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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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작가들의 신간을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하일지, 김영하, 폴오스터, 그리고 김애란! 앞서 세명과 분명히 나이나 연륜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최근에 김애란도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 목록에 올려놓았다. 두 권의 단편집 이후에 나온 첫 장편이라...... '첫'이라는 말은 뭔가 설레게 하면서 동시에 불안하게 만드는 수식어다.  

김애란의 장점은 많다. 어조는 유쾌하고 문장은 발랄하며 이야기들은 신선하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성격이 유쾌하고 발랄하고 신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점은 구질구질하고 빤한 현실 속에서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문장들을 찾아 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가장 부러워 하는 그녀의 재능이다. 어떻게 저 문장이 저 허름한 그림 속에 숨어있는 지 알았을까?  

이 소설이 세간에 화제인가 보다. 물론 나 역시도 거의 쉬지 않고 죽 읽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그녀의 장점, 아니 그녀의 성격과 혼동했던 '유쾌', '발랄', '신선'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장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살의 소년이 갖고 있는 유쾌함, 소년의 부모들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발랄함. 이소설을 읽고나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느 평론가가 지적한 것처럼 이 소설을 받치고 있는 리얼리티의 근거들이 좀 위태롭기 때문이다. 80세의 몸을 지녔지만 열일곱 살의 주인공이 갖는 지나친 어른스러움, 조로증을 둔 부모들과 동네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철없음. 덧붙여 이 소설의 인물들은, 특히 어른들의 성격은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옆집 할아버지가 아버지고 아버지가 어머니고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같다, 단지 이름만 다를뿐. 이렇게 보니 이 소설의 장점들은 고스란히 이 소설의 리얼리티를 위태롭게 만드는 단점들이다. 더욱 문제는 이 위태로움이 이 소설의 뛰어난 가독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이서 위태로운데, 그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니 원......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작가가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장편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리얼리티고, 이 단어 속에는 현실감있는 인물들의 성격, 이야기의 개연성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엄마와 아빠와 언니와 나'의 공간, 그러니까 집과 방과 사무실로 부터 벗어나야 할 것 같다.  

그녀의 다음 장편이 기다려진다.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하고 현실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추신: 작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캐리>의 주인공 캐리도, <에쿠우스>의 알런 스트랑도 모두 열일곱살이다. 아름이와 나이가 같다, 물론 만나이로 따지면 그들이 두 살정도 많겠지만. 왜 모두 열일곱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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