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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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했던 말

베르테르는... 우리영화 "봄날은 간다"의 상우와 닮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로변에서 벙찐 얼굴고 그렇게 외치던 키만 멀대같이 큰 소년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그 어정쩡한 인물이 바로 몇년을 건너뛰어 저기 독일에도 있었구나

 

 친구여  이번에 이런 사소한 일에서도, 오해나 태만이 어쩌 술수나 악의보다 이 세상에 다툼을 더 많이 일으키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적어도 술수나 악의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일이 휠씬 드문 것만은 사실이다.  P12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 더구나 피끓는 젊이이가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일이다. 이것저것 재지않고 무조건 앞으로 달려드는 것 그리고 그대로 두눈 질끈 감고 풍덩 빠지는 것  그게 당연하고 옳다. 아 아니다. 젊음의 특권만은 아니다. 아니 젊다는 것이 물리적인 더 살았고 덜 살았고의 문제가 이나라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뭔가가 날것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  그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떨림, 황홀함.  흔들림, 변덕, 격정 그런것들이 무어라 이름짓고 정의할 틈도 없이 닥쳐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것... 첫사랑

그것에 한번 사로잡히면 누구나  눈을 가리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뒤나 옆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해주는 충고 한마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오로지 내 모든 촛점은 단 하나 그것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사소한 만남 스침이 그렇게 인생을 뒤흔들만큼 큰 파도로 다가온다.

속된 표현으로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고 온 세상이 갑자기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놓은 듯한 상황 번데기가 찢어지는 아픔같은거... 뭐 그런거 아닐까

그렇게 인생의 문제는 계획에도 없이 다이어리에 기록되어진 것도 아닌것이 그렇게 성큼 다가온다.

상우도 그랬고 베르테르도 그랬다.

무심하게 관심없던 누군가가 내 눈으로 들어왔고 내게는 그녀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고 또 평등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존경받기 위해서 이른바 천한 사람을 일부러 멀리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 마치 패배하는 것이 두려워서 원수를 보고 도망치는 비겁한 친구나 마찬가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의롭고 세상의 비겁함에 분노한다. 그리고 나 자신은 비겁하게 살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다짐하며 세상을 비난한다.

 

 

그들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돌이킬 수 없이 좋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P 54

 

인간은 역시 인간이오 약간의 분별력을 가졌다더라도 일단 정열이 끓어오르고 인간성의 한계가 몸에까지 닥쳐온다면 그런 것은 별로 아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렇기는 커녕,,,,,

 

 

사랑에 빠닌 그들에게는 세상이 아름답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고 돌아서는 그 순간부터 그녀가 몹시 그립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함께 라면을 먹자고 꼬셨던 그녀가 내가 등을 돌리고 냉정해지고  나와 한몸처럼 생각이 같고 감성이 통하던  그녀에게는 멋지고 이성적인 약혼자가 있다.

세상에 어찌 난관없는 사랑이 있으랴

어려움은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두 사람을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철없이 뛰어들었던 그 사랑안에서 이번에는 대책없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고통받는다.

그리고 한 청년은 옛추억에서 행복해하는 치매 할머니를 보며 위안을 얻고 또 바다 건너 사는 한 청년은 자신의 머리를 권총으로 누른다.

 

한 청년은 그렇게 소년에서 쳥년으로 자랐고 그가 철철 피흘리던 상처는 이제 쓰라림이 사라지고 보기흉한 딱지를 남겼다가 이제 희미한 흉터가 되어 청년을 단단하게 만든다.

한 청년의 상처는 그대로 해집어지고 방치되어 썩어들어가고 구더기가 끓게된다.그리고 그 상처는 영혼까지 갉아먹는다.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괴테가 자신과 친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숨에 14주만에 썼더고 한다. 젊은 시설의 괴테 작품으로 그의 젊음과 열정 그로인한 미숙함이 가득한 작품이지만 그래서 동년배들에게 더 잘 와닿았고 쉽게 열광케하고 뒤따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인을 만나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즐거웠다고 고뇌하고 괴로워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그렇게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가 누구의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다른 누구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 순간 그 철없고 서투르고 무모한 사랑이  이 작품속에 있다.

 

예전 내가 잘난척 하고 읽었던 것이 그런 서투르고 치기어린 시기에 아직 다다르지 않은 때여서 공감이 힘들었고 지금은 이미 그런 젊음을 지난 시간이여서일까

그의  서투르고 뜨겁기만 한 사랑이  와닿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그냥 누군가의 글 한귀절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한다면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과 만나라

사람이 만나 사랑할때는 무엇이든 용서가 되고 다 이해가 되지만 사랑역시 사람의 일인지라 서로가 싫증나거나 이해관계가 달라지거나 주위의 반대가 심해지거나 등등의 이유로 헤어질 상황이 다가올때  예의바르게 잘 헤어질 수 있는사람...

지금은 이별의 감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밉고 저주스러운 사람일지라도 언젠가  시간이 흘러 되돌아 보면 아름답고 좋았다고 기억되는 사람을 만나라고...

그의 그 책 다른 구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부분만은 격하게 동감하면서 기억한다.

상우에게 은수는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이기적인 여자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로테에게 베르테르는 어떨까

마음이 잘 통하고 함께 있으면 즐거웠던,,, 그러나 사랑이라고 미처 생각치 못한 그 상데를 내가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버린 그 순간 죽어버린 상대

그는 로테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까 아니면 그대로 봉인하고 싶은 쓰라린 상처일 뿐일까

내가 로테가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베르테르의 그 나이를 훨씬지난 지금... 그의 태도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거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죽어버리는 것 그 이상 상처도 배신도 없지 않을까

물론 그녀가 유부녀이라 더이상 아름다운 결실을 바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죽어버리는 건 정말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한때 사랑했고 그리고 헤어졌고 세상살이에 지쳐 그 기억이 희미해져가도 어쩌다  갑자기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까? 하고  궁금해지고 괜히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만들어지는 것...

시간은.. 어떤 사랑이든 상처든.. 그렇게 덤덤하게  조금은 아름답게 치장해주는 것이기에

지지리 궁상맞고  남루하더라도 그 기억을 지고 살아가는게     도리가 아닐까싶다.

 

나중에 내 아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상처를 입고 입히는 입장이되든

그렇게 견디라고... 니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빛나는 보석이 될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헤어짐의 상처도 그 보석의 아름다움을 가리진않는다고. 혹 그 빛나는 아름다움에 생채기를 내고 얼룩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어딘가 패이고 얼룩진 그 보석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너만의 것이라는 걸.. 너를 너답게 빛내주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 대책없이 주책맞게 이 가을 나도 사랑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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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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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는 사람에게 끌렸다. 누구에게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멍해져서 그대로 빨려들것같은 말, 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든 수식어를 떼어내고 바로 명사와 동사로 문장을 이어가고 말을 이어가는 사람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담담하게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고 톤도 일정하게 어찌보면 졸릴지 모르겠다 싶다 낮으면서 단단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그 낮은 목소리 단단하고 건조한 말투에 자꾸 귀가 다가간다.

 

환영

이 책이 그랬다.

어떤 환상도 설레임도 없이 담담하게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대신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백속집에 일하러 가는 여자 윤영.. 처음 그렇게 시 경계를  드나들 때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이렇게 젖몸살을 앓으면서 뼈마디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하지만 언젠가 남편이 공무원이 된다면 모든일은 추억이 되리라... 그건 정말 잔인한 고문이었다.

어디서 들었을까

첨부터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쥐는 놀라서 펄쩍 뛰지만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고 데워지는 프라이팬 위의 쥐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고 점차 올라가는 온도에 적응에 가면서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건지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익숙해간다는 것이다.

그건 정말 섬뜩하다.

나의 고통을 내가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희망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 희망이 나를 옳아매고 나를 점점 어두운 구멍으로 등을 떠밀고 있다.

분명 "희망"을 품었는데 그렇게 가슴에 품고 한참을 정신없이 내달라디 문득 내려다 보면 내가 안고 있는 것은 빛나는 희망이 아니라 냄새나고 물러터져버린 절망이고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진다.

내가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던 불빛은 어디로 갔는가.

윤영은 돈때문에 그렇게 점점 가랑이를 벌리고 그 치욕을 스스로 죽여나간다.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어떤 화려한 수식도 없고 절망의 비명도 없고 그냥 덤덤하게 해가 뜨고 지듯이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때가 되는 것 처럼 그렇게 어느순간 어쩔 수 없이 그런 순간이 왔다.

별채에 들어가고 가랑이를 벌이고 그리고 다시 옷을 입고 물가에 섰다가 다시 홀에서 빈그릇을 치우는 상황... 그건 별난게 아니었다.

그렇게 주머니에 들어온 꼬깃한 만원짜리 몇장이 내 밥이 되고 내 아이의 옷이 되고 우유가 되고 방세가 된다. 그러니 그게 어찌 별난 일이 될 수 있으랴.. 그냥 덤덤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런 덤덤함이 일상처럼 흐르는 시간이 그렇게 쌓아가고 견뎌가는 시간일 뿐이다.

그리고 윤영은 거기서 나올 방법은  점점 사라진다

 

누가 윤영은 나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이순간 내 가정이 무너지고 내 앞이 막막해지고 내 새끼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다면 나...

왕사장이  돈냄새를 뿌리면서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면

나는..

나는 과연 윤영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까

그저 따뜻하고 평화롭던 불빛이 순간 사라지고 내앞에 깜깜한 앞이 보이지 않는 벽이 나타 나버리면 나는 ..  어쩌면 윤영같은 기회조차 없다고 우울할지도 모른다.

 

문체가 너무 담담하다. 한 여자를 이렇게 감정없이 따라가면서 묘사하고 보여주는 글이 아프면서도 쉽게 책을 놓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왠만한 다른 글들처럼 막연한 희망이라도 암시하면서 끝나지 않을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투덜거릴지언정 그렇게 유치하고 휴유~ 하고 한숨 돌리는 결말을 기대했는데  이야기는 끝까지 몰고 간다.

어쩌면 김기덕의 영화를 보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울 수도 없고 소리 칠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는 ... 사방이 막혀버린 상황..

그렇게 더 이상  떨어질 수도 없는 시간을 견디고 살아내는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내가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내게 뭔가를 해 줄 누군가도 없을 것이다.

지금 은  세상이 그렇게 꽉 막혔다.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다.

저 많은 불빛들 속에 내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그것이 절망이라는데...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내게는 그게 일상이기도 하다.

누구나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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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양장본)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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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시 읽다보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예전 내 생각이 아하.. 이랬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 책도 그렇다

예전에 읽었을때는 줄곧 월버와 샤롯의 관계에만 집중해서 읽었다. 그리고 주변 동물들의 관계

 

그런데 지금 읽어보니 이야기 속의 펀도 이야기 전개와 함께 많이 자랐다.

 

사실 샬롯의 거미줄이라고 했을때 나는 샬롯이 거미가 아니라 월버를 구해준 소녀라고 생각했었다

거미와 돼지의 우정이라는 건 생각을 못했고 돼지를 구한 소녀와 돼지와의 우정이랄까

뭐 그런 걸 기대했었는데 첨 읽었을때는 펀의 비중이 작아서 어... 이게 뭐지 했던게 기억난다

사실 영화를 먼저 봐서 영화속에서 소녀가 자라는 걸 먼저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화를 봐셔 샬롯이 거미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흠...)

 

다시 읽은 책에서 참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

뭐 모두가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도 섞여 있응니 뭐라고 해야하나..

암튼 다들 다양하다

 

사실 월버는 특별하지도 겸손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돼지에 불과하다

그를 그렇게 대단하게 만든 건 샬롯이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꽃이라고 불러준다면 내가 꽃이 되는 것 처럼

혹은 내 아이가 장래 되기를 꿈꾸는 그 이름으로 불러준다면 그렇게 될거라는 믿음처럼

누군가를 대할때 내가 가지는 생각 혹은 편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어쩌면 중요한 무언가라는 걸 생각케한다.

외롭고 소심한 웰버에게 샬롯은 먼저 친구가 되어주었고 그의 가치를 봐 주었고

어떤 댓가나 계기가 없이  도움을 주고 윌버를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사실 친구라는 것 나아가 사람과 관계를 맻는다는 것도 그런것이다.

어떤 계기가 중요한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둘 사이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기도 하겠지만 어찌되었건 둘이 친구가 되었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더 중요한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샬롯도 모두가 징그러워하는 거미이다보니 외로웠는지 모른다. 누구하나 친구없이 혼자 거미줄을 치고 벌레를 잡는 행동이 슬펐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혼자 중얼거리며 외로워하는 윌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지 모르고 그래서 친구가 되기로 했고 그래서 둘의 우정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뭐 그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뭔가 다른 것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친구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놀랍고 가치있는 일이다.

첨에 윌버도 그랬다 벌레의 피를 먹는 샬롯이라.. 징그럽고 무섭다고 여겼지만  그건 어쩔 수없는 거미의 숙명이므로 받아들일 수 밖에

그것이 샬롯이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누구나 저마다 다른 점이 있고 상대방의 어떤 면은 내가 납득하기도 힘들고 받아들일 수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주 잘못된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본능이거나 타고난 것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너는 왜 나랑 다른가

왜 우리는 같아지지 않는가

몇날 며칠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맞추어서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성장이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내 천성을 바꾸고 본능을 바꾸어서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내 속에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마지노선 같은 것 ... 누구나 그건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난 절대 고기를 못먹는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개를 좋아할 수 없고 무섭기만 하다든다

벌레가 정말 싫다던가.. 자전거는 죽어도 못탄다든가

뭐 그런 것들을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이유로 바꾸어야 한다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거다.

사랑한다면서 그것도 못해 줘? 가 아니라 사랑하니까 그런것도 받아줘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까

 

윌버와 샬롯은 서로 그런 면을 인정하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리고 불가능한 것들을 첨부터 솔직하게 터놓고 시작한 관계이다.

그런 관계는 쥐 템플턴에게서도 볼 수 있다. 쥐니까 더럽고 욕심많고 비열하고 교활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언젠가 필요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템플턴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친구관계를 가지게 된다.

소위 말하는 "쿨하다"는 관계가 이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기대하지 않고 상대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는 관계라는 것이 새롭게 보였다.

샬롯은 왜 윌버에게 그렇게 친절했을까

두번을 읽어도 그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 수는 있을거 같다.

왜 그  사람에게는 그래?

하고 누가 물어도 뭐라고 명확히 대답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렇게 해주고 싶은 것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어떤 의미로 윌버는 정말 복받은 돼지라는 생각도 든다

죽을 목숨을 펀이 구해주었고 그다음엔 동물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샬롯을 만나서 또 다시 목숨을 구하고 의미있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

윌버는 펀과 샬롯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의미있는 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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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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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다.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위저드 베이커리도 그랬고 피그말리온 아이들도 그랬다.

작가가 낸 작품을 순서대로  잃지 않아 어떤 흐름으로 작가가 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굳이 그런걸 분석해가며 읽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일단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그리고 문체가 그냥 술술 넘어가는데 미묘하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가족의 붕쾨로 자살을 결심한 아비품에서 살아난 아기는 그때의 겸험때문인지

아가미를 가지게 되고 점차 물에 적응하면서 온몸이 아름다운 비늘을 새긴다.

그 소년의 이름이 곤이다.

그를 구해준 노인과 손자 강하와 함께 있는듯 없는 듯 살게 된 소년의 이야기

 

도데체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얻어낼까..

아가미를 가진 소년이라니..

사람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어라고 할 수도 애매한 소년의 이야기를 잃으면서

나는 곤 보다는강하에게 더 끌렸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날카롭게 날이 선 아이

뭐든 맘에 드는 것도 없고 예의도 없고 동물적이고 본능적이지만 그 본능적인 것이 곤을 버리지 않고 키워냈다.

곤을 볼때마다 느끼는 적의감은 어쩌면 곤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되기 때문일거다.

누구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죽을 운명의 아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아이

그런 곤을 강하는 사실 많이 사랑했던거같다.

쉽게 사랑했다고 말하기조차 주저되지만 이건 사랑이라는 생각이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다

 

"물론 죽이고 싶지"

"그래도 살아있으면 좋겠으니까"

 

이 한마디가 " 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가슴덜리고 안타깝게 느껴진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인지 모르겠으나 꼭꼭 감추어둔 감정의 봉인이 풀리는 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강하에게 그리고 곤에게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 이후 둘은 만나지 못하고 영영 이별이지만 그 감정으로 둘이 살아갔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건 성장소설이 아니라 사랑이야기였구나

누군가를 자꾸 떠올리고 미워하고 걱정되고 그렇게 머릿속에 맴도는 것

그게 어쩌면 사랑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나머지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냉소적이면서 썩 친절하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은 이야기에서 아련한 사랑이 느껴지다니

작가가 대단한건지 내가 대단한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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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3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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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한번이야 딱 한 번 가야마는 속으로 되풀이했다. 상습적으로 휴게소에 스레기를 버리는 비상

   식적인 사람과는 분명 죄긔 무게가 다를 거야.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 이번 한번만 봐주시길.. 누  구한테 그러는지 가야마는 속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누구나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이건 별거 아니잖아 누구나 하는 일이잖아  어쩌다 한번인데 어떨까..

그렇게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별일아니라고 얼버무리고 무책임한 다수에 포함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나도 해 본적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일이라 뜨끔하다.

 

한 아이가 죽었다.

돌풍에 가로수가 쓰러졌고 하필 그때 지나가던 아이가 죽어버렸다.

이건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분명 피해자가 있고 누군가는 억울하고 화가 나는 상황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니 책에서 딱 한명만 책임을 진다. 가로수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

누구나 내가 한 일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런 악의가 아니었다고

나는 좋은 뜻으로 한것이라고

 

가야마가 사람들을 찾아다닐때마다 그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화를 낸다

그건 아마 마음 한구석에 숨어있는 죄의식 혹은 양심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뻔뻔함만 가지고 있다면 아마 당당하게 화내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무시해버릴 수 있다.

그러나 한구석이 캥기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잃고 흥분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거냐구

나보다 잘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좋은 의도로 한것인데 그렇게 범죄자로 몰고가냐고

 

 

 

" 이 말이야 말로 거짓없는 본심이었다. 그랬다, 하나는 어디까지나 남들한테서 칭찬을 듣고 싶

  었을 뿐이었다, 악의는 어디에도 없었다..............그런 내가 왜 살인자 처럼 규탄받아야 하는가

  왜 누군가의 목숨을 업신여긴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취급받아야 하는가 "

 

"다들 그랬어요 제가 찾아가면 다들 화를 내더군요. 자긴 잘못한게 없다고 정색하면서 화를 냈습니다 어떻게 화를 낼 수 있을까요? 역시 제가 틀린걸까요? 제가 생트집을 잡는걸까요?"

 

" 아무도 사과해주지 않아요 아무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아 누구 한사람만이라도 사과해준다

   면 이 정도로 절망스럽지는 않았을텐데 이렇게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았을텐데 하지만 아무도 사

   과해주지 않아요 겐타가 죽었는데 우리 겐타가 죽어버렸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아":

 

 

가야마의 말이 뜨끔하다.

아무도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요. 아무도  내 잘못이라고 하지 않아요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학교에서 혹은 사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항상 함께 셋트처럼 따라오는 말이 있다

뭔가 문제를 일으킬만한 꼬투리를 만든거 아니야? 왕따를 당할 행동이나 말을 한거 아니야

니가 먼저 도발한거 아니야?

맞을 짓을  한거 아니야?

 

어쩌면 모든 폭력이나 문제 살인 죽음의 시작은 사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겐타가 죽은 것도 어쩌면 사람들이 모두 나하나 쯤이야 ...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인데 어떨까 하는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서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누구나 어떤 문제앞에서는 일단 피하고 싶다.

나만 그런것도 아니고 나만 잘못한것도 아니고 세상 누구나 하는 것이고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났던 것이고 걸리는게 재수없는거지 틀린건 아니라고

그렇게 무심코 나의 양심을  못본척하며 내뱉는 무심한 말이 어쩌면 그 대상에게 어떤 폭력보다 더 아픈  비수가 된다.

 

살아오면서 느끼는 건 가장 용감한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내가 모자란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내가 틀렸다는 것을 말할 줄 아는 사람

누구나 하는 실수 잘못 그리고 무심하게 내뱉는 배려없는 말이나 행동들

어찌보면 큰 잘못은 아니다

그런 걸로 쇠고랑을 차거나 경찰차가 출동하는 건  아니지만 

사소하다고 치부하기전에

먼저 솔직하게 미안하다 잘못했구나  이렇게 될줄 몰랐다.

하는 한마디가 절실한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아이의 죽음에 모두를 살인자로 몰 수는 없다. 그래도 누군가가 죽었는데 아.. 그때 내가 그랬더라면 하는 마음, 미안해하는 마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는게 먼저 아닐까

무언가 깨름칙한 짓을 할 때 내면에서 들리는 뭔가 주저하는 마음이 그게 양심일건데

그 주저하는 순간 우리가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걸 알았으면좋겠다.

나를 나쁜 쪽으로 몰지 않는 마지막 기회라고...

 

 

나 역시 내 마지막  갈등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겠다... ( 아 착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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