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의 모든 것 Everything About Chess K-픽션 16
김금희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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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기 때문에 끌리고 사랑하게 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하기 때문에 다름을 용납하고 포용하게 되는 걸까? 김금희 작가의 단편소설 체스의 모든 것을 읽고 드는 물음이다(이 책은 아시아출판사에서 계속하여 출간되고 있는 단편소설 시리즈 K-픽션 시리즈 16번째 책이다.). 어쩌면 이 둘 다 아닐까 싶다.

 

소설 속의 는 노아 선배의 다름에 끌린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학의 영미 잡지 읽기 동아리에서 처음 봤을 때 노아 선배는 어딘가 다른 중력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 외부의 일들에 관심이 없었고 무슨 말을 듣든 반응이 느렸으며 자기 일에만 진지했다.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일들에 서툴렀는데, 서툴러서 못한다기보다는 다르게 하는 편이었다.(8)

 

소설의 첫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딘지 모르게 좋아서. ‘노아 선배는 어딘가 다른 중력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다름, 다른 중력을 살아가는 인생을 향한 막연한 동경, 여기에서부터 사랑이 시작되지 않을까? 지금 내 곁에 함께 하는 아내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어떤 직종의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여야 해 라는 생각)와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 끌렸다고 한다. 그러니, 다름은 관심을 유발하고, 사랑을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름을 용납하고, 허용하게 되는. 어쩌면 소설 속의 국화를 바라보는 노아 선배의 시선이 점차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까. 정동 장애를 앓고 있는 노아 선배, 남모를 트라우마에 짓눌려 있는 다소 소심하고 깐깐한 노아 선배는 국화에게 관심을 갖는다. 모두가 얼어붙는 냉랭한 상황에서도 상황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 마냥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국화,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국화를 향해 노아 선배는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으리라. 그리고 이런 사랑은 사사건건 자신을 이기려 하는 국화를 점차 용납하게 되고. 심지어 억지스러운 고집들마저 용납하고 포용하게 되고 말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노아 선배는 국화의 이런 억지스러움에 집요하리만치 틀렸노라 주장하며 반발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것 역시 애정표현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지나보면 노아 선배는 국화의 모든 것을 다 용납하고 허용한다. 특히, 체스에 있어 말이다. 노아 선배 자신이 모두 맞고, 국화의 주장은 모두 엉터리 억지였음에도. 싸우다 정이 드는 걸까? 아님 정이 들었기에 사사건건 다투는 걸까? 체스의 룰을 가지고 사사건건 싸우기만 하는 바퀴벌레 한 쌍 같은 느낌. 이런 젊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젊음마저 깨어지고 한낱 추억의 한 자락으로 몰아내 버린 현실의 벽 앞에선 쓸쓸함과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쩌면 이런 토닥거리는 사랑을 바라보는 주인공 의 심정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어쩐지 체스의 모든 것을 읽으며, 이런 다름과 사랑, 젊음의 추억과 쓸쓸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비록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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