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평전
송우혜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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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 근거도 없이 이 책의 주장을 모두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동주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이육사의 이미지를 윤동주에게 덮어씌우려는 여러가지 시도들이다. 이것은 윤동주의 생애와 그의 작품, 모두에 대해서 마찬가지인데 이는 결국 윤동주라는 인간 자신이나 시를 읽는 일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송우혜의 <윤동주 평전>을 읽어도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아무리 적극적인 독립운동가로서의 윤동주를 부각시키려 해도 이것이 그리 설득력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그의 시를 아무리 읽어봐도 항일 투사로서의 이미지는  없다. 정말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를 찾으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그의 시를 읽는 것은 혼란스럽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지극히 평범한 문학청년마저도 끔찍하게 죽어버렸던 폭력적인 시대, 난 윤동주 시인의 죽음의 의미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윤동주 시인의 연희전문 한참 후배인 이한열의 죽음이 민주화 투사의 죽음으로서의 의미보다 무고한 젊은이의 죽음으로서의 의미가 훨씬 큰 것처럼. 그것이 그 시대의 폭력성을 훨씬 더 잘 드러낸다. 그리고 그래야만 그의 시를 읽는 것이 정확해지고 편안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저자의 의도는 실패한 것이다. 난 저자의 의견에 별로 동의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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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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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의 가장 중심에 있는 이야기는 '배 한척에 남겨진 호랑이와 나'에 관한 것이다. 우선 책장을 넘기지 않고 상상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상상을 해본다. 물론 이미 여기저기 입소문을 들었을 것이며, 어딘가에 있는 책의 줄거리를 당신은 이미 읽었을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책을 읽는 재미를 빼앗아 가기만 할 뿐.   

책표지의 그림이 너무 평화로워서인지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상상한 것은, 나는 이미 인터넷과 입소문과 기타 등등의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호랑이와 인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뻔한 스토리라인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읽어봤다니 속는셈 치고 한 번 읽어보자라는 것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라면 동기였다.

이 소설은 크게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파이의 가족들이 캐나다로 가는 배를 타기 전의 이야기이다. 이슬람교도이면서 기독교인이면서 불교도이면서 힌두교도인 파이의 엽기적인 범신론적인 신앙관과 이를 설득하려는 각 종파간의 경쟁(?)이 재미있다. 소설을 막 읽고나서는 첫번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두번째는 '호랑이와 나'가 살아남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중심이라는 것은 앞에서도 얘기하였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내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우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절대 절명의 순간을 보내는 파이의 믿기 힘든 생존기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세번째 이야기는 살아남은 파이를 취재하러 온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파이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책을 끝까지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소설이고 그만큼 이야기가 참신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몇가지 의문이 남았다. 소설가가 자신이 서술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 소설 속의 인물들을 주인공을 통해서 비판하는 이유가 뭘까? 소설이라는 것이 어차피 허구이고 그걸 믿고 안 믿고는 독자의 몫이다. 그런데 굳이 소설의 지면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을 '진심으로' 믿어달라는 얘긴가?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하고 나서야 굳이 세번째 이야기를 넣은 의미를 알게 되었다. 결론은 이 소설이 '희망'에 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적인 믿음이건, 생존에 관한 믿음이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에 관한 믿음이건 간에 상관없이.

믿음이 없다는 것, 그건 곧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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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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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얇다는 것.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읽기 딱 좋은 분량이다. 출퇴근 거리가 한 시간 내외라면 2-3일 정도 출퇴근을 하면 끝까지 읽을 수 있다. 2-3일 출퇴근만 했을 뿐인데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두번째는 저자의 주장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나  실현 불가능한, 하나마나한 글쓰기 이론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혀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글쓰기는 스포츠다. 이백자 원고지 1장은 1킬로미터에 해당한다. 글쓰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원고지 10장 정도의 글을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3가지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등등등.

저자가 주장하는 것의 가장 큰 특징은 숫자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제시하는 숫자가 과학적인 근거는 비록 없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두껍기만 하고 읽어봤자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는 글쓰기 책들이 많은 것을 생각한다면 저자의 똑부러진 주장은 고맙기까지 하다.

이 책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고 따라서 한국어를 쓰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물가로 데려가주는 책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 누구도 물을 먹여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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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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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갖는 의미는 결국 '나,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워낙에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살인을 해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좀 거친 단정이긴 하지만 모든 추리소설은 살인을 해석하는 것이면서 역으로 살인을 해석하는 소설은 모두 추리소설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이 소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기를 시도한다. 이 지점이 이 소설이 기존의 추리소설과 달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단순한 해석이 아닌 정신분석, 프로이드와 융을 포함한 그의 제자들이 뉴욕을 방문하는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이 갖는 심리학적인 의미와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프로이드 식 분석에 몰두한다.

소설의 중반까지는 이러한 정신분석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한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들과 해석하려는 이들, 용의자들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동시에 프로이드 파의 내부분열과 불협화음도 동시에 진행된다. 독자로서 궁금한 것은 이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면서 끝을 맺느냐이다. 물론 각각의 이야기들도 흥미있다. 크게 보면 세가지 이야기가 소설 속에 나타난다. 첫번째는 범인을 잡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죽을 뻔했던 소녀의 정신분석에 관한 이야기이고, 세번째는 프로이드 파의 내부적인 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세가지 이야기들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면서 각각의 이야기와 관련된 인물들도 눈덩이 처럼 늘어나게 된다.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것, 이 소설의 단점을 하나 꼽으라면 이 점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인물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추리소설로서의 이야기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된다. 아무리 인물이 많아도 하나의 이야기로서 연결이 되면 인물의 숫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다. 정신분석을 곁들인 살인에 대한 참신한 '해석'과 '햄릿'에 대한 프로이드의 신선한 '해석'이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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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페이버 백, 저렴한 가격. 절반의 Mr. Know 세계문학을 읽은 중에 좋았던 책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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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시대
보리슬라프 페키치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7,800원 → 7,02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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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서를 패러디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2월
7,800원 → 7,02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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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가 뭐냐고? 조르바에게 물어봐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8월
7,800원 → 7,02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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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년을 단위로 한 통큰 농담
소설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7,800원 → 7,02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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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은? 답.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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