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의학의 탄생 - 의학적 시선의 고고학 이매진 컨텍스트 11
미셸 푸코 지음, 홍성민 옮김 / 이매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의학과 문학을 연결시켜 글을 써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이다. 어떤 이름을 붙어야 적당할지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의료인문학(?) 분야에서 유명한 책을 몇 권  꼽으라면 아마도  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과 수잔 손택이 쓴 '은유로서의 질병'정도의 책들이 그 속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미덕은의미가 너무나 분명한 제목에 있다. 제목만 보면 딱 의학사 책이 아닌가! 푸코가 쓴 의학사라니! 철학서적 답지 않게 제목이 풍기는 너무나 분명한 의미와는 달리 책의 내용은 굉장히 어려운 편이다. 물론 단순한 의학사 책이 아니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가장 읽히지 않은 베스트셀러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갖고 있는 것 처럼 이 책 역시 의사들에게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제목만 알지 내용은 잘 모르는, 또는 책은 끝까지 읽었으나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를 알 수 없는 책들 말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아마도 모든 이들이 비슷하겠지만, 일반적인 의학사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는 가벼운 예상이었다. 이 때 언뜻 드는 의문은 의학사에 관한  책은 무지하게 많은데 굳이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뭘까라는 것이었다, 이 책이 유명한 것은 많은 종류의 의학중에서도 '임상의학'의 역사를 다뤘기 때문에 특별한가 보다라는 섣부른 짐작과 함께. 프네우마의 존재를 믿었던 갈레노스부터 베살리우스가 인체해부학 도감을 낸 1543년 직전까지 존재했던 의학은 형이상학적인 개념만이 존재하는 의학이었다. 갈레노스의 전통은 베살리우스가 실제 사람 시체를 해부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갈레노스의 것이 '형이상학적 의학'이라면 베살리우수는 '실증의학'이라고나 할까. 결론적으로 보면 베살리우스가 시작한 의학의 르네상스는 윌리엄 하비라는 생리학자에 의해서 완성된다. 이것이 17세기까지 서양의학분야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람의 몸안을 들여다보고 확인을 하였으나 17세기인들, 물론 18세기 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들이 본 것은 죽은 자들의 것이었다. 죽어 있는 것에서 발견한 것을 곧바로 산자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베살리우스나 하비 역시 그들의 혁명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전통적인, 황당하고 비과학적이고 주술적인 치료들을 여전히 많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푸코가 다루고 있는 의학은 18세기 부터이다. 물론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프랑스 의학이지만 세계 의학사의 흐름과 그닥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죽음으로부터 관찰한 것을 생명의 활동에 적용시키는 것, 생명의 활동에 적용시키는 것은 곧 질병을 이해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이다.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프랑스 임상의학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 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가 추적하고 있는 것은 의학과 권력의 관계이기도 하고 의학내부에서 변화하는 철학적 시선, 이걸 에피스테메라고 해야하나?, 이기도 하다. '분류하기' 의학에서 출발한 의학은 전염병의 시대와 혁명의 시대를 거쳐서 국가 권력과 연결되고 의료는 더이상 순순한 시혜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기능을 갖게 된다. 의과대학과 왕립의학협회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이 정도까지가 내가 이해한 이 책의 의미이다. 딴 얘기지만. 한국에 도입된 서양의학의 경우도 프랑스 의학과 비슷한 과정을 밟았으리라. 비록 이백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겠지만. 전염병을 통제하고 위생관념이 도입되는 것이 근대화이며 세계화였던 20세기 초의 조선을 생각하면 이 둘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것이 그리 억지는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말: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역자의 후기가 책을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또는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역자의 후기(해설에 가까운)를 읽고 나서 본문을 읽는 것이 훨씬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