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재미나게 보던 『절차탁마 대기만성』의 한 부분이 성서 판본학이라 칠십인역 관련서가 나왔다기에 반가웠다. 책은 물론 현대 판본학의 입장에서 아래의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내용을 광정하고 있고, 충실하게 핵심적인 내용들을 짚어주고 있다. 찾아보니 예전에 성바오로에서 나온 책도 있네.
칠십인역을 번역한 책들도 참조할 것.
그리스어 오경이 나온 이유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설명은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라고 불리는 고대 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다. BC 2세기 중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는, 한 세기 앞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실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건의 목격담으로 구성돼 있다.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에 따르면, 모세의 ‘신성한 율법‘(즉, 오경)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Prolemy II Philadelphus, BC 285-246년 재위)의 요청으로 번역됐으며, 왕의 사서인 팔레룸의 데메트리우스(Demetrius of Phalerum)는 이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왕의 유명한 소장품 목록에 넣고 싶어 했다. 아리스테아스 자신이 예루살렘의 대제사장을 설득해 유대 전쟁 포로를 석방하는 대가로 번역을 해달라고 주선했다. 72명의 번역가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파견돼 프톨레마이오스의 궁궐에 도착했다. - P42
학자들은 이제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를 전부까지는 아니어도 대부 분 허구라고 여긴다. 그 신빙성에 대한 의심은 히에로니무스(Jerome)의 글을 연구할 때 나타났지만 17세기에 이르러 커졌고 역사적 오류와 현저히 낮은 개연성에 비추어 비로소 증폭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팔레룸의 데메트리우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사서가 아니었을 수 있다. 아리스테아스(프롤레마이오스 궁중의 비유대인)도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에 나열된 유대 관습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 P43
이런 관용어 문구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그 의미는 보존되지 않는데, 의미에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그리스어 오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사장 활동을 다룬 본문에서 흔한 히브리어 관용어 하나는 "손을 가득 채우다"로, 실질적으로 ‘안수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번역가들은 이 히브리어 관용구를 문자 그대로 그리스어로 바꿨고(예, 출 32:29; 레 8:33), 결국 우리에게 그렇듯, 고대 독자들에게도 이상하게 들릴 만한 "손을 가득 채우다"라는 구절을 만들어 냈다. - P69
예를 들어, ‘바다‘(‘얌‘[yam])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단어는 이스라엘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방향인 ‘서쪽‘을 일컬을 수도 있다. 번역가들은 그들의 작업 중에 ‘얌‘[yam]을 볼 때마다 그 히브리어가 명백히 ‘서쪽‘을 가리키더라도(예, 창 12:8) 대개 이를 ‘바다‘(‘탈라사‘[thalassa])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단어로 바꾸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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