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의견이다.

 

 

맛은 기억이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우월한 맛도 없고 절대적으로  최악의 맛은 없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서 몸속을 흐르고 다시 나오는 과정을 통과하므로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정의지만 그 맛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무언가는 없다.

맛이 있고 없고는 각자 나름이다.

흔한 말로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msg가 잔뜩 든 음식이 더 맛있고 그것이 더 끌리는 것은 그 화학작용이 일으키는 감칠맛에 끌리는 것도 물론 있지만 그 맛이 주는 나만의 기억이 나를 그 쪽으로 당길 수도 있다.

추운 날 귀가 빨개지고 손 끝에 아무런 감각도 없고 정신마저 얼얼해 진 상태에서 돌아온 날

집안에 퍼지는 라면 냄새는 그 무엇보다 유혹적이다. 그 냄새에 그 따끈함에 영혼도 팔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영양도 없고 몸에 안좋은 요소 덩어리라고 해도 그날 그 순간 낡고 허름한 부엌에서 찌그러진 냄비 위에서 김을 날리고 있던 그 라면은 무엇보다 가슴에 와서 푹 박혀버린다.

그 라면에는 맛과 온기 이외에 그걸 끓어내던 누군가의 정성과 그때의 안도감과  순간 확 풀려버리는 안도감  평안 어쨌던 좋다고 느끼는 막연함이 모두 버무려져서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맛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사랑하는 맛이 될 수 있다.

그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라면은 몸에 좋지 않다고 그런 건 먹어선 안된다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기준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날 나를 안도하게 하고 긴장을 풀어준 그 순간이 그날 먹었던 그 라면의 맛과 함께 내 몸에 각인된다.

맛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 몸안에 새겨진다.

그래서 역으로 말하면 몸에 좋은 걸 좋은 기억이나 상황에서 먹는게 가장 좋다고 할 수도 있다.

 

엄마한테 등짝을 서너대 두드려 맞고 귀가 얼얼할 만큼 잔소리를 듣고 눈물콧물을 다 빼고 나서 기운이 쑥 빠져서 손가락하나 꼼짝하기 힘든 상황

해는 어둑하고 놀다가 혹은 딴 짓을 하다가 늦게 돌아온 내ㅁ에서 찬바람 냄새는 아직도 나고 울고난 뒤끝이라 기운이 빠지는 건지 아니면 때를 놓쳐 배가 고픈 건지 나도 알 수 없는 어딘가 후련하면서 어딘가 서러운 자락이 내안에 가득할때

이미 다른 식구들이 밥을 다먹고 아무것도 남은 게 없고 꼭 이렇게 일을 두번하게 만든다고 입으로 연신 잔소리를 하면서 함께 손도 함께 쉬지 않던 엄마가 내밀던 건 양푼이 하나뿐이다.

먹고 남은 밥에 먹고 남은 찬들 그래도 급하게 묵은 내 나는 김치도 급하게 들기름에 볶어얹고 냉장고 귀퉁이에서 잊혀졌던 무우 꼬랑이도 급하게 채썰고  대충의 양념으로 무쳐내서 올려놓고 큰 맘먹고 계란 후라이도 부쳐서 올려놓은 아무렇게나 올려놓았지만 절대 아무렇게나 만들 수 없는 그 양푼이 한그릇이 그저 눈물이 난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개도 아니고 어쩧게 이렇게 다 한데 섞어서 먹을 수 있냐고 투덜거릴 수도 없다.

밥 한귀퉁이는 이미 말라서 딱딱하게  이를 놀라게 하면서 입속을 굴러다니고 김치는 충분이 시어 볶아도 그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고 무채는 아직 아린 맛이 남아있지만 그건 내게 최고의 밥상이었다.

등짝 때린 엄마가 어느새 옆에 앉아서 그 등짝을 문질러주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퉁멱스레 내뱉아주는 걸 찬 삼아서 꾸역꾸역 먹고 있다.

세상에  이런 밥상은 누구에게도 내밀 수도 없다.

흉을 보는 건 고사하고 걷어차이지 않으면 다행일만큼 엉망인.. 아니 밥상도 아닌 달랑 양푼이 하나이지만 그 속엔 그 시간의 서러운 나의 마음과 그런 후 안도하는 나의 마음이 함께 섞여있을 것이고 자식때문에 이미 썩어버린 콤콤한 엄마의 속내와 그래도 뜨끈한 정성이 버무려져있다.

그 뒤섞임이 내 속에서 살이 되고 피가되고 내가 된다.

평소 나는 절대 이것저것 넣어 비벼먹지 않는다.

양념이 많은 음식도 좋아하지 않는다.

밥이 말라붙어버리면 아무 생각없이 버린다.

하지만 내 속에는 아무렇게나 비빈 그날의 그 밥이 아직 남아있고 그 맛을 그리워한다.

그 맛이 나이다.

내가 그 맛이다.

맛은 그렇게 맛 그자체로서가 아니라 기억으로 내몸에 들어와 쌓이고 내가 된다.

다양한 맛을 즐긴다는 건 다양한  기억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 기억은 아픈 것도 있고 잊고 싶은 것도 있고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래서 잊고 싶은 맛도 있고 혐오스러운 맛도 있다.

좋아하는 맛과 싫어하는 맛이 어우러져서 내가 되고 내 기억이 된다.

내 몸이 된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기억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맛을 소개하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내 아이들은 혹은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어떤 기억을 함께 가져갈까?

엄마한테 잔소리듣고 눈물을 뚝뚝 흘린 후에 먹는 닭강정 한조각은 어떻게 기억될까

누구 몰래 봉지 뜯어 우적우적 우겨넣던 한 봉지 과자의 맛은?

먹지말라고 해도 기어이 유혹에 못이겨 손에 쥔 길거리표 떡꼬치의 기억은?

아껴놓다가 잊혀져 방한 구석에서 녹아내리던 저 사탕은 어떤 맛으로 내 아이의 몸에 들어갔을까

 

내 아이가 맛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맛에 호기심을 가지면 좋겠다.

먹지 않고 거부하는 편견대신 먹어보고 이해하고 그 맛에 대한  의미를 나름 가지면 좋겠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 하는 말.

나는 먹어봐야 안다고 믿는다.

왜 된장은 된장인지 똥은 똥인지.. 그리고 똥이 된장이 될 수는 없는지..

모든 맛은 좋은 것이다.

맛이 악한 건 아닐것이다.

기억이 나쁘고 상황이 나쁘고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 뿐이다.

맛있는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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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 척 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앗 뜨거라.. 하는 기분이 들면서 순간 주춤했고 행여 돌아볼까 얼굴을 가리고 황급하게 열람실을 나왔다.

순간 그를 보았을 때 반가운 마음은 스쳐가기는 했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의 낡은 작업복 잠바 등짝을 보면서 그냥  안보고 싶었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입구가까운 책상에 앉아 책을 볼까 하다가 그러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싶었다.

밖에서 보는 그는 참 낯설다.

싫은 것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아는 척 하기 싫었다.

함꼐 외출을 했거나 처음부터 함께 나간 자리였다면 전혀 들지 않았을 생각이 무심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부딪치게 되면 피하고 싶어진다. 그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그냥 도서관을 가고 서점엘 가고 거리를 걸어다는 것이 내 영역인데 그 영역안으로 그가 불쑥  들어와버린 기분이었다. 왠지 침범당한 기분이다.

그가 싫은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라고 믿는 그 순간을 누군가 깨어버리는 것이 싫었다.

단지 그뿐이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도서관을 간거고 그 시간 그 장소는 나만이 빈둥거리며 흘러보낼 수 있는 시간이고 공간인데 그 곳을 누군가가 들어와서 함께해야한다는게 단지 싫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변명같다.

사실은 그가 싫었던거 같기도 하다.

그랑 마주치는게 창피하고 부끄럽고 어색하고 싫었던 거 같다.

그 시간에 도서관을 드나드는 그 나이대의 남자에게 느껴지는 보통의 부정적인 느낌이 싫었던거 같다. 그게 사실이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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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피천득은 수필에서 아사코와의 세번째 만남은 아니만남만 못하였다고 하였다.

간혹 그림자가 희미하고 길어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안나와 미하엘도 어쩌면 아니 만났더라면 그저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지 않았을까

첫 만남의 강렬한 끌림과 두번째  스치듯 만나서 알게된 모든 진실들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나는 미하엘에게 자신이 문맹임을 끝내 들키고 싶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미하엘은 안나가 영원한 문맹이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과 바뀌어서는 안되는 사실이 들켰고 바뀌었다.

그래서 애틋함은 끝이 났다.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 했고 누군가의 남은 생은 쓸쓸하고 고독할 것이다.

계속 추억할 수도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하지만 뒷맛은 쓰고 시다,

 

서른 다섯과 열다섯의 불꽃같은 사랑은 누구에게 말 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누군가에게 틀어놓고 싶은 충동만큼 말 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둘 만 있어도 좋았고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몸을 씻고 사랑을 나누는 작은 공간마저 아름다웠을 것이다.

함께 읽었던 책들 함께 씻은 욕조와 사랑한 침대. 그땐 그곳이 작고 초라하고 남루하다는 생각을 누구도 못했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 속에 빠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아름답다거나 추하다거나 부끄럽다거나 비도덕적이라거나 하는 것은 개나 먹어라하고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방을 나오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머리를 때리면서  아무곳에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에 비틀거릴지라도 그 방안에서 두사람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이고 절대적인 존재다.

그 사랑이 끝이 났다.

한 사람은 그 사랑을 미쳐 생각할 겨를 없이 도망치듯 떠났고 한 사람은 어떤 이유도 모른 채 버려졌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두번째 만남

이제 미하엘은 안나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처음 든 감정은 배신감 그리고 동정심 연민 그 사이사이 정의감과 도덕심이 끼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안나를 돕고 싶은 마음 크기만큼 배신감도 컸을 것이다.

미하엘의 아버지가 말했다. 상대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발설하지 마라. 그리고 말하려면 본인에게 직접 말하라...

하지만 미하엘은 안나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돌린다.

아직 자신이 없던 걸까.. 아니면 이제 와서... 라고 생각했을까

안나는 감옥으로 갔고 미하엘은  법학자가 되었다.

안나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미하엘은 그 이후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다.

무거운 비밀은 그를 짓누른다. 한때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믿었던 그 비밀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무게를 가지고 미하엘의 모든 삶의 기준이 된다. 모든 여자는 안나와 비교되고 삶은 그때의 눈먼 열정과 비교당한다.

안나는  공간의 감옥에 갇혔고 미하엘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미하엘은 왜 안나에게 책을 다시 읽어주게 되었을까

어쩌면 안나를 마주 하지 않고서는 삶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느꼈던 걸까

단단하고 자존심이 강한 안나의 단하나의 약점인 문맹의 틈을 미하엘은 노렸을까

누구도 모르는 그 비밀을 나는 알고 있고 그 비밀로 인해 우리는 다시 이어진다고 생각했을까

그때의 사랑과는 빛깔도 의미도 달라진 어떤 감정으로 미하엘은 책을 읽고 녹음한다.

그때 미하엘은 다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와 닿아있다는 것. 그 비밀과 닿아있다는 것이 그를 살게 한다.

녹음을 받은 안나도 변한다. 내 속에 갖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 이제 그 비밀을 비밀이 아니게 만들기로 한다.  내가 문맹이 아니게 된다면 나를 누르는 비밀의 무게는 사라진다

안나는 그렇게 믿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책을 듣고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글을 익혔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꼬마야....

미하엘에게 그 편지는 ... 내가 보기엔 절망이다.

글을 알게된 안나에게 미하엘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파고들 비밀같은 건 없어져버렸다. 우리가 함께 공유한 시간이 이젠 의미가 없다.

그래도 모른 척 계속 녹음하고 읽는다. 이제 그건 삶이고 습관이고 의미다.

 

안나의 석방을 앞두고 둘은 비로소 마주한다.

간수의 오지랍이 개입된 만남이지만 조금은 설레고 긴장된다.

이때 어쩌면...

안나는 자신이 문맹임을 끝나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미하엘은 그래도 그녀가 문맹이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비밀이 바램이 어긋났다고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은 막을 내린다.

 

사랑이 절망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가능하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절망일 수 밖에 없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말하지 못한 내사랑  울어보지 못한 내 사랑은  그렇게 무너져버린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사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막상 해버리면 별거 아닌 것이 되지만 그 마주하고 눈을 뜨기까지는 정말 두렵고 고통스럽다.

내 마음의 괴물이 커나가는 순간이 그 망설이는 순간이고

내가 마음의 감옥에 갖혀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날들이 그 망설이는 날들이다.

뻔히 답을 알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결국 미하엘은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떠났다.

좀 더 나이 먹으면 그 때 사랑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물론 그러기에도 충분히 나이를 먹었지만....

지우고 싶고 아픈 사랑도 결국은 마주보고 그 가치를 인정할 날이 오긴 하더라..

그때도 아프긴 하더라..

좀 더 일찍 마주 보았다면 절망하고 아플 시간이 줄었을 것을 다 겪고 당해봐야  끝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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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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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때문일까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사실 중요한건 시간이 흘러 마이클 (책에서는 미하엘)이 어른이 되어 다시 안나를 만나서부터 이야기지만

앞부분의 두사람의 정사신이 너무 인상이 깊어서 그저 사랑이야기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책은 남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들려준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미워하고 애증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이야기 수치심과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 범죄와 용서 기억과  무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미하엘에게 안나는 지울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되는 강력한 기억이다.

절정의 행복인 동시에 수치감이고 따듯한 그리움이면서 동시에 지우고 싶고 극복해야하는 성장통이었다.

 

불 붙어서 두려울게 없는 청춘의 욕망은 끝을 모르고 달려간다, 늘 그리워하고 매달리고 비굴하게 애원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지금 이순간 만나고 함께하고 만지고 사랑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고 우리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서성거리기 시작될 무렵 여자는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법정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

여자는 엄청난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고 그때나 다름없이 견고하고 꼿꼿하다.

그리고 구부러지지 않고 강하게 부러지며 모든 죄를 혼자 감당한다.

물론 여자에게도 죄는 크다.

내가 범죄자를 사랑했던가.. 범죄자를 사랑했던 나는 죄가 없는가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남자는 여지가 다시 서성이고 얽혀들어간다.

잊지 못하고 마무리 하지 못하고 눌러놓기만 했던 기억들을 몸이 먼저 알아보고 반응하고 마음이 갈피를 잃는다.

정의로움이란 무엇인가

진실과 자존심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심으로 그 여자를 돕고 싶은 것인가 내가 면죄부를 받고 싶은 것인가

 

여기서 미하엘과 아버지의 대화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우리 가족밖에 있던 아버지에게 아들은 큰 고민을 상담하러 간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어떤  해답의 조각을 던져줄까

 

아버지는 말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돼"

 

"우리는 지금 행복이 아니라 품위와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넌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그 차이를 잘 알았잖니 엄마의 말이 늘 옳은 것이 네겐 별로 마음 편치 않았잖아"

 

" 아니다 네 문제는 마음 편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만약에 네가 서술한 상황이 그 사람에게 어쩌다가 생긴 것이거나 아니면 유전적인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면 너는 당연히 행동을 해야한다. 네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이 좋은 것ㄴ지 알고 있고 그 사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너는 당연히 그 사람이 그에 대해 눈을 뜨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본인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과 이야개를 해야해 그 사람과 직접 말이야사람 등 뒤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해서는 안된단다."

 

안나의 거짓말은 존중되었다.

미하엘은 어떤 행동도 옮기지 않았다. 그건 안나를 존중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그렇게 결정되어졌다.

내가 어떤 자격으로 안나에게 끼어들것인가

그저 모른 척.. 저 범죄자와 나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끝에 안나는 종신형을 받는다.

그러나 미하엘의 청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결혼생활을 평탄하지 않았고 딸아이가 바라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주지 못했다.

안나에게 책을 녹음해서 전달하지만 편지는 결코 써주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와 주고 받는 마음이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이다

아직도 미하엘은 안나를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안나는 그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면서 드러나서도 안되는 존재로 여전히 유령처럼 부유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 미하엘의 아직 끝나지 않은 성장통이고 혼자서 풀어내야 할 통과의례이다.

안나의 편지를 받고 안나를 만나고 안나의 이후 삶을 준비하지만 아직 마하엘의 성장통은 끝나지 못했다.

안나의 죽음... 그리고 그녀의 방에 남은 흔적들을 보면서 미하엘은 비로소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말 한마디만 하면 터질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교도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방을 둘러보고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다.

이제 미하엘은 성장했다,

어른이 되었고 안나를 인정하고 그 사랑을 그시간을 그 청춘을 인정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했노라고

 

이 책은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이해차이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 읽힌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리고 통과의례를 거쳤다고 단박에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고 오래 묵힌 무언가를 흘려보냈다면 이제 마음을 열지 않아서 편하다면 그래도 괜찮다.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괜찮다.

어쩌면 그런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건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내게 이 책은 그렇게 미하엘의 인생 전반에 걸친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p.s.

아버지와의 대화를  부분을 읽으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책 초반에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

우리 가족이면서 우리가족밖에 있는 사람

생각이 언제나 여기가 저기에 있는 사람

언제나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 그 생각이 우리에 관한 것인지 자신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

하지만 마지막엔 언제나 매달리게 되는 사람..

그 아버지가 내아버지와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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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에서 심장을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아닐거야 아무일도 없을거야...

바삐 걸어야 하는데 아니 차라리 뛰어야 하는데.. 발을 더 빨리 움직일 수가 없다.

자꾸 발이 꼬이고 무릎이 꺽이려고 한다.

얼른 가야하는데...

마주오는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러웠다.

저 사람이 혹시.... 혹 저 사람이 아닐까

저 사람의 가방속에 뭐가 들어잇을까?

저렇게 태연한 표정을 하지만 이삼분전에 무언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몰라...

머리속에서 심장은 점점 흥분하고 있다.

저기 보인다. 얼른 문을 연다 들어간다.

없다.....

정신을 차린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안내 데스크로 간다.

천천히 입을 연다

"혹시 핸드폰 습득한 거 있나요?

청경이 말없이 핸드폰을 내민다.

아....

머리속에서 심장이 멈췄다.

얼굴이 붉어지기전에.. 얼른 자리를 뜬다.

고맙다는 말을 했던가? 말을 얼버무렸던가?

다행이다.

 

그래도 오늘은 빨리 기억이나서 다행이다.

나이를 먹는게 이런건지

햇살이 눈부신게 괜히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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