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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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들을 참아내고 아이는 어른들을 참아내고 아빠는 아내와 아이들의 갈등을 참아낸다

누구나 내가 참아낸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기들을 얼마나 참아내는 줄알아?

이렇게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넘기는 것이 내가 참아내기때문이라는 걸 저들은 알까?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모두 내가 참아내기때문이라고 한다.

참아내는 이유는 가족이기때문에

가족이니까 헤어질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하고 살아야 하고 함께 밥을 먹어야 하니까

끊어낼 수 없으니 참을 수밖에.,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참을 수 밖에...

 

어느 순간 가족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참지 않는 순간 헤체되어버리고 눈앞에서 사라질 것처럼 불안한것이 가족이 되어버렸나

 

소설은 네편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이어진다.

핸드폰 광고를 위해 모인 네 사람이 자신들이 바라보는 가족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고생입장에서 싱글 여성의 입장에서 중학생 소년의 입장에서 그리고 가장인 아버지의 입장에서

모두 특별하거나 문제가 있는 가족이 아니다,

평범하다,. 너무 평범하다.

이젠 사춘기 자식들과의 힘겨루기나 아이에게 자신의 꿈을 투영에서 모든 걸 바치는 부모 희생하는 가족 혹은 싱글가족  가족을 살려내느라 잊혀진 가장같은 건 너무 평범해져버렸다.

모두들 바쁘고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어쩌다 보니 미안하다고 말할 시기를 놓쳐버렸고 그래도 내맘 알겠거니 하고 삼키고 넘어가고 이해한다고 믿지만 한구석에 상처를 갖게 되는 것

그게 가족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얽히고 으르렁거리고 물고 물리면서도 여전히 함께 굴러가는 것

그게 가족이다,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tv를 보고 낄낄거리지만 그 속을 모두 알 수 없는 사람

그래도 내가 믿을 수 밖에 없고 믿을 수 있는 사람

그게 가족이다.

 

내가 드라마도 연작을 몹시 좋아하는데 소설이 연작이라는 것도 맘에 든다.

언젠가 나도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할말이 더 없고 진부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주제로 참신하게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어쩌면 청소년들보다는 그 부모들이 많이 봐야할 거 같다. 나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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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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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고민의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 이웃에 놀러갔던 아이가 돌아왔다. 이웃이 전화한다. 아이가 놀다 간후 지갑이 없어졌다. 지갑이 있던 곳에서 아이들이 놀았는데 이후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내 아이는 지갑은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럼 나는 아이를 믿어야할까 아니면 의심해야할까

아이를 의심하고자 들면 그 근거를 몇가지 끼워 맞출 수 있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지만 간혹 아이가 잔돈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

갖고 싶은 팬시류를 사달라고 한걸 최근에 거절했고 아이는 실망했다,

요새 유달리 돈에 관심이  많고 욕심을 부린다.

돈이 많으면 좋겠다 복권에 당첨되면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아이가 이웃에 다녀오고 비밀이 많아진거 같다. 자꾸 방문을 잠근다,

방안에 못들어오게 한다..

의심은 점점 커지고 그럴 수록 그 근거도 자꾸자꾸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나는 정말 이성적인 부모이므로 아이의 잘못을 덮고 지날 수 없어 그런거라는 나 스스로에 대한 변명도 커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아이에 대한 믿음은...

그건 다만 내 아이는 그럴 리 없다는 부모된 마음의 무조건적인 믿음이다,

나의 의심은 이성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고 나의 믿음은 무조건적인 사랑일뿐이다,

그러면 무엇이 옳을까

의심할 수록 아이는 불만이 늘어갈테고 나도 아이를 쳐다보는 눈길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어쩌면 이웃은 이미 지갑을 어디 엉뚱한 데서 찾았을 수도 있고 미안하다고 전화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나 사이에는 이미 미세한 균열이 생겨버렸고 그걸 잘 메워내더라도 이미 그 흔적을 아예 지울 수가 없다. 작은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건 어디서 어느 순간 다른 균열을 불러와 내가 아이가 머무는 이 울타리를 벽을 지붕을 모두 무너뜨려버릴 지도 모른다.

의심은 그런 것이다.

무조건 믿자는 감정을 넘어서는 이성이라고 스스로를 무장 시키는 힘이며

동시에 우리 사이에 더이상 넘지 못한 선을 그어버리고 균열을 만드는 시작이다.

 

이 책은 소녀 유괴사건이 중심이 아니다.

누가 죄를 지었는지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치 않다.

사건이 일어났고 에릭은 순간 키이스를 의심했고 그 의심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산사태를 일으킨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에릭은 이미 유년기의 상처가 있는 인물이지 않은가?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 그리고 가족의 붕괴 세상에 적응못하고 늙어가는 형...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이미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니 의심이 쉬운거 아니냐고

과연 에릭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아름다운 유년을 가지고 정의롭고 자상한 부모를 가졌고 나의 모든 일상에 감사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의심이라는 것이 내 속에 들어오면 그건 모든 것을 부식시킬 것이다.

에릭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의심은 근거가 없다 하지만 점점 커지면서 스스로의 근거를 만들어낸다. 그 근거 밑바닥에는 아니땐 굴둑에 연기나랴... 뭔가 있으니 소문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정말이지 단순한 사고에서 시작된다. 소문과 의심은 스스로 몸뚱이를 부풀려 나가고 사람들을 짓누르고 망가뜨린다.

그저 사춘기 소년의 일탈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키이스의 행동들이 모두 사건의 범인이므로 가능한  그럴 수 밖에 없는 행동으로 모아진다. 친구가 없는 것 패쇄적인것  자존감이 낮은 것 모든 것이 그럴 범인일 수밖에 없다고 맞추어진다.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끼워 맞추어지는 식이다.

그 의심은 이제 서서히 다른 곳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아들도 믿을 수 없고 아들을 대하는 아내도 믿을 수 없다. 아내가 누군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 손짓  전화통화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가족이라고 무조건 감싸고 안고 가는 것을 가족이기주의라고 한다면

가족이라서 일단 의심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도 걷잡을 수 없다.

사실 가족이라는 것은 쉽게 헤어질 수도 없고 쉽게 와해되어서도 안될 가장 기본단위이기에 오히려 더 허약하고 불안한 집단이다. 싫어도 함께여야 하고 보여지는 것도 중요한 복잡한 인간관계

그래서 에릭은 더 불안하고 두렵다.

내 형을 의심하고 내 아내를 의심하고 내 아버지를 의심하고 내 아들을 의심하고

그땐 내가 믿어서 발등을 찍혔다면 지금은 의심해서 모든 것을 풀어나가리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의심이라는 건 어떻게 사람의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고 어떻게 커지고 어떻게 균열을 만들어내는가 이야기는 유괴사건보다 거기에 더 촛점을 맞춘다.

그런데 신기하게 글이 몹시 아름답다.

다른 리뷰에서 아름답다 아름답다 했을때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번역인데 장르소설이라는데 아름답다니...

한데 더이상 다른 표현을 모르겠다.

묘하게 슬프고 묘하게 아름답다.

에릭의 외딴집이 아름답고 일본 단풍나무가 아름답고 에릭의 그릴이 아름답다.

그래서 슬프다.

그 아름다운 장소를 상상하고 문장을 읽으면서도 그 속의 의심은 자꾸 자란다.

그게 슬펐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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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심을 하면 사랑하지 못하고,
의심하지 않으면 사랑하고,
그런 얼거리가 우리 삶이지 않나 싶어요

푸른희망 2014-02-04 00:28   좋아요 0 | URL
슬프지만 그런거 같아요....
 
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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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의 "내 옆을 스쳐 지나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을 읽었었다.

읽는 내내 너무너무 힘들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이유없이 눈물이 나왔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꺽꺽 울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숨이 콱 막히면서 아프고 눈물이 나오는 삼종셋트는 첨이었다,

이야기가 쉽지 않았고 어딘가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닮은 위악적인 여자아이가 나오는데 그 작품보다 더 열악하고 극으로 치달았다,

책장을 덮고 다시는 보지 않으려고 어디 귀퉁이에 처박아 놓았다가  책을 버렸다,

책을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기 시작한 무렵이었을 텐데, 그때 그 책은 그냥 버렸다,

다시 읽기 힘들겠다는 생각이상으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책들사이에 꽂힌 그 책의 책등을 보면서 혼자 너무너무 힘들어하다가 그냥 재활용 버리는 날 신문뭉치 사이에 끼워 버려버렸다,

그때 한참 젊고 어린 작가를 들여다 보면서 이 여자는 도데체 머리속이 무엇이 있길래 이런 말간 얼굴로 이런 글을 쓰나 싶었다,

그리고 잊었다,

알라딘에서 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예전의 아팠고 두려웠던 기억이 나지만.. 그래도 꽤 잘썼었다는 기억도 함께 났다,

그 다음 장편도 하나 더 나왔는데 왠지 단편을 읽고 싶었다,

단편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도서관에서 예약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때처럼 아프고 힘들면 어쩌나...

하지만 단편들은 호흡이 짧으니까 중간에 그만두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래도 첫만남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내가 나이를 먹고 이미 굳은 살이 많아져 왠만한 자극엔 무덤덤해진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날카롭고 능청스러우며 사람을 몰아놓고 무심하게 돌아앉은 폼새는 여전하다,

하나하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자꾸 나를 대입해본다,

나라면,,,,

나라면 저 돈가방을 저렇게 허무하게 잃지는 않을텐데,,,,

두수는 너무나 위선적이고 두수의 처는 너무 현실적이다, 그 형 장수 부부는 말할것도 없고,,,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봐줄 수 있을까 윤리나 도덕은 개나 먹으라지..

두번째 남편은...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하고 멀리하는게 너무너무 공감이 갔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주위에서 자꾸 부추기고 나도 자신이 없다는게 너무너무 와닿았다. 이성으로는 아닐거라고 믿고 싶지만 자꾸 마음에서 밀어내는 그 무언가를 나도 안다.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럴 이유가 있었을꺼야 하지만 그도 사람인데.. 실수 할 수 있고 숨겨진 본능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것 믿어야하는데 믿지 못하는 그 마음이 가장 괴롭다.,

내가 믿을 수 없는데 자꾸 믿지 못하는 내가 나쁜사람이 되어버리는 거 같아서 그게 나쁜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말만 믿고 싶어지는....

그래도 믿지 못하고 어정쩡하니 믿는 척하는 것보다는 못믿겠어.. 하고 솔직해지는게 백번은 낫다,

 

"주단"의 주도 마찬가지다. 사실 주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다르다는 것 하나는 건강한데 하나는 약한것이 어째서 상대방 탓일까 그가 첨 생각한대로 하나님이 게을러서 혹은 딴데 정신을 팔아서 그렇게 된거 뿐이다,

아주 오래전에 아이를 유산한 후 의사가 말했다, 어짜피 살 수 없는 아이가 우연히 생겼을 뿐이라고 그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누구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죄의식을 가진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주의 부모역시 그럴 것이다,

단이는 그냥 아픈 아이였을 뿐인데.. 그를 둘러싼 누구나 원망을 할 수도 없고 위로 받을 수도 없이 죄책감에 들 뿐이다. 그래서 주는 순간순간 기억을 잃는다,

죄의식에서 혹은 도피에서

그래서 마지막 주의 기억이 너무나 눈물겹다,

뭔가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해내지 않았더라면 주는 얼마나 또 가슴을 치며 웅크리고 살았을까

 

"어디쯤" 과 '창"은 아픈 이야기다.

전작만한 아픔은 아니지만 많이 아프다.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곳을 헤매는 일

온통 유리로 둘러진 세상에서 숨을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왕따 계약직 여사원

그녀가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보인 여러 일탈에 속이 시원하다는 사실조차 슬프다.

언제나 쉽게 깨지면서 내 공간으로 누군가 침입하기도 쉽고 모든게 드러나 감출 수도 숨을 수도 없는 유리벽 유리문이 너무나 위험하고 두렵다,

 

첫사랑은 의외로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다.

한때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걸고 설레고 달콤했던 기억 하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서러움이 버무려지면서 그런게 첫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드러내지도 못하고 내 속은 모두 까맣게 타버리게 되는 일 하지만 그 미소하나에도 마음이 설레는 일... 사랑이라는게 지긋지긋할 수도 있지만 무서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속내는 말랑거린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작품집은 아프지는 않았다,

울컥하고 쓰라린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견딜만하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것이 왈칵 뒤집어지게 사람을 죄어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 아프고 힘들지면 견딜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서서히 달구어지는 곳이란 의미같기도 하다.

뒤집지 않으면 안될만큼 몰아치지도 않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기엔 뭔가 부족하고 서글픈 느낌이 드는 곳. 한두번 살만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팍팍한 현실에 납작 엎드리게 만들고 그 상황에 누구를 탓할 수 없이 나혼자 죄책감으로 더 웅크리게 하는 ...그래서 서서히 중독되어 마비시키는 곳이라서가 아닐까.

너무 비극적일까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게 마냥 좋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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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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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큰 아이랑 한판했다.

방학내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학원 두군데 숙제에 허덕거리고 틈만나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더는 못견뎠다.

오늘도 늦게 일어나 밥을 안먹겠다고 해도 놔뒀는데 일어나서 세수하하고 1시간이 지나도록 잠옷도 갈아입지 않고 불도 안켠 방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어 폭발해버렸다,

더는 못참겠다.

방학이니 학원 숙제하고 남은 시간에 책 좀 읽어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한달간 단 한권도 읽지 않은 거.

내내 숙제한다고 방안에 문닫고 틀어박히면서도 늘 보면 학원가기 직전까지 숙제에 허덕대고 짜증내는 거

동생이랑 싸우고 사소한것도 다 시켜먹는 게으름

어디 좀 나갈래도 그 나이 답게 어둠의 아우라를 팍팍 풍기면서 왠지 근접하지 못하게 하면서 막상 둘째랑만 이야기하면 혼자 내버려둔다고 또 화만 내는거..

나도 역기서 멈춰야 한다는 거 아는데,. 막 나가버렸다.

중학 3년 금방이다 좀 알아서 맡기면 알아서 해야하는 거 아니냐.. 도데체가 꼴을 볼 수가 없다.

나름 이성적으로 시작한 말은 감정이 앞서기 시작했고 여기서 멈춰라~ 하고 속으로 브레이크를 걸어보지만 입은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 칼날을 쏟아냈다.

결국 아이는 눈물을 보이고 소리치고 엄마는 맨날 엄마가 보는 것만 보고 엄마가 생각한 대로 결정하면서 나만 나쁘다고 한다고....

이런저럭 울음섞인 말끝에 아이가 말했다

" 나도 남보다 못하는 거 싫어. 나도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단말이야. "

쿵,,,,

 

"어떤 일로 인간이 상처를 입는지 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을 다잡으며 펼친 책에서 뜨아...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마 나도 무수한 말의 칼날로 아이에게 상처를 줬을 거다.

아이의 사소한 변명이나  대드는 소리에 나도 상처를 입었다.

내 상처에 놀라 나도 마구 칼을 휘둘런다는 자책감이 든다.

이미 쏟아진 물인데...

다행히 아이는 점심은 잘먹고 학원 다녀와서 다시 웃는 얼굴이다.

이때가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엄마는 아이를 다그치고 감정을 쏟아버리고 달래줄 방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데 아이는 속은 알 수 없지만 먼저 다가온다. 웃어주고 말해준다,

니가 낫구나..

 

이 책이 분명 육아서는 아닐진데,...

닛타형사와 야마기사 나오미같은 부모면 정말 아이를 잘 키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완벽한 호텔리어로 철저하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맞춰주고 배려하는 나오미와 사람의 선악을 뚫어보고 의심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닛타라면... 좋은 부모도 되지 않을까

나는 펼쳐진 책과 다른 엉뚱한 책을 읽는 중이다.

 

사건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 다양하고 별난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시선을 거두지 않는 두 사람에게 눈길이 갈 뿐이다. 이 두사람이면 아이가 열두명이래도 잘 키우겠구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과 함께

상대를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고 맞추어주는 나오미가 사람이 아닌거 같다.

더불이 이런 호텔리어가 있는 호텔이라면 아무리 비싸도 한번쯤은 묵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나도 내 아이를 고객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단기간 각각의 사정으로 호텔에 묶어가는 사람들처럼

단지 스무살 성인이 될때 까지 내게 묶어가는 고객같은  심정으로 대하면 나아지려나

초라하고 천박한 변두리 여인숙 주인같은 마인드가 아니라 칠성급 호텔의 호텔리어같은  마음으로 고객 모시듯  숙박비가 밀려도 닥달 하지 않고 샤워가운이 없어지더라도 매너있고 상대 기분 나쁘지 않게 해결해내는 그런 능력이 아이를 키우는데도 필요한게 아닌가 ...

어떤 육아서보다도 지침서보다도 내게 아프게 하고 미안하게 만든다.

이거 추리소설 맞어?

그리구 이거 리뷰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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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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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소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어딘가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무심해보이기도했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인 열네살 소년 그에게 무슨 일이있었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니 고작 열네살이던데.. 그 나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소년의 표정이 이다지도 복잡할까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

 

몰랐는데 로이스 로리는 청소년 문학에서 대단한 위치에 있는 작가였다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수상했고 그 이상의 청소년 소설을 쓰는 사람이 없다고들 하고 기억의 전달자나 그 여름의 끝.. 등등 대단한 작품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작가인가 싶었더니 그것도 아니다

37년생인 그녀는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고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구체적인 병명이 나오지 않지만 자폐아라고 추정되는 소년 제이콥은 말이 없고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특별한 교감을 가지는 소년이다.

모두가 제이콥이 조금 모자라고 정신지체라고 하지만 캐티는 개의치 않고 제이콥에게 다가가고 둘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제이콥은 캐티에게 아기고양이를 선물하고 캐티는 제이콥이 밤마다 집에 와서 말들을 돌보는 것을 모른 척해준다.

캐티네 집에서 일하는 제이콥의 작은 누나 페기 그리고 이웃집 비숍씨네에서 일하는 큰 누나 넬

출신이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어떤 갈등없이 함께 나누고 행복하다.

그러던 중 넬이 비숍씨네 집에서 나오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단정하고 따뜻하다. 1900년대 미국의 일상이 소소하게 묘사되면서 그 당시의 햇살이나  빗소리 그때의 공기까지도 손에 잡을 듯 묘사되어있다. 어떤 과장이나 감정의 과잉없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그 시대를 세세하게 묘사해나가면서 동시에 그 묘사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사건을 끌어가는 능력이 작가를 다시한번 대단하게 보게 해준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떨어지는 벼락같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벼락이 내려치기 전에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거나 어두워진 하늘이 암시하듯이 그 순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시간의 무게로 쌓이면서 다가온다.

케티의 인생을 변화시킨 그 날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그때 케티도 나이가 10살이 채 되지 않았고 그 소년 제이콥은 겨우 열네살이다 겨우...

그 소년에게도 그 소년의 누나들에게도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누군가를 해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도와주고 싶었고 위로해주고 싶었고 상처받았을 뿐인데 사건은 커져버렸다.

그리고 소년은 떠났고 시간이 흘러 소녀가 나이를 먹고 그때 부모만큼 세상을 경험한 이후 그 사건의 조각들이 맞추어 졌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아닌 비밀이 되어버렸다.

그때 내가 그 소년과 우정을 나눈일. 내가 좋아했던 페기와 매혹적인 넬의 인생까지 다시 보게 된건  나이가 든 한 참후의 일이 아니었을까

예전 흑백티비에서 보던 초원의 집을 보는 느낌도 들었고 (페기가 하는 가정일이나 집안 묘사같은 건) 어딘가 모르게 아버지와 케티의 관계는 "앵무새 죽이기"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자상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공평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존경하는 용기있는 어린 딸이 많이 닮았다.

이야기는 어쩌면 예상대로 흘렀던 거같다.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하면서도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런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케티가 넬과 폴의 관계가 이제 더이상 아름답지 않고 뭔가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느끼는 그 장면에서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불안했다.

행복은 왜 자꾸 불행이랑 겹쳐지는 건지..

왜 누군가의 행복이 미래에 대한 꿈과 욕심이 자꾸 불안해지는 건지.. 일상속에 숨어있는 작은 불안들 그리고 그 불안들이 서서히 균열내는 일상을 보면서 많이 아팠다.

그리고 책속에서 아버지와 농장일을 하고 동물을 돌보고 갓 태어난 고양이가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강물에 놓아버리는 일을 하던 소년 제이콥이 참 큰 소년같지만 그 소년은 고작 열네살이었다.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 열네살의 제이콥이 그렇게 그들의 일상에서 사라지고도 삶은 계속 지속되었고 모두 성인이 되고 삶을 꾸려나가고 나이를 먹었다. 한때 번개같은 충격을 받고도 모두들 담담하게 생을 지속하는데 그 소년만 여기 없다. 그래서 이제 할머니가 된 케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여기에 없는 열네살의 소년을 생각한다. 그의 일상은.. 왜 그렇게 되어버렸나...

표지 사진 속 소년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냥 무심하게 그렇게 서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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