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 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앗 뜨거라.. 하는 기분이 들면서 순간 주춤했고 행여 돌아볼까 얼굴을 가리고 황급하게 열람실을 나왔다.

순간 그를 보았을 때 반가운 마음은 스쳐가기는 했다.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의 낡은 작업복 잠바 등짝을 보면서 그냥  안보고 싶었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입구가까운 책상에 앉아 책을 볼까 하다가 그러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싶었다.

밖에서 보는 그는 참 낯설다.

싫은 것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아는 척 하기 싫었다.

함꼐 외출을 했거나 처음부터 함께 나간 자리였다면 전혀 들지 않았을 생각이 무심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부딪치게 되면 피하고 싶어진다. 그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그냥 도서관을 가고 서점엘 가고 거리를 걸어다는 것이 내 영역인데 그 영역안으로 그가 불쑥  들어와버린 기분이었다. 왠지 침범당한 기분이다.

그가 싫은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라고 믿는 그 순간을 누군가 깨어버리는 것이 싫었다.

단지 그뿐이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도서관을 간거고 그 시간 그 장소는 나만이 빈둥거리며 흘러보낼 수 있는 시간이고 공간인데 그 곳을 누군가가 들어와서 함께해야한다는게 단지 싫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변명같다.

사실은 그가 싫었던거 같기도 하다.

그랑 마주치는게 창피하고 부끄럽고 어색하고 싫었던 거 같다.

그 시간에 도서관을 드나드는 그 나이대의 남자에게 느껴지는 보통의 부정적인 느낌이 싫었던거 같다. 그게 사실이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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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피천득은 수필에서 아사코와의 세번째 만남은 아니만남만 못하였다고 하였다.

간혹 그림자가 희미하고 길어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안나와 미하엘도 어쩌면 아니 만났더라면 그저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지 않았을까

첫 만남의 강렬한 끌림과 두번째  스치듯 만나서 알게된 모든 진실들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나는 미하엘에게 자신이 문맹임을 끝내 들키고 싶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미하엘은 안나가 영원한 문맹이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과 바뀌어서는 안되는 사실이 들켰고 바뀌었다.

그래서 애틋함은 끝이 났다.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 했고 누군가의 남은 생은 쓸쓸하고 고독할 것이다.

계속 추억할 수도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하지만 뒷맛은 쓰고 시다,

 

서른 다섯과 열다섯의 불꽃같은 사랑은 누구에게 말 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누군가에게 틀어놓고 싶은 충동만큼 말 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둘 만 있어도 좋았고 남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을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몸을 씻고 사랑을 나누는 작은 공간마저 아름다웠을 것이다.

함께 읽었던 책들 함께 씻은 욕조와 사랑한 침대. 그땐 그곳이 작고 초라하고 남루하다는 생각을 누구도 못했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 속에 빠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아름답다거나 추하다거나 부끄럽다거나 비도덕적이라거나 하는 것은 개나 먹어라하고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방을 나오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머리를 때리면서  아무곳에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에 비틀거릴지라도 그 방안에서 두사람은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이고 절대적인 존재다.

그 사랑이 끝이 났다.

한 사람은 그 사랑을 미쳐 생각할 겨를 없이 도망치듯 떠났고 한 사람은 어떤 이유도 모른 채 버려졌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두번째 만남

이제 미하엘은 안나의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처음 든 감정은 배신감 그리고 동정심 연민 그 사이사이 정의감과 도덕심이 끼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안나를 돕고 싶은 마음 크기만큼 배신감도 컸을 것이다.

미하엘의 아버지가 말했다. 상대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발설하지 마라. 그리고 말하려면 본인에게 직접 말하라...

하지만 미하엘은 안나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돌린다.

아직 자신이 없던 걸까.. 아니면 이제 와서... 라고 생각했을까

안나는 감옥으로 갔고 미하엘은  법학자가 되었다.

안나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미하엘은 그 이후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다.

무거운 비밀은 그를 짓누른다. 한때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믿었던 그 비밀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무게를 가지고 미하엘의 모든 삶의 기준이 된다. 모든 여자는 안나와 비교되고 삶은 그때의 눈먼 열정과 비교당한다.

안나는  공간의 감옥에 갇혔고 미하엘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미하엘은 왜 안나에게 책을 다시 읽어주게 되었을까

어쩌면 안나를 마주 하지 않고서는 삶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느꼈던 걸까

단단하고 자존심이 강한 안나의 단하나의 약점인 문맹의 틈을 미하엘은 노렸을까

누구도 모르는 그 비밀을 나는 알고 있고 그 비밀로 인해 우리는 다시 이어진다고 생각했을까

그때의 사랑과는 빛깔도 의미도 달라진 어떤 감정으로 미하엘은 책을 읽고 녹음한다.

그때 미하엘은 다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와 닿아있다는 것. 그 비밀과 닿아있다는 것이 그를 살게 한다.

녹음을 받은 안나도 변한다. 내 속에 갖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 이제 그 비밀을 비밀이 아니게 만들기로 한다.  내가 문맹이 아니게 된다면 나를 누르는 비밀의 무게는 사라진다

안나는 그렇게 믿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책을 듣고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글을 익혔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꼬마야....

미하엘에게 그 편지는 ... 내가 보기엔 절망이다.

글을 알게된 안나에게 미하엘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파고들 비밀같은 건 없어져버렸다. 우리가 함께 공유한 시간이 이젠 의미가 없다.

그래도 모른 척 계속 녹음하고 읽는다. 이제 그건 삶이고 습관이고 의미다.

 

안나의 석방을 앞두고 둘은 비로소 마주한다.

간수의 오지랍이 개입된 만남이지만 조금은 설레고 긴장된다.

이때 어쩌면...

안나는 자신이 문맹임을 끝나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미하엘은 그래도 그녀가 문맹이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비밀이 바램이 어긋났다고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은 막을 내린다.

 

사랑이 절망이 될 수 있을까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가능하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절망일 수 밖에 없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말하지 못한 내사랑  울어보지 못한 내 사랑은  그렇게 무너져버린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사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막상 해버리면 별거 아닌 것이 되지만 그 마주하고 눈을 뜨기까지는 정말 두렵고 고통스럽다.

내 마음의 괴물이 커나가는 순간이 그 망설이는 순간이고

내가 마음의 감옥에 갖혀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날들이 그 망설이는 날들이다.

뻔히 답을 알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결국 미하엘은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떠났다.

좀 더 나이 먹으면 그 때 사랑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물론 그러기에도 충분히 나이를 먹었지만....

지우고 싶고 아픈 사랑도 결국은 마주보고 그 가치를 인정할 날이 오긴 하더라..

그때도 아프긴 하더라..

좀 더 일찍 마주 보았다면 절망하고 아플 시간이 줄었을 것을 다 겪고 당해봐야  끝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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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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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때문일까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사실 중요한건 시간이 흘러 마이클 (책에서는 미하엘)이 어른이 되어 다시 안나를 만나서부터 이야기지만

앞부분의 두사람의 정사신이 너무 인상이 깊어서 그저 사랑이야기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책은 남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들려준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미워하고 애증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이야기 수치심과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 범죄와 용서 기억과  무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미하엘에게 안나는 지울수도 없고 지워서도 안되는 강력한 기억이다.

절정의 행복인 동시에 수치감이고 따듯한 그리움이면서 동시에 지우고 싶고 극복해야하는 성장통이었다.

 

불 붙어서 두려울게 없는 청춘의 욕망은 끝을 모르고 달려간다, 늘 그리워하고 매달리고 비굴하게 애원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지금 이순간 만나고 함께하고 만지고 사랑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고 우리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서성거리기 시작될 무렵 여자는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법정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

여자는 엄청난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고 그때나 다름없이 견고하고 꼿꼿하다.

그리고 구부러지지 않고 강하게 부러지며 모든 죄를 혼자 감당한다.

물론 여자에게도 죄는 크다.

내가 범죄자를 사랑했던가.. 범죄자를 사랑했던 나는 죄가 없는가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남자는 여지가 다시 서성이고 얽혀들어간다.

잊지 못하고 마무리 하지 못하고 눌러놓기만 했던 기억들을 몸이 먼저 알아보고 반응하고 마음이 갈피를 잃는다.

정의로움이란 무엇인가

진실과 자존심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심으로 그 여자를 돕고 싶은 것인가 내가 면죄부를 받고 싶은 것인가

 

여기서 미하엘과 아버지의 대화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우리 가족밖에 있던 아버지에게 아들은 큰 고민을 상담하러 간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어떤  해답의 조각을 던져줄까

 

아버지는 말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경우에는 내가 그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좋다고 여기는 것보다 우위에 두려고 하면 절대 안돼"

 

"우리는 지금 행복이 아니라 품위와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 넌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그 차이를 잘 알았잖니 엄마의 말이 늘 옳은 것이 네겐 별로 마음 편치 않았잖아"

 

" 아니다 네 문제는 마음 편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만약에 네가 서술한 상황이 그 사람에게 어쩌다가 생긴 것이거나 아니면 유전적인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면 너는 당연히 행동을 해야한다. 네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이 좋은 것ㄴ지 알고 있고 그 사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너는 당연히 그 사람이 그에 대해 눈을 뜨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본인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과 이야개를 해야해 그 사람과 직접 말이야사람 등 뒤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해서는 안된단다."

 

안나의 거짓말은 존중되었다.

미하엘은 어떤 행동도 옮기지 않았다. 그건 안나를 존중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그렇게 결정되어졌다.

내가 어떤 자격으로 안나에게 끼어들것인가

그저 모른 척.. 저 범죄자와 나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끝에 안나는 종신형을 받는다.

그러나 미하엘의 청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결혼생활을 평탄하지 않았고 딸아이가 바라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주지 못했다.

안나에게 책을 녹음해서 전달하지만 편지는 결코 써주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와 주고 받는 마음이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이다

아직도 미하엘은 안나를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안나는 그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면서 드러나서도 안되는 존재로 여전히 유령처럼 부유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 미하엘의 아직 끝나지 않은 성장통이고 혼자서 풀어내야 할 통과의례이다.

안나의 편지를 받고 안나를 만나고 안나의 이후 삶을 준비하지만 아직 마하엘의 성장통은 끝나지 못했다.

안나의 죽음... 그리고 그녀의 방에 남은 흔적들을 보면서 미하엘은 비로소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말 한마디만 하면 터질것 같은 눈물을 참으며 교도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방을 둘러보고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다.

이제 미하엘은 성장했다,

어른이 되었고 안나를 인정하고 그 사랑을 그시간을 그 청춘을 인정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했노라고

 

이 책은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이해차이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 읽힌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리고 통과의례를 거쳤다고 단박에 변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고 오래 묵힌 무언가를 흘려보냈다면 이제 마음을 열지 않아서 편하다면 그래도 괜찮다.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괜찮다.

어쩌면 그런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건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내게 이 책은 그렇게 미하엘의 인생 전반에 걸친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p.s.

아버지와의 대화를  부분을 읽으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아버지를 생각했다.

책 초반에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

우리 가족이면서 우리가족밖에 있는 사람

생각이 언제나 여기가 저기에 있는 사람

언제나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 그 생각이 우리에 관한 것인지 자신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

하지만 마지막엔 언제나 매달리게 되는 사람..

그 아버지가 내아버지와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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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에서 심장을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아닐거야 아무일도 없을거야...

바삐 걸어야 하는데 아니 차라리 뛰어야 하는데.. 발을 더 빨리 움직일 수가 없다.

자꾸 발이 꼬이고 무릎이 꺽이려고 한다.

얼른 가야하는데...

마주오는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러웠다.

저 사람이 혹시.... 혹 저 사람이 아닐까

저 사람의 가방속에 뭐가 들어잇을까?

저렇게 태연한 표정을 하지만 이삼분전에 무언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몰라...

머리속에서 심장은 점점 흥분하고 있다.

저기 보인다. 얼른 문을 연다 들어간다.

없다.....

정신을 차린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안내 데스크로 간다.

천천히 입을 연다

"혹시 핸드폰 습득한 거 있나요?

청경이 말없이 핸드폰을 내민다.

아....

머리속에서 심장이 멈췄다.

얼굴이 붉어지기전에.. 얼른 자리를 뜬다.

고맙다는 말을 했던가? 말을 얼버무렸던가?

다행이다.

 

그래도 오늘은 빨리 기억이나서 다행이다.

나이를 먹는게 이런건지

햇살이 눈부신게 괜히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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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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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읽는 내내 제임스 부모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누군가의 부모였기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제임스가족과 같은 불행을 당하지않은 행운아여서일까 모르겠다.

 가족의 삶을 뒤바꾸는 어떤 불행이 닥쳤다고 해서 그렇게 내 삶을 내팽겨 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들어서 불편했다.

알콜중독으로 빠져버리고 남탓을 하며 생활과 가정을 내팽겨쳐버리는 아빠가 그냥 계속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미웠다.

내 감정은 책을 읽으며 계속 제임스만을 따라가고 있음을 나중에 알았다.

가족내에 불행한 일을 겪으면 가족이 해채된다는 것 속된 말로 풍지박산이 된다는 게 어떤건지 절절하게 보여준 가족이었다.

가장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 아이를 잃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며 동시에 어떤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누군가를 탓해야하는데 그 대상마저 모호하다. 그럴때 가족들을 그 화살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돌린다.

아빠는 엄마를 탓했다. 왜 그때 그 곳으로 가자고 했고 왜 아이를 제대로 건사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렇게 아이를 불렀는데도  모른척 내버려두었느냐고...

엄마는 스스로의 죄의식과 함께 쏟아지는 비난을 견딜 수 없어서 가족으로부터 도망친다. 어쩌면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들고 지쳐서 남은 가족이 남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지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왜 내가 아니라 그 아이였나 

기억을 하는 아이는 혼자 살았음이 죄스럽다. 왜 내가 아니고 그 아이였나.. 그건 평생을 따라다닐 트라우마가 된다.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꼬마에게는 모든 것이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누이 하나 죽었다고 해서 가족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가

기억조차 희미한 그 누나가 온 집안을 지배한다. 이제는 유골함에 들어가 있는 몇개의 뼈조각으로 남은 누나가 집안의 중심이라는것은 꼬마는 절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가족이라는 것이 붕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두가 손을 탁 놓기만 하면 그대로 스르르 무너져버리는 약하디 약한 공동체가 가족이었다.

 

2. 애도의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머리로는 그걸 이해하지만 나와 다른 애도방법을 가진 타인을 보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얼마전 읽은 <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애서도 애도와 비탄이 언급된다.

  반즈는 세련되게 그 애도와 비탄을 이야기한다. 하늘을 나는 기구의 이야기에 빗대어 세상을 함께 나눈 가족 반려자를 잃은 그 심정을 절절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노라고 고백한다.

남에게 위로하는 것이 힘든 이유이다,

나의 진심이 상대에게 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나의 방식과 상대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서로 통하는 길을 알지 못한다.

이야기 속의 아버지의 애도는 정말 이해불가였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절절히 제임스가 와 닿았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너에게는 책임져야할 두명의 아이가 남지 않았느냐고 그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 아빠가 로즈를 특별히 더 사랑해서였을까

더 영리하고 장난꾸러기이며 눈빛이 빛나던 거 아이를 더 예뻐했던 거였을까

아닐것이다. 로즈가 살아있는 동안은 누군가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로즈의 빈자리가 더 커진 것이다.

이미 없어진 사람에 대해서는 잘 해준 기억보다 못해준 기억이 더 남아 있을 수 있다.

이제 겨우 열살이 되어 죽어버린 아이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몇조각의 뼈로 남은 아이가 가엾고 안타까운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다시 위로받고 이해받아야 할 아이가 둘이나 남아있질 않은가

그는 소리없이 소리친다.

너희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더이상 바라지 말라.

그건 남은 아이들에게 정말 잔인한 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의 애도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고 동시에 모두에게 이해받는 애도라는 것만  좋은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를 떠난 가족도 있지만 아빠의 애도는 누구보다 절절했고 진심이었음을 .. 그리고 많이 아팠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중간중간 발견하지만 그래도 아빠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싫었다.

 

3. 제임스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무엇을 입고 있건 어떤 행동을 하건 아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가 보는 아빠는 늘 로즈 누나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아빠이다.

  직장도 집안일도  아무 상관없고 그래서 엄마를 쫓아내버린 아빠였다.

학교에서도 제임스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유일하게 제임스를 알아봐 준 슈나는 모슬렘이었다.

아빠가 악으로 규정한 존재.

누나를 죽인 존재.

어쩌면 집안 침실에서 폭탄을 제거하고 남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고 남의 나라에 기생하여 살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들..

제임스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모슬렘이란 그런 거였다.

절대 말도 해서는 안되고  마주보아서도 안되니 친구란건  절대 사절이다.

그런 슈나가 짝이 되었고 번번히 제임스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웃어주고 말을 해준다.

열살인 제임스는 아버지의  말과 현실의 슈냐앞에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로즈가 죽고 처음으로 자기를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제임스에게는 넘치게 좋은 사람이었던 셈이다.

 

4 텔렌트 쇼에 나가고 난뒤 제임스는 처음으로 엄마를 만난다.

  늘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엄마

  엄마를 기다리며 빨지 않고 계속 입었더 스파이더맨 티셔츠를 드러내 보이지만 엄마는 기억하지 못한다. 말미에 드러난 진실

사실 엄마는 아빠를 못견디고  간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빠의 원망을 핑계삼아 스스로 집에서 도망간 것이었다.

어쩌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술의 나날을 보내는 아빠보다 더 무책임하고 나약한 사람이 엄마였다.

간혹 현실을 마주하면 차라리 용기가 생기고 살아갈 힘이 생길 때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는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제임스는 포기와 함께 미련도 버린다.

그리고 고양이의 죽음앞에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고 난 후 조금은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

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에  남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진실이고 가장 아픈 배움이다.

서로를 알게 되면 더 이상 마법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살아갈 힘은 얻게 된다.

제임스와 재스민과 아빠는 이제 함께 앉아 티비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따뜻한 밥상이 아닌 패스트 푸드나 냉동음식에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는 삭막한 풍경일 지언정 이제 가족은 모여있다.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5 9.11이 준  깨달음 중 하나가 테러라는 것이 전쟁터나 위기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란다. 저 멀리 중동지역 분쟁이나 전쟁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평화로운 미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불안을 주게 된 사건이라고 들었다.

이제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은 누군가 원망하고 미워할 대상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 미움이 그리고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모든 일들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겨를도 여유도 없이 지금 당장 눈앞에서 내게 피해를 주었다고 믿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분풀이 한다.

미국의 사건이 그리고 영국의 사건이 미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무슬렘이었다.

그들의 피부색 옷차림 종교는 이제 악의 축이 되었고 그들에 대한 공격은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제임스의 아빠도 딸을 잃은 슬픔을 이성적으로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당장 눈앞에 있는 모슬렘에게 모든 원망을 던지면서 하루하루를 산다. 남을 원망하는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었지만 제임스는 어렴풋하게 아빠를 이해하게된다.

아빠도 이렇게 아팠겠구나. 이렇게 슬프고 미안했겠구나...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젠 알 수 있다.

저럴 수도 있구나...

 

마지막 숨은 주인공 재스민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다.

나는 더 이상 로즈랑 똑같을 수 없다.

아무도 몰랐던 로즈의 비밀을 바램을 이제 혼자 스스로 해낸다.

나는 로즈가 아니다 재스민이다

이제 제스민으로 살것이다..

그 아이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어도 혼자 성장했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잊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남은 남매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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