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 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앗 뜨거라.. 하는 기분이 들면서 순간 주춤했고 행여 돌아볼까 얼굴을 가리고 황급하게 열람실을 나왔다.
순간 그를 보았을 때 반가운 마음은 스쳐가기는 했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의 낡은 작업복 잠바 등짝을 보면서 그냥 안보고 싶었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입구가까운 책상에 앉아 책을 볼까 하다가 그러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싶었다.
밖에서 보는 그는 참 낯설다.
싫은 것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아는 척 하기 싫었다.
함꼐 외출을 했거나 처음부터 함께 나간 자리였다면 전혀 들지 않았을 생각이 무심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부딪치게 되면 피하고 싶어진다. 그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그냥 도서관을 가고 서점엘 가고 거리를 걸어다는 것이 내 영역인데 그 영역안으로 그가 불쑥 들어와버린 기분이었다. 왠지 침범당한 기분이다.
그가 싫은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라고 믿는 그 순간을 누군가 깨어버리는 것이 싫었다.
단지 그뿐이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도서관을 간거고 그 시간 그 장소는 나만이 빈둥거리며 흘러보낼 수 있는 시간이고 공간인데 그 곳을 누군가가 들어와서 함께해야한다는게 단지 싫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변명같다.
사실은 그가 싫었던거 같기도 하다.
그랑 마주치는게 창피하고 부끄럽고 어색하고 싫었던 거 같다.
그 시간에 도서관을 드나드는 그 나이대의 남자에게 느껴지는 보통의 부정적인 느낌이 싫었던거 같다. 그게 사실이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