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에이전트
김상현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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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동안 묵혀 둔 책이다.

책상 옆 책더미에서 늘 보던 책인데 이제야 겨우 읽었다.

이 작가의 판타지 소설 <탐그루>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형 스릴러 소설을 두 편 썼는데 그 중 한 편이다.

다른 한 편도 기회가 되면 읽을 예정이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기태주는 국가정보부 소속이다.

팀장이 유령인물을 만들어 공금을 횡령하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가 잘렸다.

그 이전에 그는 세 건의 잠입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력이 있다.

동기들은 그를 가장 빨리 팀장을 달 요원이라고 칭찬한다.

팀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잘린 후 행정소송을 내었고 현재 정직 중이다.

이런 그가 일용직처럼 일자리를 기다리다 이전 잠입수사 당시 사수였던 추관우에게 붙잡힌다.

그리고 이야기는 잠깐 그가 잠입수사한 사건들로 넘어간다.

인신매매와 마약 유통 등을 다룬 사건들이다.

추관우는 세 번째 잠입수사에서 만났고, 왠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기태주가 구해주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마지막 잠입수사 이후부터 나온다.

추관우는 어떻게 기태주를 찾아내었고, 왜 기태주를 납치한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음모가 조금씩 펼쳐진다.

기태주를 데리고 다니면서 차를 바꾸고, 러시아산 C-4 폭탄으로 위협한다.

기태주가 납치된 후 이전 전화로 구조 요청을 보낸다.

이 정보는 그의 전 애인이자 동기인 위슬비가 정의택 팀장에게 보고한다.

기태주 때문에 감봉 몇 개월을 받은 그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하지만 러시아 정보부 소속 흑색요원 마리아가 나타나고, 당인리 발전소에서 폭발음이 나면서 바뀐다.

마리아가 주장한 대로 엄청난 분량의 C-4가 국내 반입되었다면 아주 위험하다.


구성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붙잡힌 기태주의 동선은 최종 목적지로 향한다.

테러 가능성을 확인한 정보부는 최대한 정보를 끌어 모은다.

CCTV를 확인하고, 용의자의 카드 내역 등을 조회하면서 범인의 근거지를 찾는다.

추관우가 이 모든 일을 벌였다고 하기에는 너무 큰 작업이다.

누굴까? 의심을 눈초리가 사방으로 향한다.

국가정보부에 터진 EMP 폭탄은 전자기기를 모두 무용화시킨다.

정보부의 타격대로 최첨단 장비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추관우와 기태주의 밀당은 그대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넘어가면 범인의 실체가 드러난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설명해주는데 MB정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어느 정도 예상한 인물의 정체가 뒤섞인다.

대규모 테러 가능성에서 한 개인의 능력은 한정적이란 사실은 작가는 글 속에서 보여준다.

속고 속이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드라마로 만들면 좋은 설정과 전개다.

모두 읽은 지금 오래 전 내가 성급하게 판단했던 판타지 작가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싶어졌다.

재밌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특히 샤론의 장미 팀장 한창남의 어리바리한 모습이 나온다는 <킬러에게 키스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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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아씨전 안전가옥 오리지널 29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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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29권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잘 읽지 않는 장르이지만 ‘안전가옥’이란 브랜드를 보고 선택했다.

물론 여기에 작가의 이전 작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귀를 보는 체질을 타고난 서문빈, 그녀의 약혼자이자 동부승지인 꽃미남 현은호.

이 둘의 엇갈린 시간과 운명적인 만남과 조선의 국운이 걸린 귀와의 대결.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커져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진한 사랑 이야기는 뒤로 가면서 가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작가가 풀어낸 저승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눈길을 끈다.

기존의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두툼하지만 읽다 보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빈과 은호의 예상하지 못한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조선의 실세 영의정의 별장 사곡정에서 우연히 둘은 만난다.

빈은 귀를 제거하려고, 은호는 영의정 별채에서 영의정의 약점을 알기 위해 들어왔다.

그러다 둘은 별채에서 뱀귀로 가득한 뱀술통을 마주한다.

뱀귀들로 둘러싸여 위험한 순간이 오고, 이때 빈은 은호를 알게 된다.

은호는 빈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낀다.

이 둘은 할아버지들끼리 정혼을 했고, 서문빈 집안의 문제로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은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빈은 업신을 불러 거래를 했다.

그를 살리고, 그가 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조건이다.

이때 나타난 업신이 바로 파려다.


파려는 영의정 집안의 업신으로 그 집안의 부를 일구어 주었다.

부는 권력에 한 발 더 나아가게 하고, 휘를 왕으로 선택해 딸을 중전으로 만들었다.

중전 채령은 파려를 오라버니라 부르고, 그의 능력 몇 가지를 배웠다.

휘와의 사이에 아들이 한 명 태어났는데 왕은 세자 책봉을 자꾸 뒤로 미룬다.

세자 책봉이 이루어지면 자신의 사후 권력이 완전히 영의정 집안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왕의 기를 허하게 하거나 목숨이 위험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때 왕을 도와주는 인물로 빈과 은호가 활약을 한다.

우연한 만남은 필연적 만남으로 이어지고, 둘은 같은 목적으로 움직인다.

물론 빈이 파려의 옷을 입게 되면서 잠시 오해를 산다.


파려. 저승의 염라대왕이 죽어 가던 그에게 이름과 능력을 주었다.

이 소설의 재미난 설정 중 하나는 염라대왕이 되기 위해서는 죽음 전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염라의 흔적이 끊어졌는데 이 배후에는 전륜이 있다.

염라의 흔적을 쫓아 파려는 이승으로 내려왔고 이 그 힘을 영의정에게 주었다.

전륜에 의해 염라의 혼은 깨어졌고, 그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파려는 염라의 흔적을 찾는 와중에 채령과 빈 등과 인연을 맺는다.

염라의 흔적을 쫓는 파려가 전륜은 꼴보기 싫다.

전륜도 저승의 왕이 되기 위해서는 죽음 전의 삶을 경험해야 한다.

누가 이승에서 전륜의 그릇이 될까? 내 예상은 틀렸다.


태어나면서 귀를 보는 능력을 가졌고, 귀들이 쉽게 빙의하는 체질인 빈.

그녀가 보여준 이상하고 괴이한 행동은 집안의 많은 문제가 된다.

남동생마저 죽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녀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깊은 나락에서 그를 건져준 인물이 바로 은호였다.

잊혀진 인연이 다시 이어지고, 옛 사랑의 흔적은 어느 순간 확실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왕의 총애를 받는 은호는 영의정 세력을 꺾고 왕권을 세워야 한다.

빈은 귀를 제거해서 나온 귀혼구 108개로 평범한 인간이 되려고 한다.

이승의 인간뿐만 아니라 저승의 전륜까지도 탐내는 권력에 대한 탐욕.

이 사이사이에 피어나는 사랑과 자비와 연민, 그리고 엇갈린 만남.

가슴 아린 사랑 이야기 속에 재미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리고 실제 조선왕들 중 휘라는 이름 가진 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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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는 없다
테일러 애덤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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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읽었다.

중반까지 조금 답답한 부분도 있었다.

닫힌 공간, 갇힌 여자 아이, 수상한 사람들.

의도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린 평범한 여성.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면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긴박하고 처절한 사투.

가장 의심스러운 남자, 어쩌면 믿을 수 있는 남자.

무해해 보이는 두 중년의 남녀 사촌.

휘몰아치는 눈보라, 언제 올지 모르는 제설차.

터지지 않는 휴대폰, 암에 걸린 엄마.

보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본 순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하룻밤 동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순간을 마주한다.


주인공 다비는 작은 키의 여대생이다.

제이란 여자 아이를 싣고 가는 차 주인의 거구의 남자.

어쩌면 총까지 가지고 있을 지 모르는 상황.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도움이 범의 아가리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면 어떨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남은 시간은 많고, 상황 종결은 너무 빠르다.

준비된 반전과 설정들은 아직 다 나오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하는 순간조차 다른 일이 일어난다.

아! 쫌.’이란 단어를 내가 뱉고 싶게 만든다.

달아나기만 하던 그녀가 반격을 결심하는 순간.

이 소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휴게소를 폭설로 닫힌 공간으로 만든 후 풀어내는 이야기.

조금은 쉽게 상황을 봤기에 이런 반격이 가능했을 것이다.

출구가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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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11-0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뻔한 이야기 같아보였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상황 종결이 빠르다고 하신걸 보니 그 뒤가 본격적인 내용이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집의 미래 - 오래된 집을 순례하다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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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현대 건축물을 둘러보는 내용 같다.

하지만 부제를 보면 ‘오래된 집을 순례하다’가 붙어 있다.

실제 목차를 보면 한국의 옛집, 사찰 등을 둘러본 이야기다.

목차 속 집들 중 많은 수가 가보지 못한 곳이다.

최근에 여행을 갔지만 그냥 둘러보고 온 곳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건축가 부부가 본 것의 십 분의 일도 못 봤다.

보지 못했다고 그곳의 건물이나 풍경이 전혀 가슴 속에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늘 느끼는 공부의 필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크게 한국의 옛집과 사찰로 나누었다.

옛집에는 고택과 서원과 궁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택들은 대부분 나에게 낯설다. 아는 곳도 가보지 못했다.

여유가 되면 산천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김명관 고택의 더 넓은 집을 발로 돌아다니고 싶다.

서원은 몇 곳을 갔지만 오래되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 안동에 다시 가서 다시 그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

남간정사를 읽으면서 집의 구조가 특이하다고 느꼈다.

물길 위에 집을 지었다는 사실과 이 거대한 저택은 지은 사대부의 부는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다.

소쇄원은 갈 기회가 있었지만 일정 때문에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오래 전 그냥 무심하게 지나간 종묘도 다시 보고 기억을 환기하고 싶다.


사찰의 재미난 점은 현재 존재하는 사찰만이 아니라 옛절의 유적도 다룬 부분이다.

가장 먼저 나온 화엄사의 경우 몇 년 전 올라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쉬었던 보제루가 생각난다.

통도사는 늘 가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절이다.

석가모니도 미륵불도 없다고 하니 더 가보고 싶다.

해인사는 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간 기억이 있다.

이 기억도 너무 오래되어 다른 절들과 뒤섞인다.

다만 그때 잠깐 들여다본 팔만대장경의 모습은 여전히 강렬하다.

부석사 노을에 대한 글을 읽고 한 번 가고 싶다 생각했지만 쉽지 않다.

무량수전 배홀림기둥 이야기는 너무 유명해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절이 내소사다.

입구에서 대웅전까지 걸어가는 시원한 길이 인상적이었다.

선운사나 실상사, 무위사 등은 솔직히 아직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이 절들에서 저자들이 본 미래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절의 옛터를 다룬 마지막 장으로 가면 저자의 빈터에 대한 상상력을 본다.

너무나도 유명한 황룡사지, 귀에 익은 미륵사지, 기원정사 등.

이 장에 도달하면 절의 빈터를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 풀어낸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자의 감상과 상상력은 극대화되어 나온다.

나의 메마른 감성이 여기에 이르면 어떤 상상력으로 이어질지 살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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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뽀송해 문학과지성 시인선 570
이지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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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70권이다.

쪽수만 놓고 보면 거의 300쪽에 육박한다.

서점의 시집 코너를 보니 두툼한 시집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 시집보다 두꺼운 시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두껍기만 했다면 시간으로 해결했을 텐데 어렵다.

시인이 풀어내는 시어들이 나의 머릿속에 조각난 채 사라져버린다.

현대시를 좀더 잘 읽기 위해 노력한 것이 너무 무력하게 무너졌다.

요즘은 거의 읽지 않은 해설도 정독했지만 역시 어렵다.


극시의 형식을 가져온 시들이 많다.

그런데 이 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생물도 있고, 무생물도 있는데 제각각 목소리를 낸다.

살로살로대뱀, 사사감독 같은 존재들은 반복해서 나온다.

이 단어와 그 존재가 의미하는 바를 잘 모르겠다.

단순한 반복이나 의미없는 존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시를 이끄는 존재들로 말하는데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시는 읽다 보면 SF나 판타지가 떠오른다.

기계화된 인간, 새로운 존재와 생명체, 먼 미래의 풍경 등.

기존의 시의 이미지가 조각나고 분절된 채 다가온 시도 많다.

한 편의 시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량도 제각각이고, 시어도 기존의 방식을 깨트리고 있다.

시를 읽으면서 뭐지? 를 반복하고, 핵심되는 단어를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더 읽을수록 미로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시의 내공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언젠가 이렇게 어려운 시도 나에게 문을 열어 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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