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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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호러 소설이다.

이어지는 작품으로는 <올빼미 눈의 여자>가 있다. 2부라고도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이전에 쓴 글을 다시 보면서 잊고 있던 이름 한기성을 떠올렸다.

이번에 나오는 무속인의 모습은 이전과 조금 많이 달라 보인다.

무속과 호러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같지만 그 결말은 이전과 너무 다르다.

중반까지는 이전 소설처럼 주인공의 고난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살기 위한 선택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계획을 꾸민다.

그가 겪는 고통, 달아나기 위한 노력, 가스라이팅 등이 정신없이 몰아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진실이 드러난다.


추리소설 작가 김민규는 자신의 집을 둘러싼 윗층과 아랫층, 좌우 옆집의 소음에 시달린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윗집, 살벌한 말을 내뱉는 아랫층

늘 토하고 가래를 뱉는 소리를 내거나 억울하다는 소리를 사람을 괴롭히는 좌우 옆집들.

이 소음에 시달리다가 꿈을 꾸는 데 ‘재림’이란 글자가 보인다.

경찰을 불러오면 이 소음은 사라지고, 찾아가면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떼부잣집 탐정>이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돈은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 살 수 없어 사는 환경을 바꾸기로 한다.

그렇게해서 둘러본 집은 조용한 외곽에 있고, 1층이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윗집에 무당이 살고 있다는 것 정도다.

집에만 들어가면 소음에 고통받는 그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


이 과정에 그를 상당해준 정신과 의사, 집을 중개해 준 공인중개사, 경찰인 집주인 등이 나온다.

이들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민규를 진찰할 때 선글라스를 쓴 채 상당하거나 자기 아내의 얼굴을 봐달라는 공인중개사.

새로 이사온 집에서조차 민규는 평온한 잠을 자지 못한다.

꿈속에서 윗집 천지선녀와 이상한 주문 같은 소리가 잠을 방해한다.

그리고 장군 갑옷을 입은 존재가 그 앞에 나타난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뒤 그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가 밤에 소리를 지르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웹캠에 찍힌 그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영묘한 능력이 있다는 윗집 천지선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가 본 장군은 그에게 강림하기 위해 찾아온 이전 명나라 장군의 귀신이라고 한다.

그를 물리칠 방법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떠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그를 죽은 것처럼 만드는 굿에 들어간다.

이 계획을 보면 혹시 그를 죽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천지선녀와 법사들은 민규를 죽일 듯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천지선녀 밑에서 일하는 호정의 이야기를 듣는다.

신내림을 거부한 결과 그녀의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읽을 때는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하는 호기심에 다른 생각을 별로 못했다.

이상하고 수상한 장면들이 나와도 무속 호러란 장르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환상과 주술이 뒤섞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과 단편적인 장면들.

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장군의 존재, 그럴 때마다 그를 더 죽일 듯한 천지선녀.

작가는 교묘하게 인물과 장면을 배치해 그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결국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그 소음과 장면과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가 바뀐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분위기의 민규와 그의 동료가 활약하는 조금 밝은 느낌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

물론 그 과정 속에는 무겁고 무섭고 힘든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식으로 변주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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