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검색 무력화 도서(1)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기념으로 뭐든 써야 하기에 첫 글을 쓴다. 이 카테고리를 만든 이유는 알라딘 검색 창에서 내가 찾는 책을 찾으면 거의가 다음처럼 표시된다.
"베르그손의 철학 민음사"(으)로 검색한 결과 총 0 건의 상품이 검색되었습니다. |
ㆍ핵심단어를 띄어 써 주시면 통합검색 명을 모두 입력하는 것보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찾으신다면 '싱아 누가'만 띄어 입력하시면 빠릅니다. -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찾으신다면 'phantom opera'만 띄어 입력하시면 빠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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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확한 통합검색 제목을 모르신다면 확실한 단어만 입력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ㆍ흔한 단어의 통합검색 일 경우 저자/아티스트/감독.주연배우를 함께 입력하시면 원하는 상품만 찾을 수 있습니다. |
- 김진명이 쓴 <한반도>를 찾으실 때, '한반도'만 입력하시면 원치 않는 180여 건의 정보가 함께 뜨지만, '김진명 한반도'라고 입력하시면 정확히 그 책이 나옵니다. - 조수미가 노래한 [Only Love]를 찾으실 때 'love'만 입력하시면 원치 않는 350여 건의 정보가 함께 뜨지만, '조수미 love'라고 입력하시면 정확히 그 음반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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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국내 저자/아티스트/감독.주연배우의 성과 이름은 붙여서 입력해 주십시오. |
많이 짜증난다. 네이버 [책]에는 거의 대부분의 절판된 책이나 품절된 책들이 검색된다. 더군다나 이미지가 없을 시 목차까지 제공된다. 헌데 알라딘은 그냥 깔끔하게 없다고 나온다.ㅎ 이미지 부재로 리뷰코너에 리뷰 못쓴 책들이 꽤 된다. (이상하게도 이미지가 없는 책들은 글을 써도 리뷰에 올라가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 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절판된 책들의 이미지와 함께 간단한 책 소개를 하는 게 목적이겠다. 오늘은 카테고리 신설 기념 페이퍼이니 약간 벗어난 얘기(그래도 주제는 벗어나지 않을 듯~)를 해 보기로 한다. 바로 원서 가격 얘기다.
자주 가는 헌책방에는 항상 원서들이 넘쳐난다. 내가 베르그손의 원서들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의 거의 전 헌책방을 다 뒤졌다. 그러면서 중요한 정보를 한 가지 알게 되었다. 바로 헌책방에서 가장 귀한 책이 철학 원서라는 것! 있어도 권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내가 베르그손의 주저, 아니 베르그손에 대한 영어판 원서이면 뭐든지 구매할 의향으로 서울의 거의 전 헌책방을 돌아봤지만 허탕이었다. 휴가를 내어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서울시 헌책방을 모조리 돌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베르그손의 주저는 딱1권 이었다.
<The Two Sources Of Morality And Religion>이 유일하게 구한 책이다.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영어본 원서가 신촌 정은 서점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 할아버지가 1만원을 부르신다. 그냥 닥치고 살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 노트르담 대학교 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역시 알라딘 검색은 먹통이다. (왼쪽에 보이는 이미지처럼 디자인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멋없는 표지. 정가는 24달러)
좀 놀라운 사실은 원서 많다는 이태원 3곳의 헌책방에 가봤지만 내가 자주가는 헌책방의 철학 원서보다 권수가 적었다. 모든 책이 영어(프랑스어 독어 포함) 원서를 파는 헌책방이었지만 그랬다. 가격도 무지 비쌌다. 철학책은 그냥 얇은 책이든 뭐든 가뿐히 1만원을 넘었다.
주인잘 할아버지 왈, "철학책은 좀처럼 찾는 사람이 없어!" 흠...그렇지. 국내 도서 시장도 뭐 같은 말이 적용될 수 있겠다. 그래서 눈에 띄는 철학책은 냉큼 데려와야 겠다는, 다소 멍청한 결심을 했더랬다.
난, 책에 대해서는 좀 단순해서 결심을 하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베르그손 영어본 원서를 사러 헌책방 순례를 한 게 8월 중순이었다. 이때부터 8월 말까지 주섬주섬 사 모은 원서가 한 30권 쯤 된다. 이중에서 내가 건진 걸출한 영어 철학 원서 얘기가 이 페이퍼의 핵심이 되겠다.
자주 가는 헌책방 한 곳은 한 쪽 코너가 전부 영어 원서다. 일부는 가판대에 빼서 1천원씩 판다. 근데, 영어 원서에 대해서 잘 몰라 뭐가 좋은 책인지 거의 모른다. 아동 리딩 이야기 책은 관심이 있어 많이 사 모았지만 교양서나 철학서는 어떤 게 좋은 책인지 거의 감을 잡을 수 없다.
소설도 그렇다. 현재 미국에서 잘나가는 작가를 모르니 비싼 원서가 싸게 나와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예천대 그냥 모험을 하는 셈치고 데려온 보일이라는 현대 미국 작가가 있다. 하드커버로 아주 두껍게 양장으로 된 책이 6천원밖에 되지 않았다. 정가는 35달러였다. 사실 이 작가에 대해 몰랐지만 책이 너무 유혹적이라 그냥 구매했다. 혹시 이 작가에 대해서 아는 분이 있으면 야무에게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는 작가인데,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 중 하나인가 보다.
내가 갖고 있는 책 시리즈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시리즈. 이 책의 2권이 <예술>이다. 여기 '미국 문학' 장에 보면 '20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와 그 이후'라는 절에서 보일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처럼 적혀있다.
다양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술에 따르는 책임과 현대성의 도전은 포스터모던 미국 소설의 주된 소재가 되어 왔다. 성장 소설은 독일에서 시작되었으나 미국에서 크게 발전했다. 아마도 이 나라가 19세기 말과 20세기 들어 다소 급하고 거칠게 성년을 맞아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20세기 미국 성장 소설의 진수로 꼽힌다. 필립 로스, 존 윈슬로 어빙, 버나드 맬러머드, 자메이카 킨케이드, 에이미 탄, 맥신 홍 킹스턴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정전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범위, 시야, 탁월한 재능 어느 모로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뛰어넘기는 힘들다. 그는 외국 태생이면서도 물의를 밎은 작품 <롤리타>로 젊음, 할리우드, 섹스, 물질주의에 탐닉하는 미국의 모습을 포착했다. 커트 보네거트, 노먼 메일리, 존 업다이크, 존 치버, 조이스 캐럴 오츠, 팀 오브라이언, T.C. 보일Boyle(1948~), 바바라 킹솔버, 돈 드릴로 등은 모두 전쟁, 편견, 남녀 관계를 비롯해 변화무쌍하고 격동적인 나라에서 중요성을 니니는 주제들을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과 용기를 과시했다. p107
그냥 너무 짤막히 언급된 정도지만 커트 보네거트와 노먼 메일리 그리고 존 업다이크와 함께 언급될 정도면(줄친 부분 중에서 이 셋밖에 모른다. --;;) 중요 현대 작가 중 하나인 거 같은데, 도통 모르겠으니 사면서도 불안했다. 다시 폐품으로 나가는 건 아닌지 하면서..
그런데 이 책과 같이 한 10권 쯤을 데려왔는데, 그 중에 <An intellectual History of Modern Europe>라는 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르면서 유일하게 현대지식사에 관계된 책인 거 같아 낼름 데려왔다. 이 책은 4천원 주었다.
책을 사 놓고 좀 지나 원서들을 정리하다가 오늘 중요 교양 원서들을 알라딘에서 검색해 봤는데, 이 책의 가격이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현재 알라딘에서 이 책을 검색하면 책의 정가가 299,800원으로 나온다. 1992년 판인것도 똑같다. 우와~ 철학책이 좀 비싸다는 건 알았지만 이리 비싼지는 몰랐다. 보니, 100만원 넘는 책도 있었다!
어제도 저녁에 시간이 좀 남아(그냥 지리가 가까운 곳에 있어 생각난 김에) 가끔 가는 헌책방 구경을 갔다. 절대 사러 간건 아니었다. 오, 근데 이날 철학과 문화에 관계된 원서들이 대거 들어온 거다. 관심있는 철학책을 찾다가 '키에르케고' 타이틀이 붙은 묵직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4천원 주었다. 새책인데 약간 세월의 흔적으로 인한 색바램을 제외하고는 아주 양호했다. 몇 권을 더 엊어 사왔다.
오늘 정리하면서 이 <KIERKEGAARD> 원서도 검색해 봤는데, 정말 놀라운 가격에 입이 벌어졌다. 현재 알라딘에서 이 책 가격은 486,750원이다(99년 판이!). 페이퍼백은 없고 하드커버 가격이다. 내가 데려온 책은 페이퍼백이니 이보다 약간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이리 비쌀 줄은 상상을 못했다. 외국 철학책은 정말 우리나라 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싸다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튼 영어 원서 찾아 다닌 보람은 있다. 예상을 깨고 아주 비싼 책을 껌 값으로 사왔으니 말이다..ㅎㅎ 사온 원서들을 쌓아서 사진을 찍어봤다. 아주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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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의 원서는 모두 3만원. 오른쪽은 모두 2만원. 아 청소년 범죄 책이 중복 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