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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시작은 미스테리물이었다.
그러다 조금씩 일반 소설로 영역이 확장된다.
하지만 아직도 에쿠니 가오리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취향이 아니라서.. 수준이 좀.. 뭐 그런 이유는 아니고 아마 잡으면 푹 빠질거라는 걸 알기에
미리 뭔가에 빠지는 걸 최대한 피하고 있는 중일 뿐이다.
그렇게 늘 도서관이 서점에서 일본 소설만 찾는다.
사실 내 취향에 맞다.
모든 일본 소설을 읽은 것도 아니고 그저 2000년이후의 소설들을 드문드문 취향에 맞게 읽었을 뿐이다. 그저 얕은 수준이다.
그런데 나랑 참 잘 맞다.
사실 일본 소설에 대해 어쩌구 할 처지는 절대 아니지만
뭔가 큰 일이 아닌 소소한 일들 소소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내는 게 좋았다.
뭐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는 아니다.
미미여사의 이야기는 늘 사회이슈와 맞닿아있고 크고 굵직한 사건이기도 하다
미스테리물에서 사회성과 연관지어지는 소재도 많지만 그래도 파고 들면 우리주변의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소문으로 인터넷 익명계시판에서 읽어볼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절절한 이야기들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우리 소설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대단한 누군가의 대단한 이야기보다 소소하고 우리랑 닮은 누군가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치밀하게 풀어놓는 거다.
하지만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치밀하게... 가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덤덤하게 풀어놓는다는 느낌이다.
이런 얘기가 있어.. 한번 들어볼래
뭐 정색하고 들을 건 아니구 그냥 하던거 하면서 거기서 들어
뭐 그런 분위기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묘하게 감정을 건드리는게 있다.
암튼 내 느낌은 그렇다.
그래서 평범하고 단순하고 밋밋한 맛인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제목이 참 이게 뭐지? 하는 거였고 두께도 만만치 않았는데 슬슬 읽힌다.
뭐 대단한 깊이도 아니고 내용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이상적인 목적도 아니고 살다보니 어떻게 얽히게되고 어쩌다 보니 한가지 목적으로... 바텐더를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나름 참여하게된다.
대학생 음악가 호스트 호스테스 술집 마담 야쿠자 등등...
어찌보면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사실 무슨 대단 한 목적을 가진것도 아니면서 다만 자기만의 이익과 복수 혹은 얼떨결에 모여서 뭔가를 이루어 내는게 주된 이야기다.
미키 마담의 이야기처럼 슈헤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가면서 내인생의 무언가가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는 것 ... 그게 모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각자 가진 내면의 상처나 세상에 대한 빚을 누군가 나랑 닮은 사람을 승리하게 도우면서 치유해나가는것 ... 그런 이야기다,
단순하고 악인이 하나도 없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묘한 울림은 있다.
다 읽고나서 이게 뭐야... 하는 속은 기분도 들지만
마지막 사와 할머니가 들려주는 미스키랑 도모키의 이야기는 충분히 아름답다.
누군가의 단한번의 사소한 친절과 호의가 내 인생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작게 파문을 일으키면서 퍼져나가는 일은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다.
나의.. 혹은 내곁의 누군가의 소소한 이야기 경험도 좋은 동화가 되었다. 이책에서는
책을 덮고난 후 현실은 여전히 춥고 스산하지만 한때 위안이 되기엔 괜찮은 책이다.
게들이 작은 힘을 모아 원숭이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라는 원숭이와 게의 교전.
나는 누구랑 힘을 모아 원숭이랑 싸울까
일본 소설을 읽고나면 늘 드는 의문점
늘 등장하는 야쿠자 호스테스 술집 마담 호스트 등등이 참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일반적인 직장처럼 생활처럼 나오는데 이게 소설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일본 사회가 그런건지
참 궁금하다.
어찌보면 사회에서 기피하는 부류인데 일반인들과 섞여 살면서 그런 직업에 대해 그냥 슈퍼 아르바이트처럼 쉽게 여기는 게 참 신기하다.
이런 생각도 편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