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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왜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고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책읽기를 하기를 바라며 모든 연령대에는 꼭 읽어야 한다는 필독서라는 게 있고 매체마다 각자의 베스트셀러 혹은 올해의 책등등의 목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기 책읽기에 빠진 또 한명의 독자가 생겼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그녀가 영국의 여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녀는 우리와 같은 평민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책 읽기에 대한 책이다,
왜 책을 읽는지,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되는지 책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를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조금은 어이없고 난해한 영국유머도 있고 생각해 볼 거리도 있다,
찾아보니 많은 알라디너들이 이 책을 좋아했다.
누구나 인용하는 구절
영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이 길잡이가 되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p 28
사실 브리핑은 독서와는 정반대지, 브리핑은 간단하고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요점만 추린 것이야. 반면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 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브리핑은 대상을 축소시켜 가두지만 독서는 대상을 활짝 열어놓지. p 29
노먼은 그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깨달음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었다. 물론 그 즐거움의 일부는 깨달음에서 온다는 것을 노먼도 알고 있었지만 의무는 그 안에 없었다,
그러나 여왕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즐거움이란 늘 의무 다음이었다,
책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p 39
책을 읽고 마음에 든 작가가 생겼는데 그 작가가 쓴 책이 그 한권만 있는게 아니라 알고 보니 적어도 열권은 넘게 있는 거예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p79
책읽기는 세상을 넓혀지구 나를 더 넒은 세상을 이끈다. 세상을 확대하고 대상을 광범위하게 펼쳐놓으며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책일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유혹이고 매혹이다.
책읽기는 누구든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고 시간 보내기이고 오락이고 연구이고 학습이기도 하다,
여왕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만나고 또다른 세상의 문을 열었다. 그 과정속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왕은 점점 넓어지고 확장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여왕은 닫힌 문앞에 놓여있었다., 이것만이 전부일까? 과연 읽는 것이 전부일까
여왕은 이제 쓰기로 넘어가기로 한다,
쓴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고 읽는다는 행위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다,
여왕은 이제 읽는다는 단순하고 소극적인 행위에서 쓴다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로 넘어간다. 책읽기의 확장이다. 그것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책은 마무리가 된다,'
읽기가 개인적이라면 쓰기는 사회적인 일이다.
이제 여왕의 삶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 개개인의 책읽기는 어떤 것일까
조금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책읽기는 도피였다,
현실에서의 도피였고 내 앞에 놓인 문제에서의 도피였고 나자신으로 부터의 도피였다,
책속에는 무궁무진한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그건 나를 쉽게 중독되게 하고 마취시켯고 현실의 문제를 잊게 한다.
양귀자의"모순'을 보면 주인공 진진의 엄마는 무슨 일이 닥치면 일단 책을 읽었다.배움이 짧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가족을 먹이는 억척스러운 캐릭터였던 그 여자는 일본관광객을 상대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일본어 책을 보았고 폭력으로 감옥에 간 아들을 위해 우선 한 것이 볍률책들을 사들이는 것이었고 암에 걸려 돌아온 남편을 두고 맨 먼저 식이요법이나 병에 대한 책들을 꾸역꾸역 읽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책읽기가 생활이 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문제를 앞두고 결정을 앞두고 그리고 난관을 앞에 두고 책을 모았고 읽었고 꾸역꾸역 읽었을 뿐이다. 그 책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녀에게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 그저 몸으로 부딪치고 겪어내면서 실패하고 속아넘어가고 뒤통수를 맞으며 일을 해결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책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혹 그녀는 책속에 길이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게 아닐까 순진할 만큼....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무슨 문제에 부딪칠 때 책을 읽었다., 그녀와 다른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도피를 위한 책읽기였다는 것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몹시도 부족한 나는 책에게 위로를 얻고 평화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무시무시하고 오싹한 추리물을 읽으면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내 속의 악마를 다스릴 수 있었고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면서 조금 차갑고 냉소적으로 나를 무장했다. 성장소설을 읽으며 아직도 나는 더 자랄 여지가 있다고 믿고 싶었고 나도 바뀔 수 있을거라고 꿈꾸기도 했지만 늘 현실앞에서는 쑥맥이고 비겁했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책은 내게 위안인 동시에 위험한 도피였다,
적어도 나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을 주면서 그만큼의 현실을 잊게 하는 마약과도 같았던 그런 때도 있었다. 내앞의 문제들을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책속으로 도망가고 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고 좋아했던 나는 그저 책을 많이 읽었던 어른이 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세상을 향해 외쳤던 것처럼 책이 사람을 만들고 인재를 만드는 건 아닌 모양이다,
책읽기는 그저 책읽기일 뿐일 때도 있다,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위안과 깨달음으로 맺음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아차렸다,
책을 읽는 것은 움츠려드는 일입니다.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시려면 추구하는 게 조금 덜......이기적이셔야 합니다. p 35
내 아이가 책을 읽기 원한다, 많은 책을 읽고 똑똑해지고 성적이 좋아지고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가고... 그리고 나중에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말하는 나를 꿈꾼다,
그냥 책만 읽었을 뿐인데... 책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저렇게 성공했네요,...
그러나.,,
세상에 관심이 많고 친구가 좋고 사람과 직접 부딪치기를 좋아하고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세상엔 저렇게 궁금한게 많고 알고 싶은 게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책에 정신을 빼앗길ㅐ 수 없다 물론 책도 재미있고 즐거운 세상이지만 이 우주는 책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내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친구가 많고 해야할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이 책읽기보다 무의미하고 가치가 없다고 어떻게 말 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친구도 없고 재미있는 걸 세상에서 찾지 맛한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는 책으로 들어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내 부모는 자랑스러워하고 무언가 기대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부끄럽고 수줍고 자신이 없어서 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그런 사람을 한명 더 알고 있다,
여왕은 매력적이지만 외로운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입헌군주제가 되어 나라를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의전과 보여주는 게 전부인게 왕실이다. 나름 바쁘긴 하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내가 없다고 왕실이 잘못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왕이어서 누구와도 쉽게 마음을 열수 없고 누구도 내게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떼 여왕은 책을 만났고 노먼을 만났다. 그리고 그 속으로 아무런 주저없이 빠져들었다.
책은 여왕에게 위로였고 쉼터였고 친구였을 것이다.,
한때 그리고 지금 내가 그렇듯이...(물론 나는 여왕과는 비교 할 수 없지만...)
책은 여왕을 그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길로 이끌었고 즐거움을 주었고 때때로 현실을 잊게 하고 현실에 조급증을 내게 하고 무의미하게 느끼게도 했을 것이다,
당연히 주위사람은 대공을 제외하고는 여왕의 책읽기가 못마땅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여왕이 내가 알던 그 여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 그건 주위사람에겐 두렵기도 하지 않았을까
나를 안다는 것이 나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때때로 불편하기도 하다,
그건 주위사람처럼 여왕도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변해버렸고 이젠 예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
새로운 것 낯선 것은 언제나 불편하고 피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을 마주해야 내가 보이고 내가 확장되는 것이다, 여왕은 그것을 영리하게도 알아냈고 그리고 세상을 넓히기도 했다,'다행히도 여왕은 책속에 도망간 인물이 아니었고 다시 책 밖으로 나와 나를 보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읽기가 진정한 읽기의 완성이 아닐까
위로받고 때떄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읽기에서 시작된다,
읽고 알고 깨닫고 그리고 행동하는것
그렇게 독서는 완성이 된다,
책읽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사람은 여왕보다는 노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현재 책읽기 열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 바로 노먼이 아닐까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노력한다,'
노먼은 주방 보조라는 하찮은 일을 가지고 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것으로 여왕과 알게 되고 여왕에게 책을 골라주는 역활로 승격된다.
주위의 질시에도 굴하지 않는다., 기회는 만들어지고 노력하는 자는 그 기회를 잡는다,
노먼은 여왕과 친해지고 함께 책을 읽고 점점 중요한 위치에 오른다, 여왕에게 책을 골라주며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삼아 이겨낸다
질투를 받고 궁에서는 나가게 되지만 결국 대학을 진학하고 그곳에서 자기의 능력을 펼치고 인정받는다,
책을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 성적이 올라간다. 좋은 대학에 간다, 좋은 직업을 갖는다. 존경받게 된다.
학습지가 독서논술 수업이 지향하는 책읽기의 전형이 노먼이라고 하면 조금 억지가 될까
유쾌하고 발랄한 노먼에게는 자기의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책읽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성공의 사다리로 가는 필독서와 교양서가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가?
여왕의 책읽기를 들여다 보면서 노먼의 책읽기는 어떻게 노먼을 변화시켰는지도 살짝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여전히 나는 책을 읽고 사고 모은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고 혼자 탄식하고 어처구니 없게 여기면서도 쉬지 않고 읽어 치우고 꾸역꾸역 모으고 있다,
내게 책읽기는 어떤 의미일까
아직도 도피이기도 하지만 이젠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그게 뭔지는 나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에 축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