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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최진영의 "내 옆을 스쳐 지나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을 읽었었다.
읽는 내내 너무너무 힘들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유없이 눈물이 나왔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꺽꺽 울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숨이 콱 막히면서 아프고 눈물이 나오는 삼종셋트는 첨이었다,
이야기가 쉽지 않았고 어딘가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닮은 위악적인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그 작품보다 더 열악하고 극으로 치달았다,
책장을 덮고 다시는 보지 않으려고 어디 귀퉁이에 처박아 놓았다가 책을 버렸다,
책을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기 시작한 무렵이었을 텐데, 그때 그 책은 그냥 버렸다,
다시 읽기 힘들겠다는 생각이상으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책들사이에 꽂힌 그 책의 책등을 보면서 혼자 너무너무 힘들어하다가 그냥 재활용 버리는 날 신문뭉치 사이에 끼워 버려버렸다,
그때 한참 젊고 어린 작가를 들여다 보면서 이 여자는 도데체 머리속이 무엇이 있길래 이런 말간 얼굴로 이런 글을 쓰나 싶었다,
그리고 잊었다,
알라딘에서 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예전의 아팠고 두려웠던 기억이 나지만.. 그래도 꽤 잘썼었다는 기억도 함께 났다,
그 다음 장편도 하나 더 나왔는데 왠지 단편을 읽고 싶었다,
단편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도서관에서 예약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때처럼 아프고 힘들면 어쩌나...
하지만 단편들은 호흡이 짧으니까 중간에 그만두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래도 첫만남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내가 나이를 먹고 이미 굳은 살이 많아져 왠만한 자극엔 무덤덤해진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카롭고 능청스러우며 사람을 몰아놓고 무심하게 돌아앉은 폼새는 여전하다,
하나하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자꾸 나를 대입해본다,
나라면,,,,
나라면 저 돈가방을 저렇게 허무하게 잃지는 않을텐데,,,,
두수는 너무나 위선적이고 두수의 처는 너무 현실적이다, 그 형 장수 부부는 말할것도 없고,,,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봐줄 수 있을까 윤리나 도덕은 개나 먹으라지..
두번째 남편은...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하고 멀리하는게 너무너무 공감이 갔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주위에서 자꾸 부추기고 나도 자신이 없다는게 너무너무 와닿았다. 이성으로는 아닐거라고 믿고 싶지만 자꾸 마음에서 밀어내는 그 무언가를 나도 안다.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럴 이유가 있었을꺼야 하지만 그도 사람인데.. 실수 할 수 있고 숨겨진 본능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것 믿어야하는데 믿지 못하는 그 마음이 가장 괴롭다.,
내가 믿을 수 없는데 자꾸 믿지 못하는 내가 나쁜사람이 되어버리는 거 같아서 그게 나쁜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말만 믿고 싶어지는....
그래도 믿지 못하고 어정쩡하니 믿는 척하는 것보다는 못믿겠어.. 하고 솔직해지는게 백번은 낫다,
"주단"의 주도 마찬가지다. 사실 주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다르다는 것 하나는 건강한데 하나는 약한것이 어째서 상대방 탓일까 그가 첨 생각한대로 하나님이 게을러서 혹은 딴데 정신을 팔아서 그렇게 된거 뿐이다,
아주 오래전에 아이를 유산한 후 의사가 말했다, 어짜피 살 수 없는 아이가 우연히 생겼을 뿐이라고 그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누구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죄의식을 가진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주의 부모역시 그럴 것이다,
단이는 그냥 아픈 아이였을 뿐인데.. 그를 둘러싼 누구나 원망을 할 수도 없고 위로 받을 수도 없이 죄책감에 들 뿐이다. 그래서 주는 순간순간 기억을 잃는다,
죄의식에서 혹은 도피에서
그래서 마지막 주의 기억이 너무나 눈물겹다,
뭔가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해내지 않았더라면 주는 얼마나 또 가슴을 치며 웅크리고 살았을까
"어디쯤" 과 '창"은 아픈 이야기다.
전작만한 아픔은 아니지만 많이 아프다.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곳을 헤매는 일
온통 유리로 둘러진 세상에서 숨을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왕따 계약직 여사원
그녀가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보인 여러 일탈에 속이 시원하다는 사실조차 슬프다.
언제나 쉽게 깨지면서 내 공간으로 누군가 침입하기도 쉽고 모든게 드러나 감출 수도 숨을 수도 없는 유리벽 유리문이 너무나 위험하고 두렵다,
첫사랑은 의외로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다.
한때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걸고 설레고 달콤했던 기억 하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서러움이 버무려지면서 그런게 첫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드러내지도 못하고 내 속은 모두 까맣게 타버리게 되는 일 하지만 그 미소하나에도 마음이 설레는 일... 사랑이라는게 지긋지긋할 수도 있지만 무서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속내는 말랑거린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작품집은 아프지는 않았다,
울컥하고 쓰라린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견딜만하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것이 왈칵 뒤집어지게 사람을 죄어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 아프고 힘들지면 견딜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서서히 달구어지는 곳이란 의미같기도 하다.
뒤집지 않으면 안될만큼 몰아치지도 않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기엔 뭔가 부족하고 서글픈 느낌이 드는 곳. 한두번 살만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팍팍한 현실에 납작 엎드리게 만들고 그 상황에 누구를 탓할 수 없이 나혼자 죄책감으로 더 웅크리게 하는 ...그래서 서서히 중독되어 마비시키는 곳이라서가 아닐까.
너무 비극적일까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게 마냥 좋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