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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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갖는 의미는 결국 '나,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워낙에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살인을 해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좀 거친 단정이긴 하지만 모든 추리소설은 살인을 해석하는 것이면서 역으로 살인을 해석하는 소설은 모두 추리소설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이 소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기를 시도한다. 이 지점이 이 소설이 기존의 추리소설과 달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단순한 해석이 아닌 정신분석, 프로이드와 융을 포함한 그의 제자들이 뉴욕을 방문하는 시기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이 갖는 심리학적인 의미와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프로이드 식 분석에 몰두한다.

소설의 중반까지는 이러한 정신분석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한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들과 해석하려는 이들, 용의자들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진행되고 동시에 프로이드 파의 내부분열과 불협화음도 동시에 진행된다. 독자로서 궁금한 것은 이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되면서 끝을 맺느냐이다. 물론 각각의 이야기들도 흥미있다. 크게 보면 세가지 이야기가 소설 속에 나타난다. 첫번째는 범인을 잡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죽을 뻔했던 소녀의 정신분석에 관한 이야기이고, 세번째는 프로이드 파의 내부적인 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세가지 이야기들이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면서 각각의 이야기와 관련된 인물들도 눈덩이 처럼 늘어나게 된다.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것, 이 소설의 단점을 하나 꼽으라면 이 점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인물이 너무 많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추리소설로서의 이야기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된다. 아무리 인물이 많아도 하나의 이야기로서 연결이 되면 인물의 숫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다. 정신분석을 곁들인 살인에 대한 참신한 '해석'과 '햄릿'에 대한 프로이드의 신선한 '해석'이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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