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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ㅣ Mr. Know 세계문학 33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읽는 외국 작가의 책 중 대략 70%정도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들인 것 같다. Mr. Know 세계문학 시리즈가 나온 후 부터는 이런 경향이 훨씬 더 짙어졌다. 왜냐고? 열린 책들의 Mr. Know 세계문학 시리즈가 페이퍼 백 들이어서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거기다 가볍기까지!!! 이 책 역시,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 만큼이나,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요즘 내가 책을 분류하는 기준은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일단 책을 읽은 소감부터 얘기하자면, 별 다섯개 짜리 점수제로 환산하여 말하자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의 점수는 별 네개 정도 된다. 외계인과 시간여행, 로봇이 전혀 안 나오는 SF 소설임에도, 터무니없는 추측과 공상으로만 이루어진 소설임에도, 아니 그래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줬다. 해설을 읽어보면 이 소설이 소비에트 시절 전체주의 사회의 감시와 보이지 않는 힘의 압력을 풍자하고 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물론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만 읽으면 이 소설을 사회풍자소설로 읽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근데 그런 풍자를 하는데 꼭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
역자의 해설을 인용하면
'세상이 끝날 때까지...'에서도 스뜨루가츠끼 형제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다각도로 풍자한다. 우선, 일군의 학자들이 정체불명의 외계의 힘의 압력을 받는다는 그 착상부터가 정치의 지배를 받는 학문에 대한 풍자이며, (후략)
만약 이 소설의 작가들이 '외계인 음모론'을 풍자를 위해서만 인용한 거라고 믿는다면 소설의 반쪽만 읽은 것이다. '사회풍자', 이 단어가 이 소설의 키워드들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단어는 어딘가 모르게 구태의연하며 뻔한 냄새를 풍긴다. 그럼 다른 키워드는? '항상성 우주'이다, 아니 이라고 생각한다. 우주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방해하는 인자들(여러가지 연구나, 다양한 연구자들도 여기 포함된다)을 조절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SF인 이유는 두번째 키워드 때문이다. 만약 이 두 번째 키워드를 즐기지 못한다면, 또는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근데 왜 별 다섯개가 아니야 라고 누가 묻는다면, 결말이 좀 미적지근 하다, 사실 그래서 난 더욱 맘에 들지만.
오래간만에 고른 책이 재미있으면 향후 몇달간이 즐겁다. 이 책은 더욱 그럴것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주에 관한 거대한 농담이니까. 10억년 후를 농담거리로 삼을 수 있는 작가들이라....쩝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