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교육에 미치는 놀라운 효과
앤 뱀포드 지음, 백령 옮김 / 한길아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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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제목이 풍기는 것처럼, 이 책은 예술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산이라고 하면 좀 과장이지만 예상한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근거제시와 논리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다. 책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지 세계 각국에서 모은 자료와 저자의 딱딱한 코멘트 뿐이다.

산뜻하고 예쁜 책 표지와 달리 책 내용은 딱딱하고 지루하다. 이야기라든지, 논리라든지 하는 독자가 집중해서 따라갈만한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술 교육의 현황이라는 것이 한국의 독자인 내게 쉽게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받은 예술교육? 초중고등학교 음악 미술 시간에 배운 것을 얘기하는 건가? 물론 그것도 예술교육이긴 하겠지만......  저자의 무미건조한 설명도 이 책을 지루하고 딱딱하게 만드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한다.

책이 그리 두껍지 않음에도 거의 육개월 넘게 읽었다 멈췄다를 반복했던 것이 모두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의미있게 읽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술을 교육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예술을 교육에 이용하려는 사람들, 책속의 말로 바꾸면, 예술 안의 교육과 예술을 통한 교육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물론 이 책이 예술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첵적인 방법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나는 그런 책인줄 알고 샀지만.

이 책이 정말 도움을 주는 부분은 그런 교육방법이나 세세한 항목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예술교육을 하는 근본적인 취지, 교육방법의 원칙들, 어떤 구성원들로 팀을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책이라는 것이 늘 즐겁고 신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마치 논문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지만 그 정도의 지루함을 참을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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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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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뭔가 적당한 교재가 없을까 하던 중에 알라딘 광고를 보고 선택한 책이다. 소설이나 시를 쓰는 방법 뿐만아니라 '그냥 글'-그냥 글이라는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을 쓰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나선 책들도 무지하게 많다. 그동안 글쓰기 관련 책들을 꽤 읽어봤음에도 여전히 생소한 책들이 많고 그 생소한 책들을 구경하는 중에도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끊임없이 출판된다. 전에는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한국 저자가 쓴 걸 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것 저것 읽다 보니 그게 꼭 좋은 글쓰기 책을 고르는 기준은 아닌 것 같다. 요즘에는 글쓰기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의 저자들이 쓴 것이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진실'을 가르쳐 줄 거라고 믿는 편이다. 아직도 글쓰기에 내가 모르는, 하지만 그들은 아는 '보편적인 진실'이 있을 거라 믿고 있나보다. 아니 확실히 믿고 있다. 하긴 비슷비슷한 주제를 다룬, 고만고만한 책들을 사는 이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늘 이런게 자리잡고 있다, '뭔가 있겠지' 하는 심리.

짜잔! 30년 동안 100만명이 읽은 글쓰기의 고전. 하지만 이 광고 문구가 꼭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몇백만이 읽은 고전이라든가, 몇 십년 동안 몇백만부가 팔렸다는 광고들로 무장한 책치고 좋은 책은 드물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거처럼. 적절한 비유가 될른지 모르지만, 유명 대학교수들이 신입생들이 읽어보면 좋다고 추천한, 수많은 인류가 몇 백년 혹은 천 년동안 읽어온 고전이라고 제시한 책 중에 신나고 재미있는 책이 드문 것과도 같은 이치인것 같다. 대부분 지루하고 무지하게 길다. 그 책중에 한권을 운좋게 일년 만에 읽고나도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안든다. 왜냐하면 너무 오랫동안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시 읽기에는 끔찍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읽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든 생각인데, 결국 끝까지 읽어 본 사람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래서 당연히 잘 모르기 때문에, 좋은 책이겠거니, 하고 생각해서 추천도서로 정해진 것이 아닐까. 좋다! 이참에 '좋은 책은 지루하고 읽기 힘든 책이다'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해보자. 좋은 책이라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속담에도 나와 있듯이 양약은 입에 쓰고 독약이 입에 단 것처럼, 또는 충언은 귀에 거슬리고 간언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처럼, 좋은 것이라는 것은 뭔가 쓰고 괴로운 것과 연관되어 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약이 쓰고 거슬리는 것과 책이 지루한 것은 무슨 상관? 책이 아무리 마음의 양식이라지만 독자들이 그걸 실제로 먹는 것은 아니므로 (일종의 기우!) 마음의 양식이 쓰기 위한 조건은, 다시 말해서 마음의 양식이 진정한 양약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독서의 괴로움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양약, 아니 양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고전이나 추천도서가 지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증명하느라 글이 길어졌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절대로 고전이 될 수 없다. (이건 이 책을 칭찬하는 말일까?)  나라면 이 책의 광고를 이렇게 바꾸고 싶다. 짜잔, 30년동안 100만명의 독자가 그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은 책!  저자는 간결하고 담백한 어조와 단순한 논리로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한 수 가르쳐준다. 지루할 틈이 없다. 너무 간결하고 단순해서 읽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글쓰기에 관한 거룩한 진실이나 형이상학을 원하는 사람들은 너무 싱거운 소리를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추천도서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일종의 금단증상이라고나 할까, 적당한 양의 추천도서를 읽어야만 좋아지는. 이 책의 매력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논리에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24쪽)' ,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3쪽)', 

'글은 써야 는다. 그거야 당연한데, 이 말이 당연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48쪽)'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자는 짧고 단순하게 가르쳐 준다. 마치 단순하지 않은 것은 진리가 아니라는 듯  그의 목소리에는 늘 단순함이 갖는 힘이 있다. 그의 말처럼 그가 오백번 맹장수술, 정확히 말하면 충수돌기염, 을 수술한 외과의사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그가 책 속에서 한 말 중에서 가장 멋진 말은 아마도 이 말일 것이다.

'글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18쪽)'

늘 단순한 걸 잊어 버린다. 오래 간만에 자기 자신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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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의학의 탄생 - 의학적 시선의 고고학 이매진 컨텍스트 11
미셸 푸코 지음, 홍성민 옮김 / 이매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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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의학과 문학을 연결시켜 글을 써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이다. 어떤 이름을 붙어야 적당할지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의료인문학(?) 분야에서 유명한 책을 몇 권  꼽으라면 아마도  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과 수잔 손택이 쓴 '은유로서의 질병'정도의 책들이 그 속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미덕은의미가 너무나 분명한 제목에 있다. 제목만 보면 딱 의학사 책이 아닌가! 푸코가 쓴 의학사라니! 철학서적 답지 않게 제목이 풍기는 너무나 분명한 의미와는 달리 책의 내용은 굉장히 어려운 편이다. 물론 단순한 의학사 책이 아니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가장 읽히지 않은 베스트셀러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갖고 있는 것 처럼 이 책 역시 의사들에게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제목만 알지 내용은 잘 모르는, 또는 책은 끝까지 읽었으나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를 알 수 없는 책들 말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아마도 모든 이들이 비슷하겠지만, 일반적인 의학사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는 가벼운 예상이었다. 이 때 언뜻 드는 의문은 의학사에 관한  책은 무지하게 많은데 굳이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뭘까라는 것이었다, 이 책이 유명한 것은 많은 종류의 의학중에서도 '임상의학'의 역사를 다뤘기 때문에 특별한가 보다라는 섣부른 짐작과 함께. 프네우마의 존재를 믿었던 갈레노스부터 베살리우스가 인체해부학 도감을 낸 1543년 직전까지 존재했던 의학은 형이상학적인 개념만이 존재하는 의학이었다. 갈레노스의 전통은 베살리우스가 실제 사람 시체를 해부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갈레노스의 것이 '형이상학적 의학'이라면 베살리우수는 '실증의학'이라고나 할까. 결론적으로 보면 베살리우스가 시작한 의학의 르네상스는 윌리엄 하비라는 생리학자에 의해서 완성된다. 이것이 17세기까지 서양의학분야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람의 몸안을 들여다보고 확인을 하였으나 17세기인들, 물론 18세기 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들이 본 것은 죽은 자들의 것이었다. 죽어 있는 것에서 발견한 것을 곧바로 산자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베살리우스나 하비 역시 그들의 혁명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전통적인, 황당하고 비과학적이고 주술적인 치료들을 여전히 많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푸코가 다루고 있는 의학은 18세기 부터이다. 물론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프랑스 의학이지만 세계 의학사의 흐름과 그닥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죽음으로부터 관찰한 것을 생명의 활동에 적용시키는 것, 생명의 활동에 적용시키는 것은 곧 질병을 이해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이다.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프랑스 임상의학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 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가 추적하고 있는 것은 의학과 권력의 관계이기도 하고 의학내부에서 변화하는 철학적 시선, 이걸 에피스테메라고 해야하나?, 이기도 하다. '분류하기' 의학에서 출발한 의학은 전염병의 시대와 혁명의 시대를 거쳐서 국가 권력과 연결되고 의료는 더이상 순순한 시혜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기능을 갖게 된다. 의과대학과 왕립의학협회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이 정도까지가 내가 이해한 이 책의 의미이다. 딴 얘기지만. 한국에 도입된 서양의학의 경우도 프랑스 의학과 비슷한 과정을 밟았으리라. 비록 이백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겠지만. 전염병을 통제하고 위생관념이 도입되는 것이 근대화이며 세계화였던 20세기 초의 조선을 생각하면 이 둘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것이 그리 억지는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말: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역자의 후기가 책을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또는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역자의 후기(해설에 가까운)를 읽고 나서 본문을 읽는 것이 훨씬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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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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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선배들로 부터 이런 말을 듣지 않고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 있을까. 아니,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이런 말은 너무나 자주 들었던 말들 중에 하나다.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삼촌이나 심지어 서너살 차이밖에 안나는 형한테 조차도. 여기다가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런 말을 들으면서, 또는 이런 말을 고깝게 느끼면서 "나는 나중에 저런 말하는 '꼰대'가 되지 말하야지"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사십이라는 나이가 가까워 지면서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한 십년쯤 되는 후배들을 볼 때 드물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더 들면 좀 더 자주하겠지?

이 책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증명'이다. 지금의 이십대가 지금의 사십대가 겪었던 취업난보다 훨씬 더한 것을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십대의 '죽는소리'가 결코 '괜한' 앓는 시늉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면서 동시에 '우리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핀잔에 대한 나름대로의 긴, 경제학적인 변명이다.  아니, '변명'이라기 보다는 '증명'에 훨씬 더 가깝고 그보다는 '호소'에 더더욱 가깝다.

이 책은 이십대들의 미래에 대한 경제학적인 관점의 묵시록이자,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묵시록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책이 좀 끔찍해졌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러저러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물론 그것이 쉽게 고쳐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쨌든 알고 있으면 알고 있는 바를 천천히 행하면 된다. 그러면 절망의 묵시록이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예언서가 될 지 누가 알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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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씽킹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 해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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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병상 이상의 대규모 병원들이 난립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 한 명의 의사는 더욱 작아보인다. CT나 MRI가 구시대의 장비로 여겨질 정도로 무수히 많은 첨단 장비들이 등장하면서 의사가 환자에게 시행하는 문진과 이학적 검사는 더욱 초라해 보인다. 영상의학의 검사기구들이 보여주는 2차원, 3차원의 화려한 영상들 속에서, 또는 현란하고 확실한 이미지를 보는 것만이 진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들이 당연시 되면서 의사의 추론과 가정, 그리고 기다림의 전략- 이를 의사들은 관찰(observation)이라고 한다- 은 점점 더 불확실하고 믿을 수 없는 진단도구 인 것처럼 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의학의 모습이다.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검사들-뱃속 태아의 표정도 보인다는 3차원 초음파와 같은- 과 확실한 약- 이를 테면 모든 균을 죽일 수 있다는 강력한 항생제- 과 덧붙여 되도록이면 이 모든 것들을 조금이라도 큰 병원에서 받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환자들의 심리이다. 사실 이런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마세요"정도의 캠페인 정도로는 불가능하다.그렇다고  현 의료제도에서 "절대 그렇게 하지마!"라고 윽박지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유럽 선진국들의 불편한 국가 주도형 의료제도들을 보라. 예를들면 네덜란드는 18세까지 모든 의료비가 무료이지만- 세금을 잘내는 외국인도 자국민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해열제 하나 처방 받으려고 해도 자신의 집과 연결된 가정의를 받드시 통해야만 한다. 물론 대개의 경우 가정의는 집에서 물 많이 마시고 좀 기다려 보라는 쪽으로 치료원칙을 세운다. 혹 자신의 병원에 오라는 얘기를 들어도 반드시 예약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럼 미국은? 미국이야 유럽과 달리 무지무지하게 비싼 의료비가 불편한 제도가 환자들의 무제한적인 접근을 막고 있을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느 의사신문사의 편집자의 말을 빌자면, 의학은 과학(science)이지만 의료는 문화(culture)란다. 세계화의 시대에 이도 저도 아닌 어쩡쩡한-환자들은 불편하고 성의없다고 싫어하고 의사들은 돈 안된다고 싫어하는-의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서로가 이 제도를 왜 싫어하는지 -의사가 환자에게 또는 환자가 의사에게- 또는 왜 싫은 제도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이것은 정부와 얘기해야할 부분인 것 같네-에 대해서 좀 더 차분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좀 약한 시작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룬 많은 책들은 여전히 고리타분한 자기 변명이나 성급한 비약과 일반화, 뻔한 이야기의 반복으로 독자들을  피곤하게만 할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의사들은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모든 답은 환자에게 있으며 늘 인간적으로 환자를 대하고 냉철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사는 이것을 도와주는 보조도구일 뿐이라는 뻔한 말과 함께. 이런 말은 마치 교과서만 공부하고 일등한 수많은 일등들의 인터뷰처럼 공허하다. 이 책은 이러한 공허하고 고리타분한 진실을 반복해서 설파한다. 그리고 종교와 질병의 치유에 관한 구태의연한 진술을 반복하기도 한다. 저자가 기독교인 인 것같다. 그래서 책이 좀 '빤'해보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판단을 내릴 때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에 대한 언급, 각 부분의 의사들-일차진료의, 응급의학과, 종양학과, 영상의학과-이 겪는 고충에 대한 상세한 기술, 의사들은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가에 대한 설명등은 이 책을 꽤 읽을 만한 것으로 만든다. 특히 제약회사나 의료기구 사들과 의사들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꽤 솔직한 언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세가지이다. 하나는 모든 의사들은 오진을 한다는 것이다. 그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 조차도. 두번째는 첨단 장비와 치료법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반드시 '해석'과 '선택'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의료계 역시 '돈'과 '정치'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제약회사는 의사들을 도와 의술의 발전을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의사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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