해도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Flow" 와 어쩌면 이렇게도 수준 차이가 나는지...

이런 책의 장점은 환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적인 정보를 얻기 보다는 (사실 이런 걸 기대하는 독자가 어리석지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수준의 각오를 다지는 선에서 책의 효용성을 찾고자 한다
몇 가지 건진 팁은 스타일을 중요시 하라, 법 공부 열심히 해라, 지출의 통제가 중요하다 정도?
얼마 전에 읽은 "재키 스타일" 에서도 느낀 바지만 확실히 스타일은 개인의 존재를 정의하는 독특한 분위기이고 세상에 드러내는 나 자신인 것 같다
단순히 명품으로 도배를 하는 손쉬운 방법으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얻을 수 없다
재클린 케네디가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그녀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우아하고 격조있는 스타일 때문이었으리라
비단 비지니스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스타일에 대한 각자의 연구는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 신문에 관심을 가지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도 기본적인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 상식적인 말인데도 그 동안 우리가 무지했기 때문에 새삼 강조되는 것 같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경제의 흐름을 익힌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소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출의 통제라는 말은 과소비가 얼마나 개인의 경제적 기반을 갉아먹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원칙 하나는 지킬 자신이 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다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사람은 재무구조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투자가 아닌 소비재로 인한 빚은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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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6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6
고종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도판들이 훌륭하다
이 정도 그림이면 책값이 꽤 비쌀텐데 의외로 저렴하게 보급됐다
책값이 이 정도로 부담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막연하게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명확한 개념도 없었고, 삽화 내지는 만화 비슷한 상업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 전통이 아주 깊다
저자의 서문처럼, 순수예술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니, 오히려 이런 상업 미술을 예술과 접목시키는 게 새로운 방법이 될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동 도서가 불황을 모르고 꾸준히 팔리는 분야이기 때문에 예술적으로 승화된 일러스트레이션이 설 수 있는 훌륭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이 줄줄이 나온다
독일의 위대한 판화가 뒤러부터 시작해 라파엘전파의 로세티나 밀레이, 명암의 대비를 활용한 카라밧지오, 전쟁의 실상을 고발한 고야 등등 관심있게 보는 화가들 그림이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그러고 보면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이 책에 나오는 그림처럼, 자연이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사실주의적인 느낌을 풍기는, 특히 화려하고 세밀한 색체로 분명한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레이션 풍의 그림을 좋아한 모양이다
특히 빛을 극적으로 이용해 포커스를 맞춘 카라밧지오의 그림은 그 강렬한 대비 효과 때문에 볼 때마다 깊은 인상을 받는데 현대적인 의미의 일러스트레이션과도 통하는 느낌이다
또 마지막에 언급된 클림트의 장식 미술도 현대적인 삽화 등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화가는 보쉬와 아르침볼디다
보쉬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로써는 드물게 환상적인 그림을 선보여 독특한 화가라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아르침볼디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느낌이 매우 비슷하다
보쉬의 그림을 보면 꼭 달리나 에른스트 같은 초현실주의자의 신비로운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드는데, 아르침볼디의 작품은 이보다 더하다
저자의 말대로 도저히 500년 전의 그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기괴하고 상상력이 돋보이는 뛰어난 그림이다
말 그대로 초현실적이다
르네상스 시대라면 라파엘로나 다 빈치처럼 대상을 마치 사진 찍듯 똑같이 묘사하는 사실주의 그림이 유행했던 시대라고 알고 있는데, 또 기껏해야 성상화나 초상화 등만 있는 줄 알았는데 보쉬와 아르침볼디 같은 놀라운 상상력의 화가들도 작품 활동을 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열린 사회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초상화를 꽃이나 야채 등으로 표현한 아르침볼디의 상상력이 놀랍다
그러고 보면 예술가란 바로 그 창조성에 핵심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일반인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전형적인 사고 속에 갇혀 있을 때 또다른 시대를 예고하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 주는 게 바로 예술가가 아닐까?
그렇다면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창의성, 상상력에 있는지도 모른다

 

16세기 네덜란드 풍속화의 대명사인 브뤼겔의 그림도 뜯어 볼수록 놀랍다
특히 네덜란드 속담이라는 주제 아래, 120여 가지의 속담들을 하나의 화폭에 담은 그림은 그 정밀함과 세세함에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에 놀라게 된다
흔히 알고 있는 속담들, 이를테면 돼지에게 꽃을 주는 것은 가치없는 사람에게 귀한 것을 준다를 의미하고, 여우에게 목이 긴 물병을 대접한 두루미 이야기, 악마에게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는 어리석은 인간 등등 우화나 격언 같은 것을 한 컷의 그림으로 그려낸 솜씨가 놀랍다
어찌나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지 꼼꼼하게 그림을 읽지 않으면 제대로 그림을 볼 수가 없다
저자 역시 당시 네덜란드에 유행하던 격언들이 무엇이었는지를 학자들의 연구 덕에 알게 됐다고 한다

 

호가드의 연작 그림도 재밌다
이 사람은 호가드법이라는 저작권법을 처음으로 도입했을 만큼, 예술의 상업적 가치에 민감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초상화를 세익스피어, 밀턴 등 유명 작가들의 책 위에 올려 놓는 그림을 그릴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던 화가, 그러고 보니 화가의 위상과 자존심을 끌어 올리는데 애를 쓴 뒤러가 생각난다
결국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높힐 때 올라가는 게 아닌가 싶다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은 아들이 흥청망청 돈을 쓴 후 결국은 정신병원에서 비참한 최후를 마친다는 내용을 여섯 점의 그림으로 선보인 호가드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놀랍다
당시 풍속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그림도 마치 책을 읽듯 꼼꼼하게 살펴 봐야 한다

 

책의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바흐로 돌아가자!!
비틀즈가 외친 구호라고 한다
결국 고전이란 현대인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명작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이리라
가장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밝혀 낸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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