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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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오래된 책을 좋아해효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책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안에 담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 책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곳에 놓여지게 되었을까

한때는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 책이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서 이곳에 놓여진 사연이 무엇인지...

책은 그 내용이외의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엄마의 호통과 신경질때문에 헌책방으로 들어온 만화도 있을거고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서점으로 들어온 수필이나 시집도 있을거다.

한떄 내가 밑줄을 그어가면 읽었고 외웠던 구절들이 이제는 희미하게 낙서가 되어버렸고

그 기억도 함꼐  헌책방으로 간다.

남이 쓰던 물건은 왠지 찜찜했었다.

그 사람의 영혼이 붙어 있다는 괴기한 느낌도 있었고 그냥 아는 사람이 주는게 아니라면 조금은 싫었다.

하지만 책은 달랐다

그 이전에 어떤 사람이 쓰던 것이건 상관이 없다.

꼭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 뿐 아니다.

도서관에서 누군가가  나보다 앞서 읽었을 책을 다시 내가 읽는것

그 앞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부분이 맘에 들었을까

혹 괜히 시간낭비했다는 생각을 나처럼 하지 않았을까

 

예전 도서관이 컴퓨터로 관리되지 않았을때 뒷면에 대출카드가 있었다.

빌리는 사람이 그 곳에 자기 이름을 적고  카드를 맡기고 빌려가는 형식

간혹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면서 그 카드를 유심히 본 기억이 있다.

나 이전에 읽었던 누군가의 이름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이 책이 어떤 의미였을가 생각한 적도 있다.

숙제나 과제에 치여서 빌려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한 경우도 있을 거고

오래오래 읽다가 반납시기를 놓친 적도 있을 테고

빌렸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적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 이름도 적히지 않는 깨끗한 대출카드를 보면 괜히 좋았다.

읽고 싶지 않아도 도무지 나랑 맞지 않아도 그 책은 빌리고 싶었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주인공 소년이 했던 그 장난

아무도 빌리지 않은 책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소녀의 이름을 적어넣은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이름이라도 적어두고 싶다는 기분...

 

헌책방에서는 책을 사면서 더불어 그 책이 가진 또다른 기억도 산다는 것

참 근사하고 낭만적이다.

 

내용은 우와~~ 할만하진 않지만 차분하고 예쁘다.

다만 이 책을 읽고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이런 주인이 있는 헌 책방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

주인에게 책이야기를 듣고 책속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같다.

다음편은...

음... 그냥 빌려 읽는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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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초반 교사의 고백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책을 읽은지 꽤 되고 그 책도 처분한 후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문제아를 선도하고 바르게 이끄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 소외되고 내버려지는 많느 평범하고 일반적인 아이들은 어찌 할것인가.

어쩌면 한두명의 특별한 아이들로 인해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이 오히려 차별을 받는 건 아닐까

그래서 주인공은 일반적인 아이들을 더 챙기기로 했다고.. 뭐 그런 내용이었다.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이 참 와닿았다.

 

예전에  큰아이 담임이었던 분이 한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아주 우수하거나 아주 문제가 많은 경우가 아니면 조금 관심을 덜 기울이게 된다.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따라오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소외되는 면이 있다. 선생도 사람인지라..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그 선생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어서 그 말이 참 싫다.

대다수의 아이가 문제가 없고 우수하지도 않다.

그냥 평범하고 보통의 아이들

그 아이들은 항상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 배경이 된다.

아무런 생각도 없고 주장도 없고 쉽게 감동하고 반성하고 주인공을 따른다.

하지만 그 아이들 하나하나도 꽃이고 아름답다.

 

 

이 드라마를 참 열심히 봤다. 보면서 학교 폭력.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열혈 선생님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면서 공감하고 아파했지만 끝나고 허전했었다

아마 드라마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문제아들  오종태와 이경이 지훈이네들 남순이와 흥수 그런 문제아들을 쫒아다니는 정인재 선생님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선생님도 사람이고 한계가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쫒은 시간과 열정만큼 다른 아이들이 소외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교실에서 쫒아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의 아이들에게 너희는 아무 문제 없으니 감수하라고 참으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경민이나 길은혜같은 이기적인 여학생들에서 변기덕이 계나리같은 눈에 띄지 않는 모든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아무 문제도 없고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니 그냥 조금 내버려두어도 상관없는 아이들일까

계나리가 그랬다

나같은 학교 안온다고 누구하나 관심 가지지도 않는다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들이라고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어제 아이가 상담을 하고 왔다.

아직 학기초이고 중간고사도 보지 않은 상태이므로 담임선생님 입장에서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게 이해가 간다. 게다가 내 아이지만 뛰어나지도 문제가 있지도 않고  붙임성이 좋고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라면 더욱 할말은 없을 것이다.

겨우  응원하는 의미로 지금처럶 잘 해나가길 바란다..

나라도 그 이상 해줄 말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는 참 낙담한다.

사실 내가 선생님께 이것저것 말 안하고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교실에서 돌아가는 거라든가 농담이라도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것조차 하지 않았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그런 적도 있었다.

'교실에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건 좀 슬픈일이야. 왠지 투명인간이 된거 같기도 하고...'

 

작은 작은 아이 선생님이 그랬다.

아이가 자기 표현을 하지 않고 얌전한건 좋은게 아니라고

요즘같은 자기 피알시대에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고 불이익을 당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그걸 고쳐야 한다.

결국 많이 과장되게 말하면 모든게 니탓이다.

눈에 띄고 싶으면 발표를 하고 나를 표현하고 뛰어나게 공부를 하고 두드러진 성과를 내라고

가만이 있으면 누가 알아주냐고

 

오래 보아야 아름답고 하지만

우리에겐 오래  무언가를 보고 있을 시간이 없어 보인다.

 

아이는 누구나 관심을 원한다.

그걸 부담스러워하거나 수줍어하거나 ,. 그것도 관심에 대한 갈망일것이다.

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

지나가는 말 한마디라도 아.. 저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설령 그것이 자기 착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걸 누구나 소망한다.

내가 그저 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경그림같은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건 나 혼자 위안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반응이고 서로 간의 공감이다,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챙기기 힘든 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이  위안을 받고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무언지 생각해봐야겠다.

 

얌전하고 평범한 자신과 자식들로 조금 울컥했나보다.

 

 

.................

사실은 고백..을 보고 느낀걸 쓸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흘러버렸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어리다고 다 순수하지는 않다.

   요즘은 어른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어른을 휘두르는 어린 것들도 있다.

   아직 어리니까  뭘 몰라서 그런거니까.. 그렇게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어른들이 알아서 용서한다는 걸 아는 아이도 있다.

   교사가 말한다. 너희를 보호하는 건 부모나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소년법이라고

   케빈도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언제 죄를 지어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건지

   요즘은 아이가 아이가 아니라는 걸 가끔 느낀다.

 

2. 여기서도 대부분의 교실의 아이들은 제각각의 생각이 없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나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다.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호들갑스럽고 가볍고 악의에 가득찬 아이들은 주인공 소년보다 더 무섭다.

   뭐가 선의고 뭐가 악의인지 구분이 없다.

   대중에 휩쓸려서 스스로 옳다고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마구 밀어붙이는 것

   가끔 어떤 민감한 사안에 댓글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큰 목소리가 이기고 머리수가 많으면 이긴다는게 세상에서 젤 무섭다는 걸 다시 느낀다.

 

3. 베르테르 선생님  정말 바보 아냐 싶다.

   나의 호의가 타인에게도 호의가 되지 못한다는 걸 모른다.

  나는 너희와 통하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나는 정의롭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바보다.

  어쩌면 무심하고 게으르고 나태한 선생보다 더 위험하다.

   부지런 한 바보가 가장 위험하다는 표본이다.

 

4. 책도 좋았지만 영화도 좋았다.

   교실에서 (결국 대중으로 표현되는 아이지만) 아이들이 몰아가는 유치하지만 악의가 가득한

   씬도 좋았고  음악도 적절하다.

   원작에도 그랬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비오기전 어두운 날씨가 주는 긴장감 .. 비가 쏟아지는 순간 그리고 비가 그친후의 안도와 새로운 불안감이 좋았다.

   날씨로도 많은 감정을 전달한다.

 

5  결국 엄마의 부재 그리움.. 이 사고를 일으키고 아이를 괴물로 만든다..............고 하지만

   모든 부재된 엄마를 가진 소년이 괴물이 되진 않는다.

   가해자의 부모 전형을 보여주는 나오키 엄마

   내 아이는 사랑스럽고 순진하고  모든 건 친구의 잘못이고 잘못된 교사탓이다.

   언제나 그렇다. 내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고 아이들끼리 장난일 뿐이고 너희가 몰라서 그런거다

  하지만 그 장난에 또다른 사랑스러운 아이는 불안이 시달리고 트라우마를 겪는다

  내 눈에 보이는 내 아이가 전부가 아니다

  내 아이도 가해자일 수 있고 피해자일 수 있다.

  문제아를 가진 부모가 할 수 있는 첫번째는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반성밖엔 없다.

 

 

학교폭력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보면서  얌전하고 보통의 아이를 키우는 나를 돌아보면서 조금 감정이 과잉되었음을 고백한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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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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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작은 미스테리물이었다.

그러다 조금씩 일반 소설로 영역이 확장된다.

하지만 아직도 에쿠니 가오리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취향이 아니라서.. 수준이 좀.. 뭐 그런 이유는 아니고 아마 잡으면 푹 빠질거라는 걸 알기에

미리 뭔가에 빠지는 걸  최대한 피하고 있는 중일 뿐이다.

그렇게 늘 도서관이 서점에서 일본 소설만 찾는다.

사실 내 취향에 맞다.

 

모든 일본 소설을 읽은 것도 아니고 그저 2000년이후의 소설들을 드문드문 취향에 맞게 읽었을 뿐이다. 그저 얕은 수준이다.

그런데 나랑 참 잘 맞다.

사실 일본 소설에 대해 어쩌구 할 처지는 절대 아니지만

뭔가 큰 일이 아닌 소소한 일들 소소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내는 게 좋았다.

뭐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는 아니다.

미미여사의 이야기는 늘 사회이슈와 맞닿아있고 크고 굵직한 사건이기도 하다

미스테리물에서 사회성과 연관지어지는  소재도 많지만 그래도 파고 들면 우리주변의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소문으로 인터넷 익명계시판에서 읽어볼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절절한 이야기들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우리 소설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대단한 누군가의 대단한 이야기보다 소소하고 우리랑 닮은 누군가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치밀하게 풀어놓는 거다.

하지만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치밀하게... 가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덤덤하게 풀어놓는다는 느낌이다.

이런 얘기가 있어.. 한번 들어볼래

뭐 정색하고 들을 건 아니구 그냥 하던거 하면서 거기서 들어

뭐 그런 분위기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묘하게 감정을 건드리는게 있다.

암튼 내 느낌은 그렇다.

그래서 평범하고 단순하고 밋밋한 맛인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제목이 참  이게 뭐지? 하는 거였고 두께도 만만치 않았는데 슬슬 읽힌다.

뭐 대단한 깊이도 아니고 내용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이상적인 목적도 아니고 살다보니 어떻게 얽히게되고 어쩌다 보니 한가지 목적으로... 바텐더를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나름  참여하게된다.

대학생 음악가 호스트 호스테스 술집 마담 야쿠자 등등...

어찌보면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사실 무슨 대단 한 목적을 가진것도 아니면서 다만 자기만의 이익과  복수 혹은 얼떨결에 모여서 뭔가를 이루어 내는게  주된 이야기다.

미키 마담의 이야기처럼  슈헤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가면서  내인생의 무언가가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는 것 ... 그게 모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각자 가진 내면의 상처나 세상에 대한 빚을 누군가 나랑 닮은 사람을 승리하게 도우면서 치유해나가는것 ... 그런 이야기다,

단순하고 악인이 하나도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묘한 울림은 있다.

다 읽고나서 이게 뭐야... 하는 속은 기분도 들지만

마지막 사와 할머니가 들려주는 미스키랑 도모키의 이야기는 충분히 아름답다.

누군가의 단한번의 사소한 친절과 호의가 내 인생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작게 파문을 일으키면서 퍼져나가는 일은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다.

나의.. 혹은 내곁의 누군가의 소소한 이야기 경험도 좋은 동화가 되었다. 이책에서는

 

책을 덮고난 후 현실은 여전히 춥고 스산하지만 한때 위안이 되기엔 괜찮은 책이다.

게들이 작은 힘을 모아 원숭이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라는 원숭이와 게의 교전.

나는 누구랑 힘을 모아 원숭이랑 싸울까

 

 

일본 소설을 읽고나면 늘 드는 의문점

늘 등장하는 야쿠자 호스테스 술집 마담  호스트 등등이 참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일반적인 직장처럼 생활처럼 나오는데 이게 소설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일본 사회가 그런건지

참 궁금하다.

어찌보면 사회에서 기피하는 부류인데 일반인들과 섞여 살면서 그런 직업에 대해 그냥 슈퍼 아르바이트처럼 쉽게 여기는 게 참 신기하다.

이런 생각도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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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빛이 저렇게 절절하긴 첨이었다.

예전 스물몇살때 본 '순수의 시대'도 나름 감동이었다.

아름다운 화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미셀 파이퍼의 아름다운 모습도 기억한다.

그땐 미셀 파이퍼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그녀가 안쓰러웠다.

시대를 앞선 이혼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그렇게 마음을 닫고 돌아서서 떠난 그녀가 안쓰러웠고

책임지지 못할 사랑을 시작한 그 남자가 미웠다.

뭐 그랬던거같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기억에 남았으니까

이제 이십년이 지나고 어느날 밤

유행가 가사처럼  그 옛날 극장에서 본 영화를 주말의 명화로 보면서

남자의 절절한 눈빛을 본다.

가장 소망했던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남자의 눈빛이 거기 있었다.

인생을 돌아볼때 후회스러움도 없이 늘 평온하고 명예로웠던 그 남자가 단 하나 갖지 못한건

그 남자의 일생에 가장 절잘했고 소중했던 '무엇'이었다.

마음속 깊은 우물속에 그'소중한'것을 넣어두고 두껑을 닫고 살아온 남자의 평온하고 잔잔한 표정에서 눈물이 난다.

그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걸 알고있었지만 사실 '순수의 시대'에서의 그의 연기가 기억나지 않았다.

뭔가 강한 임펙트가 없었던 역이라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본 오늘 밤 영화속 그 남자는 참 ...

 

남자 여자를 떠나서 내가 가장 소망했던 무언가를 버리고 돌아서는 사람의 표정은 그렇지 않을까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한 미소뒤에 뻥 뚤려있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내 가족 아이들 지금현실의 삶....

어쩌면 나도 내 속의 깊은 우물속에 무언가를 봉인해넣었는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에 꽁꽁 싸서 우물에 던지고 그대로 두꼉을 닫아버린 무언가가 지금 자꾸  기억속에서 아련하게 밀려온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어느날 영화속의 그 남자의 얼굴에서  내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그 '절실했던'것이 그리운 밤이다.

 

 

 

 

낮에 딸이랑 '파파로티'를 봤다.

중간중간 어설프고 맥락이 끊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단순히 마지막 노래때문에 좋았다.

순수한 표정에서 비열하고 삐뚤어진 표정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이제훈도 좋았고

이제 나이 먹어 조금은 쓸쓸하고 마주 보기가 계면쩍어진 한석규도 좋았다.

한석규는 대사를 할때보아 튓마루에 앉아  동창에게 전화를 걸까 망설이는 순간 같은 그런 빈 장면을 채우는 때가 더 좋다.

뭐랄까 말하지 않아도 무심하게 앉아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않거나 하는 모습이 더 많은 걸 보여준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대한민국에서 욕을 가장 맛나게 하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어쩜 늘 쓰는 말처럼 욕이 그렇게 찰지게 들릴까?

 

지금도 여전히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는 배우의 잊혀진 영화속의 모습과

한때 잘 나갔던 배우의 조금은  쓸쓸해진 지금의 영화속 모습을 보면서

왠지 지금 나 자신도 조금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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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 판타스틱 픽션 WHITE 1-1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1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p 59-60

 

그러니까 난 내가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던 게 아니라 보통 엄마가 되는 게 두려웠던 거야. 난 내가 부러워할지도 모를 여행을 하고 미래가 여전히 닻을 올리고 있고 미럐의 지도가 아직 그려지지 않은 다른 젊은 탐험가를 위해 출발점 역활이나 하는 영원히 정지된 닻이 될까 봐 두려웠어. 배낭을 트렁크에 실을 때 잘 가라고 손을 흔들며 키스를 날리는 출입구의 전형적 인물 추례하고 투실투실한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웠고 출발하는 배기가스 연기때문에 헝클어진 앞치마로 눈을 비비는 사람, 쓸쓸하게 자물쇠를 돌리고 천정이 내려앉을 것 같은 적막 속에서 싱크대에 있는 얼마 되지 않ㅇ는 접시들을 설거지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까봐 두려웠던 거야 난 떠나는 것보다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더 키웠어. ''''''''''''''''''''

 

...  난 아기 갖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어.임신하긴 전 아기 양육에 대한 내 상상 잠자리에서 미소 짓는 승무원에 대한 동화를 읽어주고, 늘어진 입에 질척거리는 것을 먹여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그림과 다르지 않았던 것같아. 내가 두려워했던 건 폐쇄되고 돌처럼 차가운 내 본성, 나 자신의 이기심, 관대함의 부족, 내 안에 머물면서 두터워진 억울함의 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과 마주하게 되는 거였어, 내가 아무리  '페이지 넘기기'에 관심이 있다 해도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에 가망없이 옭아매일 거란 예감은 날 몹시도 당혹스럽게 만들었지. 그리고 난 날 낚아챈 것이 바로 그 공포였다고 확신해. 사람을 뛰어내리도록 부추기는 절벽의 튀어나온 바위처럼 말이야.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것에 아무런 매력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결국 내게 그일을 하도록 유혹한 거였어.

 

 

겨울 다 읽었다.

이렇게 가독성이 떨어지는 책이라니....

이건 작가의 잘못인지 번역자의 잘못인지 독자의 잘못인지...

영화를 보지 않고 책을 들었더라면  몇페이지 읽지도 않고 그대로 던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생각했다.

에바는 아무 잘못이 없어.

모성이 부족하다는게 뭐가 잘못이야?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오면서 누가 모성에 대해 가르쳐 준적이 있었어?

그걸 어떻게 알고 훈력하고 익히는건지 알려준 사람이 있었나?

좋아 그게 그렇게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나고  나오는 거라고 여긴다면

부성은 어떤데? 그것도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아이가 혼자서 나오나?

성모 마리아도 아닌데 어떻게 아기가 저절로 생기지?

열달동안 몸속에 품고 있다고 해서 그동안 아기와 엄마사이에 정이 통하고 사랑이 생겨나는 거 아니야.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

하지만 세상에 흰사람 노란사람 검은 사람  다양하게 있듯이 사랑이 저절로 생겨나는 사람  학습으로 익히는 사람 좀처럼 생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 아닐까

왜 한몸인 시간이 길었다고 서로 완벽하게 이해해야한다고 치부해버릴까

그렇다면 한몸인 시간을 똑같이 견딘 아이는 왜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지?

아직 어리니까?

그게 변명이라고... 같은 시간을 함께 한몸으로 있었는데 누구는 끝없이 베풀고 누구는 끝없이 받기만 하는 거라니.. 이런 엿같은게 어딨어!!!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도 여전히 나는 에바에게 죄가 없다고 믿었다.

그건 로레타 그린리프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이유다.

 

 

 

p 281

.......모든 게 항상 엄마 잘못이에요 안그래요? ..........................

남자애가 못되게 구는 건 엄마가 술에 취했거나 아님 마약중독이기 때문이예요. 엄마가 아들을 제멋대로 자라게 나두고 잘못한 걸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기때문이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는 한번도 집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이 아빠가 술주정뱅이거나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어요. 그리고 아무도 그 아이가 그냥 처음부터 빌어먹을 나쁜 놈이라고 말하지도 않죠. 그런 실없는 이야기는 절대 믿지 마요. 사람들이 하는 기운 빠지는 이야기에 절대 휘둘려서는 안돼요. ........

엄마가 되는 건 힘든 거예요. 아무도 임신하기 전에 반드시 완벽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았어요. 난 부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해요. 이렇게 멋진  토요일 오후에 이런 쓰레기장 같은 곳에 있잖아요. 아직도 당신은 노력하고 있어요. 이젠 당신 자신을 돌봐요 부인 그리고 다신 그런 얘긴 하지 말아요.

 

 

그런데 하나 새롭게 알게 된것

케빈과 에바가 참 많이 닮았다는 사실이다.

아르메니아 인의 전형적인 외모뿐 아니라 건조하고 매마른 성격,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는 것 , 그리고 뭔가 집중할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가 모자가 아니랄까봐 닮았다.

자기를 닮은 아이. 더구나 자기와 같은 약점 혹은 치부를 가진 아이를 부모는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한다. 난 나의 이런 점이 정말 싫은 데... 그걸 똑같이 가지고 있는 작은 나같은 모습이 너무너무 싫어진다.

어쩌면 에바는 캐빈에게서 점점 자기를 보고 있었던건 아니었을까

에바를 이해하는 만큼 왠지 케빈도 이해가 갔다.

그 아이의 악행을 편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어쩌면  그 아이는 당신을 닮았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엄마의 시선을 붙잡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이렇게 당신과 다르지 않느냐? 아니면 아무리 부정해도 난 어쩔 수 없는 당신이라고..

 

영화에 비해 책에서는 에바가 케빈을 얼마나 거부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원해서 한 임신이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에바는 많이 갈등하고 후회하고 힘들어했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아이보다 자신의 결정에 더 관심이 있었고 자기의 결단에 더 신경을 쓰고 자기만 생각했다. 주사를 거부하는 것도 어쩌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거였으니까  태어난 아이는 젖을 물기를 거부하면서 두 사람사이에 긴장은 시작된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에 에바는 실망하고 케빈은 한번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던 (자신보다도) 에바를 거부한다,

둘은 그렇게 팽팽하게 기싸움을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나왔는데 어느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모든 악행이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케빈도 참 많이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

아이는 내가 열달을 품고 내가 낳았지만 내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내가 정한 시간에 먹고 자고 싸는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시간에 그렇게 한다,.

나의 취향이나 기호 내가 바라는 건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그 작은 것도 생명체이고 자아라고 자기만의 취향과 기호를 가지고 태어난다.

내가 분홍을 들이밀어도  회색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두개의 자아가 서로 부딪치고 상처받고 거부당하면서 그렇게 서로 익숙해지고 편해지는게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아닐까

세상에 내맘대로 되는 건 아니구나하는 걸 아이는 배워가고 엄마도 내가 낳았다고 내 종속물은 아니라는 걸 배워가야 한다.

그러기에 케빈과 에바는 자아가 너무 강했다.

내가 저것을 내 뜻대로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무시해버리겠다..그렇게 휘어지지 않고 꺽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가족력을 통해 모성을 익히지 못했던 에바에게 모성을 요구하는 건 잔인한 일이었을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나를 희생한다는 건 머리로 될 수 없는 일이다.

에바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갈등했지만 캐빈도 사랑스러운 아이는 아니었다.

너무나 닮았고 너무나 고지식하고 단단한 껍질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고 은연중에 드러난 감정에 스스로도 화들짝 놀라지 않았을까

내 아이를 미워한다는 것.. 가장 가까워야 할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그것이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속을 더 할퀴는 꼴이 되고 스스로 상처입었다.

그렇게 평행선으로만 치닫는 두 사람이 결국 화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끔찍한 목요일을 겪은 후였다.

 

책속에 에바는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한다. 케빈을 감싸고 도는 남편에게 질투를 느낄만큼 그가 자기를 알아봐주고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아이가 생긴 후 남편은 많이 달라졌다.

어쩌면 아이가 생기고 여자가 이렇게 달라지고 남편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는 봤지만 모성과 부성이 이렇게 뒤바뀐 경우는.... 없진 않겠지만 낯선 풍경이다

에바가 끊임없이 케빈을 의심하고 불안해할 수록 남편 프랭클린은 케빈을 이해하고 모든걸 수용한다. 사내아이니까... 아직은 어리니까.. 모든 아이가 발달상황이 다 같지는 않으니까..

한때 지나는 사춘기니까...에 이르기까지

프랭클린은 맹목적으로 케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계모에게서 아이를 보호하는 막무가내의 부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차갑게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엄마와 무조건의 애정과 물량공세로  다가와 좀 만만하고  한심해보이는 아버지 사이에서 케빈의 혼란은 없었을까

흔히 아이를 양육할때 양쪽 부모의 일관된 행동과 양육방법이 좋다고 한다.

두 사람의 기준이 다를 경우 아이가 가지는 혼란과 불안을 없애고 좀더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는 같은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데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나랑 맞는 엄마는 냉정하고 나를 무조건 감싸는 아빠는 우습기만하고...

그 둘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이용하는 것이 케빈이다.

이 아이가 정말 모성부족으로 정없는 엄마때문에 망가진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이든 이용할 줄 알고 눙칠 줄 아는 아이..

남의 감정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공감하지 않으려는 아이

나는 케빈을 이해하는 만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 알만하다 싶으면 저만큼 가 있는 아이라고나 할까..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사실..

모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겨우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포기하기 어려웠고

돌에게 각각 맞추는 것도 힘들었고

왜 아이들은 예상되는 정답이 없는지 한탄스러웠다.

하지만 나의 변덕스런 감정과 무심함속에서도 엄마라고 매달리는 눈망울을 보면

야단맞고 울음을 쏟아놓고 돌아서면 웃으며 내게 안기는 아이를 보면

스스로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만 참으면 될걸.. 아직 어린 아인데..

 

케빈에게 그런 아이다운 상냥함이 단숨함이 없어서 에바는 스스로 장벽을 허물고 무너질 기회를 갖지 못한게 아닐까... 에바의 장벽이 높아서 케빈이 단순함을 부려놓을 틈이 없던걸까..

 

어쩌면 에바는 그날.. 목요일을 겪은 후 이제 엄마가 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결론은 모든것이 지나고 후회를 한 이후에 오는 법이니까

살아남았기때문에 모든것을 오롯이 견뎌낸 에바가 이제는 정말 엄마가 될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매번 전쟁을 하고 뒤통수를 맞고 번개같은 충격을 먹고 이제 조금 엄마가 어떤건지 아는 나도 있고..

 

아이문제는 언제나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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