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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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했던 말

베르테르는... 우리영화 "봄날은 간다"의 상우와 닮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대로변에서 벙찐 얼굴고 그렇게 외치던 키만 멀대같이 큰 소년도 아니고 청년도 아닌 그 어정쩡한 인물이 바로 몇년을 건너뛰어 저기 독일에도 있었구나

 

 친구여  이번에 이런 사소한 일에서도, 오해나 태만이 어쩌 술수나 악의보다 이 세상에 다툼을 더 많이 일으키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적어도 술수나 악의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일이 휠씬 드문 것만은 사실이다.  P12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 더구나 피끓는 젊이이가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일이다. 이것저것 재지않고 무조건 앞으로 달려드는 것 그리고 그대로 두눈 질끈 감고 풍덩 빠지는 것  그게 당연하고 옳다. 아 아니다. 젊음의 특권만은 아니다. 아니 젊다는 것이 물리적인 더 살았고 덜 살았고의 문제가 이나라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뭔가가 날것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  그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떨림, 황홀함.  흔들림, 변덕, 격정 그런것들이 무어라 이름짓고 정의할 틈도 없이 닥쳐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것... 첫사랑

그것에 한번 사로잡히면 누구나  눈을 가리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뒤나 옆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해주는 충고 한마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오로지 내 모든 촛점은 단 하나 그것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사소한 만남 스침이 그렇게 인생을 뒤흔들만큼 큰 파도로 다가온다.

속된 표현으로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고 온 세상이 갑자기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놓은 듯한 상황 번데기가 찢어지는 아픔같은거... 뭐 그런거 아닐까

그렇게 인생의 문제는 계획에도 없이 다이어리에 기록되어진 것도 아닌것이 그렇게 성큼 다가온다.

상우도 그랬고 베르테르도 그랬다.

무심하게 관심없던 누군가가 내 눈으로 들어왔고 내게는 그녀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이 평등하지 못하고 또 평등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존경받기 위해서 이른바 천한 사람을 일부러 멀리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 마치 패배하는 것이 두려워서 원수를 보고 도망치는 비겁한 친구나 마찬가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의롭고 세상의 비겁함에 분노한다. 그리고 나 자신은 비겁하게 살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다짐하며 세상을 비난한다.

 

 

그들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돌이킬 수 없이 좋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P 54

 

인간은 역시 인간이오 약간의 분별력을 가졌다더라도 일단 정열이 끓어오르고 인간성의 한계가 몸에까지 닥쳐온다면 그런 것은 별로 아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렇기는 커녕,,,,,

 

 

사랑에 빠닌 그들에게는 세상이 아름답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고 돌아서는 그 순간부터 그녀가 몹시 그립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함께 라면을 먹자고 꼬셨던 그녀가 내가 등을 돌리고 냉정해지고  나와 한몸처럼 생각이 같고 감성이 통하던  그녀에게는 멋지고 이성적인 약혼자가 있다.

세상에 어찌 난관없는 사랑이 있으랴

어려움은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두 사람을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철없이 뛰어들었던 그 사랑안에서 이번에는 대책없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고통받는다.

그리고 한 청년은 옛추억에서 행복해하는 치매 할머니를 보며 위안을 얻고 또 바다 건너 사는 한 청년은 자신의 머리를 권총으로 누른다.

 

한 청년은 그렇게 소년에서 쳥년으로 자랐고 그가 철철 피흘리던 상처는 이제 쓰라림이 사라지고 보기흉한 딱지를 남겼다가 이제 희미한 흉터가 되어 청년을 단단하게 만든다.

한 청년의 상처는 그대로 해집어지고 방치되어 썩어들어가고 구더기가 끓게된다.그리고 그 상처는 영혼까지 갉아먹는다.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괴테가 자신과 친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숨에 14주만에 썼더고 한다. 젊은 시설의 괴테 작품으로 그의 젊음과 열정 그로인한 미숙함이 가득한 작품이지만 그래서 동년배들에게 더 잘 와닿았고 쉽게 열광케하고 뒤따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인을 만나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즐거웠다고 고뇌하고 괴로워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그렇게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가 누구의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다른 누구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 순간 그 철없고 서투르고 무모한 사랑이  이 작품속에 있다.

 

예전 내가 잘난척 하고 읽었던 것이 그런 서투르고 치기어린 시기에 아직 다다르지 않은 때여서 공감이 힘들었고 지금은 이미 그런 젊음을 지난 시간이여서일까

그의  서투르고 뜨겁기만 한 사랑이  와닿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그냥 누군가의 글 한귀절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한다면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과 만나라

사람이 만나 사랑할때는 무엇이든 용서가 되고 다 이해가 되지만 사랑역시 사람의 일인지라 서로가 싫증나거나 이해관계가 달라지거나 주위의 반대가 심해지거나 등등의 이유로 헤어질 상황이 다가올때  예의바르게 잘 헤어질 수 있는사람...

지금은 이별의 감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밉고 저주스러운 사람일지라도 언젠가  시간이 흘러 되돌아 보면 아름답고 좋았다고 기억되는 사람을 만나라고...

그의 그 책 다른 구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부분만은 격하게 동감하면서 기억한다.

상우에게 은수는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이기적인 여자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로테에게 베르테르는 어떨까

마음이 잘 통하고 함께 있으면 즐거웠던,,, 그러나 사랑이라고 미처 생각치 못한 그 상데를 내가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버린 그 순간 죽어버린 상대

그는 로테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까 아니면 그대로 봉인하고 싶은 쓰라린 상처일 뿐일까

내가 로테가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베르테르의 그 나이를 훨씬지난 지금... 그의 태도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거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죽어버리는 것 그 이상 상처도 배신도 없지 않을까

물론 그녀가 유부녀이라 더이상 아름다운 결실을 바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죽어버리는 건 정말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한때 사랑했고 그리고 헤어졌고 세상살이에 지쳐 그 기억이 희미해져가도 어쩌다  갑자기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까? 하고  궁금해지고 괜히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만들어지는 것...

시간은.. 어떤 사랑이든 상처든.. 그렇게 덤덤하게  조금은 아름답게 치장해주는 것이기에

지지리 궁상맞고  남루하더라도 그 기억을 지고 살아가는게     도리가 아닐까싶다.

 

나중에 내 아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상처를 입고 입히는 입장이되든

그렇게 견디라고... 니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빛나는 보석이 될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헤어짐의 상처도 그 보석의 아름다움을 가리진않는다고. 혹 그 빛나는 아름다움에 생채기를 내고 얼룩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어딘가 패이고 얼룩진 그 보석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너만의 것이라는 걸.. 너를 너답게 빛내주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 대책없이 주책맞게 이 가을 나도 사랑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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