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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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생각해 봤습니다.

민주주의라든가 저항. 정의 투사. 시위. 희생자와 가해자. 인간본성의 사악함과 선함

국가란 무엇인가 사회는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

인간은 무엇인가...

기타 등등

관념적이고 이론적이며 모든 것을  뿌옇게만 보여주는 저 어휘들이.,갖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런 모든 의미와 정의들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

모든 것을 전해듣고  한단계 걸러서 보고 알게된 사람들

그럼에도 선량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왠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 그 자리에 있어서 그 것 만으로도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스스로를 몰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냥 책 장을 덮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에도 썼었는데 광주의 일은 내게 이야기로 왔습니다.

대학시절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5월 축제에 걸렸던 광주의 사진들이었고 설명이었습니다.

그건 적나라한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그냥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안다는 것만으로 넘어가버리는 것

알고 있으니까 마주 하고 싶지 않은 일로 그렇게 넘겨졌습니다.

모래시계를 방영하고  노골적인 영화 화려한 휴가를 상영할 때도 모른 척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영화 '스카우트'를 보았습니다,

거기엔 날 것인 채 익숙한 폭력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누구에게 하는지 전혀 모른 채 시키는대로 누군가를 몽둥이로 때리는 임창정을 보면서 그리고 광주에서 첫사랑을 만나 설레는 임창정을 보면서 처음 '그 곳'이 궁금해졌습니다,

이젠 무디어져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속 광주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원치 않게 휩쓸리고 기다리고 긴장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사람들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뭉뚱거려 말하는 사태니 운동이니 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사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동화책 "오월의 달리기'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은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몇번을 목이 메어 읽어 내리질 못했습니다.

그저 대표로 뽑혀서 달리는 것만 할 줄 알았던 그 소년들이 본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왜 그래야만 하는 지도 모른 채 여관에 숨죽여 있어야 하고 폭력을 목격하는 아이들이 눈물 났습니다.

그 때 그곳에는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영웅도 아니고 시민군도 아니고 투사도 아닙니다. 더우기 빨갱이거나 폭도도 더더구나 아니었지요.. 그런데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이야기의 힘이 이런거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하나 사람을 보여주는 것

그게 내게 오는 울림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계속 다음장을 넘기고 싶은데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한 장이 끝나면 오래오래 쉬어야했지만 그래도 책을 놓기는 싫었습니다.

동호 . 정대 .은숙 선주 정미...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고 살아온 이야기가 있고 기쁨과 슬픔 분노와 웃음이 있었습니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살아남아서 죄스럽고 그 과정이 수치스럽습니다.

 

눈이 더 나빠져 가까운 것도 흐릿하게 보이면 좋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흐릿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명천을 걷기전에 너는 눈을 감지 않는다. 피가 비칠 때까지 입술 안쪽을 악물며 천을 걷는다. 걷은 다음에도 천천히 다시 덮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 달아났을 거다.라고 이를 악물며 너는 생각한다. 그때 쓰러진 게 정대가 아니라 이 여자였다 해도 너는 달아낫을 거다. 형들이었다 해도 아버지였다 해도 엄마였다 해도 달아났을 거다.

체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손녀 따님인가요 묻지 않고 참을성있게 그의 말을 기다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쩍거리는 노인의 두눈을 너는 마주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어린새- 45

 

정대를 모른 척 한 것. 다시 다가가지 않은 것 혼자 겁에 질려 달아난 것

그것은 동호의 죄책감이고 수치였다

겨우 열다섯 소년이 총앞에서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연신 옆에서 피흘리며 쓰러지고 두들겨맞아 침을 흘리고 있는데 그 소년은 무얼 할 수 있었을까

그 소년이 달아나는 걸 손가락질하고 욕할 사람은 없는데 동호는 자꾸 부끄럽고 죄스럽다.

누가 소년에게 그런 짐을 지웠는가...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의 악몽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검은 숨-57 58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거칠게 꿰매어진 문장들 문단째로 검게 지워진 자리들 우연히 형상을 드러낸 단어들을 그녀는 생각한다. 당신을. 나는. 그것은. 아마도. 바로. 우리들의. 모든 것이. 당신은. 어째서/ 바라봅니다. 당신의 눈은.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그것은. 또릿이. 지금. 좀더 희미하게. 왜 당신은. 기억했습니까. 숯이 된 문장들과 문장들 사이에서 그녀는 숨을 몰아쉰다. 어떻게 분수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칼을 찬 장수의 검은 동상을 등지고 멈추지 않고 그녀는 걷는다. 목도리를 눈 밑까지 올리고는 숨을 쉴 수 없어 시큰거리는 붉은 광대를 드러낸 채 걷는다.

 

                                                                          79-80 

 

 

네가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꼿들 속에 눈속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꽃은 양초불꽃이..            

                                            -일곱개의 뺨- 102-103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것 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가속에서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움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쇠와 피-  134-135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그와 같은 인간이 내가 무엇을 대답해 줄 수 있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어색하고 옹졸한 침묵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너무나 무겁게 어깨를 눌렀습니다. 그저 헛되고 잡을 수 없는 막연한 무언가 이외 살아있고 숨쉬고 위로가 되는 생생한 언어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오래전 동호와 은숙이 조그만 소리로 나누던 대화를 당신은 기억한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그 여름으로 부터 이십여년이 흘렀다. 씨를 말려야 할 빨갱이 연놈들 그들이 욕설을 뱉으며 당신의 몸에 물을 끼얹던 순간을 등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가라 길은 끊어졌다. 학실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 밤의 눈동자 -      173 

 

 

그저 겨울이 지나간게 봄이 오드마는. 봄이 오면 늘 그랬드키 나는 다시 미치고 여름이먼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가을에 겨우 숨을 쉬었다이. 그러다 겨울에는 삭신이 얼었다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 다시 와도 땀이 안나도록 뼛속까지 심장까지 차가워졌다이.

                                                                    

                                       꽃핀 저쪽으로 - 190

 

나무그늘이 햇빛을 가리는 것을 너는 싫어했제 조그만것이 힘도 시고 고집도 시어서 함껏 내 손목을 밝은 쪽으로 끌었제 숱이 적은 가늘디가는 머리카락 속까장 땀이 나서 반짝반짝함스로 아픈 것맨이로 쌕쌕 숨을 모아쉽스로 엄마 저쪽으로 가아 엄마 저쪽을 가아 기왕이면 햇빛있는 데로 못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걸아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깜깜한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핀 쪽으로........

 

 

 

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허락이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눈덮힌 램프  211

 

책을 읽으며 너무 목이 꺼억거리셔 몇번을 덮었습니다.

다 읽고 왜 내가 울음이 터지려고 했는지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슬퍼서? 너무 마음 아파서? 소년이 애처롭고 사람들이 한없이 가엾어서?

아니었습니다.

내 울음은 수치심과 죄책감이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너무 미안해서..

여기 이시간 아무렇지도 않게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고 선물 꾸러미를 생각하고 내일 먹을 저녁찬거리를 생각하고 춥다고 느끼고 보일러를 올랄까 말까하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울었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광주를 알고 있고 용산을 알고 있고 가까이는 세월호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분노했고 슬퍼했고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하나도 없었고 한 일도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저 알고 있다고 믿은게 전부였습니다.

그건 내 손톱끝만큼도 되지 않았는데 그게 전부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뭉뚱거려진 시람들 시민들 하생들 세입자들

나는 그렇게 신문에 씌여진 전체로 사건을 보았고 알았습니다.

그 안에 동호 정대 은숙 선주 진수가 있다는 것

살아 숨쉬고 우리처럼 웃고 화내고 무섭고 겁이나서 도망가고 싶은 그러나 남을 수 밖에 없던 한조각 양심만을 믿고 살았던 사람이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역사책을 읽고 공부할 때 우리는 사건을 읽고 외웁니다.

연도를 외우고 사건의 시작과 중간 끝을 읽고 그 의미를 읽어보고 우리는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건 하나하나를 이루는 한명한명 사람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선택하고 눈을 감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역사가 될거라는 걸 몰랐습니다. 어떻게 기록될지 어떻게 기억될지를 인식하지 않고 무작정 살고 있는 중입니다.

나 하나쯤 몰라도. 지금은 그냥 지나쳐도.. 난 지금 바쁘니까.. 너무 아프고 힘드니까

그렇게 지나친 우리의 현재. 그리고 기록될 역사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늘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고  마음이 먹먹하고 그리고 잊혀졌습니다.

우리가 스치는 많은 일들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야했더군요.

사건의 발단과 전개와 결말 그 의의가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사람들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모욕받지도 말아야 합니다. 뭉뚱거려서 존재해서도 안됩니다.

아직도 많이 아프고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진행형이라서... 라는 걸

책장을 덮으면서 알았습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울었습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사람만 가지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감정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뻔뻔하고 무미건조한  감정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아프다는 걸 느끼고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하고 생각하면서 사람은 진화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인간적이고 스스로를 존엄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 죄책감과 수치심이 스스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강요될때 사람은 한없이 비참해져버립니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강요되어 나자신은 한없이 초라하고 의미없고  살과 피와 고름과 똥과 욕구만 가진 존재라는 걸 알아버려서 나오는 수치심은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모든 감정은 스스로 느낄 때 그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감정 .. 그건 더 이상 폭력입니다.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하고 아름답고 존귀하게 여기지 못하게하는 감정의 조작이 무섭다는 걸 책에서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고문과  폭력 폭언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지게 하는지 사람을 무너져내리게 하고 삶을 놓아버리게 한다는 걸 ... 다시 생각합니다.

 

'너'라는 이인칭 시점이 그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존중해주는구나를 알았습니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해보였는데 이 작품에서 '너'와 '당신' 은 그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만드네요..

 

이 책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 하나하나가 바로 거대한 사건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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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붕대 클럽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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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으로 그렇게 느꼈을 때처럼 나는 붕대를 감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까닭은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기서 상처를 받았다'라고 인식하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건 상처야'라고 인정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름이 생긴거야. 시오, 우울했던 일 납득이 안 갔던 일 못 참을 일이라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일들. 그 감정에 붕대를 감았더니 이름이 붙은 거야 '상처'라고 말야 상처받으면 아프고 누구나 침울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봤자 상처일 뿐이니까 치료하면 언젠가는 분명히 낫는 거잖아"   p 74

 

 

 

"난 그냥 알고 싶을 뿐이야, 다른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어떻게 느낄까. 그저 그것뿐이야. 근데 그냥 그런다니까 자꾸 혼을 내더라구, 아무것도 못 해. 힘들어하는 사람한테 난 아무것도 못 해주지. 하지만 알고 싶어. 흙탕물을 실제로 마셔보면 배탈이 나서 아. 이렇게 힘들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잖아. 마시기 전에 모르냐. 상상력이 없냐고들 하는데 그런 차원이 아니란 말이야. 나를 짧은 순간이나마 어떤 사람의 입장과 비슷한 위치에 둬보고 싶어 그 후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이해하기 전에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어. 알아서 뭐 할거냔 질문들을 자주 하는데 그건 안다는 행위까지 방해받는 느낌이 들어"   p 117

 

 

그 무렵 성적이 떨어지는 바람에 담임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망설이다가 집안에 일이 좀 생겨서요 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선ㅅ애님은 미세하지만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은 묻지도 않고 그렇구나 기운내라 라며 다른 서류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뭔가 해주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알아주기를 바랐을 뿐인데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노라고 만약 알아주었더라면 나는 가슴 한구석으로 도움을 받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한다는 이야기는 뉴스나 다른 매체를 통해 항상 접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려고 해왔다

알기만 해도 충분했는지도 모르겠다...... 알아둔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힘든 일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을 당했다면 게다가 도와 줄 수 없다고 외면까지 당한다면 나는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셰계의 어느 한 곳의 누군가는 알아준다 나의 아픔 나의 상처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적어도 내일을 살아 갈 수 있을 만큼 힘이 솟아나지 않을까.... 교만일지 몰라도 그렇게 느꼈다.

                                      p 119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한데 묶어버리는 건 상대방의 마음에 신경써주기가 귀찮거나 내키지 않는다는 정신적 태만에서 온다고 봐"

디노의 말은 부아가 치밀긴 해도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몇 번이나 그렇게 다른 아이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치부했을까.... 나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고 어짜피 남이 알아줄 리 가 없어 라고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던가..         P 128 

 

 

 

쿵 가슴을 치는 말이었다,

누구나 겪는 일이야. 대수롭지 않을 일로 혼자 호들갑 떨지마라

그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고 또 입으로 내뱉지는 않아도 대부분 타인의 고통을 대하며 떠로는 말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판단하고 가볍게 여기는 것

그건 또다른 상처가 된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지 말것 아프다고 엄살부리지 말것 담담하게 대할것

사소한 일은 툭툭 털어버리고 지나갈 것

그렇게 나 자신을 꽁꽁 묶어버렸고 타인을 보는 내 시선의 기준을 만들었다.

그래서 냉정하고  무심하고 소위 말하는 쿨한 인간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돌아보지 못한 내 속의 상처들은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 봉합만 되어있고 타인에게는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묘하게 재수가 없어"

"남한테는 관심도 없잖아"

 

최근 아이가 울면서 내뱉은 말들이었다.

쿵 하고 쳤지만 아무말도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나를 보고 알고 있었다.

남에게 관심두고 싶지 않다, 나한테도 관심을 꺼줬으면 좋겠어

옳은 말만 따박따박 할 줄 알았지 마음을 헤아리는 건 늘 샐프라고만 생각했다.

자기상처는 자기가 치유할것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구획을 그으며 살았던 거 같다.,

그러면서도 모순되게도 늘 누군가의 지지와 관심을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차라리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냥 덮어버리고 살겠다고 언제부터 생각했을까

상담공부를 하면서 들여다 본 나의 내면은 꼭꼭 문을 닫은 후 그 위에 야무지게 못질까지 해서 어떤 감정도 서투르게 불쑥 드러나지 않게 막아둔 것이었다.

상처도 아프다고 할 줄 몰랐고 그게 상처인지 몰랐다,

내가 그런 건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하고 무심하며 냉정하다는 거였다,

그게 나와 상관없는 타인이면 괜찮은데 내 아이일 경우는 심각했다,

그런 건 상처가 아니야. 징징 짜지 말랬지

너만 아픈게 아니야. 다들 마찬가진데 왜 별나게 구니?

아이들도 점점 무감해졌다.

나는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울 수 있고 화 낼 수 있고 아프다고 엄살부릴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나는 몰랐다,

그건 내 삶에서 금기되었던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또는 어떤 상황에서 불쑥 불쑥 울음이 터지려고할 때 누군가 엄격하고 무심하게 소리쳤다.

우는 거 아니야. 울지마..

그건 언제나 적절하게 들렸고 울음은 고통은 쑥 들어가서 나는 꼭 내 육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처럼 그 상황을 저 위에서 객관적으로 보면서 무심해져갔다,

난 그게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의연한 거라고만 믿었다,

그렇게 자잘한 생채기들은 무심히 방치되었고 나는 점점 딱딱한 어른이 되었고 주위에 그걸 요구했다,

아프다고 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정한 성숙이고  정직이고 용기임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어렴풋이 내가 틀렸구나 하고 느낀 지점에서 이 책을 만났다,

 

상처에 붕대를 감듯이 내가 상처받았던 그 장소에 붕대를 감는다..

유치하고 어이없는 발상이지만 그렇게 상처를 드러내고 정면으로 보면서 나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다른 사람을 공감해준다.

단순하고 유치한 그 행동이 위로가 된다는 게  놀랍고 따뜻했다.

 

붕대클럽의 멤버들은 자기도 모르는 많은 상처들을 붕대감기라는 행위를 통해 알게 된다,

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상처가 되었고 내가 화가 나고 슬프고 무섭고 마주하기 싫었던 일들과 장소들이 나의 상처였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꺠닫는다

세상에는 하찮은 상처는 없다.

누구의 상처든 다 귀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내가 하찮은 일때문이 끙끙대고 아팠듯이  상대도 무의미한 무언가로 아프고 힘들것이다,

그 상처를 함께 만져주고 인식하고 마주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회복이 시작되는 거라는 것

어린 친구들이 사랑스럽고 멋지다.

 

 

늘 침침하고 우울하면서 아픈 단면을 눈앞에 내보이는 작가가 내놓은 가볍지만 따뜻한 이야기

무심코 흘리고 넘어갔던 곳에서 뜻밖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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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싱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2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갑자기 베스트목록에 올랐다.

신간인가 했다, 그것도 아니다.

도서정가제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목록에서 사라졌으니까..

 

납치 감금 그리고 엄청난 음모(라고 하기엔 너무 엄청난 사실)

그 모든 것을 겪은 여자 애니가 심리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은 애니는 정상일 수 없다.

다시 새 삶을 시작하라고 다 잊어야 한다고 하는 말들 조차 달콤한 칼날이다.

애니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며 정면에서 직시한다.

이야기는 애니의 납치와 감금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어느 순간 그 사건보다는 현실로 이야기를 돌린다. 왜 그럴까? 아직 사건이 끝이 난것도 아닌데.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건은 지난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진행중인 현재이기 때문이다.

 

애니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아빠와 언니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가 그만 교통사고로 죽어벼렸다,.

그런데 그때 애니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아빠가 들렀던 것이었다.

그건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고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이 되었다.

그리고 꼭꼭 감추었지만 언제나 불쑥 애니에게 죄책감을 들쑤신다.

애니를 감금하고 폭행한 그 사이코도 아픔이 있다.

친모에게 버림받고 계모는 그를 이용하고 유린했다,

세상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을 표현 할 줄 모르는 남자는 사이코가 되고 정신이상자가 되어 남들을 괴롭히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다.

 

애니의 엄마 로레인 역시 아픈 사람이다.

경쟁심이 심한 자매지간의 이간질 사건 무책임한 부모의 방치 그리고 엉뚱한 사랑

나약하고 소심한 로레인은 막상 일은 벌려도 수습할 수 없는 무책임한 인간이다.

 

사람은 아픔을 가진다

그건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별안간 불쑥 내 속을 쑤시고 들어온다.

그리고 나를 죄책감에 수치심에 분노에  빠뜨린다.

그건 내 삶을 지배하고 내 행동과 사고를 지배한다. 나만 모른다

그리고 나와 관계맺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가장 약한 사람 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내가 나를 아는 것 내 아픔을 약함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나의 약점을 고치진 못해도 알고 있다면 조심할 수 있다.그리고 누군가에게 전수하지 않도록 노력은 할 것이다.

이 책은... "내"가 "나"를 제데로 안다는 것 나를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생각케핸다.

로레인이 자기를 좀 더 사랑하고 강했더라면

그 사이코가 사랑받는 법을 알았더라면

애니의 죄책감이 조금 덜어졌더라면....

 

사족..

소설이어서일까

서구에서의 폭행과 강간 피해자는 그래도 죄인처럼 살지 않은 모양이다.

이미 더렵혀진 망가진 여자라는 손가락질과 두번째 버려짐이 우리 사회보다 적을까

문득문득 보이는 그런 면이 부럽다.

 

마무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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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착한 아이란다"

"넌 소중한 존재야"

"너 자체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고 귀한 사람이란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할 수 있다.

일시적인 칭찬이나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정말 사랑과 관심을 담아서 서툴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정확하게 잡아낸다.

말에 관심에 굶주린 아이는 그 얇디얇은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버린다.

내가 정말 착한아이인지.. 내가 정말 소중한 존재인지를

말의 미묘한 차이에서도 알고 말없는 행동과 눈빛 그리고 숨쉬는 호흡안에서도 알아버린다.

아이는 온몸으로 그걸 아는 것이다.

피부 아래 하나하나의 세포가 에민하게 촉수를 세우면서 내가 사랑을 받는것인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알아버린다.

그 아이에게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너는 착한아이야" 하는 한마디는 다른 무엇보다 큰 힘이된다.

어쩌면 말하는 사람은 오래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어느순간 내가 진심으로 했던 한마디가 누군가의 세상을 바꾸었다.

관심은 작은 씨앗이 커다란 꽃을 피울 수 있다.

 

 

영화 카트를 보면  갑자기 착한 아이가 되어서 슬픈 아이가 나온다.

꾸진 핸드폰을 사달라고 조르고 수학여행을 가겠다고 알바를 하며 엄마를 원망하던 아이가 어느 계기로 착하고 속 깊은 아이가 된다.

원래 막나가던 아들이 아니었고 착한 아들이었지마는 서서히 철이 드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철이 들고 책임을 짊어지는 아들은 슬펐다.

누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착한 아이가 그 착하다는 말 한마디를 들으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한번도...

착한 아이, 의젓한 아이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이가 얼른 자라서 부모속을 이해하고 알아서 자기 일을 잘 하고 성숙한 한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이다운 게 좋다는 걸 머리로 알면서 심정으로는 속깊고 의젓한 남의 아이가 부러웠다.

아이가 얼른 자라서 얼른 신체로 이차 성징이 나타나고  아들이면 목젓이 튀어나오고 변성기가 오고 여자아이면 생리가 시작하고 신체가 발달하고 가임기간을 가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오래오래 미루다 그런 변화가 나타나길 바라고 아이가 학년이 하나하나 올라가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그 아이의 심성은 마음은 얼른 자라기를 바란다.

 

 

착한 아이라는 말에 목마른 아이는 슬프다.

착한 아이라는 틀에 매여 있는 아이도 슬프다.

착하다는 말.. 그 말은 정말 착하고 아무 죄가 없는데  그말때문에

아이는 상처받기도 하고  제 나이에 맞지 않은 무게를 짊어져야한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라서도  그 갈증을 채우질 못하고 무게를 내려놓지 못한다.

착한 아이 착한 어른...

그들이 그냥 사전적 의미 그대로 순수한 착함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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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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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하는 가위바위보는 누가 이기고 질지를 궁금해하며 불안하고 설렌다.

내가 이길지 질지를 내가 결정할 수 없다. 상대가 무엇을 내는지는 언제나 비밀이니까

어른들의 가위바위보는 승패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나의 선택이 승리도 패배도 무승부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더 두렵다.

나는 이기고 싶을까 지고 싶을까

아이는 선택할 수 없어 안달하지만ㅣ저

어른이 되면 내가 선택해야한다는 사실이 커다란 딜레마일 때도 있다.

 

   전 가위를 내겠습니다 꼭 가위를 낼 거예요.

  

  그녀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다.

  남자는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찰나의 시간에 생각은 깊어진다.

 

사랑과 연애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질척이고 지저분하고 난잡하기도 하며 지우고 싶은 수치일 때도 있다.

그래도 불을 끄지말고 맨 얼굴을 마주 보자

그게 사랑이란다...

그래도 간절히 배꼽아래가 간질거리며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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