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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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때문일까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사실 중요한건 시간이 흘러 마이클 (책에서는 미하엘)이 어른이 되어 다시 안나를 만나서부터 이야기지만

앞부분의 두사람의 정사신이 너무 인상이 깊어서 그저 사랑이야기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책은 남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들려준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미워하고 애증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이야기 수치심과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 범죄와 용서 기억과  무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미하엘에게 안나는 지울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되는 강력한 기억이다.

절정의 행복인 동시에 수치감이고 따듯한 그리움이면서 동시에 지우고 싶고 극복해야하는 성장통이었다.

 

불 붙어서 두려울게 없는 청춘의 욕망은 끝을 모르고 달려간다, 늘 그리워하고 매달리고 비굴하게 애원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지금 이순간 만나고 함께하고 만지고 사랑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고 우리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서성거리기 시작될 무렵 여자는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법정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

여자는 엄청난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고 그때나 다름없이 견고하고 꼿꼿하다.

그리고 구부러지지 않고 강하게 부러지며 모든 죄를 혼자 감당한다.

물론 여자에게도 죄는 크다.

내가 범죄자를 사랑했던가.. 범죄자를 사랑했던 나는 죄가 없는가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남자는 여지가 다시 서성이고 얽혀들어간다.

잊지 못하고 마무리 하지 못하고 눌러놓기만 했던 기억들을 몸이 먼저 알아보고 반응하고 마음이 갈피를 잃는다.

정의로움이란 무엇인가

진실과 자존심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심으로 그 여자를 돕고 싶은 것인가 내가 면죄부를 받고 싶은 것인가

 

여기서 미하엘과 아버지의 대화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우리 가족밖에 있던 아버지에게 아들은 큰 고민을 상담하러 간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어떤  해답의 조각을 던져줄까

 

아버지는 말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돼"

 

"우리는 지금 행복이 아니라 품위와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넌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그 차이를 잘 알았잖니 엄마의 말이 늘 옳은 것이 네겐 별로 마음 편치 않았잖아"

 

" 아니다 네 문제는 마음 편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만약에 네가 서술한 상황이 그 사람에게 어쩌다가 생긴 것이거나 아니면 유전적인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면 너는 당연히 행동을 해야한다. 네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이 좋은 것ㄴ지 알고 있고 그 사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너는 당연히 그 사람이 그에 대해 눈을 뜨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본인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과 이야개를 해야해 그 사람과 직접 말이야사람 등 뒤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해서는 안된단다."

 

안나의 거짓말은 존중되었다.

미하엘은 어떤 행동도 옮기지 않았다. 그건 안나를 존중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그렇게 결정되어졌다.

내가 어떤 자격으로 안나에게 끼어들것인가

그저 모른 척.. 저 범죄자와 나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끝에 안나는 종신형을 받는다.

그러나 미하엘의 청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결혼생활을 평탄하지 않았고 딸아이가 바라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주지 못했다.

안나에게 책을 녹음해서 전달하지만 편지는 결코 써주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와 주고 받는 마음이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이다

아직도 미하엘은 안나를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안나는 그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면서 드러나서도 안되는 존재로 여전히 유령처럼 부유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 미하엘의 아직 끝나지 않은 성장통이고 혼자서 풀어내야 할 통과의례이다.

안나의 편지를 받고 안나를 만나고 안나의 이후 삶을 준비하지만 아직 마하엘의 성장통은 끝나지 못했다.

안나의 죽음... 그리고 그녀의 방에 남은 흔적들을 보면서 미하엘은 비로소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말 한마디만 하면 터질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교도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방을 둘러보고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다.

이제 미하엘은 성장했다,

어른이 되었고 안나를 인정하고 그 사랑을 그시간을 그 청춘을 인정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했노라고

 

이 책은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이해차이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 읽힌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리고 통과의례를 거쳤다고 단박에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고 오래 묵힌 무언가를 흘려보냈다면 이제 마음을 열지 않아서 편하다면 그래도 괜찮다.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괜찮다.

어쩌면 그런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건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내게 이 책은 그렇게 미하엘의 인생 전반에 걸친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p.s.

아버지와의 대화를  부분을 읽으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책 초반에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

우리 가족이면서 우리가족밖에 있는 사람

생각이 언제나 여기가 저기에 있는 사람

언제나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 그 생각이 우리에 관한 것인지 자신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

하지만 마지막엔 언제나 매달리게 되는 사람..

그 아버지가 내아버지와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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