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니 나는 그동안 독후감을 써왔구나..

뭐 서평이라고 쓴건 아니니까 하고 스스로를 위로도 해본다,

알라딘 서재에는 리뷰가 있는 거지 서평이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왜 책을 읽을까?

내성적인 아이는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편하다,

야매로 검사한 애니어그램의 5번 유형은 사교성이 없다, (절대 사회성이 없는게 아니다)

자기 원칙에 엄격하고 감정적인 발산을 자제하며 머리를 쓰는 일을 좋아한다,

머리를 쓴다고 머리가 좋다거나 공부를 잘한다고 바로 연관시키면 곤란하다,

그냥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하느라 행동이 굼뜨고 쉽게 지쳐버린다

내성적이고 생각이 많은 아이가 남의 눈에 띄지 않고 부모에게 야단맞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일이다,

책은 내가 말을 걸 때만 나에게 다가온다,

먼저 다가와 나를 당황시키지 않는다,

책은 내파 펼쳐 들어야 비로소 나에게 집중해주지만 필요이상 친근하게 굴거나 귀찮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거나 침묵할 뿐이고 나에게 질문하지도 않는다,

책은 가장 좋은 도피처이고 가장  행복한 해방구이다,

책은 그렇게 내게 왔다,

 

책을 읽는다는 건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 멀어지게도 만든다,

잘난척 하느라 책만 보고 사람은 무시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잘나서 책만 보는 사람이 끔찍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누구보다 내가 잘나지 않은 걸 내가 가장 잘 알고 그렇게 말한 당사자도 내가 잘나서 책이나 들여다 보는게 아니라는 걸 안다, 그냥 감정적으로 뱉은 말일 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외롭지 않고 책을 읽는 동안은 행복하고 책을 읽는 동안은 의미가 있었다,

친구들과의 수다가 싫지는 않았지만 말을 많이 하고 듣고 온 날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고 지쳤다, 그저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채울때 느끼는 만족감이 변태처럼 좋았다,

읽거나 읽지 않거나 가방에 책이 없으면 불안했다,

한권만으로 불안한 적도 있어서 차려입은 것과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가방으로 비스듬한 어깨짓을 한 채 외출하기도 하고 공부시간에 심지어 업무시간에도 틈틈히 책을 보는게 좋았다,

뭐 그래서 대단한 무언가가 된 것도 아니다,

그냥 많이 읽었던 아이가 많이 읽는 어른이 된 것 뿐이다,

 

지금 나는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책 대신 친구랑 노는게 더 좋고 친구랑 떠드는게 더 좋다면 그걸 해도 된다도 생각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빠져서 하루종일 그 오빠만 생각하고  정보를 모으고 정리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이 도피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예전 내가 책으로 도망갔듯이 아이가 무언가로 도망치기 위해 열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요샌 너무 안읽어서 다시 걱정이 시작되었지만)

책읽기 = 지식이라는 공식은 믿지 않는다,

오히려 책많이 읽어서 대가리만 기괴하게 커진 괴물보다는

읽지 않아도 원칙을 알고 도리를 아는 게 더 낫다고 믿는다,

 

나는 왜 읽을까

내게 독서는 도피처였다,

현실을 잊고 싶을 때 너무 힘들고 불안할때 내 앞에 쌓인 숙제가 너무 많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며칠을 계속 책만 보고 싶다,

책만 보고 또 보다가 어느 순간 기록을 남긴다,

셔평이란건 생각치도 않았다,

그냥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내 감정 내 성찰 정도였다고 할까

책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게 고작이었다,

남들의 서재를 보면서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현실을 보는  글들을 좋아했지만

막상 나는 나에게로 향하는 길 이외에는 알지 못했다,

쓸 수 없었다,

어쩌면 아직 내 속엔 내가 꽉 들어차서 다른 곳으로 눈돌릴 여유가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많이 읽어도 결국 머리만 커지고 아무것도 아닌 어른인 나는

그렇게 아직도 나에게만 매달리고 있는 중이다,

 

나는 왜 읽을까

적어도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을 만났다,

아픈 사람 악한 사람 대책없는 사람 어이없는 사람 순한 사람 악만 남은 사람  후회하는 사람 불안한 사람 흔들리는 사람 심지가 굳은 사람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

나처럼 대책없이 비관적인 사람,,,,

조금씩 만남을 넓혀가면서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생각과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

어떤 것도 옳고 그름으로 나뉠 수 없다는 걸 배운다,

누구나 옳고 누구나 귀하다,

제각각이 이름을 가지고 살아온 시간을 가지고 그만큼의 관계들을 가지고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 그들 누구도 뭉뚱거린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타인을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걸 공감이라고해도 될까

죽었다 깨어나도 그 입장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부류도 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도 삶이 있고 생활이 있다는 걸 알아주고 쓰담쓰담해주는 것을 배운다,

책속의 누구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책속의 누군가를 닮은  내 곁의 누군가를 본다,

이 사람은 그때 그 이야기속의 누군가를 닮았구나

진짜 이런 유형도 있구나 ...

나는 거꾸로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역시 나는 서평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7-02-07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제가 쓴 글인양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푸른희망 2017-02-07 16:50   좋아요 0 | URL
여기 서재엔 서로 닮은 부분을 가진 분들이 많을거같아요. 그 중 님이 공감해주셔서 너무 좋네요~~^^

아무개 2017-02-07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좋아요 열번 누르고 갑니다 *^^*

푸른희망 2017-02-07 16: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님도 은근 소심하신가요?^^

cyrus 2017-02-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는 목적이 개개인마다 다르더라도 저는 리뷰, 서평, 독후감을 단순하게 같은 의미로 보고 싶습니다. 세 가지 용어를 비교하면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릅니다. 굳이 용어의 정의를 통일하면서까지 리뷰는 어떻고, 독후감은 이런 글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푸른희망 2017-02-07 16:53   좋아요 0 | URL
사실 책을 읽으며 사이러스님의 리뷰가 떠올랐어요 딱 서평이라고 할만한.....님의 리뷰를 보면 제 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책이 끌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