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죽음을 안전가옥 쇼-트 21
유재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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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1권이다.

처음 이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내가 예상한 설정은 조금씩 박살났다.

도서관 사서인 설희와 대학 교수 이수혁의 관계.

이수혁과 그의 아내 오은수와의 관계.

지나가듯이 나왔던 소문 하나 등이 천천히 탑을 쌓아간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실 하나, 또 다른 사실 하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후속작이 궁금해진다.


설희가 이수혁에게 끌려 연인이 된다.

이 둘의 달달한 연애는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보는 것 같다.

이수혁에게 아직 이혼하지 않은 아내가 있지만 그는 이혼 진행중이라고 말한다.

그의 달콤함 말과 행동은 설희를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이런 그들 주변에 나타난 수상한 남자 한 명.

혹시 수혁의 아내가 보낸 사람이 아닐까 의심한다.

이혼 후 확실한 미래가 펼쳐질 것 같던 순간 부고 문자 하나가 온다.

이수혁이 죽었다는 문자다.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말한다.

설희는 그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럼 가장 가능성 높은 인물은 이혼 과정에 있는 아내 오은수다.

장례식장에서 슬픔을 참아내지만 그 슬픔을 토해내는 사람도 있다.

며칠 후 오은수의 약국을 찾아간다.

짧은 대화, 미묘한 분위기, 서로 다른 생각들.

여기서 오은수의 과거로 넘어간다.

오은수의 이야기를 통해 숨겨져 있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는 소설에서 중요한 설정이다.

유디트의 살인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 두 여성.

오은수는 무대장치에 관심이 많고, 레고로 멋진 제작물을 만든다.

짧은 이야기 속에 압축된 사실들은 살인의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준다.

그리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던 한 인물을 통해 또 다른 과거가 밝혀진다.

점점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질수록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여기에 설희의 언니가 스토커 범죄로 죽었다는 사실과 관대한 처벌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낸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분위기와 캐릭터를 멋지게 잘 살렸다.

다른 소설도 한 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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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드립니다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김이환.임지형.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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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두 번째 책이다.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임지형 작가는 처음 만난다.

다른 두 작가는 워낙 요즘 자주 단편집에 만나고, 장르 소설에서 유명한 작가들이다.

임지형이 후기에 썼듯이 요즘은 렌탈의 시대다.

모든 것이 대여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물건이나 대상에 따라 대여가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이 단편집은 청소년들이 가장 빌리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일지 묻는다.

세 명의 작가는 각각 다른 것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그들의 관심사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책, 초능력, 친구 등인데 나는 무엇을 빌리고 싶을지 잠시 생각했었다.


김이환의 <책을 빌려드립니다>는 SF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머나먼 미래 우주선을 타고 쉽게 다른 행성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슈마엘호를 타고 정빈을 사람 등을 실어 나른다. 당연히 돈을 받고.

같은 또래의 유리는 우주선을 타고 생일 축하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민트 작가의 미발표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행성에 가서 그 책을 빌려달라는 것이 유리의 요청사항이다.

행성 하나가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위험하지만 호기심과 높은 수당이 정빈을 움직인다.

민트 작가의 집에서 발견하는 책과 그 집을 돌보는 안드로이드.

책과 작가와 이야기와 독자들의 이야기가 뒤섞여 흘러나온다.

책에 대한 강렬한 사랑은 지금은 조금 약해진 나의 과거 단편이 살짝 떠오른다.


정명섭의 <초능력을 빌려드립니다>는 제목 그대로 초능력이 나온다.

엄마의 밀착 관리에 힘겨워하는 나경, 그녀에게 초능력을 빌려주는 앱을 친구가 알려준다.

앱을 깔고 초능력을 빌릴까 고민하다가 우발적으로 어디론가 사라지는 초능력을 요청한다.

이 초능력을 사용해 낯선 곳에 도착한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멋진 곳이다.

잠깐 동안의 휴식, 그곳 아이와의 대화,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

하루에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앱의 제약, 그리고 한 번의 긴급 사용.

좋은 대학과 성공을 같은 선상에 놓고 아이들을 닦달하는 부모.

마지막 장면은 살짝 의문을 던지며 나오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임지형의 <친구를 빌려드립니다>는 그렇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주변에서 친구인 척하거나 가족인 척하는 사람을 빌린다.

유민은 한번도 친구를 사귄 적이 없어 다빌이란 곳에서 친구를 빌린다.

처음 빌린 친구는 그의 게임기를 빌려가 망가트린다.

업체에서 보상으로 무상 대여를 제공해주어 여러 명의 친구를 빌린다.

누구 하나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

그러다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빌린다.

어느 순간 이 친구가 다른 아이와 대화하는 것을 듣고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다.

교훈적인 전형적인 마무리지만 잊고 있던 친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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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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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호러 소설이다.

이어지는 작품으로는 <올빼미 눈의 여자>가 있다. 2부라고도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이전에 쓴 글을 다시 보면서 잊고 있던 이름 한기성을 떠올렸다.

이번에 나오는 무속인의 모습은 이전과 조금 많이 달라 보인다.

무속과 호러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같지만 그 결말은 이전과 너무 다르다.

중반까지는 이전 소설처럼 주인공의 고난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살기 위한 선택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계획을 꾸민다.

그가 겪는 고통, 달아나기 위한 노력, 가스라이팅 등이 정신없이 몰아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추리소설 작가 김민규는 자신의 집을 둘러싼 윗층과 아랫층, 좌우 옆집의 소음에 시달린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윗집, 살벌한 말을 내뱉는 아랫층

늘 토하고 가래를 뱉는 소리를 내거나 억울하다는 소리를 사람을 괴롭히는 좌우 옆집들.

이 소음에 시달리다가 꿈을 꾸는 데 ‘재림’이란 글자가 보인다.

경찰을 불러오면 이 소음은 사라지고, 찾아가면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떼부잣집 탐정>이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돈은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 살 수 없어 사는 환경을 바꾸기로 한다.

그렇게해서 둘러본 집은 조용한 외곽에 있고, 1층이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윗집에 무당이 살고 있다는 것 정도다.

집에만 들어가면 소음에 고통받는 그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


이 과정에 그를 상당해준 정신과 의사, 집을 중개해 준 공인중개사, 경찰인 집주인 등이 나온다.

이들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민규를 진찰할 때 선글라스를 쓴 채 상당하거나 자기 아내의 얼굴을 봐달라는 공인중개사.

새로 이사온 집에서조차 민규는 평온한 잠을 자지 못한다.

꿈속에서 윗집 천지선녀와 이상한 주문 같은 소리가 잠을 방해한다.

그리고 장군 갑옷을 입은 존재가 그 앞에 나타난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뒤 그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가 밤에 소리를 지르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웹캠에 찍힌 그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영묘한 능력이 있다는 윗집 천지선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가 본 장군은 그에게 강림하기 위해 찾아온 이전 명나라 장군의 귀신이라고 한다.

그를 물리칠 방법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떠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그를 죽은 것처럼 만드는 굿에 들어간다.

이 계획을 보면 혹시 그를 죽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천지선녀와 법사들은 민규를 죽일 듯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천지선녀 밑에서 일하는 호정의 이야기를 듣는다.

신내림을 거부한 결과 그녀의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읽을 때는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하는 호기심에 다른 생각을 별로 못했다.

이상하고 수상한 장면들이 나와도 무속 호러란 장르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환상과 주술이 뒤섞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과 단편적인 장면들.

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장군의 존재, 그럴 때마다 그를 더 죽일 듯한 천지선녀.

작가는 교묘하게 인물과 장면을 배치해 그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결국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그 소음과 장면과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가 바뀐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분위기의 민규와 그의 동료가 활약하는 조금 밝은 느낌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

물론 그 과정 속에는 무겁고 무섭고 힘든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식으로 변주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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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14 : 시간이 멈춘 왕국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14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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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시리즈 14권이다.

하늘에 떠 있는 성 안으로 용감한 쿠키 일행이 들어온다.

그곳에서 용감한 쿠키의 친구였던 퓨어바닐라 쿠키를 만난다.

용감한 쿠키는 자신처럼 부활한지 얼마되지 않아 기억이 엉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치료사맛 쿠키가 퓨어바닐라 쿠키가 아니라고 말한다.

공격을 하는데 쿠키의 몸이 딱딱하다.

이때 딸기 크림 페어리를 외치며 딸기크레페맛 쿠키가 나타난다.

딸기크레페맛 쿠키는 자신을 뉴 바닐라 왕국의 왕이 된 천재 공학자라고 칭한다.


이 딸기크레페맛 쿠키는 오래 전 유모로봇이 키웠다.

로봇에 대해서도 유모로봇이 모두 알려주었다.

딸기크레페맛 쿠키는 쿠키 대륙 전쟁 중 유모로봇이 냉동 수면 장치에 넣어 살아남았다.

딸기크레페맛 쿠키는 시간 정지 마법을 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맛 쿠키에게 용감한 쿠키가 이 마법을 푼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초코 크레페 스파이더에게 잡혀 눅눅해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달려간다.

그녀의 생각은 용감한 쿠키 일행의 능력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미 초코 크레페 스파이더는 망가졌고, 용감한 쿠키 일부는 눅눅해지고 있다.

이들을 구해 시간 정지 마법으로 갇혀 있는 쿠키들을 구하러 간다.


이야기는 다크카카오 쿠키를 깨우는 곳으로 넘어간다.

아포가토맛 쿠키는 거짓말로 다크카카오 쿠키를 혼란스럽게 한다.

다크카카오 쿠키의 아들 다크초코 쿠키가 큰 부상을 입었고 시간 정지 마법을 썼다고 말한다.

이 뻔한 거짓말에는 용감한 쿠키의 악행도 같이 곁들여져 있다.

아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과 긴 시간의 흐름은 그를 더욱 흔들어놓는다.

변절한 용감한 쿠키와 그 일행이 지키는 바닐라 성으로 아들을 구하러 간다.

아쉽게도 이번 편에서는 이 싸움이 나오지 않는다.

다음 권에서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난 후 만난 두 쿠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에스프레소맛 쿠키의 출신 성분이 드러난다.

무시무시한 방어막을 간단한 방법으로 깨부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다음 단계도 결코 쉽지 않다.

용감한 쿠키 일행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간다.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하지만 그곳은 이미 다른 강적이 지키고 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이 강적을 물리칠지 궁금하다.

그리고 조금씩 치료사맛 쿠키의 정체가 밝혀진다.

곳곳에 아재 개그를 풀어놓고, 강력한 마법이 나오고, 출연 쿠키의 과거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15권에서 얼마나 많은 의문이 풀리지 모르지만 아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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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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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정보라와 정도경이 같은 작가란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최근이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이 때문에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집에 이전에 사 놓은 정보라와 정도경의 소설들이 있기에 괜히 반가웠던 것이 생각난다.

읽으려고 사 놓고 묵혀 둔 책들 중 하나란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아마 부커상 후보가 되지 못했다면 이 작가의 소설은 점점 더 뒤로 밀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은 작가가 참여한 적지 않은 단편집조차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장르의 단편집인데도 말이다. 물론 많은 단편을 낸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정보라 이름으로 번역된 수많은 소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대로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문제에서 얻었다.

남발된 마약성 진통제 문제가 미국의 아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전쟁 후유증을 겪고 있는 많은 퇴직 군인들에게 이 약들이 처방되다 문제가 되자 중단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중단된 진통제 대체제로 마약을 사용하는 문제가 생긴다.

작가는 병원에서 이 약들을 잘 관리하면서 마약성 진통제 남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과연 이 관리가 가능할까? 처방전을 남발하는 의사가 없을까?

이미 풀린 수많은 마약성 진통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솔직히 의문이 들지만 통제의 주체를 병원으로 하고, 병원을 관리하는 정부 조직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단순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진통제가 있다면 어떨까? 부작용도 없다.

NSTRA-14의 등장은 고통의 개념을 바꾼다.

이 한 알의 약이 고통을 견딜 필요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린다.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 그 자체로 정신병의 징후로 의심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약을 만든 회사는 나중에 한 종교 단체의 테러 대상이 된다.

재밌는 점은 이 회사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약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제품이 고통을 자신들의 핵심 교리로 삼는 종교 단체로 흘러간다.

이 종교 단체는 고통을 견디는 것을 자신들만의 단계로 나눈다.

회사에 테러를 한 태는 바로 이 종교 단체의 신도였고, 어렸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글자의 한자 이름을 사용한다.

12년 전 테러를 수사했던 형사의 이름은 륜, 이 테러로 회사를 물려받은 여자는 경.

태러범의 이름은 태, 그의 형은 한, 륜의 파트너는 순.

솔직히 말해 이 한자의 뜻과 등장인물들을 연결해서 해석하면 더 좋겠지만 당장 머릿속이 복잡하다.

실명이 아닌 사람들을 이렇게 한자의 한 단어를 사용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극적이고, 잔인하고, 묵직하면서 무겁게 펼쳐진다.

어떤 대목은 읽으면서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고 간단하게 처리해도 되는 부분인데 말이다.


테러의 피해자이자 자신의 삶을 살게 된 경.

테러범이자 자신의 삶이 망가진 태.

이 둘의 섹스는 동물적이고, 그들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가 있다.

이 상처의 원인이 서로 다르지만 고통과 테러가 서로를 잠시 이어준다.

경은 진통제 실험 때문에 생긴 상처이고, 태는 교단의 교리(?)에 의한 것이다.

이 둘만의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고, 조금씩 확장되면서 다른 사람의 삶도 나온다.

단편적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빛.

교단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연쇄 살인. 원래의 의미가 바뀐 교단의 모습.

이 소설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교주의 정체와 교단의 행동은 생각할 거리를 가득 던져준다.

육체적 통증은 진통제로 해결되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어떨까?

읽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물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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