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씽킹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 해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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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병상 이상의 대규모 병원들이 난립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 한 명의 의사는 더욱 작아보인다. CT나 MRI가 구시대의 장비로 여겨질 정도로 무수히 많은 첨단 장비들이 등장하면서 의사가 환자에게 시행하는 문진과 이학적 검사는 더욱 초라해 보인다. 영상의학의 검사기구들이 보여주는 2차원, 3차원의 화려한 영상들 속에서, 또는 현란하고 확실한 이미지를 보는 것만이 진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들이 당연시 되면서 의사의 추론과 가정, 그리고 기다림의 전략- 이를 의사들은 관찰(observation)이라고 한다- 은 점점 더 불확실하고 믿을 수 없는 진단도구 인 것처럼 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의학의 모습이다.

좀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검사들-뱃속 태아의 표정도 보인다는 3차원 초음파와 같은- 과 확실한 약- 이를 테면 모든 균을 죽일 수 있다는 강력한 항생제- 과 덧붙여 되도록이면 이 모든 것들을 조금이라도 큰 병원에서 받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환자들의 심리이다. 사실 이런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마세요"정도의 캠페인 정도로는 불가능하다.그렇다고  현 의료제도에서 "절대 그렇게 하지마!"라고 윽박지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유럽 선진국들의 불편한 국가 주도형 의료제도들을 보라. 예를들면 네덜란드는 18세까지 모든 의료비가 무료이지만- 세금을 잘내는 외국인도 자국민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해열제 하나 처방 받으려고 해도 자신의 집과 연결된 가정의를 받드시 통해야만 한다. 물론 대개의 경우 가정의는 집에서 물 많이 마시고 좀 기다려 보라는 쪽으로 치료원칙을 세운다. 혹 자신의 병원에 오라는 얘기를 들어도 반드시 예약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럼 미국은? 미국이야 유럽과 달리 무지무지하게 비싼 의료비가 불편한 제도가 환자들의 무제한적인 접근을 막고 있을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느 의사신문사의 편집자의 말을 빌자면, 의학은 과학(science)이지만 의료는 문화(culture)란다. 세계화의 시대에 이도 저도 아닌 어쩡쩡한-환자들은 불편하고 성의없다고 싫어하고 의사들은 돈 안된다고 싫어하는-의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서로가 이 제도를 왜 싫어하는지 -의사가 환자에게 또는 환자가 의사에게- 또는 왜 싫은 제도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이것은 정부와 얘기해야할 부분인 것 같네-에 대해서 좀 더 차분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좀 약한 시작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룬 많은 책들은 여전히 고리타분한 자기 변명이나 성급한 비약과 일반화, 뻔한 이야기의 반복으로 독자들을  피곤하게만 할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의사들은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모든 답은 환자에게 있으며 늘 인간적으로 환자를 대하고 냉철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사는 이것을 도와주는 보조도구일 뿐이라는 뻔한 말과 함께. 이런 말은 마치 교과서만 공부하고 일등한 수많은 일등들의 인터뷰처럼 공허하다. 이 책은 이러한 공허하고 고리타분한 진실을 반복해서 설파한다. 그리고 종교와 질병의 치유에 관한 구태의연한 진술을 반복하기도 한다. 저자가 기독교인 인 것같다. 그래서 책이 좀 '빤'해보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판단을 내릴 때 흔하게 저지르는 오류에 대한 언급, 각 부분의 의사들-일차진료의, 응급의학과, 종양학과, 영상의학과-이 겪는 고충에 대한 상세한 기술, 의사들은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가에 대한 설명등은 이 책을 꽤 읽을 만한 것으로 만든다. 특히 제약회사나 의료기구 사들과 의사들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꽤 솔직한 언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세가지이다. 하나는 모든 의사들은 오진을 한다는 것이다. 그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 조차도. 두번째는 첨단 장비와 치료법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반드시 '해석'과 '선택'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의료계 역시 '돈'과 '정치'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제약회사는 의사들을 도와 의술의 발전을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의사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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