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7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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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소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어딘가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무심해보이기도했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인 열네살 소년 그에게 무슨 일이있었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니 고작 열네살이던데.. 그 나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소년의 표정이 이다지도 복잡할까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

 

몰랐는데 로이스 로리는 청소년 문학에서 대단한 위치에 있는 작가였다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수상했고 그 이상의 청소년 소설을 쓰는 사람이 없다고들 하고 기억의 전달자나 그 여름의 끝.. 등등 대단한 작품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작가인가 싶었더니 그것도 아니다

37년생인 그녀는 지금 읽어도 공감이 가고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구체적인 병명이 나오지 않지만 자폐아라고 추정되는 소년 제이콥은 말이 없고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과 특별한 교감을 가지는 소년이다.

모두가 제이콥이 조금 모자라고 정신지체라고 하지만 캐티는 개의치 않고 제이콥에게 다가가고 둘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간다. 제이콥은 캐티에게 아기고양이를 선물하고 캐티는 제이콥이 밤마다 집에 와서 말들을 돌보는 것을 모른 척해준다.

캐티네 집에서 일하는 제이콥의 작은 누나 페기 그리고 이웃집 비숍씨네에서 일하는 큰 누나 넬

출신이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어떤 갈등없이 함께 나누고 행복하다.

그러던 중 넬이 비숍씨네 집에서 나오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단정하고 따뜻하다. 1900년대 미국의 일상이 소소하게 묘사되면서 그 당시의 햇살이나  빗소리 그때의 공기까지도 손에 잡을 듯 묘사되어있다. 어떤 과장이나 감정의 과잉없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그 시대를 세세하게 묘사해나가면서 동시에 그 묘사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사건을 끌어가는 능력이 작가를 다시한번 대단하게 보게 해준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떨어지는 벼락같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벼락이 내려치기 전에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거나 어두워진 하늘이 암시하듯이 그 순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시간의 무게로 쌓이면서 다가온다.

케티의 인생을 변화시킨 그 날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그때 케티도 나이가 10살이 채 되지 않았고 그 소년 제이콥은 겨우 열네살이다 겨우...

그 소년에게도 그 소년의 누나들에게도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누군가를 해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도와주고 싶었고 위로해주고 싶었고 상처받았을 뿐인데 사건은 커져버렸다.

그리고 소년은 떠났고 시간이 흘러 소녀가 나이를 먹고 그때 부모만큼 세상을 경험한 이후 그 사건의 조각들이 맞추어 졌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아닌 비밀이 되어버렸다.

그때 내가 그 소년과 우정을 나눈일. 내가 좋아했던 페기와 매혹적인 넬의 인생까지 다시 보게 된건  나이가 든 한 참후의 일이 아니었을까

예전 흑백티비에서 보던 초원의 집을 보는 느낌도 들었고 (페기가 하는 가정일이나 집안 묘사같은 건) 어딘가 모르게 아버지와 케티의 관계는 "앵무새 죽이기"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자상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공평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존경하는 용기있는 어린 딸이 많이 닮았다.

이야기는 어쩌면 예상대로 흘렀던 거같다.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하면서도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그런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케티가 넬과 폴의 관계가 이제 더이상 아름답지 않고 뭔가 불편하고 불안하다고 느끼는 그 장면에서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불안했다.

행복은 왜 자꾸 불행이랑 겹쳐지는 건지..

왜 누군가의 행복이 미래에 대한 꿈과 욕심이 자꾸 불안해지는 건지.. 일상속에 숨어있는 작은 불안들 그리고 그 불안들이 서서히 균열내는 일상을 보면서 많이 아팠다.

그리고 책속에서 아버지와 농장일을 하고 동물을 돌보고 갓 태어난 고양이가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강물에 놓아버리는 일을 하던 소년 제이콥이 참 큰 소년같지만 그 소년은 고작 열네살이었다.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 열네살의 제이콥이 그렇게 그들의 일상에서 사라지고도 삶은 계속 지속되었고 모두 성인이 되고 삶을 꾸려나가고 나이를 먹었다. 한때 번개같은 충격을 받고도 모두들 담담하게 생을 지속하는데 그 소년만 여기 없다. 그래서 이제 할머니가 된 케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여기에 없는 열네살의 소년을 생각한다. 그의 일상은.. 왜 그렇게 되어버렸나...

표지 사진 속 소년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냥 무심하게 그렇게 서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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