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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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진 소녀가 정면을 응시한다,

종이의 질감과 연필의 길감이 섞여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하다.

먼저 상자 집 속의 인형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인형의 주인인 유진이 나온다,

유진은 침대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포근한 침대속으로 파고 들고 싶어한다

유진은 방에서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더 예뻐지기 전에 나가는 걸 꺼려한다,

유진은 주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고 싶어하지만 누군가가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 나갈 수가 없다

유진은 집을 나서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밖에 만만치 않아 하며 나가기를 말린다,

그러나 유진과 인형은 상자속에서 나와 세상의 공기를 마신다,

세상은 셍각보다 괜찮다,

 

그림속의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응시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표정도 한결같이 무표정하면서도 복잡하다,

두려움 불안이 섞여있다,

이곳은 편안한데 왜 나가려고 하느냐고

아직 에뻐지지 않았고 아직 더 모아야만 하고 아직  세상은 너무 두렵다,

웅크리고 준비하고 모으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선택의 순간은 두렵다,

무얼 선택하든 두려움이 있다,

완전한,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언젠가는 후회할 것이고 두려워질 것이고 어려울 것이다,

나를 말리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다,

아들러가 말했던 것 처럼 이유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싶어서 이유를 생각하고 붙일지도 모른다,

내겐 두려움이 있어,

내겐 아픔이 있어

내겐 핸디캡이 있어,

나의 작은 인형상자속에 움크리고 있다고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행도 불행도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해보기 전엔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니?

  일단 시작을 해봐야 내가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지 않겠니?

 

그렇다 한 발 내딛기 전에 알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아무리 용한 점장이라도 그걸 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얼굴을 만져주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사탕이  입안에서 녹을 동안 우리는 용기를 준비하고  희망을 다시 닦아서 세상으로 나가야 할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견딜만할 것이고 의외로 아름다울 것이고 아픔도 기꺼이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세상으로 내 보내는 것도

나의 내면을 내 보여주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어야 내 세계가 넓어진다,

 

 

사족... 책속의 인물이 작가를 많이 닮았다,

         가늘고 긴 눈과 불안과  호기심을 가진 얼굴이... 가만 보고 있으면  그다지 덜 무서웠다,

        그러나 인형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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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 -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
스테퍼니 스탈 지음, 고빛샘 옮김, 정희진 서문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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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에서 추천하는 책

예전 대학 때 여성학과 성의 사회학 수업을 듣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땐 사실 뭘 모르고 열심히 듣고 리포트를 쓰고  순수하게 분개했었다,

여자들이 받는 차별들

알게 모르게 진행되는 가부장적 문화. 차별적인  인식들을 배우면서

그나이 답게 분개하고 화를 냈지만 주변엔 그걸 함께 이야기할 남자는 없었다,

여자들끼리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하고 그리고 끝

 

그리고 나이먹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소소하게 분개하고 딸을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기는 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

 

저자는 쉽게 페미니즘을 풀어낸다,

그녀의 말처럼 저자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다시 대학에 가서 페미니즘 수업을 청강하면서 일상의 일들과 결부시켜 페미니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만

저자처럼 20대에 페미니즘을 접하고 이후 살면서 잊었다가 다시 공부하기엔 참 좋은 책이다,

시작으로서....

사실 이젠 책 속에 인용된 책을을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사실 들지 않는다,

보봐르 베티 프리단 그때도 열심히 교재를 통해 알던 이름이지 그들의 저서를 읽지는 않았으니까... ㅠㅠ

 

어느 순간 여성학이 페미니즘이 이젠 낡고 현설성이 없는 학문이 되었다는 풍문도 들었고 그렇게 잊혀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디선가 이어지고 아직도 공부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쨍한 충격이고 기분좋은 경각심이다,

저자처럼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권씩 읽고 생각하는 기회를 꼭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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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유는 식물을 키우는 일과 같다,

땅에 씨를 뿌리면 싹은 위를 향해 자란다,

현재에 발을 딛고 미래를 향하는 사람과 닮았다,

어떻든 살아가려면 물과 태양 토양  바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씨를 뿌리기전 먼저 땅을 뒤집어야 한다.

땅속 깊이 도구를 집어 넣어 뒤접어 아래의 흙이 위로 나오게 해야한다. 속에 있던 축축하고 습기를 머금은 흙을 뒤집어 밖으로 드러내고 안과 밖을 뒤섞어서 땅을 고른다. 그러는 과정에서 흙은 공기를 품게 되고 부드러워지고 씨앗을 품을 준비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프로이드와 융이 바라보는 트라우마 내면 아이 마주하고 그림자 찾기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안으로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뿌리가 내려갈 속을 먼저 뒤집고 일구어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고 뒤집어지고 모든 것이 드러나야만 비로소 흙은 씨앗을 품고 뿌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리고 뿌려진 씨앗은 건강하게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지지대로 위로 싹이 자라고 솟아 오른다.

성장되는 것은 건강해지는 것이다,

뿌리가 건강하게 아래를 향해 내려갈 수 있을 때 싹이 나오고 그 싹은 위로위로 올라오며 가지가 되고 줄기가 되고 꽃이 피어난다.

내 성장을 위해 우선 내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내 성장의 근원은 무엇인지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 하는 것이다,

심리치유를 말할때 내 과거를 마주하고 내 상처를 찾아보라는 말이 참 힘들었다,

지금 여기서 시작해야하는 치유 과정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라니....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었고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 상태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원하는 것인데 과거라니.,

이미 나이먹고 지나온 과거가 길수록 그 과거를 마주해봐야 이미 많이 미화되어있고 왜곡되어 있고 선택되어 있다. 좋았다고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것 그리고 이젠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뒤지고 헤집어서 무얼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강했다,

프로이드가 싫었고 융은 어려웠다.

유행따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이나 에릭슨의 발달과정 매슬로의 욕구 단계를 짚어가며 지금부터 내가 변하는 것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뭐든 차례가 있는 법이었다,

땅을 뒤집지 않고 그 위의 흙만 깨작깨작 만지다 실어놓은 씨앗은 땅속으로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단단하고 견고한 땅속으로 들어가기엔 뿌리가 너무 약하고  싹이 나올 수도 없다.

물만 부으면 썩어버리고 햇빛만 주게되면 말라버린다.

뿌리를 내리는 일 그건 바로 내 내면을 바라보는 일이다,

이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그 그 때의 상처를 꺼집어 내서 지금 징징거리고 상처를 준 이에게 대들 수도 없다. 그도 나이를 먹었고 잊었을 것이고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고 한다면 더 이상 달라질게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근원을 알아야 하는 거였다,

지금 여기서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땅부터 파고 뒤집어야 했다.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뒤늦게 혼자 열심히 땅을 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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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는 속이 깊고 야무진 아이니까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잘 살아가고 있을 거예요.

나는 소희를 믿어요.

                                -작가의 말-중

 

작가의 전작 <너도 하늘 말니리야>에서 소희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위 말하는 결손가정임에도 밝고 똑 부러지는 아이였고 자기 할일을 잘 알아서 손이 가지 않는 아이 믿거니 하는 아이였다,

그 소희가 자라서 15살이 되었고 그 동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모집과 작은 집을 전전하다가 얼굴도 기억못하는 엄마를 만나 엄마의 새 가정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한다,

어디서든 제몫을 해내는 아이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 도와주고 늘 반듯하고 모범적인 아이 소희는 작가의 말처럼 그저 잘 하고 있으리라 믿음을 주는 착한 아이다,

착한아이....

그 말이 아플 수 있다는 걸 나는 최근 알았다,

이 멍충한 놈.  약에 쓸래도 쓸 곳도 없는 놈 . 밥만 축내는 놈. 등등의 부정적인 단정과 언어도 사람을 망치지만 든든한 큰 아들, 착한 큰 딸  귀염둥이 막내 등등의 긍정적인 의미의 말들도 아이에게는 부담이 된다, 착한아이는 계속 착해야하고 든든한 아이는 언제나 알아서 해야하고 귀염둥이는 외로워도 슬퍼도 웃어야 한다.

소희는 엄마집에 와서도 착한  딸, 착한 누나가 되기 위해 애를 쓴다,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놓고 엄마와 아저씨 에게 좋은 딸이 되려한다,

친구들에게도 그들이 보는대 부유하고 부러울 것 없는 공주님으로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우진은  아직 어려서인지 아니면 남의 표정이나 마음 따위를 읽으면서 살 필요가 없어서인지 소희가 아무리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도 주눅 드는 법이 없었다. 우진은 자신이 남에게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우진을 보무녀서 소희는 늘 다른 사람 눈부터 살피고 있는 자기 자신이 떠올라 가슴이 쓰라렸다., 62

 

 

돌이켜보면  소희는 늘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로 칭찬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소희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느꼈던 기쁨에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친구를 찾아내 어설프게나마 그 애를 흉내 내며 눅눅한 마음에 햇볕을 쬐고 있음도 알지 못했다.      p 72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솔직한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소희는 익명 뒤에 숨어서 오래간만에 자유를 느꼈다.                      p 91

 

엄마가 날 왜 이 집에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어요

아저씨보다 엄마가 새엉마 같아요

아니, 나는 이 집에 입양된 아이 같아요

 

엄마와 있으면 더 다정한 말투 관심 특별한 애정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바라게 됐고 소희의 기대에 비해 엄마가 주는 것들은 언제나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있으면 끊임없이 감정을 소모하게 되고 그만큼 상처받았다. 아저씨한테는 바라는 게 없어서 편한 건지도 몰랐다.                                    p109

 

 

..................

그러던 중 소희가 부모 없이 작은 집에 얹혀살며 무료 급식을 먹는 아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소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영후를 향해 조금씩 열리던 마음의 문을 닫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 빼빼로 상자의 포장을 벗기는 순간 기억난 것이다.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소희는 부모 없는 아이도 무료 급식을 먹는 아이도 아니니까 말이다.                       p 140

 

 

 '우리 애들은 그런 짓 안해'

가슴에 박혔던 말의 파편이 소희의 가슴을 조각냈다. 창 끝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워진 그 조각들이 입을 열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엄마에게로 날아갈 것 같았다. 소희는 안간힘을 써서 입을 막았다. 입만이 아니라 엄마로 향하던 온갖 감정이 담긴 마음가지도 막았다. 소희는 더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의 말이 소희에게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조차 까맣게 모르는 듯 했다.

                                            p156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겁나요

나 때문에 고생한 엄마에게 뭐가 남을까 두려워요

난 엄마가 자식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엄마집으로 온 뒤 소희는 물질적으로 아무것도 궁한 게 없었다. 돈 때문에 마음 졸여 본 적도 없고 휴대폰 요금 많이 나올까봐 걱정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고맙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소희는 엄마가 아저씨 돈으로 모든 걸 해주는 거면서도 자신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여기는 게 싫었다. 더 나아가 소희는 엄마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아기였던 자신과 맞바꿔 얻은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p165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엄마야 나를 엄마의 아이들 밖으로 밀어낸 건 엄마라구, 그러니까 엄마가 바라지 않는 행동을 해도 이건 모두 엄마 탓이야.

거울 속의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는 문득 그동안 자청한거라고 여겼던 모범생 역할이 실은 보이지 않은 강요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 환경이 할머니로부터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동정이나 비난이 죽기보다 싫었던 자존심이 모범생 노릇을 할 때나 따뜻ㄷ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강요는 잠깐 동안 생각해도 줄줄이 떠오를 만큼 많았다.

소희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 울컥 솟구치는 것을 지그시 눌렀다.이제 상관없었다. 강요에 의해 억지로 입고 있었던 모범생 옷은 조금 전 화장실에서 벗어 버렸다.

 

                                                    p 180

 

소희는 갑자기 투명한 대형 풍선에 갇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인데도 실제로 날아오른 듯 속이 울렁거렸다. 풍선 안에는 공기 대신 소희가 그동안 말하고 행동했던 거짓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순간 거짓말의 부피를 이기지 못한 풍선이 터지고 자신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질지 몰랐다. 끔찍했다. 소희는 허겁지겁 자신을 아이들 틈으로 밀어 넣은 뒤 더 많이 떠들고 더 많이 웃었다.

 

                                                      p 195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려면 그 삶이 필요로 할 때 주어야 하는 법이다.

                                                                         p 202

 

 

아뇨,  이런 애 아니었어요 거짓말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고 누구한테나 칭찬받는 모범생이었어요. 그런데 애들은 내가 불쌍한 고아주제에 모범생인게 재수가 없었나 봐요. 전학 와서 까지 아이들한테 그런 취급 받는 거 싫었어요. 고맙게도 엄마가 그럴 듯하게 포장해 줬어요, 비싼 옷과 학용품 아침마다 데려다 주는 자가용 같은 것들료요 성도 바꿔 줬구요. 그러다 보니 내가 어쩔 수 없이 겉포장에 걸맞은 거짓망르 해야 했어요, 그게 내 잘못이예요? 애들한테 시골에서 할머니랑 살다가 작은 집에 얹혀 살다가 지금은 재혼한 엄마 집에서 살고 있다고 내가 가진 것들은 다 나와 상관 없는 거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어야 해요?

 

난 엄마하고 이 집 식구들에게도 칭찬 받는 모범생이 되고 잇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날 봐준 적 있어요? 엄만 늘 날 눈치 보고 주눅 들게 만들었어요. 아기 때 팽개쳐 놓았다가 이제 겨우 데려와 놓구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이럴 거면 왜 데려 왔어요/

 

 

사람 사는 일도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떨어져 산 세월이 얼만데 그렇게 금방 그 시간들을 뛰어 넘을 수 있겠니? 휴대폰 약정 기간처럼 너와 네 엄마 그리고 네 동생들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채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같아.

 

그럼 너도  여긴 우리 집인데 어딜 나가냐고 되받아 쳐 그때 그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쏟아 놓고 꺼내 놔. 그동안은 일찍 철든 게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는데 이제보니 아닌 것 같어 애들이 부모 속 썩이고 반항하고 형제들하고 싸우는 시간도 다 약정 시간에 있는 거야. 너희 때는 그게 더 웅ㄹ리는 거고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참지 말고 네 엄마에게 말해.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고... 동생들이 못되게 굴면 화도 내고 야단도 치고 그래.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러면 네 엄마나 새아빠가 널 미워하고 내쫒을 거 같지? 새 아빠는 몰라도 네 엄마는 못그래 자식이 속썩이고 대들 땐 미워죽겠다가도 돌아서는 순간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게 엄마 마음이거든 그래서 만일 쫒겨나면그땐 고모 집으로 와. 그래도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무조건 너한테만 잘하라고 한 게 잘못이었어. 더 오래 산 어른들이 이해하고 받아 줘야지 어린 너한테 그 짐을 떠맡으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p 227-228

 

그 동안 소희는 자신의 일이면서도 모르고 있는 게 너무 많았다.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어른들의 결정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는 것이 그들을 귀찮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까봐 그러다 마음이나 버림을 받을 까 겁이 나서였을 것이다.        p 228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 잡으려면 모두 풀어 다시 잠가야 하는 법이다. 소희는 잘못 꿴 단추 때문에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야 했던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p 294

 

 

엄마집에 오기전에 소희가 가진 얼굴은 의연하고 꿋꿋한 소녀의 모습이다,

할머니와 살 때는 보여지는 얼굴과 원래의 얼굴에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남들에게 있는 부모가 없지만 할머니만으로도 충분하고 바우와 미르같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 그리고 자기를 잘 아는 동네 사람이 있었다.

그땐 착하다, 의젓하다 어른스럽다는 말들의 밀어주는 힘으로 버티고 견디였다

그리고 고모집으로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소희는 의연함과 아무렇지 않음 견뎌냄을 자기 얼굴로 삼았다.  도시에서 삶에서 소희는 남들과 다름이 확연이 드러난다,

무료급식을 먹는 아이 부모 없이 작은 집에 얹혀사는 아이

남들의 시선을 받으며 더 아무렇지 않게 어른스럽고 공부 잘하고  일도 잘 거들고 어떤 상황에도 자존심이 다칠 일은 미리 스스로 차단하면서 소희는 그것에 제 본모습이라고 믿었다,

어른들에게 잘 보이는 일은 좋은  성적을 받고 손가는 일 없이 알아서 제 앞가림을 잘하고 말하기 전에 나서서 도웅이 되는 것 그러면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을 것.

그리고 엄마집으로 옮겨가면서  거기에 감사한 마음 그리고 어떤 어두운 과거도 없는 행복하고 부러울 것 없는 아이라는  모습을 가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린 나이라도 나름의 사회적 얼굴 즉 페르소나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내 마음대로 하면 안된다는 걸 알아가는 순간, 즉 철이 드는 순간 내 멋대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착하고 말 잘듣는 얼굴을 가져야 하는 걸 알게 된다. 물론 어리면 본모습이 불쑥 나오고 페르소나나 민얼굴이나 다를게 없지만 점점 사회적 영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얼굴을 갖는 것이 사회적 예의나 질서라는 걸 안다,

소희는 그것을  일찍 알게 되고 그리고 누구보다 타인에게 많이 맞추는 얼굴을 가져 버렸다,.

새 가족과는 좋은 딸 좋은 누나가 되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과거는 싹 지우고  처음부터 부자이고 사랑받은 아이로 행동해야헸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방긋거리고 괜찮다는 얼굴로  내가 아닌 타인에게 맞추고 그들이 바라보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불쑥 불쑥 올라오는 달밭골의 기억은 내리 눌러가며  진우에게 들은 말을 바탕으로 정보를 모르고 미리 연습하며 자기 과거를 만들고 그렇게 연기한다.

소희는 또 내쳐지고 싶지 않고 아이들이 불쌍하게 보는 것이 싫다.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보다 그들이 봐주는 모습에 내가 맞추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래도 자꾸 차올라 오는 자기 모습을 그림자로 깊이 눌러버리지만 그것들이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올때는 익명속으로 숨어서 자기를 드러낸다. 하늘 말나리라는 닉네임으로 디졸브에게 보여주는 마음은 소희의 민낯이고 솔직한 속내다. 그렇게 풀어버리고 살지만 결국은 그 응어리는 터져나온다. 

가장 쉬운거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를 마주보는 일이다,

나의 감정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는 일이다,

나를 모르면서 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다.

나의 감정과 욕망을 알고 그것의 근원을 알아가는 것 그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소희는  그걸 몰랐다 어려서 몰랐고 그래야 하는 걸 몰라서 몰랐고 너무 오래 눌러서 몰랐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엄마와 터지고 사건을 겪으며 소희는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법을 알았다.

내가 힘들었구나  내가 무섭고 불안했구나를 마주하면서 소희는 한걸음 다가간다,

친구에게 본 모습을 고백하고 자기의 본 모습을 알아버린 이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맞지 않은 가면 뒤에서 어설프고 짜내며 하던 연기를 그만두면서 소희는 이제 성장을 시작한다,

스스로 정지시켜 버린 기간을 풀어버리고 그간 겪어야 할 갈등과 즐거움 등등의 기본 약정기간을 즐기기로 한다. 늦었지만 더 늦지 않아 다행이고 모르고 넘기지 않아 더 다행이다.

 

착한 아이는 더 오래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할 아이인지 모른다,

속썩이고  말을 듣지 않은 아이가 오히려 자기 욕망과 감정에 솔직하고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인 아이다, 착하고 의젓한 아이 나이에 비해 조숙한 아이들은  자기를 들여다 보지 못한 그래서 제 감정과 욕망을 누르고 있는 아이일수도 있다. 그 아이에게 욕망해도 괜찮다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유치하고 나쁜 짓이 아니라고 말해야하는 건 어른의 몫이다,

그리고 어른도 때때로 자기 감정과 욕망을 알아야 하고 드러낼 때도 있는 거라고 말해 줄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솔직한 모습을 이해하는 것 나를 드러내는 것에 예의를 가질 줄 아는 것 그건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인지 모르겠다,

 

이제 소희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희도 나이가 먹으면 또 다른 표정을 가질 수 있겠지만 드러난 표정뒤에 숨은 자기의 원래 모습을 알고만 있다면 괜찮을 거라 믿는다.

나를 아는 건 참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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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낮에 전화로 친정엄마와 다투었다. 별거 아닌 이야기였고 평소라면 알았어 알았어 하며 귓등으로 듣고 일단 습관처럶 대꾸한 다음 통화가 끝나면 그냥 흘려버릴 것이었는데  오늘따라 무슨 감정이 들었는지 따박따박 말대꾸하며 목청이 커졌다. 나의 단점인 흥분하면 소리가 커지고 빨라지고 일단 무조건 뱉고보는 것...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하다보니 이건 내 변명밖에 안된다는 걸 알아채면서도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엄마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을 전하는 말투 뉘앙스 그리고 늘 같은 패턴의 잔소리가 유난히 거슬리는 날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참기 싫었고 나도 대꾸했고 언성이 높아졌고 서로 말꼬리를 자르고 마구마구 퍼붓다가 울다가 끊어버렸다,. 이러려고 통화한게 아니었고 이럴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는 이성을 누르면서 그래도 정말 저런 태도는 싫다는 감정이 점점 커졌다.

아.... 문득  생각지도 못한 어린시절이 마구 떠올랐다,

엄마는 늘  말이 많았고 틀이 강했고 징징거리기까지 했다.

아니 징징거린다는 표현은 너무 심하고 자기 하소연이 많은 사람이었다,

낯선 시집환경 무뚝뚝한 남편 상상과는 다른 결혼생활 그래도 견디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는  어느순간 우리를 앉혀놓고 하소연을 했다. 남편에 대해 시집식구들에 대해서....

오죽하면 우리에게 할까 싶어 듣고 듣고 또 듣다보면 나중에는 들으면서 딴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기도 했다. 엄마니까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함께 미워해주었는데 가만 생각하면 그게 너무 싫었다. 그러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그런 우리 엄마가 너무 싫었다.

제발... 엄마 스스로 강해지면 안되나? 자기 혼자  잘 정리하고 추스르면 안되나?

정말 싫다. 듣기 싫다. 진심으로 싫다고 말하고 싶다. 싫어 엄마 참 싫다,

전혀 상관없는 통화에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 기억들은 들추어지고 그러서 어쩌라고 우리보고 어쩌라고... 다 풀면 소설 서너권은 나온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한이고 아픔이지만 그걸 듣는 자식입장은 너무 괴로웠다. 이제는 늙어서 엄마가 변할 수 없으니 내가 참아야 한다고 그것만 빼면 정말정말 좋은 엄마고 희생적인 엄마고 우릴 위해 산 엄마니까 그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힘들었던 거 같다. 너무 오래되었다. 너무 내 표현을 하질 못했다. 그게 결국 터져버린 걸까?

한편으로 후회되고 죄스러우면서 한편으로 계속 말하고 싶었다,

싫어 엄마가 너무 싫어. 그러는 거 정말 싫어. 나 엄마 별로 안좋아했나봐... 엄마 싫어했나봐

후련하면서 아팠다,

아... 이런다고 변하는 건 없는데 내 속을 뒤집어서 내 상처를 마주한다고 엄마랑 어떻게 변할것인가,....

나는 스스로 강해지고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는 엄마가 되어 존재만으로 든든한 엄마가 되겠다는 것은 생기지만 결심은 하게 하지만

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될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엄마가 변하지 않을 것인데 결국은 내가 견디는 것인데.. 계속 엄마 하소연을 듣고 잔소리를 듣고  원망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조금 살갑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게 없는데

내 속의 아이가 이렇게 불쑥 느닷없이 튀어나올줄 몰랐다,

지금 40이 넘은 나는 그냥 이대로 살면 된다고  엄마도 그땐 젊어서 아무것도 몰라서 힘들어서 그런걸 어떻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냐고..70넘은 노인네를 그게 옳다고 믿고 살아온 걸 바꿀 수는 없다고  이제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큰 일 만들지 말라고 하는데 새로 만난 아이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때 힘들었던 걸 아는데 그걸 위로받지도 못했는데 힘들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그냥 덮고 지나가면 내가 아픈 건 어떻하냐고 두 다리를 뻣대며   고집을 피운다,

나이든 나는 그 아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래서 변하는게 뭔데? 내가 괜찮다고 그동안 힘들었구나 하면 되냐고 물어보지만.. 말에 욺음이 섞인다. 어쩌자고 어린게 위로받을 둥지하나 없이  갑옷을 두르고 살았냐고  그건 니 잘못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엄마와 딸이 몽골로 여행을 떠난다,

둘만의 여행이 아니라 엄마가 고교 동창들과 함께 떠나는 첫 여행에 딸이 함께 하는 것이다,

볼 것 없이 허허벌판 고비시막으로 떠난 여행에서 모녀는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지고 자기의 시선으로 상대를 본다,

딸은 딱 그 나이 아이다운 시선으로 어른을 보고 잘 생긴 가이드를 보고 엄마를 본다,

유치하고  경박한 아줌마들의 수다와 풀어진 모습에 혀를 차고 매사 자기를 방해하는 엄마를 미워도 했다가 필요도 했다가 하면서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어리다도 마음도 감정도 마냥 유치하지 않다,

설레임도 있고 내적 고민도 있고 생각도 많아진다, 다만 그것이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 되지 않고 전달하기 힘들고 나를 이해받기힘들고 나를 보여주기 힘들 뿐이다,

 

그리고 책은 엄마에게 넘어간다.

엄마는 엄마니까 딸 다인이를 챙겨야 하고 잘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늘 종종거린다, 친구들과 풀어지다가도 다인이를 의식하고 있다,

아이를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자기가 원하는대로 이끌고 싶다,

엄마는 엄마 방식의 사랑을 준다. 그게 최선이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런건 필요없고 이런건 정말 살아가는데 팁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엄마는 엑기스만 뿝아주고 싶다. 기왕이면 시행착오 없는 인생을 아이앞에 펼쳐주고 싶다,

엄마는 딸을 생각하고 딸도 엄마를 챙기지만 둘은 자꾸 어긋난다.

나의 좋은 의도가 타인에게 전달되지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어 두 사람은 각각 아프다. 다인이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다.

그러면서 엄마는 한구석이 허하다. 자꾸 바람이 불고 사막앞에서 기어이 눈물을 보인다,

엄마는 강가에서 어린 나를 발견하고 내가 깊이 묻어둔 상처를 마주한다,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 말하고 싶지 않은 것  엄마는 그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이 여행의절정이며 끝이라고 믿으려 한다. 그러나  엄마의 여행은 여러 절정들의  연속이다,

 

다 같이 모여 모래 언덕에 앉아 우는 것이 여행의 대단원이었어야 했다. 그러면 갑자기 쏟아졌던 눈물을 마두금 소리때문이었다고 여행이 끝나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였다고 또는 그저 친구의 울음에 눈물 한방울 보탰을 뿐이라고 변명한 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건 울음의 의미를 자기 자신에게 만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하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이 한 편의 소설이라면 나는 윌, 아니 내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 대단원은 위기의 절정을 겪어내야만 맞이 할 수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p 112 

 

 

다인이 엄마 정숙씨는 자꾸 이것이 이 여행의 절정이기를 바라지만 그날 모래 언덕 이후 자꾸 훅훅 튀어나오는 기억과 감정들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럴려고 여행을 온건 아니었을텐데 어떤 사소한 무언가가 그녀의 저 아래 그림자를 자꾸 건드리고 깨워내고 있었다.

암 선고를 받고 아직 돌봄이 필요한 자식들을 생각하고 내 삶을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온 엄마는 자기를 통해 눌러 놓은 친정엄마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리고 이제야 깊이깊이 묵혀둔 원망을 터뜨린다. 순간순간 눌러서 몰랐던 감정이 뱀처럼 꼿꼿하게 머리를 쳐들고 그녀를 마주보고 있다. 피하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이제 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농약병의 뚜껑을 따려는 순간인가? 그때로 돌아가서 엄마를 막고 싶은 걸까? 다시 자문 해보았지만 놀랍게도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동새을 떼어 놓고 미숙이와 놀 수 있을 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엄마한테 억울하게 부지깽이로 맞고 나서도 엄마가 슬쩍 쥐어준 박하사탕 한개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면 나는 엄마한테 혼나고 구박 당해도 동생들이 엄마를 차지하고 있어도 그래서 엄마가 너무 미워서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더할 수 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엄마가 그 추억과 사랑만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비록 여전히 짦은 시간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견디고 살아 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런 다음 그동안 우리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인사하며 엄마를 보내고 싶었다.  p 188

 

 

가끔 별 거 아닌 일이 툭 하고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쓸리면서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그러나 그때 감정에서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떠오르고 정신없고 나도 낯설어서 힘들어진다, 다인이 엄마 정숙씨가 불쑥 친구의 한마디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그 말에 과거 묻어둔 기억으로 돌아가고 갑자기 느껴지는 감정이 혼란스럽다, 물론 이전 차근차근 쌓아올린 감정과 사건들이 있긴 하다. 암선고가 있고 그때 엄마의 병이 떠오르고 그때 나의 나이가 내 아들의 나이라는 것 어떤 동질감 엄마로서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것 그리고 묻어둔 기억까지....

그때 하지 못한 말들 하지 못한 행동들로 인한 결과들을 꾹 꾹 눌러담고 살다가 그것이 지금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터져버릴 때 이미 지금은 그때 그 말이 그 행동이  낯설어져버린 시간과 장소인데 지금이라도 그 말을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칠거 같은 기분,. 그러나 지금 하다간 허공에 하이킥을 마구 날릴만큼 뒷감당이 힘들다는 것도 알아버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막함그건 그때 내가 알게 된 감정이고  정숙씨의 감정이다.

결국 그건 내 앞의 정숙씨 앞의  각자의 숙제이다,

정숙씨의 숙제는 자기가 받은 상처가 다시 아이에게 넝어가는 세대전수에 대한 경계여야 하는 것이다.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엄마와 정숙씨 사이의 문제가 눌려져서 다른 곳 자식과의 관계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라면  나의 과제는 아직 내 옆에 있는 엄마와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하는 것이다, 물론 이제 와서 엄마에게 아프다고 말하거나 바뀌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이해한만큼 내가 조금 변하는 것 그리고 그걸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은 마음을 먹는 것 그리고 정숙씨처럼 내 아이에게 전이되지 않게 늘 생각하고 있을 것...

과제는 알지만 역시 머리에서 다리까지의 거리만큼 아는 걸 행하는 것이 내겐 과제가 된다,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있었는지 많은 감정이 있었는지 그걸 알아내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을 따라가고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를 바라보고 그 마음을 만져 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그러고 나면 나와 그녀는 함께 각가의 엄마를 이해하고 그리고 자녀에게 그러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것이겠지...

덜컥 내게 들켜버린 내 마음이 당황하지 않게 담담하게 마주보는 연습이 필요한 때이다,

 

p.s.  그녀가 정숙씨가 아니라 숙희싸다.

       다인이 엄마 숙희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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