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사는 남자 3
유현숙 지음 / 재담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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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길에게 모욕감을 느낀 수봉이 이제 홍나리를 납치한다. 이에 고난길은 홍나리를 찾기 위해 수봉이 알려주는 산 속 산장으로 향하게 되고, 숨어있던 수봉은 고난길과 홍나리를 산장에 가두고 밖에서 문을 잠근다. 과연 아무도 찾지 않은 깊은 산속의 외딴 산장에 갇힌 둘은 과연 어떻게 될까?

 

여기에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에 이은 수봉의 또 한 번의 허당기가 돋보인다. 산장은 잠기지 않았다. 다른 문이 있었던 것. 문제는 둘은 그만 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우리 집에 사는 남자마지막 이야기인 3권에서는 이처럼 홍나리와 고난길의 위기상황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곤 이 위기는 또 다른 위기인 고난길의 떠남으로 이어진다. 홀로 남겨진 홍나리는 엄마가 남긴 시골집과 가게를 팔려 하지만. 추억이 담긴 공간을 결국 팔지 못하고, 도리어 회사를 그만 두고 만두집 홍만두의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만두집 사장으로 이리저리 고군분투 하는 가운데 문득 문득 고난길을 그리워하고. 권봉만은 여전히 홍나리에게 대시를 하지만, 홍나리는 결국 권봉만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힌다.

 

이번 이야기 3권에서 잔상이 오래 남는 장면은 권봉만이 시골 마을의 경치 좋은 곳에 홍나리를 데려가는 장면이다. 그곳은 봉만이 첫사랑에게 차였던 장소. 그래서 가고 싶지 않은 장소. 하지만, 봉만은 그곳으로 홍나리를 데려간다. 경치가 좋은 곳이니까. 이런 사연을 들은 홍나리가 그런데 왜 여길 왔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한다.

 

이 작은 시골마을에 가고 싶지 않은 장소를 더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멋진 말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홍나리의 마음은 이미 고난길에게 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 홍나리의 마음을 차지한 고난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둘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물론, 만나게 된다. 그것도 우연히. 만두집을 운영하며 더 맛난 만두를 만들기 위한 일념으로 만두 맛 집 투어를 하던 가운데, 서울을 맛집에서 우연히 고난길을 만난다. 그곳에서 일하는 고난길을.

 

그럼 둘의 관계는 다시 시작되는 걸까? 그럼, 너무 밍밍하다. 그렇다. 여기에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또 다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홍나리의 남친을 빼앗았던 그 후배 스튜어디스다. 후배 미주, 그녀에게는 못된 습성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남의 남자를 빼앗는 재미를 인생 최대의 행복으로 삼는 여인이었던 것. 이런 미주에게 홍나리가 고난길을 좋아한다는 촉이 감지된다. 이에 미주는 고난길에게 접근하고, 고난길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주에게 홀딱 넘어간다. 그런데, 정말 넘어간 걸까?

 

고난길의 복수혈전을 기대하시라. 막장이지만, 상큼 발랄하고, 유쾌한 막장이다. 물론, 잘 정리되고 끝나니 걱정할 필요도 없고. 유현숙 작가의 웹툰 우리 집에 사는 남자재미나다. 드라마를 찾아 1회부터 보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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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사는 남자 2
유현숙 지음 / 재담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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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두 살 연하 새 아빠를 갖게 된 홍나리는 시골 엄마 집에서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되고, 두 살 연하 고난길은 홍나리에게 천연덕스럽게 아빠 노릇을 하려 한다. 이렇게 시작된 둘 간의 관계는 다투며 정든다고 제법 서로에게 정들게 되고, 홍나리가 서울로 올라간 후에는 홍나리에게 먹을 것(주로 만두)을 싸 보내며, 마치 고난길이 외지생활 하는 딸을 챙기는 엄마 노릇도 한다. 이런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까? 이런 궁금함으로 2권은 시작된다.

 

역시 남녀 간의 관계는 삼각관계가 재미지다. 누군가는 막장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도를 넘지 않는 얽힘은 오히려 재미를 유발한다. 그렇다. 이번 이야기 우리 집에 사는 남자2권에서는 고난길을 긴장시킬 또 하나의 꽃미남이 등장한다. 바로 권덕봉이란 청년. 기생오라비 같이 다소 느끼한 부자 청년이다. 느끼한 이미지 그리고 다소 시골스러운 이름의 덕봉. 이 청년이 새롭게 등장하여 홍나리에 꽂힌다. 과연 홍나리를 사이에 둔 고난길과 권덕봉,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잠깐! 권덕봉 말고도 이들의 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권덕순. 이름이 권덕봉과 비슷하다. 그렇다. 덕봉의 여동생으로 학생인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덕순은 홍프린스에게 꽂혀 있다. 홍프린스가 누구냐고? 바로 고난길이다. 가게 홍만두의 사장님이기에 덕순은 홍프린스라 부른다.

 

이렇게 덕순의 등장도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덕순의 사랑은 조금 다르지만, 덕순은 아직 꼬마니까.

 

이제 이번 2권에서는 고난길의 비밀이 한 겹씩 벗겨진다. 그 비밀 가운데는 전직 건달이자 전설의 파이터라는 비밀도 있다. 고아로 거칠게 살 수밖에 없던 운명. 이런 고난길을 사랑으로 보듬어 줬던 홍나리의 엄마. 사실 홍나리의 엄마는 고난길에게도 엄마다. 둘은 부부관계가 아닌 사랑으로 낳고 기른 모자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런 고난길은 건달 세계를 청산하고 홍나리의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줬으며, 그 뒤에 남겨진 집과 만두집을 지켜냈던 것. 그것을 위해 혼인신고를 했던 것이다.

 

이런 고난길을 찾아 수봉이 찾아온다. 고난길의 오랜 친구이자 현직 건달인 수봉의 등장은 또 다른 긴장감을 조성하는데(수봉의 역할은 3권에서 두드러진다. 수봉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권에서 상당히 재미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바로 수봉이 다시 고난길을 찾아온 장면이다. 수봉은 자신이 동생들을 데리고 처음 난길을 찾아왔을 때, 동생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찾아와 난길에게 말한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그 유명한 대사. “,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란 대사를.

 

그런데, 좁은 시골길 양편에 마주선 상태에서 이 대사를 할 때, ‘모욕감이란 대사를 칠 때마다 둘 사이로 자동차가 지나간다. 한껏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사를 치는데, 그 앞으로 자동차가 붕~ 하며 지나감으로 , 나에게 (~)을 줬어.” 라 외치는 수봉의 모습. 당신은 새 됐습니다.^^ 한 참을 웃었다. 역시 이런 아재 코드가 나에게 맞는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째 고난길보다 덕봉이란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아무래도 고난길 긴장 팍팍 해야 할 듯. 그럼 다음 마지막 3권으로 고고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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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사는 남자 1
유현숙 지음 / 재담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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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류인가 보다. 그 흔한 웹툰 하나 제대로 본 것이 없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웹툰이 책으로 나온 것들은 몇몇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을 인정받은 것일 테니 말이다. 금번 유현숙 작가의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역시 이런 경우다.

 

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아는 바겠지만, 우리 집에 사는 남자는 다음 웹툰에서 2015~2016년에 걸쳐 연재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은 KBS 월화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이기도 하다(2016.10.24 시작 16부작). 그 첫 번째 책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주인공 홍나리는 뭇 남성들의 로망인 스튜어디스다. 그것도 상당한 연륜을 갖춘 베테랑 스튜어디스. 홍나리는 멋진 직업을 가진 여성답게(?)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니 챙겨야 할 것을 빠뜨리곤 한다.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데 뭘까? 그건 다름 아닌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 부랴부랴 어머니 산소로 내려가 보니, 이게 어쩐 일인가? 산소는 잘 정돈되어 있을뿐더러 그곳엔 낯선 청년이 누워있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상황일까?

 

홍나리는 그 청년에게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이 돌아가신 엄마의 남편이란다. 사기꾼도 이런 사기꾼이 있을까? 그런데, 호구조사에 들어가 보니, 실제 남편. 호적상 홍나리의 새 아빠가 맞다.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아빠라니. 게다가 이 사기꾼 같은 녀석은 엄마의 집에서 살고 있을뿐더러 엄마가 하던 만두집마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정말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게다.

 

또 다른 사건이 홍나리에게 터진다. 스튜어디스라는 멋진 직업, 게다가 빼어난 미모에 멋진 남자 친구까지(동거 중) 갖춘 홍나리.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게 뭘까? 바로 남친이 어째 예전만 못하다. 뭔가 마지못한 태도, 사랑이 식은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그럴까? 남녀 간 애정온도가 식었다면 다 이유가 있는 법. 남친에게 여자가 생겼다. 그것도 홍나리 직속 후배 스튜어디스랑 말이다.

 

이처럼 꼭지 돌만한 일에 홍나리를 충격을 먹게 되고. 남친 집에서 나와 갈 곳 없는 홍나리는 결국 고향 집으로 내려간다. 바로 또 다른 사기꾼이 살고 있는 곳으로. 과연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엇보다, 돌아가신 엄마에게 딸도 모르는 남편이 있었다는 설정. 게다가 그 남편이 잘 생긴 꽃미남에 두 살이나 연하라는 설정. 두 살이나 어린 새 아빠를 둔 딸과 새 아빠의 좌충우돌 동거생활. 설정만으로도 엄청난 재미가 떨어진다.

 

어쩌면 남친이 바람나고, 그 상대가 직장 후배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연하 새 아빠라는 소재가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살다보면 이런 일이 없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가지고 로맨스를 그려낼 생각을 했음이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란 대단하구나 싶다. , 클리셰에 뭔가 색다른 옷을 입힌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과연 이 둘, 연하 아빠와 연상 딸 간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럼 2편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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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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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기 때문에 끌리고 사랑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기 때문에 다름을 용납하고 포용하게 되는 걸까?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체스의 모든 것을 읽고 드는 물음이다(이 책은 아시아출판사에서 계속하여 출간되고 있는 단편소설 시리즈 K-픽션 시리즈 16번째 책이다.). 어쩌면 이 둘 다 아닐까 싶다.

 

소설 속의 는 노아 선배의 다름에 끌린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학의 영미 잡지 읽기 동아리에서 처음 봤을 때 노아 선배는 어딘가 다른 중력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 외부의 일들에 관심이 없었고 무슨 말을 듣든 반응이 느렸으며 자기 일에만 진지했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일들에 서툴렀는데, 서툴러서 못한다기보다는 다르게 하는 편이었다.(8)

 

소설의 첫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딘지 모르게 좋아서. ‘노아 선배는 어딘가 다른 중력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다름, 다른 중력을 살아가는 인생을 향한 막연한 동경, 여기에서부터 사랑이 시작되지 않을까? 지금 내 곁에 함께 하는 아내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어떤 직종의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여야 해 라는 생각)와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 끌렸다고 한다. 그러니, 다름은 관심을 유발하고, 사랑을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름을 용납하고, 허용하게 되는. 어쩌면 소설 속의 국화를 바라보는 노아 선배의 시선이 점차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까. 정동 장애를 앓고 있는 노아 선배, 남모를 트라우마에 짓눌려 있는 다소 소심하고 깐깐한 노아 선배는 국화에게 관심을 갖는다. 모두가 얼어붙는 냉랭한 상황에서도 상황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 마냥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국화,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국화를 향해 노아 선배는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으리라. 그리고 이런 사랑은 사사건건 자신을 이기려 하는 국화를 점차 용납하게 되고. 심지어 억지스러운 고집들마저 용납하고 포용하게 되고 말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노아 선배는 국화의 이런 억지스러움에 집요하리만치 틀렸노라 주장하며 반발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것 역시 애정표현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지나보면 노아 선배는 국화의 모든 것을 다 용납하고 허용한다. 특히, 체스에 있어 말이다. 노아 선배 자신이 모두 맞고, 국화의 주장은 모두 엉터리 억지였음에도. 싸우다 정이 드는 걸까? 아님 정이 들었기에 사사건건 다투는 걸까? 체스의 룰을 가지고 사사건건 싸우기만 하는 바퀴벌레 한 쌍 같은 느낌. 이런 젊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젊음마저 깨어지고 한낱 추억의 한 자락으로 몰아내 버린 현실의 벽 앞에선 쓸쓸함과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쩌면 이런 토닥거리는 사랑을 바라보는 주인공 의 심정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어쩐지 체스의 모든 것을 읽으며, 이런 다름과 사랑, 젊음의 추억과 쓸쓸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비록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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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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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는 참 대단하다. 금번 번역 출간된 정말 지독한 오후역시 그렇다. 이 소설은 두 달 전에 있었던 어느 바비큐 파티와 두 달 후의 각 주인공들의 갈등, 자책, 분노, 비난 등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위기,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회복을 그려내고 있다. 두 달이란 시간을 오가며 바비큐 파티의 사건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교차하며 말이다.

 

에리카와 클레멘타인은 마치 친자매와 같은 오랜 친구사이다. 하지만, 정말 친자매는 아니다. 아니 솔직히 서로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서로 오랜 세월을 함께 친구로 보냈기에 너무나도 친한 관계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를 향해 솔직하기보다는 경쟁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며 경계하면서도 함께 하는 묘한 관계다.

 

이런 에리카와 클레멘타인은 각기 남편들과 함께 가족모임을 약속했는데, 이 모임은 에리카 옆집 부부의 초청에 의해 세 가정이 함께 모이는 바비큐 파티가 된다. 에리카- 올리버 부부, 클레멘타인-샘 부부 그리고 비드-티파니 부부 이 세 부부가 어느 오후에 갖게 된 특별할 것 하나도 없는 평범하기만 한 바비큐 파티. 하지만, 이 바비큐 파티 이후, 세 가정의 평범한 일상은 산산이 깨져버린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그날의 바비큐 파티에선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부분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작가는 적어도 소설의 중후반부까지는 이 날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 지를 독자들에게 알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두 가지 감정이 충돌한다. 과연 그날 바비큐 파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하나다. 또 하나는 그날 일어난 사건을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왜냐하면 뭔가 견딜 수 없이 끔찍한 일이나 또는 대단히 낯 뜨거운 민망한 사건일 것 같아 말이다(후자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진한 기대감일 수도 있겠다. 이미 일어난 사건인데 말이다.).

 

이렇게 소설은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그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었던 바비큐 파티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를 내내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어쩌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소설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다는 그 일로 인해 깨어진 일상, 깨어진 관계들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기만 하던 일상의 삶이 이 바비큐 파티를 통해 깨져버린 모습. 더 나아가 그 일상의 삶이 해체의 위기에 놓여 갈등하고 상처주고 상처받게 되는 모습을 소설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리안 모리아티란 작가가 참 대단하다 싶은 것은 어느 오후의 극히 평범한 바비큐 파티다. 뭔가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하지만,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벌어졌을 뿐이다. 그것도 아주 잠깐의 시간,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사건. 이 찰나의 사건을 통해 이렇게 엄청난 분량(600페이지를 훌쩍 넘는)을 적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하나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말이다. 지루하지 않지만, 대단히 집요하리만치 그 사건에 집중하며 말이다. 끝까지 이 사건에 집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사건 이면의 서로간의 관계에 대해 그토록 잘 그려낼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능력이란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일은 정말 사소한 선택, 사소한 방심에서 벌어진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만약 그때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반대로 그때 그 일을 했더라면, 이런 후회를 하곤 한다. 문제는 사건 이후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으로 인해 가정이 깨지고, 회복되지 않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한다면. 물론, 우린 모두 미숙하다. 그렇기에 어떤 원치 않는 사건 이후 서로를 원망할 수도, 또는 자신에게 실망하여 더 힘겨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질 때, 용기 있게 서로를 향해 솔직히 다가감으로 바로잡는다면, 다시 회복의 기쁨을 얻게 될 게다. 소설은 바로 이것을 또한 우리에게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는 2달 넘게 비가 온다. 호주 기상관측 사상 가장 장기간의 비, 이 비는 바로 바비큐 파티 이후에 계속된다. 하지만, 소설 마지막에서 드디어 비가 걷히고 맑은 날이 찾아온다. 이는 사건 이후 해체되어져 가던 각 가정이 회복될뿐더러 오히려 오랫동안 묵혀둔 애증관계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됨과 맞물린다.

 

소설 속에서 계속되던 비가 그치고 맑은 날이 찾아오듯, 우리의 삶 역시 그런 맑은 날, 온전한 회복의 역사가 펼쳐질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지독한 오후, 역시 읽고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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