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케이크의 맛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혜진 지음, 박혜진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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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맛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와 함꼐 먹었던 그 맛이 완벽했다면 그 맛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 내가 너에 대해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

그래서 너에게 꼭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을 수도 있고 순간 떠오르는 걸 그냥 내뱉을 수도 있지만 

늘 이야기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다시 이곳으로 흐르고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이 흘러가면서 우리는 더 잘 이해하거나 그 입장에 대해 공명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받고  마음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냥 나는 내 생각을 내 감정을 말하고 싶었는데

지금 꼭 전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들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상대에게 닿는 순간 다른 의미가 겹쳐진다.

그건  그사람의 감정이나 입장의 문제이니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나는 전달했고 너는 받든 말든 알아서 하라...

이건 대화가 아니고 소통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그렇게 내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상대에게 가 닿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힘을 발휘하고 어떻게  스며들지 그건 말을 한 사람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서로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건 쉽지가 않다.

단 한마디 말때문때 삐긋하기도 하고 무슴한 행동이나 늘 하던 버릇들이 그냥 순간 큰 덩이리가 되어 꽉 막아버릴 수도 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갖는 서먹함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들 모르지만 굳이 물어보거나 맞춰보지 않은 행동들

불편한 가족의 망문에 대한 마음을 조그맣게 내놓는 그 순간

다 알고 있따고 믿었던 가족들의 다른 모습들 그러나 이해되는 알 수 없는 익숙함들 

책속의 이야기들은 

오랜 친구사에에 나못지 않게 상대도 참아내고  그러려니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익숙해서 서로를 더 몰랐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관계에서도 뭔가 작은 연결점을 찾아낼 수 있음을 소소하게 보여준다.

이 이야기들은 어쩌면 관계라는 것이 소통이라는 것이

서로의 속내를 뒤집어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당이 모른 척하기도 하고 해야할 말들을 꿀꺽 삼키기도 하면서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조금 느어서 무뎌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그 지점까지 모두를 아우른다는 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꿀꺽 삼켜야 하는 말의 수만큼 

용기내어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말들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그건 늘 어렵다

늘 고민해야하고 다시 되돌려봐야 하는 일

나이 먹어서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나이 들억아며 배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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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절에 버리러 트리플 17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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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이야기

세상에 많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있다.

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더 많을까

아들은 아빠를 넘어서야 한다고들 한다.

아빠를 넘어서는 순간 아빠를 극복하는 순간 어른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아들은 아빠를 떠나 자신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딸은 언제나 엄마 옆에서 엄마를 돌본다.

멀리 떠난 딸은 다시 돌아온다. (바리데기)

딸이 멀리 떠난 이유는 늘 가족 누군가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눈을 뜨기 위해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이도 딸이고

자신을 버렸던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먼길을 떠나 자신을 버린 바리데기도 딸이고ㅗ

리어왕을 마지막까지 붇틀고 있던 막내딸도 있다. 

(어쩌면 리어에게는 세 딸이 아니라 두 아들과 딸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오빠들이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입을 꾸욱 다물고 엉겅퀴로 옷을 지엇던 공주도 있다.

딸이나 여동생들은 언제나 가족을 돌보는 역할이다.

늘 돌보던 딸과 여동생들은 결혼을 해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다시 돌본다.

그들을 돌봐주는 건 다시 딸이다.

아들만 있는 집 엄마가 불행하다고 우스개처럼 하는 말은 결국 돌보기만 하고 나를 돌봐줄 딸이 없다는 데서 오는 불행이다.

딸이 엄마에게 친구같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엄마에겐 딸 아닌 누구도 없다는 말이다.

엄마가 딸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딸이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

엄마를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딸은 가족에게 발목잡히고 가족을 떠날 수 없다.

길을 떠나려는 순간 죄책감이 또 발목을 잡는다

나쁜 년 저만 아는 년이라는 비난을 함께 짊어지고 길을 떠난다.


딸에게는 그런 돌봄의 유전인자가 뼈에 박혀있는 것일까

딸은 그냥 보통의 딸이 되거나 나쁜 딸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소설 속의 딸들은 나쁜 딸이 되기로 한다.

아버지 병시중을 들어야 하는 삼각관계에서 누구도 빠질 수 없다. 돈을 버는 내가 도망갈 수도 없고 돌봄을 맡은 엄마가 도망가서도 안된다. 다만 아빠가 죽으면 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런 아빠는 참 오래도 버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모든 돌봄이 끝난 것 처럼 말한다.

나의 돌봄은 나의 인생계획에 없던 일처럼

엄마는 절로 떠나려고 하고 딸은 엄마를 절에 버리기로 하지만

너무나 눈치가 빠른 스님때문에 실패한다.  아니 실패하기로 했다.

엄마는 늘 딸이 멀리 훨훨 날아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딸은 쉽지 않다.

서로 그 마음을 뻔히 알아서 돌봄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 딸은 로맨스 소설을 쓴다

그리고 엄마도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약하고 물러터진 엄마가 아니라 몸에 서 털이나고 몸이 변해서 늑대가 되는 그래서 모든 불의를 해결하고 강해지는 이야기를 쓴다.

그러나 그 이야기안에도 로맨스가 있고 달달하고 나긋나긋한 관계들이 있다.

딸은 엄마를 그냥 엄마로 봤지만 엄마 역시 뭔가 꿈꾸는 소녀였고 여자였고 동시에 길거리에서 잠드는 그냥 아줌마이기도 하다.


세번째 딸은 아픈 엄마를 돌보는 딸이다.

돌봄이 너무 힘들어   변칙을 써서라도 뭔가 지원을 받고자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엄마가 너무 무겁지만 버릴 수도 없다.

코로나때문에 근처 허름한 모텔에서 지내야 하는 일주일이 오히려 휴가처럼 느껴질만큼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부담스럽고 힘들고 도망치고 싶은 관계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와 된장찌게를 함께 먹는 순간 역시 가족의 일상이 된다.


사회는 발달한다는데 돌봄은 여전히 가족안에 머문다.

가족안에서도 돌봄을 맡는 역할은 늘 정해져 있다.

일이 없어서 수입이 없어서 그래도 니가 가장 편하다고 하니까.. 등등등...

일을 그만 두는 딸과 며느리는 당연히 돌봄의 역할을 해야하고

일을 쉬는 남편과 아들은 다시 일하기 위해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

물른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누구도 돌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발가벗고 울기만 하는 아기에서 태어나서 저 잘났다고 으스대며 살겠지만 

결국 총기가 떨어지고 노화되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시간은 돌아온다.

사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가 누군가를 돌봐야 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겪는다.

그렇다면 돌봄 역시 가족에게  사적으로 맡기고 눈을 감을 일은 아니다.


이 문제는 공공의료 공공 복지의 문제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 이미.... 지났다. 


책은 재미있게 술술 넘어가지만 순간 멈칫하는 부분이 꽤 있다.

부모가 나이들어간다고 생각된다면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면

내 가까운 이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진다면....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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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니 너무나 자주 힘들 때가 있다.

괜히 시작했어 싶은 마음

그때 그러지 말아야 헸는데 하는 마음

남탓하면 뭐하나 결국 내탓이야 싶은 마음들

누구를 원망하고 싶은데 누구를 겨냥해야할지 모르겠고 결국은 나를 해치는 마음만 가득한 날들


그럼에도 시간은 가고 세상은 돌아가고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외롭고 지치고 힘든데

아무도 나를 몰라줄 때


서글프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면 된다.

내가 내 아픔을 내가 억울함을 가장 잘 아니까 내가 나를 위로한다.

그럴 수 있지

네 잘못이 아니야.

아니 내 잘못이기도 하지 하지만 그땐 몰랐었어

세상을 사람들을 믿은 내가 잘한 것도 아니지만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

라고 내가 나를 위로한다.


누구보다 나는 나를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다.

믿을 만한 사람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스스로 위로하길....


만약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서툴게 뭔가 조언하고  알려주려고 한다면 

거부하기전에

정말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그마음은 받아주길

하지만 너의 충고는 stop이라고 선을 긋기전에

나를 위해 애쓰는 어줍잖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그 충고를 위해 애쓰는  그 마음만 딱 받고 

돌아서자

방식은 틀렸어도 마음은 틀리지 않을테니까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는 게 필요하지만

조심과 걱정으로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지는 말것

낯선 곳에서 외롭고 힘들때 

그래도 멀리서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과

지금 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 정신승리에 불과할지라도

스스로 괜찮다고 나를 다독거려줄 것


이미 일어난 일들이 나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은데

이미 일어난 일보다 내가 더 소중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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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위기 앞에 엄마는 어떻게 해야할까

혼자서 딸만은 잘 키웠다고 자부심도 있다. 혼자 키운 딸은 교사가 되어 이제 한숨 돌렸다 싶었다.

나도 직업이 있어 내 한몸 건사하고 있으며 죽은 남편은 집도 남겼다.

딸이 괜찮은 짝을 찾아 결혼만 하면 되는데 딸은 별로 결혼에 뜻이 없어 보이고 남자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그리 걱정되는 부분은 아니다.

 

1. 경아

 

어느 날 핸드폰으로 모른 사람으로부터 동영상이 전달된다.

아무 생각없이 들여다본 화면안에 딸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온다. 여자는 화면에 보이지 않은 남자에게 애교를 부리고 차마 엄마가 보기 민망한 개인적인 행동들이 찍혀있다.

엄마는 분노한다.

서울에서 혼자 살며 늘 별 일 없지? 라고 물어봤던 내 딸에게 별 일이 생겼다.

엄마는 늘 뉴스나 여러 가지 가십을 들으며 딸을 걱정한다.

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는데...

늦은 시간 혼자 택시를 타는 것도 무섭고 혼자 살고 있는 공간에 행여 남자를 들일까도 두렵지만 그래도 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어서 안심했었다.

말은 늘 별 일 없니 조심해라 라고 하지만 적어도 내 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상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엄마는 화가 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딸에게 걸레같았다는 말과 함께 모욕적인 말들 쏟아부었다.

그 화면을 알게 된 이상 엄마 역시 모욕감에 빠져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내 딸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는 일..

어쨌든 딸이 잘못했다. 이상한 놈을 사귀었고 그 놈과 결혼전에 섹스를 했고 그 광경을 찍었고 그리고 그 영상이 유포되었다. 엄마는 그 모든 상황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생각하기 이전에 딸의 행실을 먼저 생각했고 이제 모든 상황은 끝이다. 모든 것은 딸의 잘못이므로 이 모든 것을 딸이 바로 잡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엄마는 무엇보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딸이 가장 미웠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는 딸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2. 연수

이제 세상은 내뜻대로 될 거 같았다.

엄마의 소망대로 어쩌면 나의 소망대로 나는 교사가 되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즐거웠고 보람이 있다. 적어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꽤 괜찮은 교사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꽉 막힌 곳이어서 학생들에게 제약이 많다. 그건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학생들도 사람이다.

누구를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한다면 손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을 것이다.

다만 그 책임을 알았으면 좋겠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로 했다.

여러 가지로 맞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럴 마음이 없고 헤어졌음에도 연락하고 찾아오고 꽃다발을 안기는 모든 행동들이 로맨틱하고 멋진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건 멋진 행동이 아니다.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일이다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남자친구가 두렵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말하면 알아들을 줄 알았다.

화가 나고 나를 나쁜 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이별의 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내 영상이 세상에 퍼져있었다.

한때 사랑해서 관계를 했고 그 순간 행복해서 찍었던 영상을 모두가 보게된다.

어쨌든 해결해야 한다.

연수는 경찰에 신고하고 기록삭제하는 곳에 돈을 주고 삭제를 요청한다.

그러나 디지털 폭력은 끝이 없다. 매일매일 재생되고 매일매일 같은 지옥이 되풀이된다.

내가 먼저 지치든 그냥 포기해버리든 방법은 뻔해졌다.

그래도 가족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 받을 상처가 두려웠다.

내 일이니까 내가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가 알게 되었고 엄마는 괜찮냐는 질문 대신 내가 너를 이렇게 키웠니? 라는 일설과 함께 걸레같은 년이라고 한다.

피가 거꾸로 쏟는다.

내가 뭘 잘못했지?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힘들고 비참하고 거지같은 마음이 드는 건 나인데 모두가 나를 원망한다. 심지어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줘야 하는 엄마가 나를 향해 화살을 쏟아붓는다.

엄마 그런 사람이었구나

세상에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구나

나는 사라지기로 한다.

 

3. 경아

엄마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화가 난다.

그러나 딸이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게 행실을 잘 했더라면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남자를 만나더라도 괜찮은 남자를 만났더라면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지금은 엎어진 물이다.

진상을 알아갈수록 복잡해진다.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영상, 재판을 해도 솜방망이 처벌 이미 학교를 그만 둔 딸

엄마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몰랐고 어떻게 해야할지 자기 마음도 몰랐다.

딸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예전 생각이 났다.

남편의 폭력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때 내 손을 잡고 함께 도망쳐준 사람

내 편을 들어준 사람 그건 딸 연수였다.

그때 남편은 어디서 떠도는 소문을 듣고 와서 바람난 년 화냥년이라고 하며 경아를 때렸고 술이 깨면 다시 사과를 했다.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이 되면서 경아는 상황에 무뎌졌고 그래도 그 순간 내 편이 되어준 딸 연수에게 의지해서 삶을 살아왔다.

이제 돌아보니 그때 남편이랑 이혼하지 않아 다행이다. 집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다라고 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

 

4. 연수

 

남자친구가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힌다.

나는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하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머리로는 명쾌한 생각들이 막상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터넷 기록삭제를 위해 늘 인터넷 안을 살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내 동영상이 떠오를지 모른다.

또 돈도 벌어야 한다.

그래서 인터넷 과외를 시작했지만 내 모습이 화면에 비치는 것이 두렵다.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봐도 두렵고 혹시 지금 화면속의 내 모습을 또 누군가 훔쳐볼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일은 터졌고 세상이 두렵지만 삶은 지속된다.

오락프로를 보며 웃기도 해야하고 배달음식으로 끼니도 채워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

재판을 하고 어쨌든 실형을 받아냈다.

남은 건 없다.

승리도 아니고 패배도 아니다. 삶은 재판의 결과나 승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계속 될 뿐이다.

친구가 봤다는 연수닯은 동영상 이야기들

술안주 삼아 하는 재미난 별 거 아닌 이야기들 자꾸 마음이 쿡쿡 걸린다

아니라고 말을 했다. 거짓말이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그래 내가 아니다. 나는 아니다.

너희들이 알아본대도 나는 아니다.

나는 그렇게 너희들의 심심풀이 땅콩처럼 돌려보고 잊어버리고 함부로 입방아에 오르는 사람이 아니다.

순간 화가 났지만 그렇게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5 경아와 연수

 

경아는 점차 연수의 고통을 이해한다.

예전 나의 고통과 현재 연수의 고통이 다르지 않다.

쉽게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들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행실이 발랐어야지 하는 말들

타인에게는 쉬운 그런 말들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아픈 고통이었는지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은 잊었다.

연수도 많이 아팠을 것이다.

왜 내가 그걸 이해하지 못했을까

어쩌면 동영상유포보다 내 말이 더 아팠을텤데

남편의 폭력보다 이웃들의 수군거림이 더 아팠었는데... 잊고 있었다.

 

연수는 아픈 경아의 병실을 찾아간다.

아마 나에게 모진 말을 뱉고 또 혼자 후회하고 아프고 힘들었을 엄마를 안다.

그냥 그런 부분조차 이해되지 않으면 덜 아프고 힘들까 하지만 모른 척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기 탓을 하는 엄마가 미우면서 안타깝다.

엄마의 잘못도 아니다 내 잘못도 아니다.

잘못은 그 놈이 저질렀ㄷ.

그놈이 저지른 잘못에 동조하고 히히덕거리는 세상사람들이 나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아파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그건 아니다.

 

딸이 잘못될까봐 사사건건 간섭하고 딸 친구들이 진저리치던 엄마

그런 엄마를 마음아프게 할 수 없지만 내 생활도 포기할 수 없어서 몰래 몰래 남자를 사귀었던 딸

첫 경험이 아팠던 것은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고 아프게 하거나 화나게 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딸의 마음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게 되는 일

엄마와 딸 사이에 아무런 경계없이 너가 나이고 내가 너인 관계에서 타인의 아픔은 그대로 내것이 되고 타인의 금기도 고스란히 내것이 된다.

 

엄마는 이사를 결심한다.

이제 딸을 떠나기로 한다.

성인이 된 딸을 독립시키는 엄마처럼 이제 성인이 된 딸을 떠나서 혼자 독립하는 엄마가 되기로 한다.

연수도 다시 세상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비워놓은 내 자리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쉽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는 쑥덕거리지만 그래도 그 곳이 내 자리다.

 

 

 아무리 조심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건 운이다.

내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없는 일들 

내 탓이 아닌 일들이 일어난다.

일어난 일을 어찌 할 수는 없지만 그 다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내가 결정한다.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그냥 납작 엎드려 기다릴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삶을 이어갈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정말 알아야 할 건 내가 아프거나 힘들거나 고통스럽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이 생겨서 사고가 나서 나는 아프고 힘들고 수치스럽고 화가 나고 죽어버리고 싶고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은 인정할 것

그리고 뭔가 도모할 것

일이 일어나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

그게 정말 화가 나고 약오른 이리지만 어쩌면 가장 위로가 된다.

어쩄든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

나도 그 세상의 리듬에 올라타면 된다.

내 박자와 리듬을 잃지 않고 그냥  함께 맞춰가는 일

의외로 타인은 나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세상에는 나쁜 놈들보다 선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많다는 것

그리고 나는 어떤 사건이나 존재로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믿음

그렇게 앞으로 가면 된다.


경아처럼 연수처럼 

한번 사건에 휘둘려 휘텅하고 흔들리고  주저앉아도 앉은 김에 쉬었다가 다시 가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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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말들 - 마음을 꼭 알맞게 쓰는 법 문장 시리즈
류승연 지음 / 유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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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뭔가 쓰려고 했는데 잊어버렸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가끔 이렇게 기억나지 않은 시간들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잊어버린다는 사실 자체가 슬프기도 하지만 가끔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나이듦에 따른 변화같다.

 

어른이라는 건 늙어가는 나이만큼 세상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늘어가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이다. 틀린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다.

그가 나를 그와 같기를 바라고 바꾸려 든다면 나 역시 화가 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어른은 시간을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낭비라고 느껴지더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한없이 느리고 주저한 적이 있어서 누군가는 복장터져가며 나를 기다려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다려 준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가끔 내가 어른인가 고민한다,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 아직은 멀었다는 자괴감은 겸손이 아니다.

그냥 현실 부정이고 피하고 싶은 마음의 변명일 뿐이다.

나는 그냥 여러 가지 부족함이 많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아니라는 말 뒤로 숨고 싶지 않다.

어른이니까 참아보고 용기내어 말해 보고 거절당하고 무시당하는 것 화를 내지만 후회하고 그렇게 되었다고 혼자 위로할 수 있는 것

어른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다르지 않게 뭐든 해봐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늘 용기를 내고 시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른은 완성형이 아니다

여른 역시 성장해 나가는 현재 진행형일 뿐이다.

 

어릴 적 어른은 처음부터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고 선생님은 처음부터 선생님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내가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처음부터... 라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걸 알게 되는 건 결국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어른이란... 에 대해 생각을 한다.

배려 공감 이해 더불어 사는 삶 등등 좋은 말들 역시 말에 그치지 않은 것

그것을 행동으로 해나가는 것 그것이 어른이다.

말로 배우는 시간은 이미 지나버린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

그들이 어른이다.

어른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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