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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 - 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 SF 소설은 읽어도 호러 소설은 읽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추리영화나 SF영화는 즐겨보지만 공포영화는 보지 않는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 궁금하다. 왜 사람들은 돈내고 일부러 어두침침한 곳에서 피가 튀고 살이 뜯겨져 나가고, 비명소리와 어둠과, 괴물과 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일까? 가뜩이나 무서운 일도 많고 언짢은 일도 많은데 굳이 돈까지 내가며 그런 걸 보는 이유가 대체 뭘까?
이런 나의 질문에 가장 권위있는 대답을 해줄 사람이 바로 스티븐킹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비록 앞서서 얘기한 것처럼 공포라는, 또는 호러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킹의 소설들을 대여섯권이나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읽은 책들중에는 <쇼생크탈출>이나 <스탠바이미>와 같은 공포와 아무 관련이 있는 책들이 껴있긴 하지만......
보지 않은 책이나 영화를 해설한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괴로운 일이다. 특히나 자신이 거의 보지 않는 장르의 책과 영화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내게는 이 책을 읽는 일이 좀 산만하고 힘든일이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영화들 중에는 그나마 아는 게 몇 편있었지만, 킹이 열심히 해설하고 있는 <고스트스토리>, <로즈메리의 아기>, <힐하우스의 유령>(이건 한국어 번역이 없는 것 같다)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때로는 대충대충 책장을 넘기면서 다 볼 수 있었던 것은 킹의 설명이 이론이나 배경에 치우치지 않고, 작가로서의 또는 독자로서의 킹의 입장에서 씌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호러 장르의 팬이 아니어서, 덧붙여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다소 산만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제부터 호러소설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내게 준 가르침이 호러 영화와 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끝나지는 않는다. 그런 걸 제공하는 책들은 엄청나게 많다, 아니 많을 것 같다. 스티븐 킹이라는 대가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그런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호러' 또는 '공포'라는 장르에 대한 대가의 통찰이다.
킹의 말에 따르면(내가 이해한 바로는), 무섭고, 비정상적이고, 괴상한 세계와 인물들로 이루어진 호러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은 '내가 미쳤으니 너도 한 번 미쳐봐라' 라든가, '이런 식으로 죽이면 좀 더 무섭지 않을까' 와 같은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 그런 끔찍한 세상이 존재할 수 있었는데 이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속에 살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좀 설교 같네. 달리 말하면, 판도라와 선악과처럼 '금기'란 누구나 무서워하지만 열어보거나 먹어보고 싶은 법이고, 호러라는 장르는 이런 '금기'가 깨졌을 때 펼쳐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줌을로써 금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준다는 것.
야호,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호러'를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