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도널드 케이건 지음, 허승일.박재욱 옮김 / 까치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비극에 대한 것을 강의할 일이 있어서, 그리스 비극들의 역사적인 배경도 알아볼 겸 사게 된 책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그리스 3대비극 작가였던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살았던 기원전 5세기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살라미스 해전도 그렇지만 이 책 역시 사실의 많은 부분을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기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의지하고 있다.  

다른 시대는 읽어보질 않아서, 또는 다른 시대는 남아있는 자료가 변변치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기원전 5세기,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마라톤 전쟁 부터 아테네의 몰락까지의 시기는 고대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문학사적으로 봐도 그렇고, 연극사적으로 봐도 그렇고, 역사라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세계대전이라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지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그 모든 중요성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투기디데스의 책을 번역한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막상 이 책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 책의 분량이 600쪽 가까운 분량인데, 투기디데스의 책은 이 책의 두배 이상이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이 책또한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 우선 30년동안 진행된 전쟁의 기록이라는 것이 아무리 극적으로 기술해도 지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이 책 속에 나온 지명과 인물의 이름을 따라가는데는 그 역사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보다 몇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초반의 페리클레스와 마지막의 알키비아데스를 제외하곤 나머지 인물들은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고, 아테네 스파르타와 테베 정도를 제외하곤 나머지 지명역시 잘 기억나질 않는다.  특히 에게해의 섬들의 이름은 특히나 더! 

하지만 이 두터운(?) 요약본 전쟁사가 후대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몇가지 교훈은 그 지루함을 어느정도 상쇄시켜 준다. 첫번째 교훈은 전투의 승자는 있어도, 전쟁의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전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서 엄청난 소모전을 치른 그리스는 이후에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두번째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이나 영원한 동지는 없다는 것이다. 한때는 동맹국이었던 아테네는 적국이 되고 적국이었던 페르시아는 승리를 위해서 동맹국이 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전쟁동안 뿐. 최종 승자였던 스파르타는 승리 후에 페르시아와 동맹적 경쟁자였던 테베에게 이권의 상당수를 빼앗겼다. 세번째는 전쟁은 문학, 질병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5세기의 페스트로 아테네는 시민의 3분의 1을 잃고, 이것은 페리클레스가 실각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덧붙여 이 무서운 '역병'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이야기'꾼 들의 좋은 소재인 가 보다.  

그리스 사를 읽는 것을 좀 쉬어야 겠다. 다음에는 '중세'나 로마사를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