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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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휴가를 떠날 때 어떤 책을 넣어갈까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의 출판 소식을 들었다. 적당한 분량의 적당한 스타일의 책! 독서일기, 지금은 독서일기가 아니지만, 도 여행지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9월에 예비군 훈련갈때도 2010년 빌린책/산책/버린책을 훈련 가방에 넣어 갔네.  

저번 책을 읽으면서는 독서일기라는 형식을 버리고, 그러니까 '일기'라는 꼬리표를 떼고 독서와 독후감으로 책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는데, 이번 책을 보니 전에 비해서 훨씬 더 짜임새가 있다. 저자의 독서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선정도서들의 변화, 그리고 독서일기라는 사적인 독서 방식에서 일기를 버린 공적인 독서로의 변화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매년 어딘가로 떠날 때 마다 가방안에 넣는 책이 된 걸 보니 저자의 독후감을 읽는 것이 연중행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번에도 여전히, 그의 정치적인 견해와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덧붙여 작가 황석영에 대한 비난까지 그의 날카로운 비판이 눈에 띠지만 저번 책처럼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기술하고 있지는 않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변화로 보인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책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본문 중에도 그런 오해가 있었던 경우에 대해서 해명을 해 놓은 부분을 읽었던 것같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리고 가장 관심있게 읽은 것은 박근형의 희곡집에 대한 평이었다. 박근형이 연출한 연극을 세편, <청춘예찬>, <대대손손>, <물 속에서 숨쉬는 자 하나 없다>,을 보았고 그의 희곡집을 샀지만 꼼꼼히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언젠가 시간을 내서 꼼꼼히 읽어봐야 겠다. 역시 비판 보다는 칭찬이 고래 뿐아니라 독자를 춤추게 아니 움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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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더숲 2011-11-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 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4418315&orderClick=LAG 관심 있게 한 번 살펴봐주세요!^^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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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사람들에게 <공중곡예사>를 추천해주고 나서 들었던 말중에 하나는 '너무 길다' 였다. 너무 길다? 사실 절대적인 분량으로 보면 그리 긴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보다 긴 소설이 얼마나 많은가! '길다'라는 표현을 좀 다른 말로 하면, '지루하다'는 것이고 지루하다는 것은 군더더기가 많다는 뜻이다. 십여년전에는 주위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수업 때문에 다시 읽어보니 그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그 사람들 말마따나 좀 '길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수인 사부를 만나 비장의 권법을 배운다. 권법을 배우는 데에 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밥하고, 밥먹고-제자가 밥먹을 때 방해하는 사부는 꼭 등장한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물길어오고 등등등. 비장의 권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훈련이란게 맨날 그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이 모든 자질구레한 가사업무(?)에 익숙해질 즈음에 사부의 경쟁자가 등장한다. 사부는 경쟁자와 결투 중에 죽고, 제자는 겨우 목숨을 건진다. 절치부심한 주인공은 사부를 죽인 원수와 운명의 한 판 승부를 벌인다. 현란한 손놀림, 발놀림, 드디어 필, 살, 기. 모두 다 알다시피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하늘로 붕 떠올라 공중에서 한 합을 겨룬 후에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먼저 주인공이 털썩 무릎을 꿇는다. 원수의 얼굴이 천천히 클로스 업 된다. 그가 씨익 웃는데.....헉, 입에서, 피가! 그리고 반대편의 주인공이 서서히 힘겹게 일어난다. 주인공이 승리한 것이다. 

월트가 공중부양술을 터득하여 공연을 하고, 사부를 죽인 외삼촌 슬림에게 복수하는 순간까지 만을 놓고 보면, <공중곡예사>는 어렸을 적 숱하게 봐왔던 중국 무협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는 듯 하다. 근데, 슬림은 죽었는데, 원수를 갚았는데, 끝날 때가 됐는데, 이 소설은 그 곳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월트는 슬림이 속했던 조직의 보스 밑으로 들어가고, '미스터 버티고'라는 술집을 차리고, 야구 선수 디지를 협박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결혼하고, 늙고, 폐인이 되고...... 모든 무협 영화가 끝난 지점에서 이 소설은 다시 시작한다. 마치 무협영화의 지루한 후일담을 읽는 듯한 기분이다. 원수를 갚은 주인공은 하산하여 술집을 차리고, 속 깊은 옆집 아가씨와 결혼하고, 그들을 쏙 빼닮은 애들을 낳고, 아이들과 손자들과 함께 늙어가고...... 하지만 이런 후일담을 구구절절 얘기해주는 무협영화는 없다. 어떤 무협영화도 주인공이 원수를 갚은 후에 어떤 삶을 살다가 죽었는지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다. 왜냐고?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주위사람들이 이 소설이 지루하다고 한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익히 알고 있던 무협 이야기의 종착역에서 다시 출발하는,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공중부양술의 영웅 월트의, 험난하면서도 초라한 인생후반부가 너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하지만 이 소설의 지지부진해 보이는 보너스 트랙(?) 덕택에 <공중곡예사>는 '원더보이' 월트의 모험담이 아닌 '인간' 월트의 성장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로 변모한다. 아마도 작가가 이런 '변모'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소설의 결말에서 알려준, 비범한 일들 속에 존재하는 평범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 다른 소설 속에서 폴오스터가 보여줬던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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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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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일때문에 삿뽀로에 갔다. 여행이 뭐 별거냐?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화낼 사람도 있겠지만,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고, 자는 것. 그러니까 낯선 것을 먹고, 낯선 것을 마시고, 낯선 곳을 돌아다니고, 낯선 곳에서 자는 것, 이것이 어딘가를 여행한다는 것의 의미가 아닐까?  덧붙여 말이 된다면 낯선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일본사람들도 한국과 비슷한 것을 먹고, 마신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건가? 굳이 기억해내기 어려운 음식들을 끄집어 낼 필요도 없다. 경양식집-어렸을 적에는 이런 간판이 붙은 음식점들이 많았는데, 대체 경영식이라는 것이 뭘까? 그럼 중양식도 있나?-에서 먹었던 카레라이스, 돈까스가 실제로는 일본음식이라는 것이다, 양식이 아니라!  그리고 추정이긴 하지만 경양식이라는 용어가 아마도 일본식 용어일 가능성이 많다.   

좀 다르게 얘기하자면, 카레라이스가 인도의 카레스와는 다른 음식이고, 돈까스가 서양의 포크커틀렛과는 다른 음식이라는 것이다. 비록 서양에 기원을 둔 요리(?)들이지만 과거 어느 시점엔가부터는 일본화되어버린, 그래서 지금은 인도음식점이나 양식당에서 보다는 일식집에서 훨씬 더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화된 대표적인 서양음식, 카레라이스, 고로케, 돈가스,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도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에 육식에 대한 금기를 깨면서 개발한 돈가스의 탄생 배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음식과 역사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조리법 대한 내용도 꽤 자세하게 나온다.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은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꽤 흥미있는 내용이다. 일본 밀과 서양 밀의 차이, 왜 소고기나 닭고기 아니라 돼지고기여야 했나? 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더더욱 흥미로운 읽을 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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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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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작가들의 신간을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하일지, 김영하, 폴오스터, 그리고 김애란! 앞서 세명과 분명히 나이나 연륜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최근에 김애란도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 목록에 올려놓았다. 두 권의 단편집 이후에 나온 첫 장편이라...... '첫'이라는 말은 뭔가 설레게 하면서 동시에 불안하게 만드는 수식어다.  

김애란의 장점은 많다. 어조는 유쾌하고 문장은 발랄하며 이야기들은 신선하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성격이 유쾌하고 발랄하고 신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점은 구질구질하고 빤한 현실 속에서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문장들을 찾아 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가장 부러워 하는 그녀의 재능이다. 어떻게 저 문장이 저 허름한 그림 속에 숨어있는 지 알았을까?  

이 소설이 세간에 화제인가 보다. 물론 나 역시도 거의 쉬지 않고 죽 읽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그녀의 장점, 아니 그녀의 성격과 혼동했던 '유쾌', '발랄', '신선'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장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살의 소년이 갖고 있는 유쾌함, 소년의 부모들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발랄함. 이소설을 읽고나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느 평론가가 지적한 것처럼 이 소설을 받치고 있는 리얼리티의 근거들이 좀 위태롭기 때문이다. 80세의 몸을 지녔지만 열일곱 살의 주인공이 갖는 지나친 어른스러움, 조로증을 둔 부모들과 동네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철없음. 덧붙여 이 소설의 인물들은, 특히 어른들의 성격은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옆집 할아버지가 아버지고 아버지가 어머니고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같다, 단지 이름만 다를뿐. 이렇게 보니 이 소설의 장점들은 고스란히 이 소설의 리얼리티를 위태롭게 만드는 단점들이다. 더욱 문제는 이 위태로움이 이 소설의 뛰어난 가독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서 위태로운데, 그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니 원......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작가가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장편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리얼리티고, 이 단어 속에는 현실감있는 인물들의 성격, 이야기의 개연성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엄마와 아빠와 언니와 나'의 공간, 그러니까 집과 방과 사무실로 부터 벗어나야 할 것 같다.  

그녀의 다음 장편이 기다려진다.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하고 현실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추신: 작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캐리>의 주인공 캐리도, <에쿠우스>의 알런 스트랑도 모두 열일곱살이다. 아름이와 나이가 같다, 물론 만나이로 따지면 그들이 두 살정도 많겠지만. 왜 모두 열일곱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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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박태균 지음 / 책과함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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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문학, 질병을 엮어서 글을 쓸 때 도움이 될까 해서 사게 된 책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학사에서 관심이 있는 시기는 1960년대이다. 아마도 대학생때 선배들이 권해준 책들이, 그러니까 새내기때 읽기 시작했던 책들이, 대부분 이 시기의 작가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승옥, 최인훈, 이청준, 서정인, 등등등.  

굳이 문학이 아니더라도 한국전쟁, 그러니까 6.25사변,은 한국사회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8 15 광복 이후 한반도에서 있었던 사건 중에서 한국전쟁보다도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을까? 하지만 의외로 한국전쟁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굉장히 편협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니 내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의 관한 모든 지식은 국정교과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한문장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남침인가? 북침인가? 남침유도인가?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의도를 분석하고, 남한과 북한이 놓여있는 컨텍스트를 파악한다. 아니면 이런 질문도 있을 수 있다. 왜 1949년이나 1951년이 아닌 왜 1950년인가? 왜 5월이나 7월이 아닌 6월인가?  

저자의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내가 한국전쟁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실들이 극히 지엽적이고 파편화된 것 조각들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조각들 조차도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이다. 믿음의 근거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후반부의 전쟁으로 인한 비극들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인용된 박완서의 소설은 부적절했다. 왜냐하면 소설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다듬어지고 짜여진 픽션보다는 좀 거칠더라도 논픽션이 자료로서는 더 나았을 것 같다. 두번째는 이 책이 전체적으로 주려는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의도했던 것이 세계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전쟁으로서의 한국전쟁이라는 '담론'이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느낀 것은 뭔가 확실한 증거들이 부족한 한국전쟁이라는 '풍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나면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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